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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먹고 자고, 한국영화만 볼 겁니다"
[11th JIFF 3] 전주에서 만난 한국영화 '오타쿠' 코노 테츠
10.05.05 13:43 ㅣ최종 업데이트 10.05.05 13:43 안소민 (bori1219)

  
한국영화뿐 아니라 한국의 인디밴드에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코노 테츠씨. 매해 전주와 부산 영화제를 찾는다.
ⓒ 안소민
제11회 전주국제영화제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전주국제영화제. 며칠 동안 영화의 거리를 오가다 보면 몇몇 얼굴들은 자연스레 눈에 익게 된다. 이름도 모르고 신분도 모르지만 이 영화제를 즐기고 있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다. 이번에 만난 일본인 코노 테츠(42, 河野 哲)씨도 마찬가지. 남다른 포스의 테츠씨는 소위 한국영화 '오타쿠'다.

 

"처음에는 한국영화가 아니라 한국 음악에 먼저 관심이 있었어요. 한국영화를 보게 된 계기도 다 한국음악 때문이었죠. 처음에 한국영화를 보았을 때는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몇 번쯤 보다보니 익숙해졌어요. 특히 손예진씨가 나왔던 <클래식>을 보고 정말 감동을 많이 받아서 울며 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한국영화의 어떤 점이 끌리냐고 물으니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굳이 말하자면 로맨스 코미디, 멜로, 서스펜스, 호러, 블록버스터 등 장르가 다양한 점이 매우 좋단다. 일본인이 보아도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영화들이 많다는 것도 한국영화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영화를 전국 각지에서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는 점도 일본과의 차이라고 했다. 일본에는 CGV나 메가박스와 같은 복합상영관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다는 게 테츠씨의 설명이다.

 

한국영화든 일본영화든 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테츠씨의 직업은 음악평론가다. 그것도 브라질 음악 전문가다. 한국음악도 무척 좋아하는데 그가 좋아하는 장르는 인디밴드다. 그 중에서도 일레트로닉 뮤직.
 
일본에서 한국의 인디밴드들의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없지만 인터넷의 도움으로 자주 즐기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롤러코스터'. 10년간 쭉 좋아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마침 이번 전주국제영화제 야외공연을 빛내준 '클래지콰이'에 대해서 묻자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한국영화보다 '음악'과 먼저 사랑에 빠져

 

"예전에 홍대 앞 어떤 클럽에 들어갔는데 그날 W&Whale의 데뷔 라이브 무대였어요. 그때 게스트로 클래지콰이가 왔어요. 러브홀릭 베이스도 왔었구요. 그때 참 느낌이 좋았죠. 클래지콰이는 <내이름은 김삼순>의 오프닝과 엔딩곡으로 떴잖아요. 저는 클래지콰이가 뜨기 전부터 한참 좋아했죠."

 

테츠씨는 클래지콰이, W&Whale, 러브홀릭의 소속사가 모두 플럭서스라는 것까지 알려주었다. 영화 <내사랑>에서 배우 이연희가 술 취해서 불렀던 허밍 어반 스테레오의 노래까지 알고 있다. 인상깊게 보았다고 했다. 인상이 깊으면 두고두고 남는 법이다. 설령 그 뜻과 언어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터뷰를 하기 전 테츠씨가 보고 온 영화를 물어보았다. <한국영화특별전> 섹션에 소개된 영화 <상해여 잘 있거라>(1934)와 <그대와 나>(1941)이다. 한국영상자료원을 통해 발굴된 한국의 고전영화다. 소감을 물었다.

 

"<상해여, 잘있거라>는 감독은 한국인인데 배경은 상해예요. 그리고 무성영화여서 굉장히 인상에 남아요. 대사는 없는데 지막이 나왔어요. 깜짝 놀랐어요. 필름이 좀 오래되서 잡음이 나왔긴 했지만요. <그대와 나>는 상영시간의 24분밖에 안 되는데 한국과 일본의 국가간의 미묘한 문제 때문에 삭제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조금 밖에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어요."

 

참고로, 테츠씨가 언급한 <그대와 나>는 일제강점기 시절 한국과 일본 두 민족이 서로를 구별하지 말고 함께 잘 살아가자는 '내선일체'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희귀한' 영화다. '하나츠'라고 창씨개명을 한 조선인 감독의 손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치욕스러움은 더하다. 소실된 필름 중 극적으로 복원하게 된 24분만이 살아남아 빛을 보게 되었다.

 

일본인 테츠씨 눈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어땠을까. 영화가 만들어진 지 60여 년이 지난 어느 봄날, 한국의 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 일본인 후예를 생각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월드프리미어 아니어도 좋다... 한국영화 푸짐한 JIFF

 

한국영화 팬인 테츠씨는 부산국제영화제는 2006년부터, 전주국제영화제는 2007년부터 한해도 거르지 않고 다녔다. 부산국제영화제와는 구별되는 전주국제영화제의 매력에 대해 물었다.

 

"저 같은 한국영화 팬 입장에서는 한국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전주국제영화제가 좋습니다. 전주영화제는 한국영화가 많지만 부산에서는 한국영화를 잘 볼 수 없습니다. 비록 전주국제영화제에 월드프리미어는 없지만 그래도 한국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 전주국제영화제가 더 좋아요."

 

한국에 올 때마다 그는 극장을 찾는다. 전주에 오기 전, 서울에서 <친정엄마>와 <베스트 셀러>를 보았단다. '베스트셀러 영화보니 어땠느냐'는 대답에 테츠씨는 "엄정화씨 연기는 정말 훌륭했어요. 특히 미쳐가는 연기는 정말 압권이었어요"라고 답했다.  

 

테츠씨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 배우는 설경구와 문소리이다. <오아시스>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연기는 '최고'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그때가 두 사람 연기의 정점이었다고 테츠씨는 덧붙이면서 아쉬워했다.

 

"<오아시스>에서 보여준 연기를 아직까지는 보여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요. 특히 설경구씨가 더욱 그런데 고르는 작품마다 별로인 것 같아요. <오아시스>에서의 연기를 다시 한번 볼 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 영화팬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은 최근 일본영화를 골라달라고 했더니 소노 시온 감독의 <노골적인 사랑>을 추천했다. 이 영화는 일본에서도 극단적인 평가를 받은 문제작. 상영시간만 해도 4시간이고 영화 내용도 파격적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마시마 히타리'는 원래 가수였다고 한다. 가수일 때는 무명에 가까웠는데 이 영화로 인해 그녀의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소노 시온' 감독은 우리나라와는 2005년 부산국제영화제에 <기묘한 서커스>라는 영화가 초청되어 소개된 인연이 있다. 그때 관객의 반응 역시 극단적이었다. 근친상간과 에로티시즘, 스릴러가 혼합된 그의 영화는 일반통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독특한 미학을 지니고 있다고 테츠씨가 설명해 주었다.

 

이, 애, 수씨... 닮았나요?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계속 전주를 지킬 예정인 테츠씨. 영화제 기간 내내 영화를 보며 지낼 예정이다. 그가 예매해 놓은 영화를 보니 전부 한국영화다. 밥 먹고 영화 보고 자고 영화 보고 그에게 전주국제영화제의 7박8일은 한국영화로 꽉 차 있다.

 

전주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었더니 테츠씨는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다른 지역에는 없는 전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식이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주에만 있는 음식? 우선 전주한정식과 비빔밥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테츠씨가 스스로 찾아보기를 권했다.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헤어지는 길에 테츠씨가 우리나라 소설가 이외수를 닮았다고 귀뜸해주었다. 테츠씨는 굉장히 관심을 보이면서 "이.. 애.. 수"라고 이름을 더듬더듬 암기했다. 그의 한국 문화인 리스트에 또 한 사람의 예술가가 추가될 것 같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