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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산학협력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교육을 전담하고 있는 교원은 기업지원 활동 업무로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일부 기업인은 대학에서 얻을 기술이 없다고도 한다. 이들의 이런 일부 관점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기업지원 활동이 교육과 전혀 관계없이 진행되고 산학 주체 간 관계가 적절하지 못하거나 혹은 일시적, 단편적일 때는 산학협력 성과가 미흡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으로도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학협력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대세다. 필자는 본 원고에서 이러한 논란의 핵심 요인을 분석하고 보다 발전적인 산학협력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핵심 내용으로는 산학협력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산학협력 성과지표로는 SCI논문실적, 특허실적, 기술이전수입, 장비활용실적, 창업실적 등이 활용되고 있고, 이러한 지표실적들이 정부 예산투입대비 매우 미흡하며 대학을 질책하고 있는 분위기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양성되고 있는 인력이 기업의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학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왜 이런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을까? 대학만의 책임일까?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의 시작은 산학협력 시스템에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기존의 산학협력은 형식지(성과지표 계량화) 중심의 산학협력, 중앙정부 주도형 산학협력으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즉, 정부재정지원 사업은 지금까지 첨단기술개발, 대형사업, 전시위주의 산학협력 확대에 중점을 두는 바람에 인적 네트워크간에 이루어지는 암묵지(보고되지 않는 지식교류) 중심의 상시적 산학협력, 민간중심의 자발적 산학협력 중요성을 간과해 왔고,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산학협력 미경험자, 미경험기업 등 산학협력 사각지대에 대한 참여 유인 대책이 미흡했기에 설문조사를 할 경우 산학협력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판단된다. 또한 대학지원사업의 경우, 단일 목적 위주의 재정지원으로 대학의 총괄적 인재육성·취업미스매치 모순 해결에 미흡한 점이 있었고, 부처간 사업영역 때문에 정책 프로그램의 효율적 연계 노력이 미진하였으며 지역산업의 공간적 구조와 인재육성 규모를 고려한 지속적인 재정지원 설계가 필요하나 일률적 균등분배 방식으로 운영하다보니 산학협력이 뿌리내리지 못한 점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부 재정지원 사업을 대행하는 중간조직들이 총괄적 기획·관리·평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사업이 개별 프로그램별로 만들어지고 관리되는 것은 물론 프로그램별로 사업수행자의 개별 실적을 취합하여 통합 보고하는 단순한 형태의 관리 형태를 취함으로써 산학협력이 지역 단위, 대학 단위에서 총괄적으로 통합되어 시스템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노력이 미흡했다. 즉, 많은 사람들이 산학협력의 범위를 너무 좁게 생각해왔고, 다양한 산학협력 활동을 시스템으로 연계하여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산학협력에 대한 논란들이 거듭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산학협력을 어떻게 시스템화하고 활성화할 수 있을까? 우선 산학협력이 필요한 것인지에 대해 산학연관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실제 산학연협력은 지식기반 산업사회에서 기업의 경쟁력과 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즉, 짧은 시간 동안에 새로운 상품, 비즈니스 모델 창출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부의 지식만이 아니라 외부 기술의 접목이 필요하며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적 요소를 비즈니스 요소로 전환시키는 개방형 혁신체제의 구축이 요구된다. 최근 해외시장 성공 전략의 키워드는 통섭(統攝, Consilience)과 인서셔닝(Insertioning)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통섭'이란 서로 다른 성질의 것을 통합해 기존 것과는 다르게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일컫는 말이고, Insert(인서트)와 Positioning(포지셔닝)의 합성어인 '인서셔닝'은 그 나라엔 아직 없지만 다른 나라에서 성공이 입증된 새로운 요소를 포함시켜 그 나라 시장에 새롭게 자리매김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대사회에서 산학연관이 더 이상 떨어져 활동하는 것은 경쟁력이 없고, 또 이공계와 인문사회계의 학문적 통합도 필요한 시대라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국가혁신전략으로서 산학관의 연계체제라는 “삼중나선(triple helix)”모델에 관심을 갖고 있다. 즉, 혁신적인 기술과 지식도 산학관 사이의 삼중나선구조가 형성될 때 새로운 지식기반경제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산학관의 협력과 네트워크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바탕으로 지금까지의 문제점과 글로벌 동향을 고려하여 몇 가지 산학협력 정책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앞으로의 산학협력은 형식지 위주의 산학협력 관계에서 암묵지 중심의 산학협력, 산학협력 사각지대를 개선하는 '산학협력 네트워크 다양화 및 확산전략'으로 정부 정책이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산학협력을 위해서 대학은 기업을 알고, 기업은 관련 전문가와 상시 네트워크가 가능한 관계를 구조화할 필요가 있으며, 산학 간 공간구조화를 통해 상호 협력 네트워크를 친밀화 할 수도 있다. 각종 정부 재정지원사업 평가지표에서도 네트워크 지향을 필수화하여 다양한 산학협력 네트워크의 중복화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산학협력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의 산학협력 확대를 위하여 대형사업 위주의 산학협력과 대비하여 초소형 산학협력 초청지원 사업을 규모의 경제로 확산하여 산학협력 도플러 효과를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둘째, '시장중심 산학협력 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 애플아이폰, 안드로이드폰 등에 기반을 둔 응용 S/W 시장모델과 같이 산학협력 분야에서 혁신주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C&D 시장구조와 인센티브 작동 메커니즘을 설계하고, 산학협력 관계에서 민간부담 비중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지속적으로 마련되고 개선될 필요가 있다.

셋째, 최소한의 '산학협력 네트워크 지속을 위하여 투자형 재정지원사업'이 요구된다. 일정 기간 후에는 정부재정지원 없이도 산학연협력을 지속할 수 있는 투자 개념의 지원 사업이 도입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산학협력 네트워크의 기본체제, 핵심 산학협력사업 유지에 필요한 재정확보를 투자수익으로 얻을 수 있도록 인프라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사학진흥재단과 연계하여 과학기술단지를 선투자 하되 원금은 대학이, 이자는 정부가 보전하는 이자보전 지원정책을 도입함으로써 추후 단지를 통하여 얻어지는 임대료가 최소한의 네트워크 활성화 비용으로 사용될 수 있는 사업구조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넷째, '상호 불신형 관계에서 공동책임형 인재육성 및 활용문화조성'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대학이 인재를 육성하여 기업에 공급하는 단선적 교육모델이 아니라 인재육성모델 전 과정을 산학이 공동으로 완성해가는 상호적 교육모델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최근 산업사회는 기술혁신 변화가 빠르고 다양하여 기존 교육모델로는 대처에 한계가 있다. 특히 대학에서는 빠른 기술변화에 실험실습 장비를 투자하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기업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정확히 제시하고,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하며 기업의 생산시설과 연구 활동을 대학 교육과 연계하여 대학이 글로벌 지식기반 산업사회에 부합되는 특성화방향을 지향하고, 산학협력에 대한 근본적 체질 개선을 통해 올바른 인재를 육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산학이 지속성장하는 상생방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산학연관 협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살고 있고, 생활문화 수준의 산학연 간 네트워크 공진화(共進化)로 기술혁신 역동성을 제고하는 것이 결국 우리의 생존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다.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인재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전략만이 미래에 대한 대안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산학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데 한국연구재단의 스마트한 활약을 기대해 본다.
※ 이 글은 한국연구재단의 의견 및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