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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클라우드2010.03.15 20:41

한국 `갈라파고스식 규제` 탓에 모바일 지각생 됐다
통신업계 `갑` 위치 안주…스마트폰 도입 2년 늦어져
SWㆍ솔루션으로 무게중심 이동 벤처 생태계 육성을

◆모바일 코리아 (1)◆

전 세계 휴대폰 시장을 뒤흔든 애플 아이폰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007년 1월. 미국 맥월드 기조연설에서 스티븐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아이폰을 손에 들고 나타나 "전화기를 재창조했다"고 선언했다. 잡스 CEO의 선전포고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NBC 등 미국 언론매체를 연일 도배했다.

휴대폰 지형을 바꾼 아이폰이 공개된 지 3년이 지났지만 한국 통신업계는 기나긴 겨울잠에 빠져든 것처럼 스마트폰 `쓰나미`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아이폰의 글로벌 누적 판매가 4000만대를 돌파했지만 한국에 아이폰이 도입된 지 이제 100여 일(40만대 판매) 지났을 뿐이다.

물론 삼성전자LG전자가 지난해 세계 휴대폰 시장 2위와 3위 자리를 굳건히 했지만 세계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모바일 공룡`이라며 두려워하는 곳은 불행하게도 애플과 구글이다.

IT 전문가들은 한국이 `모바일 지각생`으로 전락한 이유로 이동통신사들의 폐쇄성을 꼽는다. 내수시장에서 통신망에 대한 과점적 지배를 통해 알토란 같은 수익을 챙기는데 안주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음성 매출의 잠식을 초래할 수 있는 스마트폰 판매보다는 디스플레이, 메모리 용량, 카메라 기능 등 하드웨어 사양에 치우친 일반폰 판매에 치중했다.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역성장(-7.9%)하는 가운데도 스마트폰 시장은 15%나 커질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판매시장에서 스마트폰 비중은 3%에도 못 미쳤다. 김지현 다음 모바일커뮤니케이션SU 본부장은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 확산이 1~2년 빨랐더라면 모바일 콘텐츠 개발이나 모바일 서비스 시장이 더욱 일찍 활성화됐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한국의 스마트폰 붐은 아이폰 국내 출시를 계기로 촉발됐을 뿐 그 전까지는 프리미엄폰 등 일반 휴대폰 각축전 양상이었다. 국내 이통사들은 데이터 요금 인하에도 소극적이었다. 데이터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폰 사용자가 무선인터넷에 접속하면 1MB당 3000원에 달하는 요금을 내야 한다. 6MB짜리 모바일 게임 하나 내려받는데 데이터 이용료와 접속료를 감안하면 2만원이 넘게 든다.

IT업계 한 인사는 "와이파이(Wi-Fi)와 와이브로 기반을 갖추고도 활용을 등한시했던 이통사들이 작년 4분기부터 경쟁적으로 무선인터넷 개방과 데이터 요금 인하에 나서고 있지만 글로벌 경쟁 대열에서 이미 뒤처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야 SK텔레콤은 와이파이망 개방에 나섰고, KT는 휴대전화 한 대로 여러 개의 데이터 단말기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테더링` 서비스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업체들은 아이폰 대항 카드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쏟아낼 태세지만 아이폰과의 2년여 간극을 좁히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게임 사전심의, 인터넷 실명제, 모바일 결제 제약 등 세계 속 고립화를 자초하는 모바일 폐쇄정책에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남미 대륙에서 멀리 떨어진 갈라파고스 섬의 수많은 생물이 멸종하거나 본래 종과는 다르게 진화한 것처럼 한국이 세계 시장과 동떨어진 모바일 생태계를 형성하는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통신업체의 하드웨어 마인드도 `모바일 코리아` 행보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삼성전자가 올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0`에서 선보인 첫 바다폰 `웨이브`는 슈퍼 아몰레드라는 디스플레이 혁신은 눈에 띄었으나 OS나 콘텐츠 면에서 눈에 띄는 경쟁우위가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한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휴대폰 화면이나 컬러링 등 휴대폰 꾸미기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는 갖췄을지 몰라도 애플 앱스토어와 같은 핵심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구축은 한발 늦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위주의 통신 생태계도 모바일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들이 강력한 힘으로 시장 경쟁을 벌이는 동안 중견 소프트웨어나 중소 모바일 서비스 업체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었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이통사와 단말 제조사 등 `갑의 몰락`이다.

안승권 LG전자 사장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솔루션으로 소비자의 가치가 넘어가고 있다"며 "향후 성패는 단말기, 플랫폼, 콘텐츠, 서비스가 효율적으로 묶인 모바일 에코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특정 대기업이 에코 시스템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누가 협업을 잘 하느냐가 경쟁력의 열쇠로 급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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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