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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IT 플랫폼 없는 설움, 구글·애플 끼워팔기로 IT 생태계 교란

매경이코노미 | 입력 2011.08.30 10:41

"정부가 나서서 삼성, LG와 함께 국가대표 운영체제(OS) 만들자는 것도 이해합니다. 얼마나 위기감을 느끼면 저러겠습니까. 우리가 운영체제를 만들자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OS 업체들이 공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공정한 경쟁환경을 만드는지 먼저 철저히 감시를 해야죠. 이미 구글, 애플 등의 플랫폼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그 지배력이 콘텐츠, 서비스로 전이되는 심각성을 인지해야 합니다." (이병선 다음 기업커뮤니케이션본부장) "우리는 안드로이드라는 플랫폼을 공짜로 제공하는데 중립성까지 요구하는 것은 좀 과하지 않나요?" (정재훈 구글코리아 정책담당 변호사) "그렇게 (공정경쟁을 요구)할 거면 자신들이 직접 OS를 만들어야죠." (박정훈 애플코리아 홍보담당 부장) 플랫폼 중립성(잠깐용어 참조)에 대해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구글, 애플, 다음커뮤니케이션 관계자의 발언이다. 이 발언들 중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와 박정훈 애플코리아 부장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이라며 본사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이들 업체의 공식 입장은 무엇일까.

구글코리아는 "안드로이드는 무료로 공개되는 완전 개방형 플랫폼이다. 이통사와 제조사들은 자사의 안드로이드 기기에 탑재하는 앱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플랫폼 업체로서 중립성을 지키고 있단 의미다. 반면 애플코리아는 플랫폼 중립성보다 소비자 효용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애플 측은 "우리는 폐쇄형 플랫폼이다. 무엇보다도 소비자에게 좋은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이 최고의 목표"라고 밝혔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그 후폭풍이 '플랫폼 중립성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플랫폼 중립성이란 안드로이드, iOS 등 OS를 만든 구글과 애플 등의 업체들이 스마트기기를 제조하는 하드웨어 업체나 앱을 제작하는 서비스 업체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이영주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대학원 교수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과거 통신망 사업자가 주도권을 가졌던 게임의 룰이 바뀌고 있다. 과거 통신망 사업자가 콘텐츠 업체를 차별해선 안 된다는 망 중립성(잠깐용어 참조) 논란이 생겼던 것처럼, 최근에는 플랫폼 업체들의 중립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밝혔다.

즉 국내 제조사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구글이 모토로라에 특혜를 주거나, 안드로이드폰에 검색 위젯(잠깐용어 참조), 구글 지도, G메일 등이 기본 탑재된 것도 플랫폼 중립성과 관련된 문제다.

특히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플랫폼 업체는 직접 하드웨어를 제조하거나 콘텐츠를 서비스하기 때문에 여타 하드웨어, 콘텐츠 업체들은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고 있다. 구글은 각국 검색업체와 직접적인 경쟁관계고 모토로라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상대다. 만일 플랫폼 업체가 하드웨어, 콘텐츠 업체에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들 업체의 경쟁환경은 척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MS가 윈도에 웹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메신저인 MSN 등을 끼워팔기 해서 법적 소송이 생겼던 것과 유사한 문제다. 다만 지금의 구글, 애플 등은 과거 MS가 보유했던 시장지배력이나 값싸게 혹은 무료로 운영체제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음·NHN, 공정위에 구글 제소

국내에서 플랫폼 중립성 문제가 제기된 구체적인 사건은 NHN, 다음이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구글을 제소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음과 NHN은 "국내 스마트폰 OS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구글이 자사의 검색엔진만은 기본 탑재하도록 함으로써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검색업체들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했다. 특히 경쟁업체를 배제하기 위해 하드웨어 업체에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 이는 공정거래법 3조의 시장지배적 지위의 남용과 23조의 불공정거래행위에 속한다"고 밝혔다.

특히 NHN과 다음은 구글이 자사 검색 위젯을 기본 탑재하도록 하드웨어 업체와 통신사에 직접적인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압력을 넣는 수단은 주로 호환성검증과정(CTS·Compatibility Test Suite)이다.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기 위해선 구글이 실시하는 CTS를 거쳐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안드로이드 마켓 접속, 알림(푸시) 기능 등 구글의 기본 서비스가 탑재된다. NHN과 다음은 "구글이 자사 검색 위젯을 탑재하지 않으면 CTS를 고의적으로 지연시키면서 하드웨어 업체에 압력을 가한다. LG가 유일하게 네이버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려고 했던 옵티머스Q 역시 CTS가 이유 없이 상당 기간 지연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NHN 측은 "요즘은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앱을 구매하면 지불할 금액이 통신요금에 합산되도록 구글이 통신사와 요금합산 청구계약을 맺고 있다. 문제는 이 계약을 추진할 때 경쟁사 서비스를 기본 탑재하지 않는 조항을 계약조건에 둔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글은 NHN과 다음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반박한다. 요지는 "CTS 역시 필수사항이 아니고, 고의로 CTS를 지연시킨 적이 없으며 기본적으로 하드웨어 업체에 구글의 검색엔진 기본 탑재를 강요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구글의 입장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구글은 "우리는 돈 받고 파는 OS에 서비스를 끼워 판 것이 아니라 무료로 OS를 공급하고, 안드로이드 기기에 기본 탑재하는 서비스들은 하드웨어 업체가 직접 결정하며, 비록 구글의 서비스들이 기본 탑재가 돼도 소비자들이 손쉽게 설정을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의 이 같은 주장에도 다음, NHN 측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유창하 다음커뮤니케이션 법무본부장(변호사)은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공급하지만 주된 수익모델은 광고다. 플랫폼에서의 영향력을 활용해 광고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돈을 벌기 위한 끼워팔기'라는 본질은 그대로다"라고 밝혔다. 또한 다음 측은 구글이 하드웨어 업체에 압박을 가한 구체적인 정황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유창하 본부장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 담당자들이 '구글 압박이 심해 구글검색을 기본 탑재할 수밖에 없다'고 답한 이메일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쉽게 설정을 바꿀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NHN 측은 "기본 탑재된 구글과 달리 네이버 검색 위젯을 설치하려면 8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네이버 검색 위젯을 설치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용자들이 많다"고 반박했다.

다음과 NHN이 공정위에 제소한 기업은 구글에 한정된다. 이는 구글이 운영체제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한국의 공정거래법은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의 사업자를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는 올해 2월 기준 국내 점유율이 66.6%를 기록했고 현재는 7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OS가 판매하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구글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지에 대한 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반면 애플에 대해서는 NHN, 다음 등이 공정위에 제소하지 않았다. 이는 애플의 iOS가 국내 OS시장에서 50% 미만의 점유율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창하 본부장은 "애플은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아니고 폐쇄적으로 플랫폼을 운영하지만, 구글검색을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특히 설정에서도 구글, 야후, 빙 등 국외 업체의 검색엔진만을 서비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검색업체들이 구글, 애플에 요구하는 것은 "기본 검색엔진을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라"로 요약된다. 특히 공정위에 제소를 해도 결론이 나오기까지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시장에서는 경쟁이 끝난 상황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병선 본부장은 "넷스케이프가 MS에 소송에서 이겼을지는 모르지만 경쟁에서는 완전 패했다. 공정한 경쟁을 하기 위해선 구글, 애플이 빠른 시일 내에 기본 탑재를 하지 않거나 기본 탑재하는 검색엔진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며 "구글은 웹에서 검색점유율이 2% 남짓인 데 반해 모바일에서의 검색점유율은 15%가 넘는다. 이는 상당수 기본 탑재된 검색엔진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밝혔다.

소비자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지난해 5월 만 12~59세 스마트폰 이용자 157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사용자의 62.9%가 "스마트폰 기본검색창에 다양한 검색엔진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응답했고, 그중 43.2%는 "PC에서 주로 사용하던 검색엔진을 이용할 수 없어 불편하다"고 답했다. 반면 소비자가 직접 검색엔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라는 주장에 대해 구글과 애플은 특별히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메일·지도·메신저·동영상도 끼워팔기 논란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논란은 검색 이외에 이메일, 지도, 메신저, 동영상 등 다른 온라인 서비스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미 국외에서는 미국 위치정보 기술업체인 스카이훅와이어리스가 지난해 9월 구글에 소송을 제기하며 법적인 논란이 가열됐다. 스카이훅은 당초 모토로라와 계약을 맺고 위치측정 서비스를 스마트폰에 탑재하려 했으나 구글이 호환성검증과정(CTS)을 구실로 이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구글은 현재 소송에서 맞서고 있으며 아직 법원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국내 업체들도 검색 이외 분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재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에 기본으로 탑재하는 서비스는 검색, 이메일, 지도, 동영상, 메신저 등. 유창하 본부장은 "이런 서비스들은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려 소비자들이 직접 선택하고 구매하게 할 수 있는데도 굳이 기본 탑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유리한 경쟁환경을 구축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리는 앱도 상당수 있다. 구글은 사진관리 앱인 피카사(picasa), 구글번역, 구글독스(문서편집) 등의 서비스를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판매하고 있고, 애플 역시 아이웍스, 아이무비, 키노트 등의 앱을 앱스토어에서 판매한다. 국내 포털업체들은 "이들 서비스는 앱 마켓에서 판매하면서 왜 지도, 메신저 등은 기본 탑재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고, 반대로 플랫폼 업체들은 "이메일, 지도, 메신저 등의 서비스는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기능을 담당하는 서비스"라는 주장이다.

특히 구글, 애플은 OS를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 때문에 경쟁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애플은 iOS4로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하면서 화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을 추가했고, iOS5에는 메신저 서비스 아이메시지를 기본 탑재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구글 역시 구글뮤직, 구글북스 등의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새 안드로이드 버전에 기본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원칙 마련해야

플랫폼 업체들의 시장지배력이 더욱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이 기회에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손금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으로 다른 서비스 시장에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다. 하지만 운영체제가 무료이기 때문에 법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다른 변호사는 "온라인 시장에서 뒤늦게 대처하면 이미 경쟁이 끝나기 때문에 법률 개정이나 사회적 합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각국의 자국 검색업체들과 연계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다. 현재 자국 검색업체가 구글, 야후 등에 맞서 경쟁우위를 보이는 나라는 한국, 중국 등이 대표적. 이병선 다음 본부장은 "중국 역시 스마트폰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바이두 등의 업체가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이 연방통신위원회 주도로 망 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마련했던 것처럼 정부 주도로 플랫폼 중립성에 대한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지난한 논쟁 끝에 지난해 12월 망 중립성 규정을 통과시켰다. 또한 지난해 4월에는 대표적인 통신·인터넷 업체인 버라이즌(Verizon)과 구글이 자체적으로 망 중립성 원칙에 합의했다. 구글은 이때까지 강력한 망 중립성 옹호자였다.

잠깐용어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네트워크 사업자, 즉 통신업체들이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통신업체가 망에 무리를 준다는 이유로 카카오톡을 차단하면 망 중립성에 어긋난 것이다.

잠깐용어

플랫폼 중립성(Platform Neutrality)

스마트폰에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애플, 구글, MS, 삼성전자 등의 업체가 하드웨어, 콘텐츠 사업자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구글이 모토로라에 특혜를 주거나, MS가 노키아에만 최적화된 운영체제를 공급하면 플랫폼 중립성에 어긋난다. 이는 콘텐츠 업체에도 마찬가지인데 구글이 네이버, 다음 등의 검색엔진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플랫폼 중립성에 어긋난다.

잠깐용어

위젯(Widget)

시계, 검색, 달력, 메모장 등 특정 기능을 단순화해 PC나 모바일 화면상에서 간편히 쓸 수 있는 메뉴다.

[윤형중 기자 hjy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622호(11.09.07일자) 기사입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