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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 영화 산업의 불편한 진실

  •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 입력 : 2012.04.20 21:33

    김영걸 KAIST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지난 1월 영화 '댄싱퀸'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이래 '부러진 화살' '범죄와의 전쟁', 그리고 최근의 '건축학개론'에 이르기까지 한국 영화가 줄곧 가장 많은 관객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엔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이 무려 75%까지 올라갔다. 마치 한국 영화의 '새로운 르네상스'가 도래한 것 같다. 정말 그럴까?

    KAIST 정보미디어연구센터의 '글로벌 엔터테인먼트산업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영화 산업은 세계시장의 1.8%(11위)에 지나지 않아, 9.1%로 당당히 세계 4위에 올라있는 게임 산업, 7위인 음악 산업의 경쟁력에 못 미치고 있다. 세계 톱20 엔터테인먼트 기업 순위에서도 게임 산업과 음악 산업이 각각 3개사를 진입시킨 데 비해 영화 산업은 단 한 기업도 입성시키지 못했다. 한국 영화는 국내시장 점유율은 어느 나라보다 높은 편인데도 세계적 경쟁력은 없는 것이다.

    한국 영화 산업의 구조적 취약점은 전체 시장의 수익 구성에 있다. 극장 매출(20%)의 두 배를 해외와 부가 판권(DVD, VOD, 케이블) 시장에서 각각 올리고 있는 미국에 비해, 한국은 부가 판권 시장이 극장 매출의 10분의 1, 수출은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러니 극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영화는 패자부활전 기회가 전무하다. 2011년 국내에서 제작한 150편 중 흑자를 낸 영화는 16편뿐이니 타율이 겨우 1할 정도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세계 최고의 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덕분에 영화 관객 데이터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쌓이는데도 이에 대한 분석은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영화 제작사는 분석하고 싶어도 데이터가 없고, 데이터를 쌓아놓고 있는 멀티플렉스는 콜라·팝콘 판매나 광고 수입 늘리는 데만 관심이 있지 상영이 끝난 영화 분석에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해당 영화 데이터를 제작사와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이러니 영화의 성공이나 실패 원인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다음 영화 제작 현장으로 달려가게 되고, 우리 영화 산업의 타율은 계속 1할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한국 영화 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내시장 타율을 3할대로 올려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부가 판권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무료 음악 공유 사이트 등장 이후 거의 모든 음악을 불법 다운로드로 듣던 미국 소비자들이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 개설 후 대부분 유료 사용자로 바뀐 것과 같이 우리도 영화의 유료 다운로드·스트리밍 서비스를 정착시켜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검찰의 기소나 영화인들의 읍소만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아이튠스의 성공 방식처럼 소비자가 수용 가능한 적절한 가격과 양질의 최신 콘텐츠, 사용자 중심의 편리성 등을 제공한다면 우리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아이폰 사용자의 3분의 2가 유료 앱을 구매하였고, 2008년 2000원에 온라인 개봉한 '추격자'가 유료 다운로드 30만명을 기록한 사례가 이런 확신을 뒷받침해 준다. 국민소득이 우리의 두 배인 미국과 같은 가격인 4000원으로 유료 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를 하면서 "우리나라에는 부가 판권 시장이 없다"고 한탄하는 영화 유통사들은 과거 극장 상영 종료 서너 달 뒤 미국보다 비싼 가격으로 DVD를 출시해 부가 판권 시장을 스스로 죽여버렸던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아야 한다.

    chosun.com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