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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특별기고]한글날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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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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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필재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올해부터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이 되었다. 필자가 아는 한 문자를 기념하는 기념일은 한글날이 유일하니 이 점에서도 그럴 법하다고 생각된다. ‘한글날’보다는 ‘공휴일’이 더 중요한 사람도 많겠지만 ‘한글’은 우리 민족의 자랑이며 이를 기념하는 ‘한글날’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한글이나 한글날을 자랑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이 많다. 공휴일이 되어 시간도 생겼으니 한글과 한글날이 왜 자랑스러운지 모두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외국 유학생인 ‘도라’와 울산대학교 학생 ‘지원’의 가상 이야기를 꾸며 보았다.

지원: 도라씨,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알아요?

도라: 한글날이잖아요. 사실 한국어를 배우기 전에는 한국은 한자나 히라가나를 쓰는 줄 알았는데 고유의 문자가 있고 그 문자를 기념하는 날까지 있다고 해서 아주 놀랐어요.

지원: 한글은 한국 민족을 대표하는 문화 유산이니까요.

도라: 그런데 남한과 달리 북한은 1월에 한글날이 있더군요.

지원: 네, 남한에서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이라는 이 새로운 문자의 해설서가 간행된 날을 한글날의 기준으로 삼았어요. 반면에 북한은 세종이 ‘훈민정음’이라는 문자를 창제한 날을 한글날로 정했기 때문이에요. 세종이 문자를 만들고 그 이름을 ‘훈민정음’이라고 지은 후 3년 뒤에 <훈민정음>이라는 책을 만든 것은 알고 있지요?

도라: 그런데 저는 미국 대학에서 세종이 한글을 1444년에 만들었다고 배웠는데요. 북한에서도 1444년이라고 하고요. 그런데 한국 사람들은 1443년으로 알고 있더라고요.

지원: 그건 해석의 차이예요. 세종이 ‘훈민정음’을 만들었다는 기록은 세종실록 권 102의 세종 25년 12월조에 나와 있거든요. 이것을 보면 ‘훈민정음’을 12월에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물론 이 때의 12월은 음력이지요. 그런데 당시의 12월을 양력으로 환산해 보면 12월11일이 양력 1월1일에 해당되거든요. 그러니까 10일까지는 1443년이고 11일부터는 1444년인 셈이지요. 확률적으로는 1444년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 해라도 당기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죠? 결국 어느 쪽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에요.

도라: 그런데 ‘언문(諺文)’이라는 건 또 뭐죠?

지원: 그건 ‘훈민정음’의 다른 이름이에요. 세종이 만든 문자를 조선시대에는 대체로 ‘언문’이라고 부르다가 현대에 와서야 ‘한글’이라고 부르게 되었어요.

도라: ‘언문(諺文)’이라면 ‘상스러운 말’이라는 뜻이잖아요? 중국 문자는 ‘한문(漢文)’이라고 부르면서. 정말 조선 시대 사람들은 사대주의가 심했군요.

지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요. 이웃 일본도 ‘가나[假名]’라는 고유의 문자를 가지고 있잖아요. 물론 한국처럼 계획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가나[假名]’란 문자 그대로 ‘거짓된 말’이라는 뜻이에요. 이에 대해서 한문은 ‘마나[眞名]’라고 불렀어요. 말 그대로 ‘참된 말’이라는 뜻이죠. 조선보다 더 심한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공교롭게도 당시에는 한문을 사용하는 국가들이 문화적으로는 앞서 나가고 있었어요. 서양에서는 라틴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이 문화적 발전을 이룬 것과 비슷하지요. 말이 좀 길어졌지만 문화의 중심지를 높이 평가하고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의 주변부인 자신들을 낮게 평가하는 것은 중세의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어요.

도라: 그런 면도 있군요. 그런데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한글에 대한 한국인의 자부심은 조금 지나친 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민족주의의 영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원: 왜 그렇게 생각해요?

도라: 한글이란 문자의 한 종류에 불과한 것 아닌가요? 로마자나 한자나 키릴 문자처럼.

지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문자를 새롭게 만들어서 이것을 잘 발전시킨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베트남 같은 경우도 ‘추놈’이라는 고유의 문자를 만들어 봤지만 결국 실패하고 지금은 로마자 알파벳을 쓰잖아요?

도라: 그렇군요. 사실 저는 미국에 있을 때 Geoffrey Sampson이라는 사람이 쓴 <Writing Systems>(문자 체계)라는 책을 읽어 봤는데 한글은 장(章)도 따로 하고 자세히 설명하면서 대단한 문자라고 설명해 놓았더라고요. 그걸 보고 좀 반감이 생겼었어요. 우리 로마자가 더 훌륭한데 하면서요. 그런데 오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다 근거가 있는 말이었네요.

유필재 울산대학교 국어국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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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