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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100만 문화강병 육성론

예진수/논설위원

언젠가 한류를 질시하는 한 중국 대학생으로부터 “한류가 아시아인들의 외모와 패션은 바꿔놓았지만 마음은 못바꿨다”는 얘기를 들은 일이 있다. 실제로 중국 상류층들은 중국 병원보다 2∼3배 더 비싼 돈을 지불하면서 ‘한국식 미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한류 드라마 덕분에 한국산 화장품과 의류가 중국과 동남아에서 날개 돋친듯 팔리면서 아시아 젊은 층의 외모와 패션을 바꾸고 있다. 이제는 그들의 외모뿐 아니라 정신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한류의 인문학적 콘텐츠가 구축돼야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시아의 시대가 왔다. 중산층이 부흥하는 아시아는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시장이며, 유대와 협력을 절실히 요구하는 거대공간이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장기 저성장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제는 아시아 시장을 재탐색하면서 국가 차원의 입체적인 아시아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문제는 한국경제를 이끌어온 수출 중심의 제조업만으로는 청년들의 일자리를 책임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중산층이 엷어지고, 다시 내수가 위축되는 악순환의 고리에 갇힌 형국이다. 눈을 돌릴 곳은 문화산업 분야다. 문화산업과 서비스업 ‘쌍두마차’가 둔화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한국은행(2012년)에 따르면 문화산업의 고용유발계수는 10억 원당 12.0명으로, 자동차 산업 7.2명, 반도체 4.9명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내년 3월이면 방송서비스 시장의 빗장이 완전히 풀린다. 타임워너, 뉴스 코퍼레이션, 21세기폭스 등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들은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로서 한국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찰리우드’(중국과 할리우드의 합성어)를 향한 중국 문화기업들의 진군도 이미 시작됐다. 중국의 다롄 완다그룹은 최근 세계 2위의 극장 체인인 미국의 AMC를 인수하면서 세계 1위의 극장체인으로 발돋움했다. 중국 내 영화 제작, 투자, 배급, 상영까지 완전한 수직계열화 체계를 갖추고 맹렬한 글로벌화를 추진 중이다. 다롄 완다그룹의 움직임은 극장 및 부동산업으로 벌어들인 돈을 영화 및 콘텐츠 제작에 투자해 중국 문화 콘텐츠의 질을 높인 뒤, 상영 파워를 바탕으로 전세계에 유통하려는 야심이다. 할리우드를 제친 찰리우드의 세계 장악이 중국의 궁극적 목표다. 한국이 국내의 문화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키우지 못할 경우 중국의 문화산업 시스템에 빨려 들어가 후방 기지화될 우려가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나고, 글로벌 성장 잠재력이 높으며 시장 규모가 큰 문화산업 영역에서 국가대표급 ‘대형 종합미디어 기업’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해외 공룡 미디어그룹에 맞서는 힘은 인재 파워에서 나온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청년들을 중심으로 ‘문화산업 100만 대군’을 양성해야 한다. 100만 청년실업자군을 100만 ‘문화산업 강병(强兵)’으로 바꿔놓으려면 문화 관련 기업들에 씌워진 ‘규제의 족쇄’를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기업들이 ‘깜냥껏’활약하는 건강한 문화생태계를 키우는 것이 급선무다. 우물쭈물하다 우리 문화산업을 키울 ‘골든 타임’을 놓쳐버릴까 두렵다.

jinye@munhwa.com

 

문화일보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