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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드라마 회식 장면 '중국 술' 마시는 까닭은

[궁금한 화요일] PPL시장도 한류
중국 기업들 중국 젊은 층 겨냥
한국 드라마 통해 제품 홍보
중앙일보 | 양성희 | 입력 2014.09.30 01:43 | 수정 2014.09.30 06:14

"탄산수가 소화가 잘돼잖아. 난 소화가 안 돼서. …시원하다."('괜찮아 사랑이야', W사 정수기에서 탄산수를 받아 마시며 성동일)

 "빨래가 잘 마르고 있어요. 다행이에요."('왔다 장보리', S사 제습기를 켜며 오연서)

 "든든한 걸로 사 오지. …음, 괜찮네."('연애의 발견', 아침 대신 먹으라며 건네 S음료를 마신 정유미)

 "감자를 좋은 걸 쓰는 것 같애.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해서 내려오는 집이래." "어쩐지 족보도 있고 장인의식이 있는 집은 맛이 틀려요."('유나의 거리', J감자탕집에서 김옥빈)

 "이건 이깟 샴푸가 아니다. 3대째 내려오는 장인의 손길이다."('운명처럼 널 사랑해', D샴푸를 들고서 장혁)

 

 이뿐 아니다. 조인성·공효진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거의 매회 탄산수를 마신다. 조인성은 방에 들어올 때마다 제습기를 켠다. 성동일은 "곰팡이 냄새 안 나고 쾌적하다"고 추임새를 넣는다. 공효진은 자신이 광고모델인 S음료를 계속 마신다. 모두 PPL이 만든 장면들이다.

 PPL(Product Placement)이란 극 중 상표를 노출하는 간접광고다. 드라마가 끝난 뒤 제작 지원, 제작 협찬 등으로 소개되는 것들을 다 포괄해 부른다. 음성적인 '협찬'이 2010년 공식화돼 날로 증가 추세다. 2010년 지상파 3사 합쳐 44억원이던 간접광고 매출은 2013년 상반기에만 27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특히 본방 사수 대신 VOD 시청이 늘면서 프로그램 앞뒤에 붙는 광고보다 프로그램 안으로 들어오는 PPL이 더 주목받고 있다. 중국 한류의 영향으로 중국 업체들이 우리 드라마에 PPL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PPL 단가는 노출 수준, 횟수, 시청률 등에 따라 달라진다. 상표만 보여 주면 1단계, 출연자의 직업이나 의상으로 등장하면 2단계, 관련 에피소드가 나오면 3단계다. 가령 피자집 PPL이라면 1단계는 상호 노출, 2단계는 극 중 인물이 피자집 직원, 3단계는 신메뉴 개발 같은 에피소드가 3~4개 들어가는 것이다. 또 1단계 단순 노출, 2단계 기능 시연으로 나뉘는 경우도 있다. 그냥 휴대전화를 쓰면 1단계(회당 1000만~1500만원), 휴대전화의 상세 기능을 보여 주면 2단계(회당 2000만~2500만원)다. 이때 기능을 대사로 설명하면 심의에 걸린다. 한 알 먹을 때마다 1500만원짜리 C영양제 PPL도 있다.

 PPL 단가는 미니시리즈·주말극·일일극 순으로 비싸다. 미니시리즈에서 3단계 메인 PPL은 5억원, 일일극의 3단계 메인 PPL은 3억원 선이다. 직업군에 포함되면 회당 2500만~4000만원 정도다. 드라마당 10~30개 PPL이 들어가고, 전체 제작비의 10~20%를 PPL로 충당한다. 최근 한 드라마는 50억원 PPL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제작사가 진행하는 공식 PPL 외에 배우 개인에게 들어오는 비공식 PPL까지 치면 규모는 더 크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의 협찬 의상은 한 번 입을 때 5000만~6000만원을 호가했다.

 자사 광고모델이 출연한 드라마에 PPL을 몰아주는 경향도 두드러진다. 광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괜찮아 사랑이야'에 PPL을 한 W사·P사는 조인성이, S사는 공효진이 모델이다.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해당 CF가 방송된다. 특히 S음료 광고는 극 중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드라마에서처럼 의사 가운을 입은 공효진이 병원과 집을 배경으로 "가끔은 그래도 괜찮아"라고 말한다. 드라마와 광고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이다.

 '별그대' 이후 중국 한류도 PPL 시장에 변화를 가져왔다. 중국 업체들이 우리 드라마에 PPL을 시작한 것이다.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보는 중국의 젊은 소비자들을 노렸다. 박하선이 중국 타오바오사의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식당 예약을 하는 '쓰리 데이즈', 중국 리오 칵테일이 소품으로 나온 '닥터 이방인' 등이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쥐메이사의 배송상자를 보여 주며 3분여 업체를 호평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거꾸로 중국 진출을 노리는 국내 업체들의 PPL도 있다. '괜찮아 사랑이야'에 주요 배경으로 등장한 커피전문점 C사는 내년 중국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국내 PPL 시장의 큰손들은 휴대전화 등 전자제품, 음료·커피 등 프랜차이즈, 자동차, 아웃도어나 의류 등이다. 평균 단가 1억5000만원 정도인 휴대전화 PPL은 PPL 기본 아이템에 해당한다. CJ E&M은 기업 간 친소관계를 반영하듯 주로 S사가 아닌 L사 휴대전화를 쓴다. 애플이 PPL을 안 하기 때문에 극 중 아이폰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극 중 휴대전화는 떨어뜨려도 되지만 고장난 장면이 나가는 건 금물이다.

 어느덧 드라마 제작의 필수요소로 자리 잡았지만 과도한 PPL은 시청 흐름을 깬다는 지적이 많다. 드라마 평론가 공희정씨는 "PPL이라고 인지하는 순간 몰입이 확 깨진다. 가급적 자연스럽게 극에 녹아드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제작 프로듀서는 "때론 작가와 광고주 간에 PPL 수위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며 "타협점을 못 찾을 때는 현장에서 작가 몰래 대본을 고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양성희 기자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