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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2009.12.30 08:08

반신반인 길가메시, 현대에 되살아나다 교육, 학문, 문화 휩쓴 ‘융합’의 바람 2009년 12월 30일(수)

사이언스타임즈는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올해 10대 이슈'를 선정해 게재한다. 2009년에 일어난 과학계의 큰 흐름을 조명하여, 2010년에 시작될 21세기 새로운 10년을 가늠하기 위함이다. 그 여덟 번째 순서로 거세게 불고 있는'융합'의 바람을 정리해본다 [편집자 註]

클릭! 10대 과학뉴스 기원전 2천년 경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서사시 ‘길가메시’의 주인공은 반신반인(半神半人)이다. 키가 3m에 이르고 엄청난 힘을 지닌 길가메시는 하늘아래 당할자가 없었다고 한다.

▲ 교육, 학문, 문화 등 많은 영역에서 융합의 바람이 거세다 
주인공이 있으면 라이벌도 있는 법. 횡포를 일삼는 길가메시를 보다 못한 신들은 백성들의 탄원을 받아들여 라이벌 엔키두를 만든다. 그 역시 올곧이 사람은 아니라서 반은 인간, 반은 짐승인 반인반수(半人半獸)라고 전해진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희랍신화에도 이러한 ‘반인’들이 등장한다.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로스 케이론은 영웅 헤라클레스의 스승이었으며, 역시 황소와 인간사이에서 태어난 미노타우로스는 미노스에서 당할 자가 없었다고 한다.

이밖에도 스핑크스 등 각 종족의 신화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반인이다. 사람과 신, 사람과 금수, 심지어 사람과 사람간의 융합인 것이다. 신화라는 것이 각 문화의 전통과 이야기, 사회 규범의 총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인류는 본능적으로 융합의 시너지를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학문, 교육, 전시 등 다양한 영역 아울러

▲ 길가메시 
‘신’과 ‘거인’들의 자리를 컴퓨터와 매스컴이 대체한 지금에도 인류의 융합에 대한 열망은 그대로인 듯 하다. 지식이 전문화·세분화되면서 벌어지는 듯 보였던 각 학문 간 거리가, 다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세분화된 전공들은 결국 타 학문과 만나 생화학, 분자생물학, 금융공학, 뇌인지공학 등 새로운 경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지고고학, 인지종교학, 행동경제학, 신경경제학, 신경공학 등 신융합학문의 영역은 계속 확대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더욱 과감해질 전망이다. 이것은 단순히 학문간 교류에 융합이 머무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최근 줄기세포 논란서 알 수 있듯이, 과학의 최신 연구 성과는 윤리학과 철학을 필요로 하며, 이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정치적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상 현실의 시작은 비록 컴퓨터 공학이었지만, 이제는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등이 모두 얽힌 영역으로 탈바꿈했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융합의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고 있다.

최근 서남표 총장의 파격적 개혁으로 주목받고 있는 KAIST에는 문화기술대학원이 생겼다. 소셜 컴퓨팅(웹에서 일어나는 많은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컴퓨터과학적 접근), 기술기반 미학, 디지털커뮤니케이션 등의 융합학문들을 과학기술의 산실인 KAIST에서 본격적으로 다룬다는 것에 그 의미가 크다. 문화기술대학원 원광연 원장은 “과학과 기술이 문화로 자리잡을 때 과학과 과학 사이의 통섭이 이루어지고, 오늘날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는 과학과 인문학 간의 융합 또한 가능하다”고 밝혔다.

▲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지적 활동을 주로 하는 과학도들에게 뮤지컬은 총체적인 두뇌활동을 장려하는 좋은 교육의 도구가 될 수 있다. 

21세기 들어 주목받고 있는 창의성 교육에도 융합 바람이 불고 있다. 작곡, 영화 만들기, 뮤지컬, 글쓰기 등의 다양한 교육이 결국 한 가지만 가르치는 것 보다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화 만들기를 통해 공학적 방법론과 협업 노하우를 배울 수 있고, 뮤지컬의 노래와 춤을 통해 총체적인 두뇌 발달을 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과학영재학교는 2010학년도부터 인문사회예술 교과목 학점 배당을 늘리는 등 많은 교육현장에서 융합교육을 늘리고 있다. 진병희 교감은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융합교육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다.

융합에 대한 정부의 지원도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30일 2009년도 인문사회-과학기술 학제간 융합연구사업에 총 19억원을 지원하다고 밝히는 등 등 융합 분위기 조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에서도 이런 융합추세를 반영해 인문사회·과학기술의 공동연구지원 사업을 신설하고, 융합연구의 기반 조성을 위한 소규모 연구팀, 연구센터, 문진(問津) 포럼등을 지원한다. 또한 농촌진흥청과 한국기계연구원, 한림대 의료원이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이뤄지고 있다.

이밖에도 사비나 미술관의 2050 Future Scope, 한국과학창의재단의 ‘화각과 인문·예술의 만남’ 등 다양한 프로젝트와 전시, 행사가 이어졌다.

융합문화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융합문화 불지피기에 가장 활발하게 나서고 있는 것이 지난 해 새롭게 탈바꿈한 한국과학창의재단이다. 특히 융합문화사업의 경우 융합창작공연, 과학스토리텔링, 과학시각화의 3대 분야를 나눠 지원을 했다. 융합창작공연은 과학과 공연예술의 융합, 과학스토리텔링은 과학과 이야기의 접목, 과학시각화는 과학과 미술, 시각디자인을 융합하는 것을 말한다.

▲ 아날로그 형식의 공연예술과 실시간 인터렉션 기반 디지털 아트를 융합한 인터미디어 퍼포먼스 ‘j-th Time’ 

올해 진행된 많은 융합사업들이 과학창의재단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과학연극 산소, 빛의 전쟁, 미디어아트 Rythmic gesture, 인터미디어 퍼포먼스 j-th Time, 교실로 찾아간 이야기꾼의 과학공연 등의 융합창작공연등이 진행됐으며, 과학이 숨쉬는 명화실험실, 미술에 나타난 인체이미지를 차용한 교육용 해부일러스트의 개발 등의 과학시각화 작업도 활발히 이뤄졌다.

또한 과학도를 위한 과학글쓰기 이론 및 실습, 과학스토리텔링 개발을 위한 교육사업 등이 융합문화를 이끌었다. 창의재단은 지원사업에 참가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인 융합카페를 14회 개최해 각 분야의 교류를 시도하기도 했다.

▲ 고대 그리스 철학자와 수학자들은 라이어(lyre)라는 수금(竪琴)을 연주하면서 얻은 영감으로 수학 이론을 개발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와 수학자들은 라이어(lyre)라는 수금을 연주하며 얻은 영감으로 수학 이론을 개발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져 인문,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사이의 두터운 장벽이 처져있는 우리나라에서, 융합의 바람이 분다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바람의 기세를 살리고, 방향을 잘 잡아주는 일이다. 세계적 흐름을 무시했다가 뼈저린 아픔을 겪은 근대사가 보여주듯이, 21세기의 거대한 흐름인 융합의 바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 이기 때문이다.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융합문화 지원사업을 비롯한 앞으로의 융합문화 활성화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청한 기자 | chkim@kofac.or.kr

저작권자 2009.12.30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TAG 융합
칼럼, 인터뷰2009.12.25 03:41

게임진흥, '뚝심'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정말 필요한 진흥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 게임산업 종사자들은 "진흥안해줘도 좋으니 불필요한 규제만 안하면 좋겠다"는 답을 하는 경우가 잦다.

어떤 산업이든 규제가 없을 수 없고, 어떠한 규제든 규율대상이 되는 이들은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혜택을 입은 것은 기억 못하고 불편했던 것만 떠올리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이 마냥 근거없는 '지청구'가 아닐 수도 있다.

정부의 산업육성책은 어떠한 방향으로 진행돼 왔으며 어떠한 문제점을 안고 있을까.

◆초기 직접지원 모델 일부 부작용 부각

온라인게임의 태동기인 2000년대 초반, 정부의 산업육성은 직접지원 위주로 이뤄졌다. 문화부와 구 게임산업개발원은 게임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한 뒤 운용해 '뮤'와 같은 히트작에 투자를 단행, 수익을 남기기도 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게임을 검토, 우수 게임에 한해 개발비를 많게는 1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사전제작지원 제도를 운영했고 이달의 우수게임, 우수 시나리오 공모전 등을 통해 진흥책을 펴왔다.



구 게임산업개발원이 제공한 테크노마트 사무동의 인큐베이팅은 벤처 게임사들의 요람과 같은 역할을 했다. 임대사무실을 활용한 한게임과 드래곤플라이 등이 버젓한 메이저게임사로 자리잡았다. 정통부는 지금도 게임산업 내에서 최상의 지원정책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서비스 플랫폼 지원을 단행했다. 문화, 정통 양 부서 공히 국산 게임엔진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러한 직접 지원모델은 부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전제작지원 제도 운영을 통해 국고지원을 받았으나 정작 제대로 출시된 게임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문화, 정통 양부서의 대표적인 직접 지원정책의 수혜를 받아 출시되어 '논란의 여지가 없는' 성공을 거둔 게임은 조이맥스의 '실크로드 온라인' 외엔 전무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직접 지원은 '눈먼 돈 잔치'라는 평을 얻기도 했다. 실제, 사전제작지원을 받은 게임이 상용화 돼 수익이 생길 경우 이의 일부를 국고에 상환하게 돼 있으나 상당수 게임사들이 이를 상환치 않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실무진들이 이를 추심하는 절차를 진행하며 애를 먹기도 했다.

◆불가피했던 간접지원 모델 전환

2005년을 기점으로 국고를 활용한 직접 지원은 축소돼 왔다. 2007년 들어 인큐베이팅 시스템은 물론 사전제작지원 제도도 폐지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서태건 본부장은 "세계무역기구가 표준으로 제시하는 공정무역에 어긋나는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진흥정책의 핵심은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가 원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가치평가 시스템을 확립하고 돈줄을 이어가는 쪽으로 맞춰져 갔다.

문화부가 지난 2003년에 발표한 중장기 계획상의 중점 추진과제였던 '게임산업창작인프라 구축'은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준비된 것들이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을 구축, 게임 콘텐츠 수준을 평가해 정부가 돈을 대는 대신 창투사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척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버전이 바뀌어도 유사한 중장기 게임진흥정책

정부가 5개년 단위 중장기 진흥정책을 공들여 수립, 발표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얻는 경우가 많다.

'세계 3대 게임강국'이라는 목표도, 중점 추진과제도 유사하다. 2003년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던 게임심의민간이관 추진은 2008년에 발표한 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 구축 등도 5년여의 시간이 지나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새로운 계획안에 포함돼 있다.

2003년 중장기 계획에 포함돼 있던 '남북게임산업 교류' 등 실현가능성이 없다시피한 계획만 신버전에 빠져 있을 뿐 상당부분이 중첩된다. 새롭게 추가된 메뉴는 기능성 게임과 글로벌 허브센터 설립 정도다.

◆여의치 않은 간접지원 제도···진흥정책 추진 위한 '뚝심' 필요

문화부가 게임전문펀드, CT투자조합 활성화를 통한 자금 유치를 공표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어느 게임산업 종사자는 "모태펀드, 모태펀드 하는데 실제로 투자받은 곳 있으면 좀 나와보라고 하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008년 이후 조성된 관련한 펀드는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과 문화산업펀드, 컴퍼니케어파트너스게임전문조합 등 3종이다. 이 중 실제로 게임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 것은 케이넷문화콘텐츠전문투자조합을 통해 블루홀스튜디오가 '테라'의 제작비용으로 투자받은 90여억원이 전부인 상황이다.

과거 게임산업진흥원에서 진흥정책을 수행했던 한 관계자는 "모태펀드가 리스크 회피를 위해 내세우는 조건들이 게임사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려울만큼 엄격한 점이 있다"며 "게임사들 사이에서 이러한 펀드가 사실상 또 하나의 사금융으로 평가받는 풍조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투자조합 측은 원금손실을 절대 보지 않으려는 리스크 회피를 '당연히' 요구하는 반면 흥행여부는 물론 게임 제작 기간도 사전에 명확히 구상하기 힘든 게임업의 속성상 이를 감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조합에 출자되는 금액 중 국고의 비중이 더욱 높아져야 그나마 기업들이 이를 투자받기 위한 조건이 우호적이 될텐데 그 또한 간단치는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간접지원 제도의 핵심은 역시 게임사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외부의 돈줄 유입이다. 그런데 외부의 돈줄 유입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시스템 구축도 여의치 않다.

게임품질평가시스템은 2003년부터 그 개발이 진행돼 6년이 지난 지금도 완성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게임사가 제작하는 게임과 게임사의 재무 건전성 및 역량 등을 평가해 인증을 하는 것이다. 현재 가치평가 모형개발 시스템을 갖추고 내부사업 시스템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이 가동되어도 이를 창투사 등이 투자를 위한 참고지표로 활용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뚝심'있는 진흥정책, 새로운 패러다임 창출 필요

게임업계 종사자들 중 일부는 "게임이 문화부가 아닌 산자부나 정통부를 통해 규율 및 지원을 받았다면 훨씬 더 상황이 좋아졌을 것"이라는 평을 하기도 한다. 집행력과 추진력, 예산배정 규모 등에서 그 '체급'이 달랐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의 문화부 진흥정책이 이전과 같은 수준일 것으로 단정할 순 없다. 실제로 바다이야기 파문이 어느 정도 가신 지금, 정부의 게임산업 육성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문화부가 게임산업 진흥 및 글로벌 허브센터 운영, 게임물등급위 지원 등에 활용할 예산은 총 400억원 규모다. 문화부의 예산규모를 감안하면 만족스럽진 못해도 적다고 할 수준도 아니다.

우선 게임가치 평가시스템 구축과 완성형 보증보험 활성화, 민간자율 이양 등 단골 정체 과제 등이 더 이상 미뤄져 '퇴적'되지 않도록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크를 회피하기 어려운 게임산업의 속성과 리스크 회피가 '생명'인 투자자본의 부조화를 감안한 새로운 진흥모델 발굴도 시급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미국 주 정부 단위로 사실상 게임업에 대한 직접투자를 진행하는 것을 우리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며 "우리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직접 지원을 시행, 개발 생태환경을 다시 한번 밑바닥에서 재검검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직접지원제도를 운영해보며 여러 장단점이 파악된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모델의 도입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09.12.11 22:46

[사설] 아이폰 10만명 돌파가 주는 교훈

기사입력 2009-12-11
  
아이폰 가입자가 출시 열흘 만에 1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휴대폰을 통틀어 판매 사상 경이로운 기록이다. 출시 당시만 해도 일부 이통사와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15만대 안팎에서 멈출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으나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예약 판매기간 동안 6만6000여명이 가입했으며, 하루 평균 8000∼1만명이 꾸준히 가입했다. 이전에 출시한 다른 스마트폰이 1, 2년간에 걸쳐 2만∼3만대 판매에 불과한 것과 천양지차다. 아이폰은 단 열흘 만에 5배 가까이 판매됐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세계 휴대폰 시장을 주름잡는 우리 기업들도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풍에 가까운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아예 스마트폰 전략을 다시 수정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인터넷에서는 아이폰 논쟁이 한창이다. 그래도 우리 휴대폰을 애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논쟁부터 좋은 기능을 누릴 권리가 있지 않느냐는 내용까지 인터넷 공간이 후끈 달아올랐다. 아이폰 옹호론과 반대론이 거세게 맞붙고 있는 형국이다. 심지어 아이폰을 사면 ‘매국노’고 국산폰을 사면 ‘애국자’라는 논쟁 아닌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 제조사와 이통사도 소비자 시각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폰으로 촉발되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강한 IT인프라가 구축돼 무선인터넷에 대한 욕구가 강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도 이통사와 제조사는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 기능만 강조했다. 폐쇄적인 무선인터넷 전략을 펴왔다. 현재의 상황에 만족해 소극적으로 대처한 데 따른 결과다.

중요한 것은 휴대폰 제조업체와 이통서비스사의 자세다. 기존 마인드에 갇힌 폐쇄성과 기득권의 틀에 안주해온 우리 기업이 안이함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기업도 살고 부국도 이룰 수 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TAG 아이폰
칼럼, 인터뷰2009.09.14 01:30

[정종오의 엔트로피]"당신의 PC방은 안녕하십니까"
욕망의 배출구→인터넷 문화공간으로 바꾸어야
정종오기자 ikokid@inews24.com
눈 깜짝할 사이, 최첨단 기술은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여주고 있다. 발전하는 속도만큼 네티즌들의 반응도 빠르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발전속도에 맞는 여유가 줄어들고 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기회와 대화가 단절되고 있다.

최첨단화 되면서 에너지가 넘쳐난다. 그만큼 무질서,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인터넷과 사이버 공간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현상을 짚어보는 '정종오의 엔트로피'를 연재한다. 매주 함께 고민해 봤으면 하는 주제를 중심으로 접근한다.[편집자주]


경기도 광주의 한 PC방.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2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어른 키 정도의 유리 칸막이를 두고 맞은편에는 같은 교복을 입은 2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야! 빨리 공격해!"

"아! 졸라! 늦었잖아!"

"이번엔 너야! 빙신아! 빨랑빨랑 들어와!"

그들의 말은 PC방 구석구석까지 전달될 만큼 컸다. 쉴 새 없었다. 한 게임에 접속해 편을 짜고 내기 시합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그들 4명은 약 2시간동안 목이 아플 정도로 소리 지르며 게임을 한 뒤 일어났다.



한편 그 시간, 흡연구역에 앉은 성인 A씨는 연거푸 담배연기를 품어내며 "짜식들! 목소리 엄청나네. 조용 조용히 하지"라는 푸념을 쏟아내며 주식 사이트에 접속해 주식 현황을 살펴본다. 중간 중간 포털에 접속해 뉴스도 챙겨본다.

마우스 곁에 놓여 있는 재떨이에는 하얀 담배꽁초가 수북히 쌓여 있다. A씨 곁으로 다른 성인 남자들도 담배를 손에 놓지 않는다. 흡연구역은 어느새 도시의 스모그처럼 하얀 먹구름이 돼 천장을 뒤덮는다.

◆"당신의 PC방은 안녕하십니까“

찾아온 학생들과 성인들에게 PC방에 대한 생각을 물어 봤다.

"칙칙하다. 어둡다. 몇 시간 있다 나오면 눈과 머리가 아프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맞벌이 부부라서…아이들은 학교 갔다 오면 갈 곳이 없는데…PC방에라도 가 있는 것이 낫지요."

"어른들은 끊임없이 담배 피우고…얘들은 게임만 하는 곳, PC방이죠."

한국의 인터넷 하면 떠오르는 PC방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칙칙하고…음산하고…갈 곳이 못되는 환경'이라는 곳으로 공통분모를 찾고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 PC방 현황은 어떻게 돼 있을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의 통계자료를 인용해 본다.

2008년 현재 전국 PC방은 2만935군데가 있다. 서울 4천, 경기 4천100, 부산 1천500여 개 등이다. 협동조합 16개 지부의 현황을 파악한 자료이다.

PC방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

먼저 PC방의 직접 종사자(PC방 업주, 아르바이트 생 등)를 계산해 봤다. 6만~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PC방 당 평균 종사자를 3~5명 정도로 봤을 때 산출된 통계이다.

PC방과 연관된 인력도 만만찮다. PC방 관련 소프트웨어 제조·유통업체, 관련 언론단체, 정산관리프로그램업체, 게임업체, 인테리어설치업체 등 수많은 사람들이 PC방과 관련돼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적으로 PC방을 이용하는 하루 고객은 어느정도?

PC방 당 하루 평균 200~300여명으로 추산하고 전국 PC방을 2만 여개로만 봤을 때 약 400만~600만 명이 PC방을 이용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욕망의 배출구→인터넷 문화공간으로

전국 PC방 2만9천여 곳! 종사자  6만~10만! 하루 이용고객 전국적으로 400만~600만!

결코 적지 않은 PC방 규모를 보여준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려보면 규모와는 달리 PC방은 욕망을 배출하고 칙칙한 '어두운 그림자'로만 인식되고 있다.

최고의 인프라를 제대로 이용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PC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게임콘텐츠산업과가 주무부서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산업체육과에서 담당자를 두고 있다.

그동안 PC방의 인터넷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전혀 없었을까. 있었다. 고등·중학교 생들이 방과후 특별활동을 PC방에 유치하기도 했고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학교과제 프로젝트를 PC방을 통해 하기도 했다. 또 e러닝 좌석을 따로 만들어 화상영어, 과제물 검색 등의 기능도 수행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일시적, 이벤트성 행사로 지금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정부차원의 인터넷문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정책이 없고 PC방 업주들도 개인적 사명감에서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할 뿐, 구체적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다.

PC방은 자유업에서 등록제, 등록제에서 자유업…수차례 반복됐다. 현재는 등록제이다. PC방에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고 또 금연, 소방, 소프트웨어 등 수많은 논란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PC방 협동조합 최승제 조합장은 "그동안 개인적으로 노인이나 중장년층을 위한 컴퓨터 교실, 학생들 특별활동 유치 등을 해 왔지만 정책적 지원도 없고 구체적인 매뉴얼도 없는 상황에서 이벤트성에 그쳤다"며 "PC방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은 인터넷문화 공간이 아닌 '노는 곳'으로 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조합장은 그 흔한 모범업소 지정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공익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건전한 PC방에 대해 일정정도의 자격을 갖추면 모범업소로 지정하고 이에 따른 혜택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의 PC방, 이렇게 바뀌면 어떻습니까"

한국인터넷PC방협동조합 최승재 조합장과 문화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정승경 담당자(주사)에게 인터넷 문화공간으로써 PC방의 변화에 대해 물어봤다.

-PC방 업주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은 있는지. 어떻게 해야 될 것인지.

"(최승재, 이하 최)과거에 지방자치단체, 콘텐츠진흥원의 관련 교육이 있었다. 그러나 실효성은 없었다. PC방 인프라를 통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PC방 업주들에게 교육은 인터넷관련 법령에서 처벌 조항이 어떻게 돼 있는지 정도였다. 그저그런 교육에 그저 그렇게 얼굴 비치는 정도의 형식적 교육에 불과했다.

앞으로 전문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이를 이수한 PC방 업주들에게는 일정정도의 자격증을 부여해 지원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정승경, 이하 정)현재 PC방 업주에 대한 교육은 지방자치단체에서 하고 있다. 위탁 교육을 하든, 자체적으로 하든 그것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알아서 할 일이다."

-PC방은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청소년전문상담가를 배치하면 이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최) 청소년들이 많이 출입하는 만큼 청소년전문 상담가를 배치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좋은 제안이다. 그러나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부분이다.

2만 여개 PC방에 배치할 수 없겠지만 각 지부별(현재 PC방조합은 16개 지부로 구성)로 상담가를 고정배치해 순회 방문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도적으로 체계가 갖춰진다면 조합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할 것이다."

"(정)PC방이 건전해 져야 한다는 것에는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청소년 상담가를 두는 것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PC방의 공익 프로그램에 대한 밑그림이 있는지 궁금하다. 무료 컴퓨터 교실, 저소득층 자녀들의 e러닝 교육 지원 등이 있을 수 있을 텐테.

"(최)조합차원에서 하는 것은 없다. 각 개별 PC방별로 개인적 사명감에 이벤트성으로 하는 경우는 있다. 이 또한 문화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어떻게 정기적으로 공익 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정)문화부 차원에서 결정된 것은 없지만 검토하고 있다."

-공익 프로그램 실천과 건전한 PC방에 대해 일정 자격을 갖추면 모범업소로 선정, 지원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데.

"(최)PC방의 이미지 변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넷 문화공간으로 발전해야 한다. 이런 좋은 인프라를 '노는 곳'으로만 인식해서는 안 된다. PC방은 인프라이자 콘텐츠플랫폼이다. 물론 게임중독의 온상이라는 비판도 있다. 질적인 수준을 높이는 환경조성에 모두 머리를 맞대고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다. 모범업소 지정 또한 이런 차원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정)지방자치단체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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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9월 13일 오후 16:00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TAG PC방
칼럼, 인터뷰2009.06.28 11:39
[칼럼]IPTV, 월드가든 2.0
김국현 IT평론가 http://goodhyun.com
2009.06.16 / AM 09:39
 
[지디넷코리아]IPTV가 공회전하고 있다. 기름은 부어지고 엔진의 시동은 걸렸지만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미래를 향해 내달리는 대신 정원에서 연기만 내고 있다. 몰아주기식 정책적 비호를 입고도 아직 성장 엔진이 되지 못한 채, IPTV는 월드가든에 머물고 있다.

 

울타리 쳐진 정원이란 뜻의 월드가든(walled garden). 컨텐츠, 서비스, 기술 등 여러 가지 형태의 울타리에 의해 보호되어 외부와 교류 없이 독립되었거나 고립된 '네트워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대표적인 것은 특히 한국 핸드폰의 무선인터넷처럼 얼추 '인터넷'이라는 이름은 달고 있지만 밖으로부터의 유입도, 안으로부터의 유출도 쉽지 않은 폐쇄망들이다.

 

「C-P-N-T」(Contents, Platform, Network, Terminal)를 밸류 체인으로 묶는 것을 자신의 전략이라 자랑하는 이 폐쇄망의 주인들에게, 인터넷이란 이 중요한 가치들을 묶어 가둬 놓기 위한 일종의 사슬 하나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폐쇄적 사슬이 시장 선점과 차별화를 통해 쟁취한 것이 아니라, 국가 정책에 의해 용인되고 때로는 심지어 보호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씁쓸하다.

 

낙점 받은 업체가 도입기에서 겪기 쉬운 문제들도 국가가 함께 예산으로 고민해 준다. 다른 업태라면 번들이니 끼워팔기가 될 사안이, 융합되어 있지도 않으면서 융합상품으로 오히려 활성화되기도 한다. IPTV는 바야흐로 이러한 정책 주도 월드 가든의 최신 모델. 상품 마다 서로 다른 체험과 내용을 제공하는 개별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일이 또 다시 자연스럽고 비판 없이 이루어지고 또 진흥되고 있음에 무선 인터넷의 데자뷰를 느끼고 만다. 본디 하나인 네트워크, 인터넷. 이 자유의 세계에 다시 땅따먹기 하듯 벽을 에두르려 하고 있다.

 

그러나 무선인터넷을 이 하나의 네트워크 인터넷으로부터 숨길 수 없듯, IPTV도 그 하나의 네트워크 인터넷으로부터 가릴 수 없다. 이는 불가역의 행진이다. 인류가 지닌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 중, 해가 갈수록 더 저렴해지고 더 강력해지는 것은 현재 하나뿐, 그것은 물리적 매체로서의 전파나 케이블이 아닌 논리적 세계로서의 인터넷이다.

 

여러 아무개씨의 법칙에 의해 점점 강력해지는 인터넷이 모든 채널을 흡수할 수 밖에 없는 이유고, 그렇기에 인터넷 기술을 쓰면서 인터넷으로부터 자신을 감추는 일이란 결국은 무모한 일이다. IPTV를 하나의 분과 업종으로 봐서는 곤란한 이유다. 현재의 아날로그 전파 활용은 현재의 쌍방향 IP에 비해 비경제적이기에, 공중파도 케이블TV도 모든 TV의 미래란 결국은 인터넷과 만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미래를 정책이 벽에 가두려 하고 있다. 월드가든은 기존 사업자, 특히 물리망을 소유한 통신사업자가 이 행진에 맞닥뜨려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일 뿐, 행여 이 것이 국가 정책으로 수행돼서는 아니 된다. 그 경위는 이해가 가기도 한다. 월드 가든은 정서적으로 설득이 쉽다.

 

국가 산업 육성이라던가 공익성, 국민 정서 보호와 같은 부족감정에 합치되기 때문에 위정자들을 설득하기 쉽고, 이 것이 깨어진다면 큰 일이라도 날 듯 호들갑 떨기도 좋다. 게다가 그 것이 방송이라는 구래의 선전 도구와 융합되는 접점은 더욱 더 그러하다. 그 덕에 미래의 방송 기술에도 독자적 정원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비용이 오늘도 투하되고 있다.

 

월드 가든의 장점은 다양하게 고안된 보호장벽에 의해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다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고, 또 거꾸로 외부 환경이 이 보호 장벽 안의 특이성에 의해 거북해지지 않게 배려될 수도 있다는 쌍방향 방화벽 기능에 있다. 마치 온실처럼 독자적 군락을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인데, 보호와 육성의 산업 정책과 잘 들어 맞는다.

 

웹과 인터넷이라는 통제 불능의 무법지대로부터 안전하게 분리되어 수익 회수의 메커니즘을 마련할 수 있다 홍보하며 그 안으로 기술과 컨텐츠와 서비스를 유인한다. 이 유인 과정에는 대부분 정부 정책이 개입되고 또 한 줌의 특정 기업들에게만 사업권이 부여된다. 월드가든은 잘 꾸며 오픈한 유원지처럼 달콤하지만 시민 생활 공간으로써 그 기능의 한계란 명확하다.

 

프로그래밍에서 이야기되는 샌드박스(sand box)가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용 모래통을 의미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비슷한 작명 센스와 동기를 지닌다. 그러나 샌드박스가 이과적으로 논리적 기능을 지닌 개념이라면, 월드가든은 문과적으로 자의적 함의를 지닌다.

 

사실 문과적이라 하면 단지 경제, 경영적 측면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철학의 문제도 다룰 수 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누구를 위해 벽을 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단답형은 아니기 때문이다. 샌드박스처럼 논리적 필연성이란 애초에 증명 불가능하다.

 

상식적으로 '보호장벽'이나 온실의 은유는 미숙한 것들의 성장을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인 것이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닫힌 세계의 밀폐된 따뜻함을 만끽하다 보면 한없이 나태해지고 연약해 질 수 밖에 없고, 급기야 야생성을 상실, 외벽 없이는 생존할 수 없어진다.

 

더 본질적 문제는 벽 안의 삶들에 대한 연민보다는 사회적 자원이 이 온실과 벽을 유지하기 위해 균형 잡히지 않은 형태로 배분된다는 점에 있다. 키워야 할 미래도 아닌 현재의 기회마저 온실에 온존시켜 외부와의 소통과 외래종의 참여를 거부한다. 미래를 위한 한시적인 진흥이나 육성이 아닌, 현존 자원의 제한적 분배 및 규제 정책의 결과가 바로 월드 가든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월드가든은 왜 존재하는가? 사업자의 탓? 사실 묘사로서는 맞을지 모르지만 본질에 대한 통찰은 될 수 없다. 자본주의의 본성이 계속적 이윤이 추구될 수 있는 불로소득의 메커니즘을 갈망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기업의 탓을 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는다.

 

잉여를 지속적으로 확보될 수 있는 불균형한 경사로가 형성될 수 있다면, 이를 거부할 수 있는 이유와 명분은 적어도 주주자본주의에서는 찾을 수 없다. 경쟁에 의해 가치 생산의 불균형을 만들어 내는 일이 바로 자본주의가 지닌 혁신의 원천임을 고려하면 그렇다.

 

여기서 문제는 바로 이 '경쟁에 의해'라는 부분이다. 만약 승리의 원인이 외벽에 의한 것이고, 그 벽이 결국 하는 일이란 경쟁을 저해하는 일이라면 이는 어떤 '주의'와 신념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자연의 다양성에 대한 반항이라는 점에서 옳지 않다.

 

이를 거슬러 월드가든을 만든 이들은, 대중과 국민과 시장을 유아로 보고, 큰 어른인 자신들이 모든 것을 직접 재단하고 판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무모하게 유원지를 만들어 대는 이들이고, 그러한 유원지가 세계의 전부라 생각해버리고 급기야 생활의 터전으로 삼은 우리 자신들이다.

 

월드가든의 장벽들은 다양한 형태로 둘러쳐 있다. 기술적 차이는 의지만 있다면 '게이트웨이'로 소화될 수 있다. 그러나 그 장벽을 친 배후의 동기는 좀처럼 쉽게 변하기 힘들다. 그래도 되고 그렇게 하는 것이 국민에게 도움이 된다는 안이한 국가적 가부장 주의를 모두가 묵인한 결과다.

 

그렇게 불필요한 법과 시행령이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법의 이름으로 강요되며 이에 부합하는 사업자들만이 분리된 변종 인터넷을 양산하는 동안 웹이 지닌 다양성에 입각한 웹의 자유주의는 말라가고 있다. 우리가 그러는 사이 훌루가 유튜브가 미디어룸이 아이튠즈가 넷플릭스가 IPTV 너머 TV의 미래를 어떠한 정책의 도움 없이도 빚어 가고 있다. 우리도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방송사도 포털도 케이블TV사업자도 그리고 스타트업도 자신들이 플랫폼을 스스로 골라 미디어를 제공하려 애쓸 수 있을 때 이러한 혁신의 총아는 탄생할 것이다.

 

웹은 어느 누구에게도 소유되지 않았고, 또 통제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무엇을 의무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생적 질서를 찾아 가며 미래를 열어 가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시장의 뒤를 잇는 새로운 형태의 자유의 실험대인 것이다.

 

이 새로운 미래를 스스로 싸워 지켜내지 못하고 그 자리에 관(官)이 가져다 놓은 유원지만 덩그러니 놓아져 있지만 그 의미의 심각함을 우리는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열림에 대한 우리 스스로의 믿음을 잃어 버린 그 시점에, 늘 닫힌 공간은 생겨난다. 월드가든은 그 증거에 불과하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