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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15 한국어 배우고, 한식 즐기고, 한류에 감전된 유럽

한국어 배우고, 한식 즐기고, 한류에 감전된 유럽

일본만화 원작의 드라마 보면서 K팝에까지 관심 확산
좀 더 과학적 접근 통해 ‘성형 불사’ 등 비판 극복해야

경향신문 | 파리 | 글·사진 강수진 기자 | 입력 2011.06.14 21:24 | 수정 2011.06.15 00:05 |

"정말 짜증나. K팝 가수들이 파리에 있는데 나는 컴퓨터 앞에만 앉아있다니…."

'SM타운' 파리 공연 직후 프랑스어로 된 K팝 사이트(kpop.fr)에는 이 같은 글들이 넘쳐났다. 현장의 흥분과 감동을 전하는 사진과 영상도 많았다. 2010년 3월 정식 오픈한 이 사이트의 월 평균 방문자 수는 줄잡아 50만명. 올 초엔 웹라디오 'KPOP FM'도 개설해 SM, YG, JYP 등의 가수군을 구분해 요일별로 음악을 들려준다. 파리 시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한류 현상은 온라인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밀려드는 인원을 감당 못하고 있어요. 문화원에서 수용하기 어려워 인근 빅토르 뒤피 고등학교의 교실 하나를 빌려 쓰고 있죠. 조만간 교실을 더 빌릴 계획입니다."

지난 11일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이 열린 르 제니스 드 파리 공연장 근처에 몰려든 팬들이 K팝 팬임을 알리는 팻말과 자국 국기를 들어보이고 있다.

프랑스 한국문화원의 조용희 한국어 강사(52)는 "수강 신청 때면 새벽부터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룬다"면서 "근래들어 20대 수강생들이 부쩍 늘어났다"고 했다. 대부분 한국 대중문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다. 이곳 문화원의 최준호 원장은 "요즘 프랑스의 지방으로 출장 가면 '한국 가수들 콘서트를 좀 열게 도와달라'는 부탁이 쇄도한다"고 말했다.

파리의 한국식당이 3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도 한류의 영향이다. 파리 16구의 우정식당 주인 조성한씨(47)는 "이전에는 열 명 중 세 명이 프랑스인이었다면 최근엔 절반 가까이가 프랑스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파리뿐만이 아니다. 공연장에 유럽 각국에서 팬들이 몰려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영국 등지에서도 한국의 드라마와 음악을 찾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프랑스 한류팬들은 왜 한국의 대중문화에 열광하게 됐을까. 공연장 엔지니어로 일하는 미셸(65)의 경우엔 온라인이 매개체 역할을 했다.

"제가 한류에 빠져든 계기는 좀 특이합니다. 한국의 냉면에 관심이 있어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제시카와 박명수가 부른 '냉면'(MBC < 무한도전 > 가요제 편에서 소개된 곡)을 들었어요. 제시카가 소녀시대 멤버라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죠. 소녀시대의 노래와 춤도 좋지만 모두 천사처럼 예뻐요."

초등학교 교사 카롤린(35)은 "영화 < 올드보이 > 에 대한 다양한 기사와 블로그를 검색하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면서 "드라마를 통해 K팝의 매력에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만화가 프레데릭(30)은 일본 만화를 접하다가 이들 만화를 원작으로 한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K팝과 가수들에게까지 관심이 확산됐다.

한류팬 카롤린은 "노래와 춤, 외모, 연기까지 모든 걸 갖춘 가수는 흔치 않다"면서 "K팝 가수들은 상대적인 우수성을 갖고 있어 팬들을 매료시킨다"고 말했다.

한류 동호회인 코리아커넥션 막심 파케 회장은 "199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도 '2B3'라는 남성 3인조가 출격했는데 곧바로 사장됐다"면서 "K팝 그룹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실력이 낮은 팀"이라고 회상했다. 기획사 시스템을 통해 수년간 함께 생활하며 노래와 춤, 연기까지 체계적으로 배우는 것은 유럽에는 없는 한국적인 엔터테이너 양성 체제다.

보르도대 언론정보학과 홍석경 교수는 이를 한국적인 '믹스 미디어'로 분석했다. 그는 "유럽은 춤과 노래, 연기와 개그 등의 역할이 분명히 구분돼 있다"면서 "한국 가수들은 춤, 노래, 연기도 잘하고 심지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확실히 웃기거나 서슴없이 망가질 때도 많은데 이 같은 만능 엔터테이너의 모습은 유럽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더 새롭게 보이며 폭발력을 얻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유럽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 무한도전 > '1박2일' 등 예능 프로그램과 연예정보 프로그램까지 섭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유럽에서 사라진 보이그룹, 걸그룹에 대한 젊은층의 호기심도 꼽을 수 있다. 90년대까지 유럽에는 스파이스걸스 등 걸그룹이 인기를 얻으면서 소비층이 조성됐지만, 이후 10대를 상품화하는 사회적 풍조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10대가 주체가 된 문화상품은 쇠퇴했다. 경희대 영문과 이택광 교수는 "이 같은 틈새를 한국 아이돌 그룹이 비집고 들어간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유럽의 한류는 이제 막 시작일 뿐이다. 유럽 전역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는 한류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접근이 필요하다.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아이돌을 시작으로 한국 음악의 다양한 장르가 진출할 수 있도록 발판과 체계가 갖춰져야 한다"면서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기획사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파리 | 글·사진 강수진 기자 kanti@kyunghyang.com >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