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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C-TIPS2010.05.03 06:17

고조선 영토는 평양 아닌 발해만 인근” 중국신화에 고대한국 관련기록 남아 있어 2010년 05월 03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중국신화는 한 종족만의 신화가 아니다. 오랜 옛날 수많은 종족들이 활동했던 대륙의 다원적인 문화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이야기다.

중심 민족인 한족에 의해 보존되고 전승되었다 할지라도 그 속에는 주변 민족의 문화가 적지 않게 배어 있다. 그중에는 한국문화와 관련된 것들도 많이 있다. 특히 동이(東夷)계 문화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산해경(山海經)’에는 고대 한국과 관련된 기록들이 도처에 남아 있다.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는 1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고조선(古朝鮮)과 관련된 기록을 소개했다.

“동해(東海)의 안쪽, 북해(北海)의 모퉁이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있는데 하늘이 그 사람들을 길렀고 물가에 살며 남을 아끼고 사랑한다”는 내용인데, 여기서 ‘동해’는 지금의 서해를, ‘북해’는 발해(渤海)를 의미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 고조선에 대해 매우 우호적

▲ 신도비를 받치고 있는 거북에서 여신 여와가 거북이의 네 발을 잘라 하늘을 받치게 했다는 중국신화를 연상할 수 있다. 
이로 미루어 보았을 때 고조선의 영토는 지금의 평양 근처가 아니고 발해만 연안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또 ‘하늘이 그 사람들을 길렀다’라는 구절은 우리 민족의 천신(天神) 숭배 관념, 혹은 천손(天孫) 의식 등을 표현한 듯하고, ‘남을 아끼고 사랑한다’란 구절은 당시 중국인의 고조선인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양호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신화에는 우리말의 흔적도 남아 있다. 중국신화에서 유명한 바람의 신, ‘풍백(風伯)’은 이전에 ‘비렴(飛廉)’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다.

장익(蔣翼, ~264년)의 산대각주초서(山帶閣住楚辭)에 인용된 삼보황도(三輔黃圖)에 따르면 “비렴은 신령스러운 새로 능히 바람의 기운을 불러온다. 몸은 사슴과 같고 머리는 참새 같은데 뿔이 있고 뱀 꼬리에 무늬는 표범과 같다”고 적고 있다.

중국신화가 한국 시가문학에 수용된 것은 고려시대에 이르러서다. 무인정권 시대 오세재(吳世才), 이인로(李仁老) 등과 죽림고회(竹林高會)를 결성하고, 폭압적인 현실에 저항했던 임춘(林椿)의 ‘기몽(記夢)’이란 작품을 보면, 항아(姮娥) 신화, 서왕모(西王母) 신화 등의 내용들을 솜씨 있게 적용하고 있다.

조선시대 들어와서는 단학파(丹學派) 시인들의 선시(仙詩)와 16, 17세기 일기 시작한 당시풍(唐詩風) 및 유선시체(遊仙詩體)의 유행으로 중국신화의 수용이 매우 활발해진다. 허난설헌(許蘭雪軒)의 시가를 예로 들 수 있다.

옥꽃 위로 미풍이 불자 파랑새가 날고 서왕모의 기린 수레는 봉래섬으로 향하네. 목란깃발 꽃술 배자의 흰 봉황 수례를 몰거나 붉은 난간에 기대어 옥풀을 줍기도 하지. 푸른 무지개 치마 바람에 날릴 새 옥고리 패옥 소리는 댕그렁댕그렁 선녀들 쌍쌍이 옥거문고 타자 삼주수(三珠樹) 주위에 봄 구름이 향기롭네.

허난설헌은 중국신화를 소재로 초월적인 경지를 창작해냄으로써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초탈하려고 했다. 허난설헌 외에도 대다수 유선시에는 중국 신화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이는 서왕모 숭배가 절정에 달했던 당대(唐代) 시가의 영향 때문이다.

고소설에서도 중국신화 적극 수용

시가와는 달리 서사문학에서 중국신화 수용은 단군신화, 고구려 건국신화뿐만 아니라 무속신화로 거슬러 올라간다. ‘성조(成造)풀이’에서는 “여와씨 후(後)에 나서 오색(五色)돌 고이 갈아 이보천(以補天)하신 후에 여공제기(女工諸技) 가르치며 남녀의복(男女衣服) 마련하고”란 구절이 나온다.

고소설의 경우에는 중국신화의 수용이 훨씬 다채롭게 이루어진다. 작자미상의 ‘강태공전’과 ‘여와전’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강태공전’은 강태공(姜太公)이 도술로써 (포악한 주왕이 다스리는) 은나라를 징벌하고 주왕의 재상이 되기까지의 활약상을 그린 소설로 명대의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와 흡사하다.

▲ 경주 안압지에 있는 세 개의 섬은 중국신화에 나오는 세 개의 신령스러운 산들을 상징하고 있다. 
‘여와전’은 여신 여와(女媧)가 문창성(文昌星)을 시켜 현부열녀(賢婦烈女)들이 황제로 참칭하는 것을 징벌하고, 관음보살을 굴복시켜, 유교의 불교에 대한 우위를 입증시킨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여와가 소설의 발단이 된다는 점에서 중국신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민속에 있어 중국신화의 수용 사례는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졌다. 조선 후기 학자인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민속해설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를 보면 궁중이나 양반가에서 단옷날에 전쟁의 신, 치우(蚩尤)의 이름과 형상을 그린 부적을 붙여 질병을 물리칠 것을 기원했다고 한다.

귀신이나 요괴를 쫓는데 복숭아, 혹은 복숭아나무가 효험이 있다고 믿어졌는데 이는 세 가지의 관련된 중국신화가 있다. 그중의 하나는 영웅 예(羿)가 제자 봉몽(逢蒙)에게 복숭아나무 몽둥이로 맞아죽은 후 귀신의 우두머리로 부활했는데, 그 후에도 여전히 복숭아나무를 무서워했다는 이야기다.

섣달 그믐날 잠 안자는 풍속, 중국신화서 유래

또 다른 영향은 사명신앙과 관련된 것이다. 사람의 목숨을 관장하는 사명신이라고 부르는데, 죽음을 맡은 북두칠성을 비롯, 인간의 잘못을 천제에게 주기적으로 고하여 수명을 깎게 만드는 조왕신(竈王神), 신은 아니지만 조왕신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삼시충(三尸虫)이 있다.

이중 북두칠성에 대한 숭배는 중국신화와는 관련이 없이 한국 무속전통을 통해 독자적으로 발전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북두칠성의 존재라든지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칠성판(七星板)을 까는 습속은 북두칠성 숭배의 역력한 증거들이다.

조왕신, 삼시충에 대한 신앙은 인간 수명과 관련돼 있다. 사람들은 수명이 줄어들까봐 조왕신에게 제사를 드리기도 하고, 혹은 삼시충을 제거하는 약을 먹기도 했다.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 
그러나 가장 실천하기 쉬운 방법은 이들이 하늘에 올라가는 날 밤, 잠을 자지 않는 것이었다. 이들은 사람이 잠들 때에만 승천할 수 있기 때문. 우리나라에서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안자고 버티는 풍속은 중국신화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고 미술자료에서도 중국신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노량해전에서 장렬히 전사한 이순신 장군을 기린 남해 충렬사(忠烈祠) 현판에는 ‘보천욕일(補天浴日)’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중국신화를 모르면 이 글귀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보천욕일’이란 뚫어진 하늘을 기운 대모신(大母神) 여와와 매일 해를 목욕시켜 세상을 새롭게 비추게 하는 태양신 희화(羲和)의 신화에서 나온 성어다. 명나라 수군 제독 진린(陳璘)은 충무공을 두고 “천지를 주름잡는 재주와 나라를 바로 잡은 공적이 있다”고 극찬했는데, 진린은 이 말 속에서 ‘보천욕일’이란 글귀를 사용하고 있다.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신도비(神道碑) 역시 중국신화와 관련이 있다. 높은 벼슬을 지낸 사람의 무덤 앞에 세워진 이 비석은 거북이가 비신(碑身)을 등에 업고 있는 모습인데 이 모습에서 여와가 거북이의 네 발을 잘라 하늘을 받치게 했던 신화적 사건을 연상할 수 있다.

백제 무녕왕릉에서 발굴된 매지권(買地券)과 동경인 방격규구신수문경(方格規矩神獸紋鏡), 의자손수대경(宜子孫獸帶鏡) 등도 중국신화와 관련이 있다.

이중 매지권은 피장자가 지하세계의 신으로부터 묘지를 구입한다는 내용을 적은 글을 말하는데, 무녕왕릉 매지권에는 돈 1만 문(文)으로 토백(土伯)으로부터 묘지를 구입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토백은 중국의 남방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신을 말한다.

경주의 안압지에 중국 삼신산 신화 재현

주목할 것은 백제금동대향로(百濟金銅大香盧)와 경주의 안압지(雁鴨池)다. 1993년 부여의 백제 공방(工房0 터에서 발굴한 백제금동대향로는 삼신산 중의 하나인 봉래산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위에는 날개 돋친 우인(羽人), 곧 신선들과 상서로운 동물들이 새겨진 낙원의 정경을 보여주고 있다.

안압지에는 세 개의 섬이 조성되었는데, 그것들은 발해에 떠 있는 봉래, 방장, 영주 세 개의 신령스러운 산들을 상징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곤륜신화와 더불어 중국의 대표적 신화라고 할 수 있는 삼신산(三神山) 신화가 한반도에 일찍부터 전래됐음을 알 수 있다.

▲ 1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고대 한국의 미술자료 중 중국신화와 관련된 내용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것은 고구려 고분벽화라고 할 수 있다. 고분벽화에는 중국신화에 나오는 염제(炎帝) 신농씨가 3번 이상 출현한다. 견우직녀 신화도 다소 만화 같은 모습이 덕흥리(德興里) 고분에 그려져 있다.

중국신화에는 고대 한국문화의 일부 내용이 담겨져 있다. 한국 문화 역시 문학, 민속, 고미술 등 각 방면에 걸쳐 중국신화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중국이 문화적으로 떼려야 떼어낼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이다. 상당 부분 같은 내용을 공유하고 있는 문화적 관계를 말해주고 있다.

정재서 교수는 “따라서 근대 이후 성립된 배타적인 민족, 국경 등의 개념으로 양국의 문화를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며, 동아시아의 상상력 혹은 동아시아 문화라는 넓은 단위에서 사고하고, 호혜적인 관점에서 높은 문화 창달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5.03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서비스/C-TIPS2010.04.26 03:16

‘스토리텔링’ 활용한 중국의 신화 서유기, 홍루몽 등에서 모티프 차용해 2010년 04월 26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최근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고 있다. 디지털 스토리텔링, 브랜드 스토리텔링, 웹 뮤지엄 스토리텔링 등 분야별로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스토리텔링이란 한마디로 ‘이야기’를 말한다.

흥미 있는 이야기를 통해 브랜드나 상품, 광고, 게임 등을 전개해나가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 문화산업이 발전하면서 각 분야별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는 일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신화를 들여다보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는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재서 이화여대 중문학과 교수는 “대다수의 중국 소설이 신화적 모티프를 바탕으로 한 스토리텔링 작업을 통해 쓰여졌다”고 말했다.

기괴한 식인동물이 악한 괴물로 변모

동방삭(東方朔, 기원전 153~93)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신이경(神異經)을 예로 들 수 있다. 동방삭은 산둥(山東) 사람으로 한무제(漢武帝) 때 기행과 해학, 점술 등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후세에 세성(歲星)의 화신, 신선 등으로 전설화되기도 했다.

▲ 24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한마디로 신이경은 중국신화집 산해경(山海經)의 영감을 강하게 받은 환상적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신이경은 각지의 신과 이방인, 이상한 사물, 신비한 지역 등에 대해 묘사하고 있는데, 그 내용은 산해경의 구성과 서술 내용을 패러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산해경에서 궁기(窮寄)는 식인동물로 묘사된다.

다시 서쪽으로 260 리를 가면 규산이라는 곳이다. 산 위에 어떤 짐승이 사는데 생김새가 소 같고 고슴도치 털이 나 있다. 이름을 궁기라고하며 소리는 개 짖는 것 같고 사람을 잡아먹는다.

궁기는 생김새가 호랑이 같은데 날개가 있다. 사람을 잡아먹는데 머리부터 시작하며, 잡아먹히는 것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있다.

그러나 신이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변모한다.

서북쪽에 있는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호랑이와 비슷하고, 날개로 날 수 있어, 사람을 채뜨려 잡아먹는다. 사람의 말을 알아들어서 싸우는 소리를 듣고는 번번이 정직한 사람을 잡아먹는다. 어떤 사람이 성실하다는 말을 들으면 그의 코를 베어 먹고, 흉악하고 그릇되다는 말을 들으면 항상 짐승을 잡아 선물로 바친다. 이름을 궁기라고 하며 여러 새나 짐승도 잡아먹는다.

신이경에서 궁기의 생김새는 산해경의 서차사경(西次四經)과 해내북경(海內北經)에서 묘사된 것을 그대로 취했다. 그러나 식이경에서 궁기는 식인동물이기는 하되 엉뚱한 괴물이다.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벌주고, 흉악하고 그릇된 사람을 상주는 가치가 전도된 괴물로 변모했다.

애절한 견우직녀 이야기, 효도 이야기로 변모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 
간보(干寶, ? ~ ?)의 수신기(搜神記)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 지괴(志怪)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설화문학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간보는 중국 동진(東晋) 시기의 문인으로 당시 신비주의자였던 갈홍(葛洪), 곽박(郭璞) 등과 친하게 사귀었을 뿐 아니라 자신도 귀신, 요괴, 변신, 환생, 이상한 사물 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각지의 이야기들을 수집해 수신기를 지었다고 한다.

수신기에는 신화에서 유래했거나 신화를 각색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는데, 동영(董永) 이야기는 견우(牽牛)직녀(織女) 신화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견우직녀 신화의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시경(詩經)에 있는데 다음과 같이 기록돼 있다.

하늘의 은하수 굽이굽이, 희미한 빛내며 흘러가네. 저 직녀를 바라보니 종일토록 베틀에 일곱 번 앉고 지네. 일곱 번 앉고 져도 무늬고운 비단 짜지지 않고, 저 견우를 바라보니 수레를 끌지 않네.

그러나 수신기에서 다음과 같이 거듭난다.

한나라의 동영은 천승(千乘) 사람이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의고, 아버지와 함께 살았다. 힘써 농사를 지었고, 작은 수레에 아버지를 모시고 다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지낼 능력이 없어서 제 몸을 종으로 팔아 장사를 치렀다. 주인이 그가 착함을 알고, 돈 일만 전(錢)을 보내주었다.

동영은 3년 상이 끝나자 주인에게 돌아가 종살이를 하려고 하였다. 주인집으로 가는 도중에 한 여인을 만났는데 “그대의 아내가 되고자 합니다”라고 하여 마침내 함께 살게 되었다. 주인이 동영에게 말하기를 “돈을 너에게 그냥 주겠다”고 하였으나, 동영은 “주인님의 은혜를 입어 아버님 장례를 잘 치렀습니다. 제가 비록 보잘 것 없는 인간이나 반드시 부지런히 일해서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부인은 무슨 일을 잘 하는가?”하여, 동영이 말하기를 “베짜기를 잘 합니다”라고 하였다. 주인이 말하기를 “정말 그렇다면 그대 부인이 나를 위해 비단 백 필을 짜주면 좋겠구나”라고 하였다. 그러나 동영의 아내는 주인집을 위해 비단을 짰는데 열흘 만에 일을 끝냈다.

그녀가 문을 나서며 동영에게 일러 가로되 “나는 하늘의 직녀이다. 그대의 효성이 지극함으로 인해 천자께서 나로 하여금 그대를 도와 빚을 갚도록 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말이 끝나자 하늘로 솟구쳐 갔는데 어디로 간지를 몰랐다.

시경에서 애뜻하기만 했던 견우직녀 신화가 수신기에서는 이렇게 변모했다. 천상에 있던 직녀가 동영의 효성에 감복해 지상에 내려와 그의 아내가 되어 빚을 갚아준다는 이야기다. 분위기 자체가 엄숙하고 교훈적이다.

서유기의 골격, 서왕모 신화에서 가져와

서양 판타지(fantasy)의 백미라고 할 수 있는 ‘반지의 제왕’보다도 수백 년이 앞선 동양의 판타지 ‘서유기(西遊記)’는 중국 명(明)나라 때 문인 오승은(吳承恩, 1500~1582)의 작품이다. 서유기 역시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중국신화인 ‘목천자전(穆天子傳)’에 모험적인 여정 이야기가 나온다. 주목왕(周穆王)이 여덟 필의 준마가 이끄는 수레를 타고 서쪽으로 여행한 끝에 곤륜산(崑崙山)에 이르러 서왕모(西王母)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다.

▲ 서유기는 서왕모 신화에서 줄거리를 가져왔다. 사진은 서유기를 소개하고 있는 중국 국립박물관 사이트. 

서유기의 작자인 오승은은 (목천자전에서 볼 수 있는) 서방 곤륜산에 대한 중국 전통의 낙원의식과 불교 전래 이후 형성된 서방 정토(淨土)에 대한 종교적 열망을 결합해 ‘서유기’라는 모험담을 엮어냈다.

조설근(曺雪芹)의 홍루몽(紅樓夢) 역시 애정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작과 결말을 창조의 여신 여와의 신화 모티프에서 가져왔다.

정재서 교수는 서양 소설이 신화 ⟶ 서사시 ⟶ 로망스 ⟶ 근대소설의 경로를 거쳤다면, 중국 소설은 서사시의 단계가 없이 신화 ⟶ 지괴(기괴한 이야기) ⟶ 전기 ⟶ 백화(白話)소설로 변천했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소설의 결정판인 장회(章回)소설에 이르러 신화는 구조적, 형식적인 면에서 폭넓게 활용돼 홍루몽, 봉신연의(封神演義) 등의 장편 대작으로 이어졌다며, 최근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신화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4.26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서비스/C-TIPS2010.04.19 03:51

신화 속 괴물은 인간 본래의 모습 중국신화 ‘산해경’ 통해 천인합일 관념 표현 2010년 04월 19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중국의 대표적인 신화집 가운데 ‘산해경(山海經)’이 있다. 기원전 3~4세기경에 쓰여진 이 책에는 중국과 변방 지역의 기이한 사물·인간·신들에 대한 기록과 그림이 실려 있다.

근대 이후 학자들은 연구를 통해 이 책이 종교적으로 샤머니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산신에 대한 제사에서 쌀을 바친다든지, 곤륜산(崑崙山) 등의 커다란 산, 건목(建木)과 같은 세계수에 대한 숭배, 가뭄 때 희생되는 무녀(巫女)의 존재 등으로 미루어 무당들의 지침서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또한 일부 학자들은 이 책이 고대 여행기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인의 입장에서 ‘산해경’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중국의 신화뿐만 아니라 인근의 여러 민족과 한국·일본·월남·티벳·몽고 등 동아시아 전역의 고대문화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도연명, 루쉰 등 산해경 읽고 깊은 감명

왜냐하면 ‘산해경’ 신화가 형성되던 시대의 대륙은 오늘날 같이 하나의 중국이 존재했던 시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족이 이합집산을 거듭했던 무대였기 때문에 학자들은 . ‘산해경’을 중국만의 신화집으로 보지 않고 있다.

▲ 산해경. 현대인이 보기에 기묘한 이미지들을 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산해경’에 남자인어, 머리 없는 인간과 같은 독특한 그림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언뜻 보았을 때 기괴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 동진(東晉)의 시인 도연명(陶淵明, 365~427년)을 비롯, 근대의 문호 루쉰(魯迅)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준 그림들이다.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는 이 ‘산해경’ 이미지들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첨가했다.

정 교수는 산해경이 본래 그림이었다는 가설에 동의한다면, “본래 그림책이었던 ‘산해경’은 무당 계층의 사람들에 의해 해석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들에 대해 설명을 첨가했는데,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몸’이라고 말했다. ‘산해경’을 이해하려고 하려면 신화에서 표현하고 있는 ‘몸’에 대해 그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

세계를 창조한 신 반고(盤古)를 예로 들 수 있다. 그의 몸은 단순히 썩어 없어지는 덧없는 존재가 아니다. 반고의 몸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로 거듭난다. “인간의 형상을 한 우주적 거인 반고을 인간으로 환치(換置)하면 인간의 신체는 곧 우주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은 하나가 돼야 한다”

다시 말해 소우주인 인체는 대우주인 우조와 유비(類比)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런 사유는 고대 동아시아에서 “인간과 자연은 하나가 되어야 한다”라는 이른바 ‘천인합일(天人合一)’의 관념으로 정착했다.

한(漢) 대의 도가서 ‘회남자(淮南子)’는 이 관념을 다음과 같이 확대했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뜬 것이며, 발이 네모진 것은 땅을 본뜬 것이다. 하늘에 사계절, 오행, 아홉 지점, 366일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사지, 오장, 아홉 개의 구멍, 366개의 골절이 있다. 하늘에 비, 바람, 춥고 더움이 있듯이 사람에게도 빼앗고 줌, 기쁘고 슬픔이 있다.”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 
천인합일관은 후대에 이르러 청(淸) 대에 그려진 ‘내경도(內徑圖)에서 한폭의 그림으로 재현된다. 이 그림을 보면 인체가 마치 산, 강, 들, 숲, 바위 등으로 형상화되어 마치 지형도와 비슷하다.

도교에서는 인간 신체 내 오장에 신들이 깃들어 있는데, 이들 신이 각자의 자리를 잘 지키고 있으면, 그 기관은 건강하고, (신이) 자리를 떠나거나 불안정하면 병이 든다고 상상했다. 따라서 명상이나 호흡법 등을 통해 체내신(體內神)을 안정시키려 했다.

한(漢) 대의 도교경전인 ‘태평경(太平經)에서는 체내신을 “사계절과 오행(五行)의 정(精)과 신(神)이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오장(五臟)의 신이 되고, 나가면 사계절과 오행의 신과 정이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자연의 기운은 인체에 들어가 체내신이 되어 오장 각 기관에 진좌(鎭坐)한다. 체내신은 자연의 기운이 형상화된 셈인데, 그 결과 자연의 가장 생동적인 현현인 동물의 이미지를 취한다.

따라서 주작(朱雀), 머리 둘 달린 사슴 등 체내신의 원형은 신성한 복합동물이다. 이 동물들의 이미지가 체내에 들어옴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합일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고대인들, 천인합일 관념 상상력으로 표현

‘산해경’을 보면 각양각색의 기형적 모습을 한 이미지들이 나온다. 예를 들어 전쟁의 신 형천(刑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형천이 이곳에서 천제와 신의 지위를 다투었는데, 천제가 그의 머리를 잘라 상양산에 묻자 곧 젖으로 눈을 삼고 배꼽으로 입을 삼아 방패와 도끼를 들고 춤추었다.”

혼돈의 신 제강(帝江)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이곳의 어떤 신은 그 형상이 누런 자루 같은데 붉기가 빨간 불꽃같고, 여섯 개의 다리와 네 개의 날개를 갖고 있으며 얼굴이 전혀 없다. 가무를 이해할 줄 아는 이 신이 바로 제강이다.”

탐욕의 화신 상류(相柳)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공공(共工)의 신하를 상류씨(相柳氏)라고 하는데 아홉 개의 머리로 아홉 개의 산에서 나는 것을 먹는다. 상류가 이르는 곳은 모두 못이나 골짜기로 변한다. 우(禹) 임금이 상류를 죽였는데, 그 피가 비려서 오곡의 씨앗을 심을 수 없었다.”

불사약을 지닌 미모의 여신으로 알려진 ‘서왕모(西王母)’ 모습이 산해경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반인반수의 모습이다. 호랑이, 표범 등 맹수와 합쳐진 무시무시한 모습의 신이다.

▲ 1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신화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런 모습들은 자연과 인간의 합일사상을 갖고 있던 고대인들의 생각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그들은 자연의 화신인 체내신의 신화적 이미지를 매개로 현실에서도 완전한 개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믿었다. 요즘처럼 건강관리와 미용, 성형 등을 통해 만들어지는 외형적인 몸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몸이었다.

고대인들은 상상력을 통해 끊임없이 천인합일을 꿈꿔왔으며, 이 같은 상상력이 중국 신화를 통해 지금까지 전달되고 있으며, 또한 지금까지도 현대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4.19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서비스/C-TIPS2010.04.12 05:45

중국 신화, 들여다보면 정치성 농후해 정재서 교수, ‘중국 신화의 세계’ 강연 2010년 04월 12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서양에 그리스·로마 신화가 있다면 동양에는 중국 신화가 있다. 서양문화를 배우려면 그리스 신화를 읽어야 하듯 동양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중국 신화를 읽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 신화는 등장인물서부터 생소하다.

그리스·로마 신화 하면 제우스, 헤라, 아프로디테, 아폴론 등이 줄줄이 떠오르는데, 중국 신화는 누구 하나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 신화를 주의해 읽다 보면 동·서양 신화의 큰 차이를 발견하게 된다.

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는 ‘중국신화와 상상력의 정치학’이란 주제로 중국 신화의 세계를 소개했다.

▲ 10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중국 신화는 저명한 신 반고(盤古)가 세계를 창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천지(天地)의 혼돈스러움이 계란과 같았는데 반고는 그 속에서 생겨나 1만8천년을 살았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 온 몸을 변화시켜 세상 만물을 창조해낸다.

반고의 세계창조 이후 신들의 세계가 도래한다. 다섯 명의 대신(大神)들이 이 세계를 다섯 방향으로 나누어 분할 통치하는데 그들이 곧 오방신(五方神)이다.

동방은 나무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었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태호(太皥)인데, 보좌 신인 구망(句芒)이 그림쇠를 들고 봄을 다스렸다. 남방은 불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었다. 그곳을 지배하는 신은 염제(炎帝)인데 보좌 신인 축융(祝融)이 저울을 들고 여름을 다스렸다.

중국신화에 음양오행설 첨가

중앙은 흙의 기운이 황성한 곳이었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황제(黃帝)인데 보좌 신인 후토(后土)가 노끈을 쥐고 사방을 다스렸다. 서방은 쇠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었다. 그것을 지배하는 신은 소호(少昊)인데 보좌 신인 욕수(蓐收)가 곱자를 들고 가을을 다스렸다.

북방은 물의 기운이 왕성한 곳이었다. 그곳을 지배하는 큰 신은 전욱(顓頊)인데 보좌 신인 현명(玄冥)이 저울추를 들고 겨울을 다스렸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맏형 제우스가 하늘을 다스리고, 동생 포세이돈과 하데스가 각기 바다와 지하세계를 분할 통치하는 것과 비교해 중국의 신들은 다섯 방위에 따라 세계를 분할 통치한다.

▲ 반고(盤古) 상. 중국신화에서 세계를 창조했다. 
그런데 다섯 방위, 즉 오방(五方)은 단순한 방향과 공간이 아니다. 다섯 가지 우주의 원소이자 작용원리이며, 또한 그것들과 상관된 계절이기도 하다. 이른바 고대 중국의 우주론인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에 의해 신들의 통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 속에서 중국 신화가 “원시 시대에 출현한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설이 우주를 설명하고 있던 후대에 과거 신화를 각색해 빚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신들의 탄생 이야기다. 황제(黃帝)의 출생과 용모에 대해 “큰 번갯불이 북두성을 감돌다가 들녘을 비추는 것을 부보(附寶)가 보고 감응해 임신을 했다”고 전하고 있다. 염제(炎帝) 출생과 관련해서는 “신령한 용을 보고 감응해 염제를 낳았는데,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신의 부모 모두 신의 혈통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그리스·로마 신화 범주에서 보면 이들은 신이 아니다. 영웅일 뿐이다. 신과 인간과의 관계에 있어 그리스에서는 엄격함이 있었던 반면 중국에서는 그 구분이 느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스 신들이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였다면 중국의 신들은 인간이 노력해서 달성할 수 있는 상향적, 연속적 존재였다.

중국신화에서 반인반수는 신성한 모습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점은 신들의 모습이다. 중국의 신들은 대체로 반인반수(半人半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모두 완전한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다. 특히 염제는 ‘사람의 몸에 소의 머리’를 하고 있는데,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는 신이 아닌 식인 괴물 미노타우르스가 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인간 중심 사고 속에서 동물성을 폄하했던 그리스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자연과의 일치를 꿈꾸면서 자연의 생동하는 표상인 동물을 긍정적, 신성한 존재로 간주하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특히 관심을 둬야 할 부분은 훌륭한 임금에 대한 이야기다. 즉 요(堯), 순(舜) 등 이른바 고대 성군들이 선양(禪讓)이라는 방식으로 사이좋게 왕권을 교체했다는 상상을 초월하는 아름다운 내용들이 그것이다. 성군 순의 신화는 요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요는 천하를 염려했는데 어려운 백성들에 대해 더욱 신경을 썼다. 백성들이 죄를 짓는 것을 마음 아파했고, 그들이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까 근심했다. 어떤 사람이 배고프다고 하면 ‘이것은 내가 그를 주리게 한 것이다’라고 했으며, 어떤 사람이 추위에 떨면 ‘이것은 내가 그를 춥게 한 것이다’라고 했으며, 어떤 사람이 죄를 지으면 ‘이것은 내가 그를 죄에 빠뜨린 것’이라고 했다.”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 
요는 선정을 다한 후 노쇠해 당시 명망 있던 은사였던 허유(許由)에게 왕위를 전하려고 했으나, 거부당한다. 그래서 다시 적임자를 찾던 중 순이란 사람을 발견한다. 순이 효행이 뛰어나고 성실하다는 중론을 듣고 마침내 순에게 임금 직을 양위한다. 순에 효행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순의 아버지 고수(瞽叟)는 장님이었다. 순의 어머니가 죽자 고수는 다시 아내를 얻어 상(象)을 낳았는데, 상은 교만했다. 고수는 후처와 그 아들을 사랑했고 항시 상을 죽이려 했다. 순은 피했지만, 작은 과실이 있을 경우는 벌을 받았다. 아버지와 계모, 의붓동생을 섬기고 거둠에 날로 성실하고 게으름이 없었다.”

순은 즉위 후에도 놀라운 효심과 우애를 발휘, 완악한 가족들을 잘 대해줘 마침내 그들을 개과천선의 길로 이끄는 인간승리를 이루어낸다. 또한 어질고 부지런한 성품으로 백성들을 사랑하고 좋은 정치를 펼쳐 요와 다름없는 태평성대의 군주가 됐다.

그런데 순의 만년은 어두웠다. 남방을 순행하다가 창오(蒼梧) 땅에서 객사했는데, 비보를 듣고 애통해하던 두 왕비는 상수에 스스로 몸을 던져 후일 상수의 여신으로 거듭 태어난다. 그리고 우(禹)가 왕위를 계승하는데 문제는 순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는 만년의 돌연한 비극 이야기다.

요순 시대 격앙가와 남풍가는 후대에 지어진 위작

정 교수는 비극 전까지 지나칠 정도로 완벽하게 짜여 진 순의 효행담이 돌연히 비극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대해 이를 설명해줄 짤막한 언급들을 제시했다.

“요의 덕이 쇠하여 순에게 유폐되었다. 순은 요를 유폐하고 다시 단주(丹朱)를 연급시켜 부자가 서로 보지 못하게 했다.”(竹書紀年) “순은 요를 핍박했고, 우는 순을 핍박했다.”(韓非子) “구의산은... 또한 말하기를 순이 아홉 개의 봉우리를 보며 우를 의심하고 슬퍼했는데... 이로 인해 그것을 ‘의(疑)’라고 했다”(九疑山圖記)

이런 언급들은 오늘날 전해지는 순에 대한 성군으로서의 완벽한 이미지 이면에 감추어진 어두운 현실을 암시하는 듯 하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요와 아들 단주를 각기 유폐시켜 부자가 상면도 못하게 해놓았다는 문구는 순의 효행을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며, 순이 요를 핍박하고 우가 다시 순을 핍박했다는 문구는 요, 순, 우 3자가 사이좋게 왕위를 넘겨주고 받았다는 선양의 실상을 의심하게 만든다는 것.
더욱이 순이 객사한 현장에서 구의산을 바라보면 우를 의심하고 슬퍼했다는 문구는 순의 객사와 두 왕비의 익사 등 잇따른 횡사가 우로부터 비롯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추측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강력한 세습 왕조가 성립되기 이전, 고대의 권력교체는 거의 예외 없이 격렬한 투쟁과 폭력을 수반해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정황이었다면 중국 신화에 있어 선양은 사실상 폭력적인 권력교체를 미화한 ‘신화 만들기(myth making)'의 산물이 아니었는지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정 교수는 말했다.

정 교수는 중국에서 이처럼 신화 만들기가 필요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유교의 영향력을 언급했다. “전국 시대 이후 한(漢) 대에 이르러 국교로 자리매김한 유교에서는 그들의 이념을 구현한 모범적인 군주와 잘 다르려진 국가 모델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신화적 인물에 대한 유교적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다”는 것.

완벽하다 못해 작위적인 느낌까지 주는 순의 효행담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문학사적 측면에서 이런 입장은 지지를 받고 있는데, 요순시절에 지어졌다는 ‘격양가(擊壤歌)’나 순이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었다는 ‘남풍가(南風歌)’ 모두 후대 유학자들에 의해 지어진 위작임이 이미 밝혀진 바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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