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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3 [대담] “국악 세계화 위해 해금과 첼로가 만나는 무대를”

[대담] “국악 세계화 위해 해금과 첼로가 만나는 무대를” 
2011년 03월 29일 (화) 21:50:29 김지윤 기자 jade@newscj.com

   

▲ 지난 15일 유영대(왼쪽) 국립창극단장과 탁계석(오른쪽) 예술비평가협회장이 국립극장서 만나

 음악계가 발전할 수 있는 방향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유영대 국립창극단장
‘품앗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
서양음악 체계 빌려 젊은 층 관객 동원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평행선상에 놓여 영원히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국악과 서양음악이 서로를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두 음악세계가 ‘소통’의 필요성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퓨전이라는 시류에 향방 없이 따라가는 것이 아닌 독자적 노선 외에도 ‘상생’해야 한다는

생각에 음악계가 동의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작 단계인 만큼 두 음악계가 완벽한 소통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음악계, 특히 창극이 발전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탁계석 음악평론가 겸 예술비평가협회장

(탁 회장)과 유영대 국립창극단장(유 단장)이 자리를 같이했다.

- 현재 음악계 상황은 어떠한가.

탁 회장: 국악과 서양음악이 심하게 낯가림을 한다. 국악인이 클래식 공연을 보러오지 않고 서양

음악인이 국악을 들으러 오지 않는다. 우스갯소리로 국악과 양악의 거리가 남북보다 멀다. 남한과

북한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만나지 않는가. 소통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얼굴을 보는 게

우선이다.

유 단장: 음악이라는 전체 분류에서 국악과 양악이 필요 이상으로 나눠졌다. 거리가 너무 멀다.

내가 오페라단장에게 같은 음악극이니까 창극과 오페라를 함께 작업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태지 국립발레단 감독에게도 “음악은 우리(창극단)가 할 테니까 춤을 춰 달라”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이러한 이야기가 조금씩 오가고 있으나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 유영대 국립창극단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서양음악은 이미 세계화됐으나 국악은

세계화는커녕 대중화조차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탁 회장: 신춘다례를 보면서 ‘이 보물을 국악인들만

가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서양음악인

들은 바흐와 헨델, 모차르트만 보석인 줄 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문화를 논할 수 있겠는가.

유 단장: 국수주의 시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서로 시너지를 주고받을 때 좋은 음악이

나온다. 소유권을 분쟁하듯 나누는 게 아니다.

창극단에서 오로지 국악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합창과 화성 등 서양음악 체계를 도입한다.

일각에서는 국악의 색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창극을 보고 들으면 국악의 색이 그대로 표현되면서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를 보고 둘 사이가 그리 멀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탁 회장: 대표적인 예로 지난해 황병기 선생이 감독한 국악 칸타타 <어부사시사>가 있다.

임준희 작곡가가 칸타타라는 서양화법을 빌려 작곡했는데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유 단장: 그래서 서양의 작곡가가 우리나라 음악법을 적절히 사용한다든지 서양의 지휘자가

우리 음악을 해보든지 교차하는 실험을 꾸준히 해야 한다.

국악을 전공한 작곡가나 지휘자가 서양 관현악단과 협연하는 등 다양한 실험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 국악계 관객층이 젊어지고 있다.

유 단장: 국악공연을 보러온 사람들은 대부분 서로 친한 사람끼리 무대를 보러 왔다.

이를 타파하고자 국악계가 아닌 비평가, 서양음악 등 창극을 알릴 수 있는 다양한 계층에

초청장을 보냈다. 게다가 교수라는 직업을 활용해 대학생들을 동원했다.

젊은 층은 다변화된 예술, 즉 뮤지컬 등에 익숙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창극이 지루할 수 있겠다

싶어 젊은이들의 기호에 맞춰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다. 창극을 본 학생들은 국악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인터넷 블로그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을 이용해 소감을 남기더라.

창극이 젊어진 이유 중 가장 큰 이유다.

탁 회장: 젊은 층은 댄스뮤직과 뮤지컬 문화에 익숙하다 보니 우리 문화가 도리어 맞지 않게 됐다.

젊은이들은 창극 등 국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접할 기회를 준다면 국악 내면의 감동을 충

분히 느낄 수 있다.

유 단장: 우리 젊은이들이 고사성어에 약하다. 그래서 한글과 영어자막을 배치한다. 재미있는 게

이들은 한문 사설을 보고 듣고 영어자막으로 이해한다.

이런 과정을 겪어서라도 이들이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인식할 수 있으면 좋겠다.

탁 회장: 젊은이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에 전혀 경험이 없는 외국인들에게도 좋은 기회다.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창극뿐 아니라 국악을 대중화시키는 데 가장 우선순위 아니겠는가.

연주회 및 공연을 기획할 때 전반적 흐름이 국악이라면 무대 하나 정도는 서양음악을 넣어도

괜찮겠다. 서로 ‘품앗이’하는 거다. 관객 개발에 있어서 훨씬 효과적이며, 이러한 ‘소통’이

절실하다.

   
▲ 탁계석 예술비평가협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 연주가 아무리 좋아도 관객이 없으면 공연이 아니다. 관객 개발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유 단장: 해금과 첼로가 연주하는 음악을 무대에 올리면 대중이 국악과 서양음악에 대한 접근이 가까워질 것이다. 먼저 예술의전당이든 국립극장이든 누군가가 이를 이끌어 주는 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창극단이 펼치는 ‘브런치콘서트-정오의 판소리’는 지난해 9월에 처음 시작했는데 뜻밖에 관객들 호응이 좋았다. 특히 주부 관객이 좋아하더라.

탁 회장: 서양음악은 사실 한국 정서에 부담스러울 수 있는 관람이다. 딱딱하게 앉아서 ‘클래식’하게 박수를 쳐야 되지 않는가. 우리 민족은 ‘신명’을 빼놓을 수 없지 않은가. 이를 담은 공연이 하나둘씩 나와야 한다.

- 창극을 알리는 데 기업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유 단장: 해외진출 기업일수록 문화 파워가 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예컨대 자동차 광고의 경우 황혼녘 찻길을 달리는 장면에서 국악이 흐르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때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명상에 잠기는 식이다. 이처럼 테크놀로지에 전통문화를 함께 깃들이는 것도 좋

겠다.

탁 회장: 기업들도 이제는 우리 전통에서 마케팅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

- 국악을 알릴 수 있는 근본은 ‘교육’이다. 교육에서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

탁 회장: 한국의 연주자가 제아무리 바흐 음악을 연주한다고 하지만 독일 측에서 바라봤을 때

완성도는 떨어진다. 그들의 세계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국악은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어느 민족보다도 우리 음악을 잘 연주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음악교육도 변해야 한다. 서양음악뿐 아니라 국악의 색도 드러내야 한다.

유 단장: 이전에는 음악교육에 국악이 거의 포함돼 있지 않았다. 포함되더라도 가르칠 선생이

없었다. 지금도 국악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교사가 부족하다. 교사 양성이 시급하다.

탁 회장: 한국예술종합학교는 국악과 양악 교육과정이 다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을 보면

국악과가 개설된 곳이 거의 없다. 정책적으로 먼저 국악을 배울 수 있는 틀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

유 단장: 교육과 관련해 중국은 일찌감치 자국의 악기와 서양의 악기를 혼용 연주했다.

그래서 베토벤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중국향이 느껴진다. 우리도 하루빨리 우리만의 색을 담는다면

한국인에게만 들을 수 있는 베토벤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교육에서 나올 수 있는 ‘창조’다.

탁 회장: 우리가 가장 부족한 게 우리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양음악을 연주하더라도

우리 것이 아니다 보니 고유의 색이 나오지 않는 터. 국악 역시 장단을 쳐보지도 않고 유학 다녀온

아이들이 나중에 작곡가가 되어 국내에 들어온다고 하자. 이 작곡가들이 우리 리듬을 모르는 데

한국적인 작품을 쓸 수 있을까. 작곡가뿐만 아니라 실연주자들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교육’이

절실하다.

- 음악계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가.

유 단장: 창극 <청>과 같이 한국향이면서도 세계 보편적인 작품은 세계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청>은 현재 80회 공연됐으며 1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했다. 국악공연계의 베스트셀러다.

현재 독일 유명 연출가에게 <수궁가>를 부탁했다. 이 작품 역시 세계적인 마인드에 한국적 특성을

담아냈다.

탁 회장: 창작이 활성화돼야 관객도 유연해진다.

유 단장: 국악 연주자들은 지휘자를 보지 않고 고수 등의 목소리를 듣고 소리를 냈다. 서양의

오케스트라 연주법을 차용했을 처음에 단원들이 어려워하고 불편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편하다며 지휘자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제작 시스템이 열악하다는

것이다. 창극을 1편 제작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오페라의 1/20 정도다. 그래도 그 안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국악인들이 힘쓰고 있다.

탁 회장: 국악과 양악이 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획력이 좋아야 하고 작곡가와 지휘자, 실연주자,

후원, 비평가 등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


천지일보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