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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2010.05.09 22:54
"자본주의에서 애플코드는 대세가 될 수 없다"
[김경묵의 인물탐구-17] 유현오 와이디온라인 대표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
2010.05.09 / PM 02:59


[콘퍼런스] 구글 vs MS vs 세일즈포스 클라우드 최고권위자 한자리에 / 5.13(목)

[지디넷코리아]애플이 최근 발표한 아이패드에서도 대박을 터뜨렸다. 아이팟과 아이폰에 이는 3연타석 홈런의 충격파는 컸다.

 

애플만 쳐다보는 사용자들이 점점 늘고 있다. AS가 그렇게 좋은것도 아니고, 가격도 비싼편인데 디지털 기기 시장에서 애플파워는 거침이 없다. 폐쇄적이고 산업 생태계 관점에서 독선적인 모델이라는 비판도 비판에 그칠 뿐이다. 소비자들에게는 도무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

 

경쟁사 입장에선 무시무시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싸게 잘 만들어 제품을 내놨는데도 애플만 바라보는 사용자들의 시선을 돌리기가 만만치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업체들 사이에선 심리적인 공황 상태에 빠진듯한 장면도 엿보인다.

 

이대로 가면 애플 천하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시나리오까지 등장했다. 가히 애플타임이다. 천하의 MS도, 신흥 강호 구글도 쉽게 막을 수 없는 '독불장군' 애플의 거침없는 질주다.

 

모바일 시장에서 애플의 기세가 당분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데 태클걸고 나설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애플파워가 앞으로 5년간 계속될까?'란 물음으로 넘어가면 양상이 달라진다. 찬반이 팽팽하게 맞선다. 블로고스피어와 트위터에선 벌써 애플의 미래를 둘러싼 공방에 불이 붙었다.

 

애플은 80년대 초반까지 PC시장을 주도했지만 개방형 모델을 앞세운 IBM-MS 연합군에게 역전패당했던 과거가 있다. 애플 미래를 회의적으로 보는 진영의 핵심 근거다. 아이폰에서도 이같은 역사는 반복될까?

 

욱일승천하는 애플의 기세를 보면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반대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00년대 초반 SK커뮤니케이션즈를 이끌면서 토종 SNS 싸이월드 성장을 주도했고 지금은 게임 업체 와이디온라인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유현오 대표도 그중 하나다. 애플의 아픈 역사는 반복될 것으로 보는 입장이다.

 

이유? 시장은 '독불장군' 하나가 판을 들었다놨다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자본주의 구조에서 애플과 같은 독점 모델은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해석이다. 반대 의견도 많다. 그런만큼, 유현오 대표의 애플론이 생산적인 토론으로 확재 재생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애플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속에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초반 헤게모니를 내준 한국 IT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연합군의 공격이 승리할 것이다"

 

유현오 대표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에 다소 부정적이다. 하드웨어와 SW 플랫폼을 폐쇄적으로 통합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었다. 대세를 확실하게 틀어쥐기에는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모바일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애플처럼 수직 계열화로 치닫고 있지만 유 대표는 생각을 바꿀 뜻이 없어 보인다. 둘줄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협력에 기반한 개방형 모델이 결국 승리할 것이란데 표를 던지겠단다.

 

"애플처럼 다른 업체들을 적으로 만드는 모델, 모든 밸류체인을 혼자 가져가는 방식은 자본주의에서 버티기 힘들다고 봐요. 애플파워가 얼마나 갈지는 두고봐야겠지만 다른 업체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반 애플 연대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봅니다. 플랫폼과 기기를 분리하는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높아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그렇고요."

 

-전체적으로 보면 애플과 유사한 수직 계열화가 요즘의 대세잖아요? HP도 운영체제를 소유한 팜을 인수했고요.

 

"팜도 하드웨어와 SW를 직접 했는데 망했죠.(웃음) 모바일 OS라는 개념은 아직 제한적입니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컴퓨터이기는 한데, PC처럼 OS와 하드웨어가 떨어져서 작동할만한 단계는 아니에요. 그러나 OS가 발전하면 궁극적으로는 분리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애플과 경쟁하는 반 애플 협력 모델이 지금도 있는데, 애플은 여전히 잘 나가고 있습니다.

 

"80년대, 애플과 IBM이 PC 시장에서 싸울때를 예로 들어볼까요? 당시 애플 점유율이 20% 가량 됐던 적이 있었어요. 게임 타이틀이 필요한 사용자가 매장에 갔는데, IBM 호환 PC는 20달러주면 되는데, 애플은 40달러를 내라고 하는거에요. 규모의 경제 때문입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금 잘하고 있지만 전세계 수요를 커버할 것 같지는 않아요. '넌애플'(non APPLE) 진영의 힘이 커지게 되면 애플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결국 애플을 견제할 수 있는 연합전선을 구축하는게 관건이 되겠죠."

 

-현재로선 넌애플 연합의 선봉은 구글이겠네요.

 

"스마트폰만 봤을때 현재로선 애플의 대안은 구글과 MS죠. 애플에 대항하는 진영이 좀더 강하게 뭉쳤을때 애플이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요? 애플을 상당히 위협할 것이라고 봅니다. 지금 상황에서 애플모델로 애플과 일대일로 붙기 보다는 힘을 합치는게 유리한 측면이 있어요. 반 애플 진영간 제휴가 점점 강화될 것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애플이 국내IT산업에 어떤 영향을 줬다고 보세요? 콘텐츠 업체들 사이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위협이죠. 애플이 앞으로 삼성 등 국내 제조 업체들을 크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야 내수지만 제조는 글로벌 시장을 놓고 싸우는 거잖아요? 그런만큼 국내 제조 업체들을 위협하는 애플이 국가 경제적으로도 위협이 될 수 있죠. 물론 콘텐츠 업체들에겐 대단한 기회입니다. 페이스북이든, 앱스토어든 콘텐츠 업체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게 강점이잖아요."

 

-지금 상황을 보면 하드웨어 업체가 직접 OS를 하는게 유리한 측면도 있어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그런 얘기가 나오고 있고요.

 

"플랫폼은 승자독식입니다. 우리나라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아직 취약해요. 산업 경쟁력을 갖는다는게 의지만으로는 하루아침에 되는게 아닙니다. 한국사회에서 플랫폼 생태계를 견인한 하부구조가 아직 없어 보여요. 돈을 쏟아붓는다고 풀리는 문제가 아니에요. 시장 규모도, 비즈니스 관행도 깊게 봐야 합니다. 한국은 SW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이 미흡해요. 그냥 SW 한다고 했을때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국내 인터넷 환경은 국제 경쟁력 측면에서 많이 약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고여있는 물같다'는 쓴소리도 들린다. 고인물은 결국 썩게 마련. 그나마 한국이라는 홈그라운드에서 갖고 있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론이 나오는 이유다.

 

SK컴즈 대표로 있으면서 초창기 코리아 인터넷 열풍의 중심에 있었던 만큼, 유현오 대표는 이 대목에서 할말이 많다는 표정이다. 그 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진하게 풍긴다.

 

-아이폰발 스마트폰 열풍 등 최근의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두가지 충격이 밖에서 들어왔죠. 유선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이고, 모바일은 앱스토어에서 나타났습니다. 두가지 충격 모두 갑자기 나온것은 아니에요.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전하면서 한국도 우리가 열심히 했다면 상당 부분 시대를 앞서갔거나 최소한 뒤쳐지지는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제부터 한국이 인터넷 분야에서 주도권을 내줬다고 보세요?

 

"2002년, 2003년쯤이 아닐까 싶어요. 한국은 미국보다 인터넷을 늦게 시작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드라이브를 걸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브로드밴드 보급률에서 세계 정상급으로 올라섰습니다.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도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어요. 그런데 2003년부터는 달라졌습니다.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 생태계 자체가 교란됐고,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미국은 웹2.0으로 부활했지만 한국은 제자리였어요."

 

-이유가 있을텐데요.

 

"패러다임을 바꾸는 새로운 플레이어가 나타나지 못했어요. 검색은 네이버가, 커뮤니티는 다음이, 소셜은 싸이월드가 삼분하는 구조가 계속됐습니다. 독과점적인 성격이 있었던 셈이죠. 개방적이지도 못했어요. 네이버도 트래픽이 안에서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네이버에 검색하러 들여오면 다른 사이트에 가지를 못한거죠. 결국 좋은 서비스들이 나와도 노출이 잘 안될 수 밖에 없었어요. 미국과는 다른 생태계였습니다."

 

-싸이월드도 당시에는 비슷했던 것 같습니다.

 

"소셜 게임 등 몇가지 시도를 해보려고 했었어요. 오픈도 하고 싶었는데, 만만치가 않더라고요. 일단 웹표준이 아니었습니다. 웹표준을 위해 노력을 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국으로 간거죠. 당시에는 기술적으로도 확장이 쉽지 않았습니다. 모듈화가 잘 되지 않았던거죠."

 

-모바일은 어떻게 보세요?

 

"모바일도 90년대 CDMA에 베팅한게 제대로 먹혀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CDMA가 국제 표준과 달라 불이익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일정 부분 경쟁력을 가져오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피처폰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됐죠. 그러나 무선도 2003년을 기점으로 달라졌어요. 역전된거죠."

 

궁금해진다. 한국은 뒤쳐진 것을 다시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거머쥘 수 있을까? 요즘 유선과 유선 인터넷 분야에서 일어나는 혁신의 대부분은 미국발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과연 경쟁력 있는 인터넷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유현오 대표는 "역량이 아직 부족하다"는 선에서 언급을 마쳤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과 '아주 만만치 않다' 중간쯤에 위치하는 뉘앙스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글로벌로 또 한번 승부 던지고 싶다

 

지난해 8월 유현오 대표가 와이디온라인(구 예당온라인) 사령탑을 맡는다는 발표가 나왔을때 관전 포인트는 그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지였다. 게임쪽에서도 도토리와 같은 인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국 '게임 업계에 왜 들어왔니?'하는 물음으로 요약된다.

 

기자의 예상은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역시 글로벌 시장 때문이었다. SK컴즈에 있으면서 정말로 하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와이디온라인에서 다시 한번 시도하려는 것이다. 한국산 게임은 글로벌 시장에서 먹혀들 수 있는 확률높은 승부수였다.

 

"한국 시장은 작잖아요? 해외에 수출해 글로벌 플레이어가 되지 않으면 틈새 시장밖에 안됩니다. 글로벌로 가야하는데, 인터넷 사업 모델로 가기에는 우리의 경쟁력이 너무 약화됐어요. 혁신의 역동성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한국이 경쟁력이 있어요. 게임과 인터넷간 컨버전스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해보고 싶습니다."

 

승부수는 이미 한개가 던져졌다. 와이디온라인은 오는 20일 야심작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패온라인 공개 서비스에 들어간다. 패온라인은 인기 무협작가인 야설록(현 와이디온라인 상임고문)의 총괄지휘 아래 탄생한 방대한 고대 동북아시아의 신화와 영웅담, 설화에 기반한 게임 시나리오로 주목을 끌고 있다.  탄탄한 스토리가 최대 관전 포인트다.

 

"패온라인을 총괄기획하고 있는 야설록 고문이 이번 게임에 자신의 인생을 걸었어요. 제게는 패온라인이 취임 후 첫번째 출시하는 게임이라면 야설록 고문에게는 게임을 통해 자신의 승부수를 띄우는 작품이 될 것입니다. MMORPG란 장르의 대중성, 한층 강화된 디테일, 동아시아 고대역사를 중심으로한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스토리텔링 전개는 해외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봐요.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동경이나 환상 등이 게임을 통해 반영된 때문인지, 지난해부터 유럽과 북미 퍼블리셔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와이디온라인의 야심작 패온라인.

패온라인은 시작일 뿐이다. 유현오 대표는 상반기안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쏟아낼 계획이다.

 

"오디션2도 클로즈 베타 테스트 중인데, 결과가 좋은편이어서 늦어도 6월초에는 공개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과 웹 연동 게임도 상반기안에 준비중이에요.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유현오 대표는 패온라인외에 다른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는 아직 말을 아낀다. 그런만큼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유 대표의 발언을 감안하면 모바일과 웹연동 게임은 마케팅 플랫폼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 같다.

 

유 대표는 아이디어와 마케팅이 관건이라고 했는데, 싸이월드의 확실한 수익모델중 하나였던 도토리같은 한방을 노리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글로벌을 향한 유현오 대표의 행보는 점점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목표보다는 가치를 중시하는 승부사

오랫동안 지켜봐온 입장에서 유현오 대표는 겉보기에 학자풍이나 실제로는 승부사에 가깝다. 승부를 즐길줄 아는 경영자다. 스스로도 승부사라는 말을 듣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정말로 교수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있었는데, 그는 상아탑보다는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비즈니스 세계에 잔류하는 쪽을 선택했다. 세속적인 잣대를 내밀었을때 교수는 한국 사람이면 한번 해볼만한 일이다. 공부하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유현오 대표라면 교수로 활약하는 것도 어색한 장면은 아니다.

 

이에 대해 유 대표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인간의 행동"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변화의 중심에 서고 싶다고 했다.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사 결정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런 성향을 지닌 그에게 첫 직장이었던 유공(SK에너지의 전신)은 심하게 안어울리는 곳이었다. 당시 유공에서 일했던 분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변화를 갈망했던 청년 유현오에게 특별한 경쟁없이 기름을 잘 팔고 있던 유공이란 회사가 재미 있을리는 없었다. 유공에 계속 있었다면 아마 SK와 유 대표간 인연도 얼마못가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지루함을 덜어준 변화는 정말 우연하게 찾아왔다. 유공에 있던 그에게 SK그룹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통신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게 인연이 되어 그는 이후 계속해서 SK맨으로 활약해왔다.

 

SK텔레콤 경영전략실장 시절, 싸이월드를 인수하고 SK컴즈 대표까지 맡았다. 변화는 계속됐다. 토종 SNS와 도토리 열풍을 일으켰고, MSN을 밀어내고 네이트온을 국내 최강의 메신저로 키워냈다. 검색 업체 엠파스와의 합병도 성사시켰다. 되돌아보면 그토록 원했던 변화를 이끌어내는 의사결정을 참 많이도 내린 셈이다.

 

변화가 항상 유쾌한 것은 아니었다. 고전에 고전을 거듭한 시절도 많다. SK컴즈 대표시절,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싸이월드2 프로젝트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고 글로벌 시장도 두드리기만 했을 뿐 문을 열지는 못했다. 2007년 여름 SK텔레콤 미국 인터넷사업 총괄 책임자로 임명되며 SK컴즈를 떠날때까지 유현오 대표는 변화와 성공 그리고 실패를 모두 경험하는 다이내믹한 경영 코스를 밟아왔다.

 

승부사 유현오 대표는 이렇게 자신의 인생 경로를 비즈니스에만 맞춰왔다. 많은 승부를 펼쳤고 결과는 다양했다. 대박도 있었고 실패 또한 있었다. 그러나 좌절은 없었다. 그는 성공을 통해 경험을 쌓았고 실패를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을 뿐이다.

 

승부사 기질이 있는 사람은 좀 냉정하게 느껴질때가 있다. 과감하다는 말속에는 냉정하다는 의미도 조금은 담겨 있을 것이다. 뒤돌아보면서 이것저것 다 챙기다보면 적확한 타이밍에 승부를 던지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유현오 대표에게는 승부사 기질과 함께 왠지 인문학적 냄새가 풍긴다. 개인적인 성향, 앞으로에 대한 바람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다보니 카리스마형 승부사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인다.

 

그는 목표보다는 가치 지향적이다. 돈보다는 자아실현에 관심이 더 많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 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입장이다.

 

학창시절부터 그랬다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무엇이 되겠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살아야하는 실존적인 고민이 그를 지배했다. 실존을 고민했던 고등학생이 사회학을 전공으로 택한 것은 필연이었을 것이다.

 

그가 실존적인 고민을 했던 70~80년대는 한국 현대사에서 아픔의 시기로 기록된다. 고민안하고 살면 그럭저럭 편하게 살 수 있었지만 실존을 고민하는 청년이 웃으면서 지내기는 참 고단했던 시절이었다.

 

'불편한 시대'와 싸워야했고 유현오 대표도 그런 청년들중 하나였다.

 

그가 아직도 가치를 중시하는 것도 청년시절 했던 고민의 흔적일지 모른다. 오버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그 흔적이 가치보다는 목표를 선택하려는 유 대표에게 제동을 걸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많은 386정치인들은 과거를 상품화했지만 조용하게 살아가는 수많은 무명 386들은 아마도 유 대표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지 않을런지...

 

유현오 대표는 자신의 단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타협을 잘 못할때가 많다고 했다. 나이먹으면서 조금씩 둥글게 바뀌기는 하는데, 옳지 않다고 느끼면 지금도 맞춰주는게 쉽지 않다고 했다. 나이먹으면 대쪽도 그냥 좋은게 좋다는 스타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유현오 대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다른만큼, 쿨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다. 그가 가급적 타협하는 것을 앞으로의 삶에 가치로 삼지는 말아줬으면 좋겠다.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은 것에는 '노'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이먹은 사람들이 모두 타협에 친화적인 세상도 그리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와이디온라인에서 글로벌 시장에 승부수를 던지는 유현오 대표의 모습을 보고 싶다. 몇년 뒤에는 또 다른 무대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장면을 한번 정도는 더 보고 싶다. 비즈니스가 아니어도 괜찮을 것 같다. 세상은 넓고, 던질 승부는 많다. 유현오 대표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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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10.04.11 03:08

아이폰과 한판 붙어보고 싶은 사나이…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 [김경묵의 인물탐구-12]
대담=김경묵 지디넷코리아 편집국장, 정리=황치규 2010.04.05 / AM 08:57

[지디넷코리아]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가 운영체제 파워를 앞세워 스마트폰의 전략적 요충지를 장악했다.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UX)을 지배하는 모바일 OS 플랫폼에 깃발을 먼저 꽂은 것이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 지형도는 180도 달라졌다. 구글과 애플이 기존 휴대폰 업체들을 들었다놨다하는 장면이 수시로 펼쳐진다.



주도권은 이미 플랫폼으로 넘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플랫폼이 없는 휴대폰 업체들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인텔로 대표되는 이른바 윈텔 플랫폼에 끌려다녀야 했던 20세기 PC업체들의 운명을 걷게 될 것이란 무시무시한 시나리오도 나돌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도 위기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만큼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이미지가 풍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업체들도 모바일 플랫폼을 승부수로 던지고 애플, 구글과 한판 붙어야할까? 아니면 플랫폼은 이미 늦었으니 그위에서 돌아가는 SW나 서비스에 주력하는 '선택과 집중' 카드를 뽑아들어야할까? 논란이 있지만 무게중심은 현실을 강조하는 후자쪽에 실린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나서 모바일 플랫폼을 하자고 외친다면? 3년전쯤이라면 '그래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파이팅을 외칠 수 있겠으나 지금은 오버액션이란 비난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위피'의 악몽을 떠올리면서 "정부는 그냥 가만히 있어주는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직격탄을 날리고 싶은 이들도 있을 것이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구글이나 애플이 우리 기업들이 잘하는 텔레비전까지 치고들어올지 몰라요. 지금이라도 SW플랫폼을 개발해야 합니다. 휴대폰과 텔레비전까지 연결할 수 있고, 해외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리눅스에 기반한 개방형 모바일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하드웨어 경쟁력도 지킬 수 있어요. "



맞는 말이기는 한데 지금으로선 현실성이 별로 없어 보이는 발언을 용감하게(?) 던지는 주인공은 김흥남 한국전자통신연구원장이다. 개인적인 소신도 담겼지만 분위기로 봤을때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다른 것도 아니고, 이미 게임이 끝난 듯한 모바일 플랫폼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국가 R&D 핵심 기관장의 대단한 용기(?)는 무엇에 근거하고 있을까? 다들 힘들다고 하는데, 그래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의 위험한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아직 늦지 않았다, 판타스틱4는 확률높은 승부수"



"강점을 살려야 합니다. 한국은 지금까지 하드웨어로 잘해왔어요. 삼성은 세계를 주름잡던 소니까지 잡았습니다. 휴대폰에서도 한국 업체들이 잘하고 있고요. 그런데, 스마트폰 시대에 와서는 달라졌습니다. 아이폰을 2천만대 판 애플이 그보다 10 배이상 판 삼성보다 순이익이 많아요. SW 때문입니다. SW 경쟁력 부족이 한국 제조업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SW안하고 하드웨어만으로 잘먹고 잘살 수 있다면 SW 강화는 선택의 문제일 수 있죠. 그러나 SW를 빼고 하드웨어를 말할 수가 없잖아요. SW는 키우자는 것은 결국 하드웨어 키우자는 것과도 연결됩니다. 한국은 당연히 해야 되는거에요."





김흥남 원장이 모바일 SW플랫폼을 강조하는 것은 결국은 모든게 그곳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모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각오하고 모바일 플랫폼을 외치는 것이다.



모바일 플랫폼 파워가 스마트폰에서 그친다면 다른 분야에 집중하자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모바일 SW 플랫폼은 스마트폰을 넘어 텔레비전까지 덮쳐버릴 기세다. 최근에는 구글과 애플이 TV까지 넘본다는 얘기는 기정사실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텔레비전까지 SW플랫폼 중심으로 판이 재편되면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은 그로기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잘나가던 주인공이 하루아침에 조연이나 심하면 엑스트라가 되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텔레비전 시장에서 삼성과 LG가 소니를 이겼는데, 애플이나 구글한테 한방 맞고 주도권을 다시 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만큼 휴대폰을 넘어 텔레비전까지 연결할 수 있는 SW플랫폼을 개발할 필요가 있어요. 물론 우물안 개구리가 되서는 안되겠죠. 세계에서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가야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리눅스는 매력적입니다."



김 원장은 오픈소스인 리눅스 기반 모바일 플랫폼 리모를 언급했다. 리모는 같은 리눅스 기반인 구글 안드로이드에 비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안드로이드는 구글이 총대를 매고 나선 반면 리모는 그게 약해 답보상태에 빠졌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런 만큼 김 원장은 한국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면 리모도 성장 잠재력이 커질 것이란 입장이다. 안드로이드에 구글이 있다면 리모에는 한국 업체가 있다는 식으로 승부를 걸어보자는 것이다.



김흥남 원장의 위기감에 태클을 걸고 나설 사람은 없다. 모바일SW 플랫폼이 갖는 전략적 가치는 이미 검증됐다.



최근들어 애플과 구글은 모바일 플랫폼을 넘어 광고, 지도, 검색 서비스까지 잡아먹을 태세다. 수익이 나오는 모바일 서비스는 직접 하겠다는 식이다. 이는 플랫폼 업체들의 세력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서비스는 근본적인 경쟁력이 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관건은 플랫폼을 키우기 위한 실행파일을 만들 수 있느냐다. 그러기에는 현실 장벽이 너무 높다. 김 원장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정부가 개입된 방식의 모바일SW 플랫폼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겠느냐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도 많다. 스마트폰판 위피가 등장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실행파일없는 모바일SW 강화론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거룩한 얘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민관 협력을 강조했다. 정부는 앞에서 나를 따르라 하는게 아니라 접착제 역할만 하겠다는 얘기였다.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삼성, LG 등 휴대폰 제조 업체가 지난해 리모코리아를 해보자고 합의했습니다. 한국에서 리모에 대해 성공적으로 레퍼런스를 만들고 이것을 세계에 확산시키자는게 핵심이에요."



김 원장에 따르면 리모를 통해 모바일SW 플랫폼에서 지분을 확대할 경우 한국 IT산업은 이른바 '판타스틱4' 전략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을 구성하는 계층은 4개입니다. 크게 보면 네트워크, 단말기, SW플랫폼, 애플리케이션으로 나눠져요. 한국은 SW플랫폼을 제외한 3개 계층에서는 경쟁력이 있습니다. 네트워크는 와이브로가, 단말기는 삼성과 LG가 있고 콘텐츠는 컴투스같은 검증된 회사들이 활약중입니다. 그런데 SW플랫폼에서 구멍이 났어요. 그러다보니 나머지 3개 영역도 각개약진하는 형국입니다. 중심을 잃고 방황하고 있어요. 어디로 붙어야할지 모르는거죠. 애플은 달라요. SW플랫폼과 하드웨어 설계를 주심으로 하드웨어 생산은 외주를 주고 네트워크는 AT&T를 활용하면서 4개 계층을 엮어 모바일 주도권을 확보했습니다. 한국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봐요."



SW플랫폼 없이는 토털 솔루션 전략을 추진할 수 없고, 한국이 지금까지 강세를 보여왔던 제조와 서비스 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란게 그의 논리다. 한국 IT가 성장하려면 모바일 SW플랫폼은 기본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플랫폼은 모바일은 물론 텔레비전까지 연결 가능해야 한다.



"대통령님이나 지식경제부 장관께 SW플랫폼을 중심으로 나머지 3개 계층을 묶을 수 있다면 해볼만 하다고 했어요. 세계 각국에서 참여할 수 있는 SW플랫폼을 만들어서 대학에 소스코드 공개하고 교육이나 연구도 하게 한다면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고 봅니다. 흩어져 있는 것을 묶을 수 있는 역할을 ETRI가 해야합니다."



그의 위험한(?) 생각은 대충 이렇게 요약된다. 총론만 있고 확정된 각론이 별로 없다보니 질문하는 입장에선 갈증이 좀 느껴진다. 각론을 둘러싼 얘기는 정책이 구체화되면 다시 한번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골넣는 ETRI로 부활" 김흥남의 명가재건 프로젝트





ETRI를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80년대 국산 전자교환기, 90년대 CDMA를 거쳐 2000년대 와이브로와 DMB로 대형 IT프로젝트를 주도했던 ETRI는 자타가 공인하는 국가 연구개발(R&D)의 전진기지였다.



축구로 치면 결정적일때마다 골을 터뜨리는 특급 골잡이였다. 이렇게 잘나갔던 골잡이가 와이브로와 DMB 이후에는 특유의 골감각을 잃어버렸다. 골을 넣지 못하는 골잡이에게 돌아온 것은 존재감이 약해졌다는 지적뿐이었다.



게임의 룰이나 전술이 바뀌면 골잡이도 변해야 한다. ETRI도 마찬가지다. 국내 기업들의 내공이 급상승한 만큼, 예전에 하던대로 ETRI가 선봉에 서서 나를 따르라식으로 IT시장을 주도하기는 이제 어렵게 됐다. ETRI가 골감각을 잃어버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김흥남 원장은 이런 타이밍에 ETRI 지휘봉을 잡았다. 슬럼프에 빠진 골잡이가 골감각을 회복하도록 해줘야하는 감독의 위치였다. 그런만큼 그는 반성과 변화를 강조했다. 현장도 키워드로 내걸었다. 이를 기반으로 "다시 국가대표가 되자"고 외쳤다. 뭔가 한방 터뜨리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한방도 그냥 한방이 아니라 큰거 한방이었다.






"지식경제부에서도 R&D 방향을 메가톤급 프로젝트로 가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 하고 있어요. 정부와 ETRI의 입장이 같은 시점입니다. 정해진건 없어요.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제안을 해봐야 합니다."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김 원장의 소신을 떠올리니, ETRI가 준비하는 큰거 한방은 모바일쪽도 포함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도 모바일 SW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하지 않은가. 김 원장은 "모바일 플랫폼도 후보중 하나"라는 선에서 언급을 마쳤다.



큰거 한방을 터뜨리기 위해 ETRI가 예전처럼 북치고 장구까지 치겠다면 그 한방은 허공을 향해 날아갈 가능성이 높다. 우리 기업들은 이제 그 옛날 깡통이나 만들던 조립 전문 회사들이 아니다. 대기업들의 경우 연구개발 인력 수준은 세계적이다. ETRI가 없다고 해서 크게 아쉬울게 없는 것이다.



그런만큼 ETRI의 역할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접착제론을 들고 나왔다. 공통의 이익을 위해 민간 기업들을 묶어서 시너지를 이끌어내는 접착제 역할을 ETRI가 하겠다는 것이다.



큰거 한방과 함께 김 원장기 강조하는 키워드는 현장이다. 다시 사랑받는 ETRI가 되기위해서는 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 중심의 철학은 중소기업 지원과도 연결된다.



"선배들이 교환기나 CDMA 프로젝트할때만 해도 현장에서 살았어요. 중소기업에 기술이전 해줄때도 현장에 가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내부 프로세스 때문인지 언제부터인가 현장 감각이 떨어졌어요. 연구만 한거죠. ETRI가 진행한 프로젝트들의 상용화률이 떨어진 이유에요. 변화해야 합니다. 3년 프로젝트라면 2년반안에 프로토타입 만들고 나머지 6개월은 기업 현장으로 가야 합니다. 앞으로 그렇게 하려고 해요. 이렇게 해야 연구원들도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이런 문화를 만들어놓고 임기를 마칠 생각입니다."



■'군기의 힘' 살아있는 백전노장 과학자 인생



김흥남 원장이 ETRI에 온게 83년이니, 이제 27년째다. 어릴때부터 엔지니어가 되기를 희망했던 소년은 이제 국가 R&D를 주도하는 산하기관의 리더가 됐다. 몸은 기관장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기술자다.



목표를 세우면 밤낮 안가리고 파고드는 '쟁이' 특유의 집요함도 여전하다. 엔지니어들은 완벽주의자에 가깝다더니, 그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승부를 봐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인물탐구'에 등장한 사람들중 이례적으로 군대 얘기를 많이 꺼냈다. 군대갔다와서 사고방식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도전정신도 군대에서 터득했다고 말할 정도다. 군대는 그의 인생에 중요한 이정표였다.



"대학 동기 50명중 석사장교나 방위산업체에 가지 않고 현역으로 입대한 사람은 2명 뿐이었습니다. 저도 그랬어요. 공부안하고 놀다보니 군대에 갈 수 밖에 없었죠.(웃음). 갈때는 솔직히 싫었는데 제대할때는 잘왔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군대가서 주어진 상황을 피하지 않고 해결해 나가는 것을 배웠어요. 세상에서 못할것은 없다는 태도를 갖게 된 겁니다."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군대는 여러가지 의미로 다가오는데, 김 원장은 비교적 긍정적인 군대론을 지녔다. 목표를 세우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집요함도 군대 경험과 무관치 않은 것 같다.



군대가 즐거웠다는 얘기 많이하는 사람은 카리스마적이고 불도저형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김 원장은 '무조건 하면 된다'식으로 뛰어드는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프로젝트에 들어가기전 그는 매우 분석적이다. 분석이 끝나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는데, 행동부터 먼저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가 즐겨 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말은 분석이 완료된 뒤라는 문구가 빠져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나름의 브레인 스토밍 방법론도 갖고 있다. 배순훈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현직에 있을때 알려준 것이라고 하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번째는 문제를 잘 정의하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했는지 조사하는 거고, 세번째는 문제를 풀기 위한 데이터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네번째는 스스로 솔루션을 만드는거에요. 그러다보면 어느순간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중요한 것은 네번째 단계입니다. 답을 이끌어내려면 자나깨나 문제만 생각해야 해요. 밥먹을때나 잠자기전이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습관을 갖출 필요가 있죠. 적자생존의 마인드도 있어야 합니다."



적자생존? 브레인 스토밍 방법론을 말하면서 튀어나오는 다윈의 진화론은 심하게 생뚱맞다.



"강한자가 살아남는 적자생존이 아니에요. 잘 적는 사람이 생존한다는 것입니다." 그의 적자생존론은 계속된다.



"조선산업에서 30년만에 기적을 만든 이유를 물어보니 적자생존이었어요. 이걸 30년간 해온 겁니다. 지금은 용접이나 저임금 경쟁력으로 앞서 있는게 아니라 그동안 적어놓은 것에 기반한 설계로 잘나가는 겁니다. 일본도 잘 적는 나라인데, 90년대 불황에 빠지면서 잘 안적는거에요. 엔지니어들이 안잘리려고 적지를 않는거에요. 그러니 노하우가 공유될리가 없지요. 우리나라가 SW부문이 약한 것도 적자생존의 마인드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요. 축적이 안돼 있는 거죠."



들어보니 적는다는 의미는 단순한 메모가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는 의미다. 아는 것을 남들과 공유하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만큼 그는 지금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적는다. 생존하기 위해서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다르다. 세상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게 수두룩하다. 할 수 없는데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여러 사람 힘들게 만든다. 휴유증도 크고 오래간다.



김흥남 원장이 강조했던 모바일 SW 플랫폼 강화론도 아직까지는 위험한 생각으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 할 수 없는데 하겠다는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모바일SW 플랫폼의 현주소다.



정부가 나서면 모바일SW 플랫폼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란 기대감도 크지 않다. 오히려 위피의 불편한 기억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다. 나서지 말고 개방형 통신 환경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전봇대들이나 뽑아달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김 원장은 정부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액션을 들고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나왔던 정부 정책과 거기서 거기라면 환영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회의적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소통하는 것은 기본이고, 신뢰를 심어줄 수 있는 디테일도 확보해야 한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척의 배가 있사옵니다"고 외친 뒤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신화의 결과에 매료되기보다는 그가 절대로 이길 수 없을 듯 보였던 싸움에 임하면서 어떤 준비를 했는지 주목해야할 것이다. 장군식 정부 정책은 세금만 까먹게될 것이다.



김흥남 원장도 모바일SW 플랫폼을 키우는게 쉽지 않은 것임을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선수'인 그가 현실을모를리 없다. 그래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묻는 질문에 신중한 포즈를 취하는 것이다. 김흥남식 브레인 스토밍 단계로 치면 해법을 찾기 위해 밥을 먹을때나, 잠자기전 끊임없이 고민하는 4단계에 와 있는 셈이다.



정부가 모바일SW 플랫폼에 승부수를 던진다면, 누군가는 정책을 대변할 에반젤리스트(전도사)를 맡아야 한다. 칭찬보다는 비판이 많을텐데, 누가 적임일까? 잘 모르는 사람이 나서면 부작용만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에반젤리스트는 소신과 그걸 뒷받침할 전문성을 갖춘 이에게 어울리는 위치다. 욱하는 성격이 있어서도 안된다. 소통이 막힐 수 있다.



김흥남 원장은 어떨까? 모바일SW 플랫폼에 대한 강력한 소신을 떠올리니 그가 맡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럴 의사가 있느냐?"고 묻고 싶지만 참기로 했다. 때가되면 그가 스스로 에반젤리스트를 자처하고 나설 것이라고 믿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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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