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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11 멸망을 부르는 ‘획일성’
마켓 생태계/지식2011.03.11 05:55

멸망을 부르는 ‘획일성’ 인디오의 혈액형과 아일랜드의 감자 대기근 2011년 03월 11일(금)

사타 라운지 남미의 과테말라는 인구의 95%가 혈액형이 O형이다. 그 주변에 위치한 볼리비아와 니카라과, 페루 등의 국민도 절대 다수가 O형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A형이 34.5%, B형이 27.1%, O형이 27%, AB형이 11.4%이다. 유럽 국가의 경우 A형과 O형이 특히 많은 편이지만, 대부분의 국가는 A형, B형, O형, AB형이 다양하게 섞여 있다.

그럼 왜 남미 주민들의 혈액형은 왜 그처럼 O형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까? 그것은 본래 남미에 살았던 원주민 인디오들의 혈액형이 100% O형의 한 가지 혈액형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한 과학 저술가는 성병에 유독 약한 A형과 B형 유전자가 소멸되고 O형 유전자만 진화해온 것으로 추정했다.

한 가지 혈액형을 지니고 있으니 이들은 호감이 가는 혈액형이니 비호감 혈액형이니 따위의 문제로 다툴 이유가 없다. 또 서로 간에 수혈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 급한 사고를 당해도 혈액 부족이란 불편을 겪을 염려가 적다.

하지만 바로 이런 혈액형의 획일성 때문에 그들은 스페인 군대의 총칼에 앞서 천연두라는 질병에 무너져 버렸다.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잉카 유적으로서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마추픽추의 주민들이 감쪽같이 사라진 이유 중의 하나로 전염병을 드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단일 품종 재배가 일으킨 대기근

▲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대기근 기념물 
1847년부터 아일랜드에서는 갑자기 감자마름병이 전역에 발생해 대기근을 겪었다. 약 10년 동안 이어진 이 기근으로 인해 800여 만 명의 아일랜드 인구 중 100만 명이 굶어죽고 300만 명이 아메리카 등으로 이주하여 아일랜드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했다.

남은 사람들도 풀을 먹거나 애완동물을 잡아먹으며 겨우 목숨을 부지했는데, 비타민 부족으로 수천 명의 사람들이 실명하거나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 아일랜드의 재앙은 영국인 대지주들의 수탈 등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감자의 단일품종 재배 때문이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 재배되던 감자는 ‘럼퍼’라는 단일품종으로서, 전국의 모든 감자가 유전자적으로 똑같았다. 그런데 이 품종은 운이 나쁘게도 감자마름병에 아무런 내성이 없었다. 따라서 단 하나의 전염병으로 아일랜드 전역의 감자밭이 초토화된 것이다.

만약 아일랜드의 감자밭마다 저마다의 특성과 장단점을 지니고 있는 다양향 품종의 감자가 재배되고 있었다면, 감자마름병에 대해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을 감자 스스로 찾아냈을 것이다.

감자는 원래 유럽에는 없던 작물로서,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원지대가 원산지이다. 16세기 말 신대륙으로부터 감자가 도입되면서 유럽인들은 먹을거리 걱정을 덜 수 있었는데, 17세기 이후 유럽 인구가 급증한 것은 감자 덕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감자의 원산지에서 감자라는 풍부한 식량 덕분에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잉카인들은 그런 대기근을 겪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다양한 품종의 감자를 함께 재배했기 때문이다. 단일 혈액형으로 인해 멸망한 것으로 알려진 잉카인들이 식량인 감자는 다품종으로 재배했다니 참 아이러니하다.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르는 바나나

아일랜드의 감자 교훈은 지금도 제대로 전수되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20년 이내 바나나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 모른다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상업용 바나나의 99%는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이다. 생산성이 좋고 너무 빨리 익지 않아 해외 수출용으로 적합한 품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바나나는 유성생식을 하지 못하게 개량돼 오직 꺾꽂이 방식으로만 재배되므로 유전적 다양성이 전혀 없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TR4라는 곰팡이 질병이 번지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당시 이 질병이 처음 발생한 대만에서는 바나나의 70% 가량이 사멸했는데, 동남아시아와 인도, 호주를 거쳐 현재 중남미까지 질병이 퍼지고 있다는 것.

중남미는 세계 최대 바나나 수출국들이 포진해 있는 지역이라 대책이 시급한 모양이다. 바나나 멸종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캐번디시 종을 다른 종과 교배시켜 다양한 잡종 품종을 만들어내는 방법뿐이라고 한다.

▲ 현재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상업용 바나나의 99%는 캐번디시라는 단일 품종이다. 
획일성이 위험한 것은 자연현상뿐만 아니라 정치도 마찬가지다. 히틀러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약 600만 명에 이르는 유대인을 인종청소라는 명목 아래 학살했다.

당시 히틀러는 글라이히샬통(Gleichschaltung)이라는 획일화 정책을 통해 모든 독일 국민을 획일주의적 사고방식으로 무장시켰다. 경찰, 행정부, 사법부, 언론, 각종 협회 등 사회의 모든 고위직도 나치당원들이 장악했다.

이런 획일화된 사회에서 ‘우리’와 다른 ‘그들’을 학살하는 행위는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현재 독일 교육의 특징은 주입식 교육보다 인성 교육이 더 중요시된다는 점인데, 과거의 교훈으로 인해 획일적인 사고방식의 소유자를 양산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대멸종이 다가온다

며칠 전 미국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연구팀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지구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된 징후가 보인다고 한다. 화석 증거 분석에서 보통 100만년에 2종이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 포유류가 지난 500년간에만 80종이나 멸종되었다는 게 연구팀이 제시하는 근거이다.

지구상에 동물이 출현한 이래 최소한 11차례에 걸쳐 생물이 크게 멸종했는데 그 중 가장 큰 멸종이 있었던 다섯 차례를 대멸종이라고 부른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3차 페름기-트라이아스기의 대멸종은 가장 큰 규모의 것으로 해양 동물 종의 96%가 멸종됐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멸종은 약 6천500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와 신생대 제3기 사이에 일어났던 ‘K/T 경계 멸종사건’으로서 공룡도 그때 멸종했다. 연구팀을 이끈 앤서니 바노스키 박사에 의하면 여섯 번째 대멸종이 빠르면 300년에서 2천200년 안에 본격화될 수 있다고 한다.

지구 역사상 지금까지 일어난 대멸종은 화산활동이나 혜성 충돌 등 자연적인 원인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물 서식지 파괴 및 남획, 지구온난화, 바이러스 전파 등 인간 활동이 대멸종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인간의 근시안적이고 무분별한 생물자원의 이용이 생물 다양성의 손실이라는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3.11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