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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산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8.19 새로운 니즈와 미술관의 변화
  2. 2010.08.13 유통경로의 다변화, 시스템이 관건
서비스/아트페어2010.08.19 20:52

새로운 니즈와 미술관의 변화

[특집] 미술시장은 미술산업으로 진화할까③

 관람시장의 변화

 

박천남 _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미술관의 운영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수집, 보존, 전시 등과 같은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에서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미술관 이용객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미술관은 도서관처럼 조용해야 하는, 그저 엄숙하고 정적인 공간이 아니라, 언제 방문하든, 다양한 볼거리와 재미있는 즐길거리가 있는 변화무쌍한 공간으로의 변화를 요청 받고 있다. 향유자, 수용자 중심의 미술관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는 국내보다는 주로 서구의 경우에서 그 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해외 유수의 미술관들은 오래전부터 수집, 보존, 전시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의 고전적 기능을 벗어나 다양한 문화 서비스를 창출, 제공하는 살아 숨 쉬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화를 모색하는 등 운영 패러다임과 중심 기능의 전환을 이루었다. 이에 반해 한국의 미술관은 여전히 전시 중심의 운영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다.


관객들의 새로운 니즈

물론 미술관에 있어 전시와 전시공간은 기본이다. 전시가 없는 미술관은 의미가 없다. 제아무리 비싼 고급 자동차도 엔진이 부실하면, 엔진 동력 없이는 차는 결코 굴러갈 수 없다. 그러나 이제 미술관은 전시만이어서는 안 된다. 앞서 지적했듯 현재, 미래의 미술관은 복합문화공간으로 작용해야 한다. 앞서 지적한 이런 저런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맞아 돌아가야 미술관도 자동차도 승객을 태우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이쯤이면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도 그저 관람객 정도로 부를 것이 아니라, 이용객, 방문객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그것이 상설이건 기획이건, 미술관은 전시는 기본으로 가져가지만, 관람객과 이용객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설, 그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적합한 공간, 그들에게 제공되고 열려 있을 도서와 자료실, 카페, 식당, 아트숍 등의 위치와 동선, 그에 따른 서비스와 접근 편의 시설 마련 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전시와 함께 아트 상품, 아카이브,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 아름답고 전망이 좋은, 특별한 맛난 음식이 준비되어 있는 휴게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왕성한, 새로운 니즈로 무장한 관객, 이용자, 즉 수용자를 중심으로 한 미술관 운영 프로그램 마련에 골몰할 때다. 그저 지난 시기까지 이어져온 관성에 의해, 이른바 공급자 중심의, 소장품 몇 점, 연간 기획전, 상설전, 국내전, 국제전, 연례전 몇 회, 블록버스터에 의한 몇 만 명 관객 동원, 언론 노출 몇 회 정도로 만족하고 안주할 때가 아니다. 블록버스터 전시에 관람객들이 보여준 뜨거운(?) 반응을, 상시는 아니더라도, 연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는, 흡입할 수 있는, 그들의 니즈를 정확하게 읽고 반영하는, 그들의 눈높이에 맞춘 집객 모티프를, 수용자 중심의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반성적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화된 다국적 미술관의 등장

최근 들어 구겐하임미술관, 퐁피두센터 등과 같은, 규모가 큰, 거대 기업화된 다국적 미술관 개념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세계 각지에 분관을 건립하고 또 설립 및 운영 라이센스를 주려는 구체적인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미술관들이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다. 이름대면 알만한 국내 지자체장들은 이들 미술관장을 방문해 유치를 허락해달라고 청하기도 했다. 운영자문 및 소장품 대여 등으로 분관을 유치한 주체가 이들에게 지급되는 로열티는 엄청나다. 국가의 경쟁력이 경제력에서 문화력으로 옮겨진 요즘, 블록버스터 전시를 제외하고 이만한 매력을 가진 문화사업이 어디 있을까? 문화사업의 탈을 뒤집어쓰고 서로 장사속, 이런저런 잇속 챙기기에 급급한 블록버스터에 일희일비하지 말아야 한다.

한국의 미술관 경우, 특히 지자체 미술관의 경우, 그 규모가 거대하게 지어지고는 있지만. 다국적화라든가, 기업화 전략 등은 부재에 가깝다. 미술관문화의 한류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은가?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혹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미술관과 그 수가 얼마나 될까? 최근 몇몇 갤러리나 상업화랑들이 베이징, 뉴욕 등 외국 주요 도시에 지점을 개설하고 있다. 미술의 미술관문화의 한류, 다국적화는 가능하다. 눈을 들어 세계를 겨냥하자. 면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전시, 문화, 관람산업, 문화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 전시가 보여주는 것

한국의 미술관, 특히 국ㆍ공립미술관의 연간 운영실적은 크게 관람객 수와 전시 회수를 중심으로 평가된다. 이는 사립미술관도 마찬가지다. 규모 있는 이런저런 공공 문화공간들의 경우도 예외일 수 없다. 이렇듯 설립 주체가 국가건, 지자체건, 개인이건 간에 미술관의 업무 수행 평가는 전시 총 개최수와 전체 관람객 수 등 양적인 측면을 중요시 한다. 이른바 정량적 평가 방식을 취한다. 이중 특별히 운영 주체가 관심을 과도하게 기울이는 부분이 관람객 수다. 이렇듯 관람객 숫자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것은 그것이 미술관의 수입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립미술관 관장 입장에서는 자신의 수행평가 및 그에 따른 임기와 직결되는 사항이고 특히 사립미술관에 있어서는 입장료가 몇 안되는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아니 유일한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공사립 관계없이 미술관은 모두 공공재이지만, 대부분의 기관장들은 관람객 동원책을 지시하고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썩는다.


이렇듯 관람객 개발에 대한 고민의 해결책으로 자의 반, 타의 반 찾게 되는 것 중 하나가 블록버스터 전시다. 마약처럼 블록버스터를 찾게 되고 전시를 보기 위해 길게 늘어선 관람객들의 줄을 보면서 만족해하고 사진을 찍어 미술관 소식지 표지에 올리기도 한다. "○○전, 관람객 ○○만 명 돌파…" 등과 같은 자극적인 카피가 이어진다. 결국 그 다음해에는 더 많은 관람객 동원을 위해, 약발이 더 강한 전시, 규모가 더 큰 전시를 찾아 나서게 되고, 누군가가 들고 온 그럴 듯한 타이틀의 전시 제안을 덥석 물게 되는 것이다. 제안을 하는 측이나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서로의 이해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기획주체와 공공성을 추구하는 공공재와의 불안한 동거라 할까. 문제는 지향하는 바가 다른 두 주체가 한 배를 타고 간다는 부분에 있다. 그럼에도 서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가는 것은 제안하는 쪽은 돈이 되기 때문이고 받아들이는 쪽은 연간 관람객 수를 일정 수준으로 보장해주는 엄청난 관객 동원과 언론의 집중 보도, 노출이 일정수준 보장되기 때문이다.

블록버스터에 대한 수용자의 입장도 있다. 지자체가 설립한 시ㆍ도립 미술관의 경우, 지역민들이 미술관 홈페이지에 민원을 올리는 경우가 간혹 있다. 서울에서는 이런저런 블록버스터 전시를 개최하는데, 왜 우리 시립미술관에서는 하지 않느냐. 우리도 보고 싶다하는 식이다. 사실이다. 작전 세력 내지는 기획사 알바에 의한 민원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건강한 수요도 분명하게 있다. 이렇듯 관람객의 니즈가 바뀌었다. 미술관의 상업화를 미술관 스스로 조장하고 있느냐는 비판을 넘어 중요한 것은 관객의 니즈가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과 국제적 네트워크 겸비한 전문 기획사의 출현

미술관이 새로운 미술관문화 창출, 혹은 운영 패러다임의 변화와 실수요자 층의 니즈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는 사이, 관객들의 전시, 교육 등과 관련한 변화된, 새로운 욕구를 파고드는, 달래는, 충족시키는 전문 기획사들과 독립 기획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수요자로서 미술관 이용객들의 앞서가는 니즈와 미술관의 소극적 대처는 전문성은 물론,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탄탄한 인적 구성과 자금 동원 능력이라든가 든든한 인맥, 학맥 등으로 무장한 다국적인 전문 기획사 등이 생겨나는 동인으로 작용했다.

이들은 시의성 있는 전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눈높이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해 나가는 시스템도 마련하고 있다. 이들은 국제적인 비즈니스 전략과 네트워크, 마인드를 다지면서 동시대 이슈를 힘 있게 효과적으로 담아내는 문제적 전시를 국내외에서 잇달라 성사시키면서 국제적인 인지도를 획득하고 있다. 개인적인 활동은 물론, 큐레이팅 컴퍼니를 설립, 시스템을 갖추고 사업적인 측면에서도 결과를 내어 놓고 있다. 기존 미술관, 화랑 시스템 등이 독점해오던 인큐베이팅, 프로모션, 큐레이팅, 디벨럽핑, 사후관리 등 토탈 미술문화서비스를 선도해 나갈 태세다. 국내외에서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과 시스템, 즉 크고 작은 인프라가 속속 등장하면서, 나아가 이들이 연계, 연대하기 시작하면서 전혀 새로운 미술가치를 겨냥하는 문화적 시너지가 창출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문화력을 지탱하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다. 미술계의 이수만, SM 엔터테인먼트의 등장이 멀지 않았음이다.

[특집] "미술시장은 미술산업으로 진화할까" 다른 기사 보기
① 제작시스템의 변화 ② 매매시장의 변화 ④ 좌담(예정)



필자소개
박천남은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쳤으며 동 대학원 미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하였다.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등을 거쳐 현재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 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미술관문화연구소 소장, 한국큐레이터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2006년 ‘자랑스러운 박물관인상’을 수상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서비스/아트페어2010.08.13 07:37

유통경로의 다변화, 시스템이 관건
[특집] 미술시장은 미술산업으로 진화할까② 매매시장의 변화
 
김윤섭 _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 울산대 객원교수
 

최근 들어 ‘문화산업’의 중요성이 유례없이 강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미술장르는 산업으로써도 발전가능성이 가장 높은 블루칩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림 한 점의 가격이 자동차 5000대 매출과 맞먹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미술 콘텐츠가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고부가가치 창출에 있어 아주 매력적인 잠재력을 지녔다는 얘기다. 더불어 미술작품을 단순히 문화적인 향유대상을 넘어 시장논리에 따른 소비대상으로 생각하는 것도 이젠 자연스러워졌다.

다만 문화소비는 개인의 기호와 경제여건, 사회적 트렌드 등의 변화에 무척 민감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이 부분이 개인이 속해있는 국가적, 조직적인 문화차이의 주요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술시장의 현주소를 살피기 위해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미술시장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다. 다만 공신력 있는 일부 기관이나 단체에서 비정기적으로 발간되는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 올해 상반기에 뒤늦게나마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행한 『2008년도 미술시장실태조사』가 참고할 만하다. 재작년과 작년의 시장상황은 거의 같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참고1] 주요 미술시장 규모표
구분 시설수(개) 종사자수(명) 작품판매금액(백만원)
화랑 183 737 215,403
경매회사 9 118 133,222
아트페어 29 163 9,609
전체 221 1,018 358,234
『2008년도 미술시장실태조사』

갤러리 여전히 지배적… 변화에 대한 고군분투

최근 경매나 아트페어의 목소리가 커졌다고는 하나, 매매시장에서 갤러리나 화랑의 역할은 아주 지배적이다. 특히 미술이 점차 산업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대의 변화를 읽고 그 트렌드를 리드해나갈 주역인 작가를 발굴해 시장에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장의 공급 및 중개자’로서 시장의 기초와 기반을 다지는 기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응할 수 있는 변화의 용기가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냉엄한 시장논리는 화랑도 빗겨갈 수 없다.

불과 5~6년 이전만 해도 화랑운영은 그런대로 수월했다. 그저 몇몇 관심작가의 작품을 중개하는 정도면 충분했다. 물론 작가나 작품 추천의 열쇠는 공급자가 쥐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그런 안일한 운영방식으론 문 닫는 지름길이다. 시대변화의 속도 못지않게 수요자의 기호와 인식도 급속히 변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이 점차 마트식 멀티숍 기능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여기에 적응하기 위해 화랑도 고군분투한다. 이런 화랑가의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요소로 세대교체와 신생화랑의 선전을 들 수 있다. 둘의 공통점은 ‘젊은 피의 수혈’이란 점이다.

먼저 세대교체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소위 해방 이후 화랑설립 1세대의 평균 연령이 70세 전후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 2세가 대개 ‘전문교육 이수 혹은 해외 유학파’라는 배경을 무기로 점차 화랑 운영의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들을 중심으로 소개되는 작가나 작품도 같이 변화에 동참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해외 진출이나 특화된 전문화랑 운영 등 좀 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기도 한다. 직계 가족이 아닌, 직원에 의한 세대교체도 주목할 만하다. 유수의 한 화랑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전문경력과 노하우로 독립하는 케이스다. 이 경우 작가나 고객층이 상당 수 중복되어 화랑 성격도 다소 유사한 경향도 적지 않다. 물론 장단점이 있겠지만, 상호 정체되지 않는 자극제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와는 별도로 ‘초년병’에 의한 신생화랑이 선전하는 예도 많았다. 최근 지독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매매시장이 연명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역할로도 볼 수 있겠다. 다소 무모할 정도로 신생화랑 붐이 일었다가 지금 어느 정도 진정된 국면이다. 이들은 한창 경기가 좋았던 3~4년 전을 기해 일제히 일어난 케이스인데, 대개 어느 정도의 충분한 경제력이나 소장품을 가진 예가 많았다. 오랜 시간 관망하던 수요자 층이 준전문가의 안목을 가지고 직접 시장에 뛰어든 경우로도 볼 수 있다. 어찌됐건 이런 신생화랑들도 몇 년의 시행착오를 거치며 어느 덧 유통시장의 주역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일명 ‘국제화’ 바람도 매매시장의 중요한 변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전엔 메이저 화랑에 소속된 인기작가를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돌아갔다. 그러나 지금은 ‘스타작가’가 시장의 흐름을 좌우한다. 단순히 대중적인 인기를 넘어 직접적인 수익창출도 일으킬 수 있는 ‘스타급’ 작가를 누가 먼저 확보하는가가 관건이 되었다. 소위 ‘내수용 작가’가 아닌, 국제시장에서도 먹힐 수 있는 ‘글로벌 블루칩작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작가라면 누구나 국제무대에서 성공을 꿈꾼다. 이런 욕구를 개인의 한 화랑에서 충족시켜주긴 역부족이다. 때문에 이런 측면에서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개인 기획자(독립 큐레이터나 매니지먼트 종사자)의 활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들의 활동영역은 틈새시장 이상으로 급성장하게 될 것이다.



경매의 역할 증대… 신작소개, 작가 발굴 등 준화랑의 역할

국내 매매시장에서 경매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전엔 단순히 소장자 작품을 리세일하는 데 그쳤던 것이 간혹 테마경매를 통해 신작을 선보이거나,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는 기획전을 통해 준화랑 역할도 하고 있다. 아마도 이는 경매사의 주체가 화랑 중심인 이유도 있겠다. 차치하고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수록 경매에 대한 의존력은 높아지기 마련이다. 거의 유일한 공개된 매매창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복이 심한 낙찰가격은 간혹 순수 시장에 혼선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서울을 중심으로 전국에 산재한 10여 개의 경매는 수요자에게 숨통 역할을 자처한다.

2008년 기준 유수 경매사의 연간 총 경매 개최횟수는 283회(온라인경매 252회 포함), 연간 낙찰작품수는 총 8,885점(총출품작품수 10779점 대비 65.9% 평균 낙찰률), 총 낙찰금액은 1231억 원 정도이다. 이중에 국내 작품이 7083점(79.7%), 해외작품은 1802점(20.3%)이고, 서양화 작품이 5044점으로 56.8%를 차지한다. 참고로 매출증감을 보면 2007년 대비 2008년은 35.8% 감소, 2008년 대비 2009년은 평균 18% 감소했다고 나타난다. 이는 현재 경매시장을 통한 유통현황은 한창 성황을 이뤘던 2006~2007년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임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러한 매출변화 원인은 국가경제 전반의 어려운 사정과 미술시장 내적 원인 및 관련정책 및 제도의 미비한 뒷받침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부된 결과로 여겨진다.


아트페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빅 이벤트의 가능성

아트페어는 경매와 함께 매매시장의 활기를 이끄는 전초기지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최되는 대규모 아트페어는 화랑이 직간접적으로 관여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매매시장의 현황을 따질 때 화랑의 실적과 적지 않게 충복되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판매에 대한 집계가 직접집계보다 구두집계 또는 추정하는 비중이 높아 정확한 집계라고 보긴 어려운 실정이다. 참고로 2008년 아트페어 총 판매작품수는 3535점, 판매금액은 약 337억 원으로 정리된다.

사실 미술시장의 산업화 측면에서만 본다면 아트페어 운영방식을 어떻게 활성화시키는가에 따라 그 규모와 역할을 매우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아트페어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상대로 한 빅 이벤트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때문에 아트페어를 통해 생산자인 작가와 수요자인 고객을 효과적으로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내는 것이 중개자(화랑 혹은 기획자)의 몫인 셈이다.




미술은행, 국공립미술관, 아트펀드, 건축물미술장식품… 주목되는 규모

미술시장의 기본 매매시장 외에도 간과해선 안 될 유통라인이 있다. 그것은 미술은행이나 국공립미술관, 아트펀드와 건축물미술장식품 등이다.

우선 미술은행의 경우 시장에서 다소 소외된 작가들의 작품까지 일부 수용하고 있어서 매매시장의 범위를 확대시켜주는 기능도 하고 있다. 소장품은 재판매가 아닌, 일시 대여를 통한 수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08년도 기준 총 구입된 작품은 389점으로 약 21억원 정도 규모였으며, 공모제 구입형식이 약 14억 원으로 66.5%를 구성했다. 다음으로 2008년 주요 국공립미술관 12~13곳이 작품을 구입한 금액은 약 106억 원의 664점 정도 였다. 참고로 2007년 103억 원, 2008년 106억 원, 2009년 138억 원 등으로 그나마 불경기임에도 유일하게 매매규모가 확대된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미술은행이나 미술관은 작품의 본 가격보다 크게 낮춰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서 일반 매매현황과는 다소 구분할 필요가 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미술시장의 기반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유통창구라는 점이다.

이어서 아트펀드의 경우 2009년도 말 6개 정도의 펀드기준 설정원본은 972억 원에 순자산총액은 1003억 원 등으로 나타났으며, 건출물미술장식품 설치규모는 연간 약 1000억 원 규모 중 민간 영역이 86% 정도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된다.

[참고4] 연도별 미술은행 작품구입현황 단위: 점, 천원
구입년도 추천제 공모제 현장구입제
작품수 금액 작품수 금액 작품수 금액 작품수 금액
2005 473 2,164,670 269 1,247,800 105 539,500 99 377,370
2006 385 2,200,290 156 1,028,700 141 729,100 88 442,490
2007 331 2,043,150 143 987,700 124 698,250 64 357,200
2008 389 2,104,550 33 364,000 288 1,399,750 68 340,800
합계 1,578 8,512,660 601 3,628,200 658 3,366,600 319 1,517,860
『2008년도 미술시장실태조사』

특화된 고객을 넘어

매매시장은 빠른 속도로 다변화되어 가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화랑과 경매, 아트페어 등 전통적인 방식 이외에도 미술품 유통경로는 점차 다양화되고 있다. 그중에서 기업의 참여는 미술시장에 큰 호재이며 가장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문화적 감성이 우선되는 시류에 발맞춰 새로운 기업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문화마케팅 붐’ 때문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 표면적인 디자인 등을 강조한 마케팅 기법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그 제품을 사용하게 될 잠재고객을 얼마나 감동시킬 수 있는가에 주력한다. 감성을 사로잡는 문화마케팅인 ‘컬쳐노믹스Culturenomics, culture+economics'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예 보다 적극적으로 ‘문화예술 기업’을 표방하면서 예술을 적극적으로 브랜드화 시키거나, 문화를 기업경영의 모토로 삼고 있는 사례도 있으며, 문화마케팅 붐은 기업만이 아니라 지자체에서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전통적인 개념에서 미술시장을 바라본다면 단지 미술을 좋아하는 ‘특화된 고객’에게 작품을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미술의 기능은 한 개인을 충족시키는 기호품을 넘어선다. 기업이나 단체, 국가 등의 유무형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긴요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미술을 매개로 한 유통시장이야말로 가장 큰 경쟁력을 갖춘 문화산업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결해야 할 과제는 분명 있다. 그것은 미술, 넓게는 문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이다. 문화(미술)산업은 단순한 시장논리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 산업적인 측면을 넘어 한 나라의 문화의식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정한 장르에 편중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이미 세계의 문화산업 시장은 다양한 업종별 경계는 사라지고 서로 활발한 교류와 융합을 통해 전혀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미술품 매매시장 역시 이런 기조를 참고해서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다양성을 지향할 때 비로소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김윤섭은 월간 미술세계 편집장과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 문화체육관광부 국고지원사업 평가위원과 미술시장실태조사 책임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시립미술관 가격심의위원,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운영위원, 동국대 사회교육원 교수, 울산대 객원교수,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