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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2010.12.29 04:38

‘토크 콘서트’에서 만난 웃음과학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공연계 블루칩으로 떠올라 2010년 12월 29일(수)

방송인 김제동(35)의 ‘토크 콘서트-노브레이크’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5일부터 시작된 콘서트는 전회 매진을 기록 중이다. 오는 31일까지 진행되는 김제동의 ‘토크콘서트 노브레이크 시즌2’는 공연을 정확히 한달 앞두고 18회 공연의 7천200여석 전석이 판매됐다.

화려한 무대 장치 하나 없는 소박한 토크 콘서트가 수많은 대형 콘서트가 열리는 연말 시즌에서 당당히 히트 공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로 흥행 몰이

▲ 공연장은 화려한 장치 없이 소박하게 꾸며져 있다.  ⓒljypop

공연계의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토크 콘서트에 본지의 기자도 달려가 그 열기의 현장을 함께 했다.
 
토크 콘서트는 대형 무대가 아닌 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관객들이 앉는 객석은 극을 이끌어가는 재담꾼 김제동을 위로 올려다 보는 형태가 아닌, 같은 눈높이로 보거나 아래로 내려다보는 형태로 돼 있다. 구조부터가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자는 ’토크 콘서트’의 취지에 딱 맞아 떨어진다.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도 멀지 않다. 극장 내 어디에서건 말을 하면 김씨에게 들리고 김씨는 이에 자연스레 화답한다. 따라서 관객들은 김제동과 직접 얘기하며 콘서트에 참여할 수 있다. 극이 시작될 때 어색해하던 이도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김씨와 직접 끊임없이 소통하며 콘서트를 함께 만들어 가는 주인공으로 변모한다.

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 흔히 보이는 팬들로부터 가수를 보호하려는 보디가드들은 볼 수가 없다. 오히려 김씨는 제발 본인이 지나갈 때 잡아 달라며 부탁한다. 안경을 벗고 생얼을 보이며 관객에게 부탁하는 그의 말에 웃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관객은 20대에서부터 60대까지 다양하다. 대다수가 손잡고 오는 연인들이지만 친구끼리 온 관객도 있고 혼자 온 관객도 꽤 눈에 띈다. 서울에서 열리는 콘서트이지만 대전, 강원도 등 지방 곳곳에서 방문했다.

이 콘서트의 특징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극을 진행시키는 대본이 없다. 단지 김제동의 풍부한 언변과 그간의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즉석에서 얘기를 이어간다. 하지만 그 흐름에 어떤 거부감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상황과 느낌에 맞게 김제동은 쉼없이 자연스레 말을 풀어간다.

언어 연금술사들의 향연에 관객들 매료

‘오버 더 레인보우’ 피아노 연주로 콘서트는 시작된다. 꽤 솜씨있게 쳐내려가는 그의 피아노 위에는 악보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악보를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곡을 아예 통째로 외웠단다. 몇 달에 걸쳐 곡을 외웠을 그의 노력이 돋보인다.

콘서트 중, 관객에게 보온병을 선물로 건네며 터질지도 모르니 조심하란다. 마침 혼자 자리에 앉아있는 남성 팬에게 김씨는 “어떻게 혼자 왔어요? 참으로 외로울 것 같다”며 본인의 실제 사이즈와 같은 크기의 브로마이드를 건넨다. 혼자 온 남성팬은 그 브로마이드를 본인 옆자리에 펼쳐 놓고는 김씨와 한참 얘기를 주고 받는다. 다른 관객들도 함께 얘기에 동참하며 콘서트의 주인공이 된다.

공연의 백미는 초대 손님과의 시간으로, 공연 당일까지 철저하게 비밀에 붙여지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두터운 인맥을 반영하듯 이승엽, 비, 윤도현, 송윤아, 박명수, 유재석, 이경규 등이 게스트로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기자가 찾은 26일 콘서트 장을 찾아온 게스트는 국민MC 유재석이었다. 그가 콘서트장에 들어서자 관객들의 호응이 대단했는데, 김씨는 “관객들이 이렇게 적극적인지 처음 알았다”며 “오늘 콘서트를 보러 오신 분들은 굉장히 조용한 분들인 줄 알았다”라고 재치있게 농담을 건넸다.

유재석과 김제동은 무려 50여분간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며 웃음을 줬다. 그들이 서로 말을 나누자 단어의 무한한 변신이 시작되며 맛깔나는 얘기로 돌변했다.

콘서트인만큼 이날 그는 기타를 직접 연주하며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불렀다. 김제동은 이 곡을 첫사랑에게 학교 앞 창고라는 술집에서 불러줬다며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옛 사랑의 추억을 떠올렸다.

언중유골의 달변가와 관객들 사이의 줄다리기

▲ 관객과 함께 콘서트를 이어가는 김제동 
김제동은 아무런 뜻없는 웃음이 아닌, 의미있는 웃음을 안긴다. 그는 창의성과 인권 그리고 다양성 등을 주제로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얘기한다. 그러나 콘서트 분위기가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시종일관 웃음 속에서 김제동의 얘기가 진행된다.

그는 아이를 자주 접하며 겪었던 일화를 소개하며 “어린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것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그는 “어린이들의 창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며 실제 있었던 일화들을 소개했다. 한 아이 출연자에게 ‘밖에서 고함을 지르면 0000다’라고 문제를 제시하자 아이는 답을 ‘우리아빠’라고 했단다.

한번은 유치원 시화전에 사회를 보러 가서 아이들에게 “시 쓰고 자유롭게 뛰어 노세요”라고 했더니 한 아이가 1분도 채 되지 않아 시 쓰기를 끝내고 놀러 다녔다고 한다. 이에 김제동이 이상하게 생각돼 아이가 쓴 시를 검사해 봤다. 거기엔 ‘시’라는 단 한 글자가 쓰여 있었다.

김제동은 “이런 다양성을 모두 인정해야 한다”며 다양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토크의 말미에 김제동은 “오늘 내가 했던 얘기들은 내 생각일 뿐이다”라며 “관객 여러분들 중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 주셨으면 한다”고 주문한다.

17세기의 프랑스 작가 라브뤼예르(La Bruyère)는 “사람은 행복해지기에 앞서서 반드시 웃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관객들은 행복해지기 위한 웃음을 얻기 위해 콘서트장을 계속해서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웃음에 담긴 뇌 과학

토크 콘서트를 보며 관객들은 출연자의 말과 퍼포먼스를 눈과 귀로 받아들인다. 장면이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안면 근육들이 움직여 입을 벌리고 웃음소리를 낸다. 때로는 배를 움켜쥐고 웃으며 눈물까지 흘린다. 이 웃음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1989년 미국 UCLA 대학병원의 프리드 박사는 만성 간질성 발작을 앓는 16세 소녀의 치료를 위해 뇌검사를 했다. 그 결과 뇌 좌측 전두엽의 직경 1인치 정도 되는 특정 부위를 전기로 자극하자 소녀가 웃음을 터트리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의 환경이나 소녀의 감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오로지 전기자극의 세기에 따라 웃음의 강도와 지속 시간이 달라졌다. 이렇게 프리드 박사에 의해 가장 먼저 발견된 뇌 속의 ‘웃음보’ 연구결과는 네이쳐지에 발표됐다.

대뇌반구의 안쪽과 밑면에 해당하는 뇌 속 변연계도 또 다른 웃음보다. 변연계에 포함되는 해마와 편도, 시상은 행복과 쾌감 등을 느끼거나 또는 표현한다. 특히 이 중 시상하부의 가운데 부분은 조절할 수 없이 터지는 큰 웃음을 만드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웅철 내과 전문의는 “뇌의 특정적인 한두 곳에서만 웃음을 관장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며 뇌 속의 여러 영역이 함께 작용해 웃음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말의 뜻과 소리를 구분해내는 언어적 영역, 감각으로 자극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시각과 청각피질, 몸의 무의식적인 생리작용을 컨트롤하는 뇌간이 복합적으로 반응해 웃음이 난다는 것이다.

또한 얼굴에는 수십 개의 근육이 있는데 혼자서 근육이 움직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대략 80개 근육 중 40여개가 웃는 표정에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눈웃음을 지으면 눈 주변 근육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볼과 입 주변의 근육까지 함께 움직인다. 수십 개의 근육들이 만들어내는 우리의 웃음. 그 속에 내가 만들어낸 과학이 숨어있다.

이지연 기자 | ljypop@kofac.or.kr

저작권자 2010.12.29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