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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2010.05.18 02:26

[블로터포럼] 아이폰 출시 6개월, 개발자들이 말하는 변화와 희망

  주민영 2010. 05. 17 (0) 블로터포럼 |

이 달 말이면 아이폰이 국내에 출시된 지 꼭 반 년이 된다. 아이폰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아이폰 출시 반 년이라는 말은 곧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지 반 년이 흘렀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블로터닷넷은 그 동안 세 번의 블로터포럼을 통해 스마트폰이 국내 관련 산업과 개발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해 개발자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왔다.

아이폰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무르익던 지난해 8월에는 이찬진 드림위즈 사장과 함께 “왜 아이폰에 열광할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아이폰 출시 전후로는 두 차례에 걸쳐 유명 개발자 분들을 한 자리에 모시고 스마트폰 산업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전망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2009. 10. 04 “나는 왜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 열광하나” / 2010. 01. 17 2010년 앱 개발자들의 꿈과 희망)

그때 당시 한 독자분이 보내주신 의견이 기억에 남는다. “한 6개월쯤 흐른 뒤에는 국내 모바일 산업이 어떻게 변해 있을 지 흥미롭습니다. 그때가서 다시 한 번 블로터에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정리해 주세요.”

그래서 한 번 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모바일 산업에 나타난 변화를 정리하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 윈도우폰을 대표하는 3명의 개발자들을 모셨다.

  • 일시 : 2010년 5월 13일(목) 오후 4시~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김영식 넥스트앱스 대표(아이폰) / 박성서 안드로이드펍 대표운영자(안드로이드) /신석현 형아소프트 대표(윈도우폰) / 블로터닷넷 도안구·주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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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안구 : 국내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된 지 6개월이 흘렀습니다. 현장에 계신 세 분이 보시기에는 국내 모바일 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었습니까?

김영식 : 아이폰 출시 이후에 이통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의 입장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피처폰이 대세였을 때에는 이통사나 제조사에서 스마트폰 담당부서가 힘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담당조직이 점점 확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콘텐트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입니다.

주민영 :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개발자들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박성서 : 많이 바뀌긴 했는데 사실 좀 더 바뀔 필요가 있죠.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좀 더 자유로웠으면 좋겠습니다. 아직은 예전 기업 문화가 많이 남아있다고 느꼈습니다.

신석현 : 제가 생각하는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 요금제의 인하입니다. 지금의 요금제가 소비자들이 정말 마음 놓고 무선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지만, 과거 위피기반의 무선인터넷에 비해 요금이 큰 폭으로 낮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이통사들이 무선인터넷 활성화에 사업 중점을 두고 OPMD(One Person Multi Device), 테더링 등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는 것도 좋은 변화입니다.

박성서 : 이통사들이 시장을 전적으로 컨트롤하겠다는 마인드도 바뀌었습니다. SKT가 외산 스마트폰에 ‘SKAF’(SK Application Framework)를 제외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SKAF를 뺀다는 것은 SKT도 스마트폰이 가져온 생태계 변화를 인정하겠다는 것이고, 소비자들에게도 선택권을 주겠다는 것입니다.

신석현 : 이번에 국내에 선보인 HTC 디자이어는 해외 시장과 거의 시간차 없이 출시됐습니다. 이통사들도 해외 전략폰을 보다 빠르게 국내에 들어오려고 하고 있고, 동시에 HTC 등 해외 제조업체도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한국 스마트폰 시장을 관망하기만 했다면, 이제는 ‘어라, 한국에도 스마트폰 시장이 있네?’라고 인식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 밖에 앱 판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도 중요한 변화입니다. 스마트폰이 기업 시장, 금융, 교육, 미디어 등 다른 산업 분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주민영 : 기대했던 만큼 스마트폰 시장이 개발자 분들께도 기회가 되고 있습니까?

김영식 : 제가 아이폰 앱 개발을 처음 시작했던 게 작년 1월입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거의 1년 전이었죠. 그 때만 해도 한국 시장에서 아이폰이 이렇게 각광을 받을 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내에 아이폰 개발자들도 많지 않았고요. 단지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만 있었습니다.

아이폰 출시 후에 앱스토어에서 개인 개발자가 몇 억을 벌었다는 기사들이 나가면서 사회적으로도 큰 이슈가 됐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발자 중에 크게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지난 6개월이 스마트폰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 6개월은 이러한 관심이 자양분이 돼서 관련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도안구 : 이런 시점에서 정부와 대학, 이통사에서 저마다 앱 개발자를 양성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앱센터나 개발자지원센터 등이 대표적이죠. 이러한 개발자 양성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영식 : 관 주도, 대학 주도로 인력을 양성하는 시스템이 꼭 나쁘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에 앞서 애플이 한 것처럼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환경을 조성하기에 앞서 인력 양성에만 신경 쓰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있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전부 1인 창조기업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게 쏟아지는 앱들이 다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Park  SS박성서 : 저는 1인 창조기업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30, 40대의 전문가들, 컨설턴트 수준이 되는 분들이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그런 기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정책이 때마침 불어 닥친 스마트폰 바람과 만나면서 개인 개발자쪽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편승해 잘 모르고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이 불쌍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6개월 전만 해도 많은 개발자들에게 빨리 앱 개발에 나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섣불리 뛰어들지 말라고 하죠. 물론 제가 하지 말라고 한다고 그만두는 사람은 실제로 없겠죠. 사실 더 열심히 해야 살아남는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1인 창조기업을 1만 개 만들려는 정책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이 됩니다.

김영식 : 1인 창조기업 1만 개가 아니라 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 앱 개발 업체들이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온라인 게임 산업을 보세요. 작은 규모로 시작했던 벤처들이 성장해 하나의 큰 산업을 형성했습니다. 스마트폰 앱 산업도 그런 방식으로 성장해야 합니다.

신석현 : 이러한 정책이 앱 개발을 해보고 싶은데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앱 개발이 뭔지를 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특히 학생들의 경우 처음부터 스마트폰 개발에 뛰어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단말기 자체도 비싸고요. 문제는 김 대표가 말씀하신 대로 그렇게 양성된 인력이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물론 1인 창조기업이 모두 잘 돼서 한국 개발자들이 글로벌 앱스토어의 상위권을 싹쓸이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실 힘든 얘기죠.

김영식 : 1인 창조기업만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정부의 정책도 문제이지만, 그 조차도 일관되게 지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인턴사원 제도는 여전히 5인 이상 기업에만 적용이 됩니다. 대다수의 수출 품목은 부가세 영세율이 적용되는 데에 반해, 정부에서는 앱 판매에도 부가세를 매기겠다고 하죠. 은행권에서 대출을 하거나 할 때에도 해외 앱 판매는 현실적으로 수출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도안구 : 이런 분위기에서 스마트폰 분야에서도 외주개발(SI)이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SI형태의 개발 수주를 많이 받으시나요?

김영식 : 저희도 외주 개발을 종종 하는데, 인력이 다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잘못하면 옛날 웹 에이전시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개발 단가를 높이려고 노력합니다. 이 시장은 SI를 하지 않더라도 좋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앱을 직접 개발하면 어떻게든 판매까지는 할 수 있는 시장이죠. 믿을 만한 구석이 있으니까 비교적 외주에 대해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있습니다.

박성서 : 앱 개발을 하시는 분들 중에  SI 하기 싫어서 다니던 회사에서 나온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김 대표님처럼 강한 정책을 밀고 나갈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회사가 어려워 질 경우 다시 SI 시장에 발을 걸칠 수 밖에 없죠. 성공한 회사 중에서도 자체 개발한 앱만 가지고 먹고 사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외주로 돈을 벌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자체 앱을 개발할 수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외주를 주는 업체가 개발사를 뽑아먹겠다는 인식이 아니라 키워주겠다는 생각으로 마인드를 바꾸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시장을 말할 때 항상 갑을병정 얘기가 빠지지 않는데, 그런 환경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뜻이죠.

신석현 : 저희는 자체 애플리케이션 출시에도 내부 역량을 지속적으로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까지 감안해서 SI 가격을 책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앱 SI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은 상황입니다. 시장 가격도 딱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업체마다 기술력도 다르고 앱 완성도도 제각각이죠.

앞으로는 이 시장도 급속한 경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스마트폰 앱 시장도 일반적인 소프트웨어 SI 구조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죠.

김영식 : 이런 상황이 전적으로 발주처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시장상황이 미치는 영향도 큽니다. 예를 들어 앱 개발자가 1만이 양성됐을 때, 그런 인력이 전부 앱을 만들어서 B2C 시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입니다. 그러다 보면 SI를 할 수 밖에 없죠.

이런 개발업체들이 자체 개발한 앱을 가지고 오픈 마켓에서 살아남는 확률이 높아지는 시장이 조성되기를 바랍니다. 그런 기회가 많아지면 섣부르게 SI를 하거나 낮은 수준의 앱을 대량생산하는 행태가 줄어들 것입니다. 또한 완성도 높은 앱들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도 보다 만족스러운 앱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13일) 방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좋은 얘기를 했습니다. 3D 산업이 성숙하려면 8주만에 2D 영화를 3D로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람들이 시장에서 없어져야 한다고요. 수준이 낮은 3D영화가 나오면 소비자들이 실망하게 되고, 시장도 망가뜨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을 성숙시키려면 새로 제작되는 영화를 제대로 3D로 만들어야 하고, 2D 영화를 3D로 전환하는 작업도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죠.

스마트폰 앱 분야에서도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개발 업체들의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낮은 수준의 앱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앱을 인내심을 갖고 개발할 수 있는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도안구 : 오픈 마켓에서는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 동안 여러 앱을  판매하시면서 노하우도 많이 쌓였을텐데, 앱 가격을 어떻게 매기시는지, 또 마케팅 정책은 어떻게 세우시는 지도 좀 들려주실 수 있나요?

신석현 : 제가 주로 맡고 있는 윈도우폰 시장은 애플 앱스토어와 완전히 다른 시장입니다. 앱스토어가 완전 경쟁 시장이라면 윈도우폰 쪽은 아직 제한된 콘텐트만 있는 상황입니다. 이런 시장에서는 가격이 낮으면 오히려 앱의 질이 저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름대로 원가분석도 하고 판매치도 예측한 뒤에 자신 있는 만큼의 마진을 붙여 비교적 가격을 높게 가져갑니다.

Kim  YS김영식 : 앱스토어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이 선택을 할 때 유료냐 무료냐가 굉장히 큰 선택의 갈림길입니다. 열에 아홉은 무료로 가고 한 명 정도가 유료를 선택하는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무료만 써도 충분히 만족하고, 실증이 나도 다른 무료 앱이 많기 때문에 이것만 돌아가면서 써도 충분히 즐거운 시장이죠.

유료 시장에서는 가격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번 시도를 해봤더니 가격과 판매량은 거의 정확히 반비례하는 그래프가 나오더라구요. 4.99달러에 100명이 산다고 하면 0.99달러로 팔았을 때는 500명이 산다는 뜻입니다.

저가로 많이 팔 것이냐, 고가로 적게 팔것이냐는 제품에 성격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냐, 아니면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제품이냐가 중요할 것입니다.

저희 앱들의 경우는 1.99나 2.99달러 수준으로 판매했을 때 매출이 가장 높았습니다. 보다 많은 다운로드를 유도해 널리 알릴 필요가 있는 제품은 저가 정책이 도움이 됩니다.

도안구 : 실질적인 노하우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제를 잠시 돌려보겠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플랫폼으로 안드로이드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제조사가 쏟아내는 단말 종류가 엄청나고 이통사들도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데, 이에 반해 정작 안드로이드 시장 조성은 더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박성서 : 제가 보기에 안드로이드는 예상보다 훨씬 빨리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아이폰이 큰 역할을 했죠.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아이폰의 대항마로 안드로이드를 밀면서, 급격히 아이폰 대 안드로이드의 구조가 형성됐으니까요.

저는 안드로이드 시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도 무궁무진하고, 이와 함께 개선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뜻입니다.

특히, 안드로이드 마켓의 유료 결제 문제는 시급해 해결돼야 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글에 아쉬운 부분도 많아요. 작년까지 구글 코리아에는 안드로이드 팀 자체가 없었습니다. 올해에 들어와서 생겼다고 하더군요.

도안구 : 말씀하신 결제 문제 때문에 국내 개발자들이 정상적인 경로로 해외 판매를 못하고, 국내 사용자들도 유료 결제를 못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나 SKT의 경우는 OEM 형식으로 각자의 마켓을 채우고 있는데 이런 안드로이드 시장이 잘 되고 있는 것인가요?

박성서 : 시장이 빨리 형성되야 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이통사나 제조사들이 OEM 형태로 앱을 확보하는 것을 나쁘다고만 보지는 않습니다. 초기에는 일단 물건을 깔아놔야 손님들이 오겠죠. 그 후에도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드는 시장을 만들지 못하고 인위적으로 구축하려고만 한다면 알아서 망할 겁니다.

김영식 : 저는 아이폰의 경우 1년 정도 경험을 쌓았지만, 안드로이드 시장은 관망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앱스토어처럼 시장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면 들어가려고 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해외 시장에 팔 수도 없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아이폰을 하다가 안드로이드를 보니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아이폰은 단일 플랫폼에 단일 단말기여서 개발하기도 수월한데, 안드로이드는 마켓도 다양하고 단말기도 제각각이고, 시장에 퍼진 OS 버전도 여러 가지여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박성서님은 그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박성서 : 저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은 시장의 특성 자체가 다르다고 봅니다. 여기저기서 마켓이 생기는 것이 크게 문제라고 보지는 않아요. 뒤집어보면 다양한 채널이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WAP 시절처럼 제조사나 이통사와 일하는 방법도 있고, 동시에 오픈 마켓에 등록하는 방식도 있다는 것이죠.

주민영 : 구글이 앞으로 안드로이드 마켓의 유료 결제 문제를 해결하고, 마켓을 잘 조성해간다고 할 때, T스토어 등 국내 로컬 마켓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박성서 : 구글은 모든 관리를 시스템에 맡기지 인력을 많이 투입하지 않습니다. 이통사들이 국내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게 관리와 유통을 잘 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여기에서도 관건은 ‘개발자들이 자발적으로 뛰어들 만큼 좋은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가 될 것입니다.

시장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등록과 유통을 보다 편리하게 해주는 것도 개발자들에게 큰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최근에 말이 나오는 훌세일 앱 커뮤니티(WAC)나 국내 통합 앱스토어처럼, 플랫폼에 상관없이 앱 등록 및 검수 창구를 단일화하고, 다양한 마켓에서 이를 가져다가 알아서 팔도록 하는 그런 모델이 편리합니다. 그러나 별도의 애플리케이션 프레임웍을 만들어 그것에 맞추라는 것은 우려가 됩니다. 또한 여러 플레이어들의 이해 관계가 맞물려 있어 실제로 구축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걸림돌이죠.

도안구 : 안드로이드 얘기를 하니 신 대표님이 말씀이 없으시네요.

신석현 : 안드로이드는 일단 폰이라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윈도우폰은 단말기도 안나오는데(일동 웃음). HTC에서 곧 출시될 HD2 이후에는 내년까지 한국에서 윈도우폰을 보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HTC 말고도 당분간 새로 출시되는 윈도우폰은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도안구 : 아이폰은 잘 나가고, 안드로이드는 한참 뜨고 있고, 윈도우폰은 그럼 어떻게 하나요.

신석현 : 이제는 그 다음을 봐야죠. 기존의 윈도우 모바일은 너무 무거웠습니다. 여러 차례 업데이트가 됐지만 사실 기능 개선 수준에 머물렀죠. 아직도 옛날 PDA폰의 연장선 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단점을 한번에 해결하려고 만들어낸 것이 윈도우 폰 7입니다.

주민영 : 지난 3월에 다녀오신 MIX 2010에서 윈도우폰 7에 대해 많은 소개가 있었습니다. 어떤 느낌을 받으셨습니까?

신석현 : 개발자 입장에서는 디자인 저작도구인 익스프레션 블렌드와 실버라이트 등을 활용해 더 쉽게 앱을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아이디어에 중점을 둔 간단한 앱은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인과 메뉴 구성이 중요하죠. 새롭게 제공되는 툴을 활용하면 이런 앱을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XNA를 활용해 XBox와 윈도우 폰에서 코드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것도 큰 장점입니다. UX도 크게 개선됐고, 하드웨어 스펙에 제한을 두는 등 전반적으로 생태계 확보에 많은 중점을 두고 있다는 인식을 받았습니다.

연말 쯤에 해외에 윈도우폰 7이 출시되면 개발자들은 놓치지 말고 그 가능성을 테스트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먼저 준비에 나서야 합니다.

도안구 : 앞으로 출시될 윈도우폰 7이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갖고 올 지 기대가 됩니다. 최근에 리모에 대해 다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국내에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시도는 어떻게 보시나요?

박성서 : 지금 애플이나 구글, MS가 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운영체제 하나 만들고 끝내는 일이 아닙니다. 모든 협력업체를 다 모아 한 판 큰 싸움을 벌이는 거죠. 이미 시장은 빅 플레이어들의 싸움으로 갔습니다. 그래서 리모는 가능성이 낮다고 봅니다.

그래도 플랫폼은 중요합니다. 국내 업체들은 OS 플랫폼 보다는 서비스 플랫폼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조사의 경우 서비스 플랫폼을 가져가는 데에 있어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TV 등 다른 가전과 연계할 수도 있고요. 특히 3 Screen 전략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주민영 : 삼성전자의 바다 플랫폼은 어떻게 보십니까?

박성서 : 저는 바다도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도 삼성전자가 한다고 하니 피처폰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의미는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것을 바탕으로 좋은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김영식 : 저희 앱을 바다 플랫폼으로 만들어달라는 제안을 받았는데 안하겠다고 했습니다. 애플과 구글, MS와 삼성전자는 OS 개발 능력이나 개발 툴의 질에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바다의 경쟁사들은 컴퓨터 산업 자체를 만들어냈던 빅 플레이어들입니다. 그런 면에서 바다는 큰 모험이라고 봅니다. 결과를 섣부르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앞이 잘 안보이는 것은 사실이죠.

그렇기 때문에 개발회사 입장에서도 우선 순위에서 맨 아래에 둘 수밖에 없습니다. 개발자에게 바다 SDK를 새롭게 가르쳤을 때 앞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현실적인 고민입니다. 삼성전자가 SI 한 번 하고 그 다음에는 안주면 어떻게 될까요.

Shin  SH신석현 : 저는 삼성전자가 바다 플랫폼에 도전하는 것에 대해 박수를 보냅니다. 성공할 것이라고 보는 게 아니라 개발자의 시각에서 그런 시도 자체를 높이 사는 것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떠나 있을 때 넥스트큐브를 만들어내지 않았다면 아이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요.

바다가 설령 이번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것을 다 내팽개치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런 노하우를 계속 쌓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영식 : 만약 삼성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다를 하는 것이라면 저도 박수를 보냅니다. 그렇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이죠. 어떻게 보면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애플 같은 회사와 비교되면서 왜 삼성은 못하냐 하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도안구 : 최근에 삼성그룹이 발표한 향후 10년간 집중할 신사업 분야를 살펴보면 태양전지, LED 등 죄다 하드웨어에 특화된 산업군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앞으로 10년간 삼성에서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사장이 나오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정말 삼성이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는 것인지, 바다 플랫폼에서 장기적인 노하우를 쌓아갈 수 있을 지 의문이 드는 이유입니다.

주민영 : 화제를 아이패드로 돌려보겠습니다. 빼놓을 수 없는 얘기죠. 최근에는 삼성전자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가칭 ‘S-패드’를 준비한다고 합니다. 아이패드 등 태플릿 PC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김영식 : 저는 아이패드가 처음 공개됐을 때 좋지 않은 평가가 많았을 때에도 ‘아, 혁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고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기존에 애플이 제공했던 만족감을 그대로 살리면서 새로운 경험을 더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패드는 단순히 노트북, e북을 대체하는 단말기가 아니라 생활 패턴 자체에 변화를 주는 제품입니다. 우리는 뭐든지 기계 앞에 다가가 앉는 생활 패턴에 익숙해 있습니다. TV를 보던, 컴퓨터를 쓰던 가까이 다가가 앉아야 하죠. 그런데 아이패드는 이런 기능을 전부 소파 위로 끌어들입니다.

주민영 : 아이패드 앱도 개발할 예정이신가요?

김영식 : 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도안구 : 안드로이드도 스마트폰을 넘어서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에 이식되고 있는데요?

박성서 : 그런 방향이 애초에 구글의 목표였죠. 서비스는 특정 기기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점차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죠.

주민영 : 태블릿 PC가 스마트폰 못지 않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신석현 : PC의 모니터가 점점 커졌든,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모바일 스크린도 다양한 크기로 진화할 것입니다. 스마트폰이 가져온 오픈 마켓 형태의 콘텐트 유통이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산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큰 기회라고 봅니다.

박성서 : 새로운 시장은 막 열린 직후에 가장 큰 기회가 생깁니다. 아이폰은 출시된 지 2년이 지나서야 국내에 들어왔습니다. 앱 개발을 한다고 하니 주변에 계신 똑똑한 분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많이 얘기하시는데, 대부분은 앱스토어에 이미 있는 것입니다. 아쉬운 부분이죠.

태블릿 PC가 새로운 시장을 열어준 만큼 국내 개발자들도 빨리 준비를 시작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식 : 최근에 아이패드 개인 사용에 대한 논란을 보며 아쉬운 점이 많았습니다. 초기에 아이패드를 개인적으로 들여온 사람들 중에 개발자들이 많았는데, 말로는 개발자를 지원한다면서 왜 이렇게 엇박자가 심한 것인지.

신석현 : 국내 개발자들이 왜 해외 수준을 못쫒아가느냐, 종종 그런 지적이 들리는데, 국내에서는 제도적, 지리적인 제약으로 인해 해외 개발자들과 같은 시점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자유롭게 경험해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해외 개발자들과 동일한 시점에서 준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합니다.

도안구 : 장시간 많은 말씀을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한 마디씩 해주시죠.

김영식 :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규모의 제조사도 있고, 통신 환경도 우수합니다. 최근에 외국 제품들이 들어와서 우리나라의 부족한 부분을 부각시켰는데,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진 인프라를 잘 활용해서 스마트폰 앱 분야도 하나의 산업으로 키워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신석현 : 저는 스마트폰 산업을 보다 넓게 바라봤으면 합니다. 앱 판매 말고도 다른 숨어있는 기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작은 늦었지만 따라가기에 급급하지 말고, 다음 단계도 미리 그려나가야 합니다.

박성서 : 아까 말씀드린 대로 안드로이드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든 IT 기기로 확산되는 시장입니다.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해외 수준을 빠르게 쫒아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태블릿 PC 등 새로운 기기로 흐름이 확산이 될 때, 기회를 놓치지 말고 국내 개발자들이 앞서서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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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영

ezoomin입니다. 모바일의 시대에 모두 다 함께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꿉니다. / IT, 모바일, 스마트폰, 통신, 소통 / 따뜻한 시선으로 IT 세상의 곳곳을 '줌~인'하겠습니다. ezoomin@bloter.net / 트위터 @ezoomin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블로터포럼] “SNS 열풍, 한국엔 기회이자 위기”

  이희욱 2010. 03. 21 (8) 블로터포럼 |

바야흐로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춘추전국 시대다. 전세계가 네트워크 소통에 푹 빠졌다. 소통 방법도 단순, 명쾌하다. 140자 소통망 트위터가 태풍의 핵이다. 트위터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려는 서비스도 봇물 터지듯 나왔다.

허나 짐작하기 쉽지 않다. 그물처럼 얽힌 SNS는 어디로 진화하는 걸까. SNS 홍수 속에서 자칫 방향을 잃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그래서 멍석을 깔았다. 국내 SNS 종사자들을 직접 모셨다. 현장에서 치열하게 뛰는 이들은 2010년 현재, 무엇을 고민하고 어떤 게 두려울까. 속내를 털어놓아보시라.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하고, 같이 풀어보자는 욕심에서다.

  • 일시 : 2010년 3월18일(목) 오후 4~6시
  • 장소 :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 신병휘 네오위즈인터넷 이사 / 윤지영 미디어레 대표 /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 정윤호 유저스토리랩 대표(가나다 순) / 블로터닷넷 도안구·이희욱·주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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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 : 오늘은 특별한 포럼이다. 국내 SNS 종사자분들을 모셨다. 요즘 웹 트렌드에서 SNS를 빼놓고 얘기를 하기 어려울 정도다. 어떻게들 서비스를 하고 계시고, 어떤 고민들을 하고 계신지 듣고싶어 모셨다.

신병휘 : 네오위즈인터넷은 최근 네오위즈벅스와 합병했다. 기존 세이클럽에 음악 콘텐츠를 섞으면 시장에 대응하기 좋겠다는 판단에서다. 그렇다고 기존 음악서비스가 SNS로 바뀌는 건 아니다. 음악서비스 이용자 충성도를 높이고 소셜 네트워크도 활용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요즘은 모바일이 화두다. 기존 SNS에 모바일 서비스를 가미해 시너지를 내려 한다.

윤지영 : 모바일 버전은 서비스별로 따로 제공하는 건가?

신병휘 : 일단은 따로 시작하려 한다. 서비스별 시너지를 내는 건 향후 숙제가 될 것 같다.

윤지영 : 음악서비스는 SNS로 가려고 모두들 노력하는 분위기다. 라스트FM같은 모델에 많이들 주목한다. 소리바다는 오픈API로 SNS를 가미하려 한다. 네오위즈인터넷은 어떤가?

신병휘 : 당연히 계획은 있다. 수위 조절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 음악시장을 보면 사용자 중심이 아니라 공급자들이 소비 패턴을 정하고 이용자는 그에 맞춰왔다. 그러다보니 이용자들 사이에 불만이 많이 쌓였다. 혁신할 요소는 많은데 공급자와 협의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사용자에 맞게 발전해왔다. 이미 그런 분위기가 정착되고 있다.

이동형 : SNS는 콘텐츠를 소셜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플랫폼이다. 기본적으로 콘텐츠 DB가 있어야 하고, 제공자가 오픈된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콘텐츠를 닫으면 어떤 플랫폼도 공유가 안 된다. 지금은 검색 기반으로 포털에만 오픈 형태로 납품해준다. 유통 파워가 있으니까. 싸이월드의 경우 음악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했다. 한국에선 SNS가 콘텐츠를 유통한 사례가 별로 없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성격이 다르다. 콘텐츠를 유통하면서 오픈된 플랫폼이다. 한국에선 이제 시작하려는 SNS가 과거 싸이월드와 다른 성격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겠다는 플랫폼이다.

윤지영 : SNS 외에 콘텐츠를 유통하려는 사람은 결국 싸이월드같은 큰 플랫폼 의존적으로 가게 된다. 저작권자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큰 파급효과를 볼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은 있을 지 몰라도 시장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고 두려움이 있다. 지금은 과도기란 느낌이다. 신생 SNS는 저작권을 확보하고 콘텐츠 가진 싸이월드나 네오위즈 같은 곳에서 어떤 방식으로 오픈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새로운 콘텐츠 유통 기회가 생긴다.

이동형 :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은 오픈 플랫폼이 위협적인 건 콘텐츠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포스퀘어가 급성장할 수 있는 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포스퀘어 메시지를 다 받아주기 때문이다. 포스퀘어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콘텐츠 서비스다. 그래서 짧은 시간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가 주류 오픈 플랫폼이 되면, 한국 SNS 비즈니스는 그 플랫폼에 콘텐츠를 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한국 SNS 시장 자체로 보면 위기라 할 수 있다. 이미 해외 서비스가 많이 자리잡고 있고 얼리어답터들 호응이도 크다. 시간이 많지 않다. 유저스토리북도 트위터에 메시지 보낸다. 그 플랫폼의 파괴력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정윤호 : 처음엔 저희도 자체 플랫폼을 기획했는데, 그게 답이 아닌 것 같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게, 스트리밍만 해도 되는 서비스가 많았다. 우리도 처음에 유저스토리북을 만들려고 한 건, 국내에선 한 사람이 여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콘텐츠를 실어나를 수 있는 버티컬 서비스를 대부분 포털이 갖고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도 실어나를 서비스가 몇 개 없었다. 유튜브나 플리커 정도랄까. 그러면 책을 주제로 버티컬한 SNS를 만드는게 답이 아닐까 싶었다.

sns_forum_leedh이동형 : 플리커나 유튜브처럼 오픈된 콘텐츠 자체도 많지 않았다.

정윤호 : 서비스는 많은데, 네이버에서 다 이용하면 됐다. 굳이 네이버 이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이용할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이동형 : 포털 중심으로 콘텐츠가 유통되니 새로운 시장을 못 만든다.

윤지영 : 저도 동의한다. 국내 시장이 작다보니 포털 중심의 시장이 안 바뀌고 유지된다. 싸이월드도 오픈 타이밍을 못 맞춰 글로벌하게 성장하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렀다. 포털에서 소비하는 습관이 든 게 가장 큰 문제다. 저는 트위터 열풍을 얘기하는 걸 들으면 안타깝다. 미디어가 만들어주는 면도 있다. 인터넷이 이젠 포털이 아니라 네트워크다. 인터넷 네트워크 안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는 과정 자체를 즐기게 되는 단계로 접어들지 않았나 생각한다. 개념이 바뀌면 시장이 바뀔 것이다.

정윤호 : 시장이나 구조 문제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은 포털이란 벽 때문에 안 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오프라인 광고 때문에 꼭 상품을 구매하는 건 아니잖나. 온라인 입소문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모델링은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그걸 모델링하면 유통 채널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희욱 : 지금처럼 글로벌 SNS 중심으로 빈익빈 부익부가 삼화되는 현상이 계속될까.

이동형 : 네트워크 서비스는 한 번 주도권을 잡으면 쉽게 뒤집어지지 않는다. 대표적인 게 인스턴트 메신저다. MSN이 주도권 잡을 때가 있었고, 그 이전에 AOL이 있었고 ICQ가 있었다. 나중에 주도권이 네이트온으로 바뀌었다. 네이트온이 시장을 뺏은 건 마케팅 요소 외에도 쪽지를 주고받는 커뮤니케이션을 제공하는 식으로 한국적 입맛에 맞는 요소를 제공했기에 가능했다. 지금 한국 시장에선 SNS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시작하는 시점에선 해외 메시지가 언론에서도 다루기 더 쉽다. 인터넷이란 전체 시장 흐름을 미국에 빼앗겼기에 소식도 미국 시장에서 나오는 게 더 타당성 있다. 그게 출발점일 뿐이지 시장이 대중화될 때도 그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SNS의 핵심이자 가장 어려운 점은 참여다. 놀이터 만들어놓고 놀자고 했는데 안 놀면 아무리 재미있는 게임을 준비해도 의미가 없다. 지금은 놀자고 했을 때 올 수 있는 이용자층이 2~3만명 수준이다. 그 2~3만명이 모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줘야 기존 서비스 모양이 바뀌고 문화가 생긴다. 그걸 보고 대중이 들어온다. 지금 문제는, 초반 기선을 해외 서비스에 빼앗겼다.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기대를 미국쪽에서 한다. 특히 얼리어답터들은 더욱 그렇다.

윤지영 :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시장이 충분히 견딜 수도 있을 것 같다. 네트워크 효과가 승자독식 시장이란 얘기에 일면 동의한다. 다른 한편으로 네트워크는 생성, 진화, 변이, 소멸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돌연변이가 출현할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 있다. 플랫폼도 네트워크에선 여러 층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플랫폼도 있지만, 사람들이 만나고 연결될 때 새로운 방식으로 이를 걸러주고 관계를 맺어주는 플랫폼도 있다. 트위터도 처음 나왔을 땐 사람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가 정보채널로 바뀌면서 변화한 건 불과 3~4년 사이의 얘기다. 아직도 돌연변이가 나와 변화할 여지는 충분히 남았다.

이동형 : 지금 인터넷 시장 환경의 가장 큰 변수는 모바일이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1999년도에 왜 한국이 인터넷 강국이고 리더십을 가질 수 있었는지 돌이켜보자. 네트워크 인프라가 어떤 다른 나라보다 풍부했기에 참여할 사람들이 많았던 덕분이다. 한국은 지난해 12월에 아이폰 나왔는데 미국은 이미 이통사 가입자의 20%가 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서비스의 차이란, 한국에서 싸이월드와 오마이뉴스가 나왔을 때 외국에서 신기해했던 것과 똑같다. 참여자가 없을 때 나오는 서비스는 아이디어에 다름아니다. 당분간은 미국이 리더십을 유지할 것이다. 돌연변이가 나오더라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긍정적인 면은, 스마트폰이 대중들 사이에 기본 기기가 되는 순간, 한국 서비스가 더 사랑받을 것 같다는 점이다.

윤지영 : 그러려면 일단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인정하고, 그 플랫폼 위에 유통할 수 밖에 없다는 숙제가 남는다.

정윤호 : 트위터를 보며 드는 생각이 있다. 서비스가 점점 단순화해져 간다. 다음에 우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숙제가 생긴다. 사용자들이 더 간단한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할 텐데. 단순함이 가지는 장점도 있다. 연예인도 싸이월드나 블로그 이용하는 것보다 트위터가 훨씬 쉽고 편리하다. 기존 웹서비스가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아무튼 참여가 핵심이다.

윤지영 : 그래서 새로운 형태가 열릴 수 있다. 직감적으로 쓰고 동시다발로 유통되는 흐름 속에서, 사람들이 숨을 고르고 생각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수많은 정보 홍수에서 나에게 적합한 정보를 좀 더 앉아서 생각하고 정리해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잇글링은 이어쓰면서 사람들이 편집기를 열고 좀더 생각할 시간을 가지는, 혼자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는 기회를 주려 했다. 정보의 양과 속도 면에서 새 플랫폼이 열렸다면, 다른 면에서 쉬어가고 정리하고 연결을 필터링하는 플랫폼이 될 수도 있겠다 싶다.

이동형 : 일반 고객은 늘 재미있는 걸 찾는다. 우리나라 인터넷 성장 과정을 보면 그 서비스가 더 뛰어났다기보다는 신선도를 계속 공급한 점이 있다. 지금 쓰는 서비스가 신선함이 트렌드지만, 이용자가 계속 그것만 원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긴다. 돌이켜보면 그게 새로운 게 아니라 과거 있었던 게 트렌드가 바뀌는 거다. 내가 계속 자장면만 먹었기에 짬뽕이 새로운 맛으로 느껴지는 거다.

sns_forum_jungyh 정윤호 : 요즘 많이 드는 생각은, 작은 기업들이 많은데 다들 비슷한 기능을 붙이고 고민한다. 우리끼리 협업해서 신규 서비스를 할 때 유기적으로 연동하면 어떨까.

윤지영 : 동감한다. 국내 SNS 종사자들끼리라도 협업을 시작하는 게 필요하다. 기본적인 소통만 서로 할 수 있도록 열어주면 훨씬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겠다.

신병휘 :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앞선 상황에서 뒤늦게 경주에 참여하려 하니 저들이 몇 발짝 앞서 있어서 고민이다. 경주를 안 할 수는 없고, 하자니 막막하다. 진열을 정비해야 하는데, 그나마 마이크로블로그와 모바일이 기회다. 메이저 포털이 아닌 우리 입장에서 보면, 메이저 포털은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내부에서 계속 실험을 하고 있다. 협업을 포털과 하려니 신뢰가 없는 거다. 협업 체계가 구성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내가 끝까지 가려면 내 기름을 유축해야 하는데 공동으로 모아 쓰자니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 같다. 그러다보니 내 기름은 내가 알아서 비축하면서 내부에서 인큐베이팅하는 모양새다.

이동형 : 기본적으로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행동하게 돼 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의사결정은 결국 내게 유리한 쪽으로 내린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버티컬하게 한 가지만 잘하자, 그것도 시장에서 유리할 때만 가능하다. 결국 손을 들어주는 쪽은 고객이다. 고객 의사에 반하는 쪽으로 협의하는 건 카르텔이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다. 시골엔 유지가 있다. 유지는 목욕탕이 주요 비즈니스일 땐 목욕탕을 하고, 이동통신이 대세가 되면 이통사 대리점을 차려서 돈을 번다. 서울은 그 정도는 아니다. 재벌이 있지만. 중요한 건 시장 크기다. 시장 크기가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정윤호 : 회사끼리 합의한다기보다 표준으로 연결할 방법들이 있다. 예컨대 유저스토리북이 책 콘텐츠는 런파이프로 쉽게 뿌릴 수 있다. 사용자에겐 새로운 서비스를 발견하도록 도울 수 있다. 각자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당연히 어느 시점까지는 함께 합의할 수 있다. 현재로선 거기까지는 아니고, 협의할 여지가 있다. 시장 규모도 그렇다. 한국 시장이 작긴 하지만 키워드 광고는 포털을 먹여살리고 있다. 거기 광고하는 중소 사업자들을 만나보면 불만이 많다. 돈 내는 만큼 효과가 적다며, 더 광고 효과가 좋은 곳을 찾고 있다. 발견 안 된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고민도 해야 한다. SNS 비즈니스 모델도 좀더 고민해봐야 한다. 기존 인터넷 마켓 규모만 놓고 고민하면 답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신병휘 : 포털도 얼리어답터들 사이에선 리더십을 잃었다. 포털 3사가 아니라, 그들은 지금 구글과 트위터를 얘기한다. 그들 소식을 먼저 듣는 게 얼리어답터에겐 파워가 됐다. 리더십을 잃은 거다. 지금은 사용자들이 해답을 얻을 곳을 해외 서비스로 정한 느낌이다. 한국에서 좋은 서비스를 내놓아도 들여다볼 여력도 없고, 보고싶어하지도 않는다. 대신 SNS가 정윤호 대표 말씀처럼 광고시장에 비해 타깃률이 훨씬 좋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SNS 시장 규모가 아직 크지 않지만, 기회는 올 것 같다. SNS는 정책이 중요하다. 경험하지 않으면 해볼 수 없다.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이동형 : 시장 상황은 다 공감한다. 그런데 왜 협조가 안 되냐면, 모두들 SNS를 하고 싶어한다. 벅스가 음악만 하고 우리가 SNS 하면 협조가 잘 된다. (웃음)

신병휘 : 예컨대 벅스도 음악만 하고 싶다. 유통은 포털이 하고. 그런데, 과거 경험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 포털에 무릎꿇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손해본 경험이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에 잘못하면 비슷한 경험이 반복될 것 같으니 부족하더라도 직접 해보고 싶어지게 된다.

이동형 : 그래서 다들 SNS로 중심이 되고 싶어한다. 그런데 과거 MSN메신저와 지금 트위터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과거엔 SNS 자체가 폐쇄적이었다. 친한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네트워크였다. 그런 네트워크는 여러 개 생길 수 있다. 지금처럼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는 여러 개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 특수성은 폐쇄성에서 기인한다. 오픈될 땐 더 큰 게 유리하다.

윤지영 : 지금은 우리끼리 협업한다 해도 큰 시장을 형성하는 서비스를 만들기도 쉽지 않다.

이동형 : 그래서 저는 지금 가장 큰 SNS에 내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은 그게 트위터다. 그런데 나는 트위터에 내 메시지를 뿌리긴 싫다. 내가 그런 SNS가 되고싶어서 거부하는 거다. 이 게임에서 누군가 트위터 대항마로 떠오르면 이후엔 의사결정하기 훨씬 쉬워진다.

윤지영 : 그게 꼭 트위터의 대항마일 필요가 있나. 네트워크는 종류가 훨씬 다양하다. 트위터가 유통 플랫폼을 깔았지만, 트위터 또한 네트워크 세상에선 여럿 중 하나일 뿐이다. 트위터가 플랫폼을 오픈하고 그 세력이 크니까 어쩔 수 없이 거기에 올라타는 입장이다.

이동형 :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고 본다. 내가 특정 업체에 메시지를 뿌리는 게 내게 유리한 지를 판단한다. 그런 게임이 시작됐다. 지금은 메시지를 던져도 받아주는 곳도 별로 없다. 그렇다고 해외 서비스에 메시지를 던지려 하니 기분이 썩 좋지 좋다. 내게 던지라고 말하고 싶지만, 내 플랫폼은 규모가 작다. 지금은 답답해도 그런 과정을 견딜 수  밖에 없다. 결국은 한국에서도 오픈된 메이저 서비스가 하나는 나올 것이다. 그 텃밭에서 지금 SNS들이 자라날 것이다.

불안한 건, 그 서비스가 한국 서비스가 아니면 한국에서 잇글링이나 런파이프같은 서비스가 나오기보다는 외국에서 자라난 서비스가 따라 들어올 것이다. 플랫폼을 타고 컨텐츠가 따라오는 게 불안한 거다.

도안구 : 저도 그게 궁금했다. 포털이 서비스를 열어주고 다른 SNS가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은 불가능한다.

이동형 : 상생한다는 얘길 할 필요 없다. 열어주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그 곳으로 메시지가 몰린다. 지금 모인 우리들도 SNS를 내가 어떻게 모을까만 고민한다.

도안구 : 그런 생각도 든다. 차라리 지금은 트위터를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지 않을까. 굳이 한국 플랫폼이어야 하나.

이동형 : 제가 일본에서 서비스를 해봤는데, 플랫폼은 국경을 따진다. 콘텐츠는 안 따진다. 예컨대 제가 가수라면 해외에 나가 성공할 기회가 있다. 그런데 음악 프로덕션 사업자라면 해외에 나갔을 때 커다란 저항을 받는다. 플랫폼은 기간산업이다. 공동체 참여를 이끌어내야 성공한다.

sns_forum_yoonjy 윤지영 : 트위터가 한국에서 성공한 플랫폼이라지만, 주요 이용자는 아직도 얼리어답터다. 대중적 서비스는 아니다. SNS가 콘텐츠나 가치를 유통하려 해도 트위터는 20만명이란 한정된 크기다.

이동형 : 농산물 시장을 보자. 까르푸나 월마트를 보라. 한국 농산물 사업자들이 거기 줄을 대기 싫어한다. 미워도 우리 플랫폼에 공급한다. 대표적 플랫폼이 언어다. 우리나라 사람이 영어를 쓰면 세계 시장에선 조금 더 유리하겠지만, 실제로 모국어를 버리는 나라는 드물다. 모국어를 가진 나라가 잘 산다.

윤지영 : 한편으로 두려운 게, 어린이들이 크면서 부모들이 싸이월드 할 시간에 페이스북에서 미국 애들이랑 얘기해라 라는 식으로 교육하기 시작하면 5년 안에 완전히 다른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겠다 싶다.

도안구 : 지금껏 그렇게 닫아놓고 여기까지 왔는데 또 쇄국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동형 : 시장 경제의 기본 룰을 지키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면 자연스레 한국 플랫폼이 선택될 거라 본다. 외국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막자는 얘기가 아니다. 제 경험으로는, 대중이 참여하는 시장에선 항상 한국 플랫폼이 선택을 받더라. 초창기때는 외국 플랫폼이 선도하더라도.

도안구 : 네이버나 싸이월드가 개방을 선택해서 주도권 잡으려면 시간이 걸릴 걸로 보시나?

윤지영 : 포털이 선택하는 데는 의사결정의 과감함이 필요하고 리스크 관리도 계속해야 한다. SNS는 정책결정이 많아야 하고 의사결정 타이밍도 중요하다. 그걸 할 수 있는 오너가 많지 않다.

이동형 : 저는 포스퀘어와 비슷한 ‘런파이프’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스퀘어와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 빨리 올라탔을 거다. 그런데 포스퀘어는 약관이나 정책이 기본적으로 영어권 기반이다. 우리가 이해 못하는 그네들 문화가 있다. 똑같이 트위터에 메시지를 뿌려도 뉴욕타임즈가 내 얘길 먼저 실어주지 않는다. 콘텐츠 사업자로서 똑같은 경쟁을 할 수 없다. 국내 언론사도 해외 메시지를 받아서 쓴다. 유명 가수가 한국 들어와서 시장에 정착하는 것과 플랫폼을 들여와 한국에 까는 건 다른 문제다.

정윤호 : 트위터가 잘 돼야 국내 서비스도 영향을 받아 변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병휘 : 벅스가 스마트폰에서 음악을 팔고 싶어한다. 저작권자에게 일부를 주고 벅스가 나머지 영업이익을 남긴다. 아이폰에서 파는 순간 30%를 애플에 떼주고, 나머지 70%로 정산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종속된다. 그러면 또 생각한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할 수 없나. 지금은 애플 힘이 세니 그 플랫폼을 활용한다. 동시에 독립적 서비스를 고민한다. 나중에 애플이 갑자기 수수료를 올린다고 나서면 타격은 더 커진다. 그러니 독립을 생각 안할 수 없다. 내가 스스로 방어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걱정이 있다.

이동형 : 제가 지금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내 메시지를 연결하지 않는 이유가, 한국 서비스 가운데 연결할 곳을 찾는데 아직은 리더십 있는 곳이 없으니 버티는 거다. 저도 사업자니 언젠가는 다른 서비스에 메시지를 얹어야 한다. 그런데 나중에 그 서비스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긴 싫다. 그래서 경쟁 플랫폼이 있어야 한다.

신병휘 : SNS 사업자들은 그걸 보는 것 같다. 시장 트렌드를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100% 만족시키지는 않는다. 나머지를 누가 충족시켜주느냐. 이왕이면 내가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윤지영 : 지금은 반드시 다른 서비스를 대체하지 않아도 또다른 시장이 생겨난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트위터와 경쟁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져서 유통 채널을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 트위터를 반드시 거치지 않고도 독립적으로 존속 가능할 때, 트위터가 잇글링을 통해 더 큰 가치를 확보할 수 있을 때 결국 경쟁할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갈 것 같다.

신병휘 : 2010년은 확실히 넘어간 것 같다. 서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을 얘기해야 하고, 휴대폰은 아이폰을 얘기해야 하고, 기사는 해외 사례를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됐다. 대세가 그렇게 흘러간다. 나머지 SNS는 그 다음을 준비하는 상황이 됐다.

도안구 : 국내 벤처캐피털은 SNS에 관심 있나.

윤지영 : 제가 만난 사람들은 관심 별로 없는 것 같다. (웃음)

정윤호 : 다들 ‘지켜보고 있다’고만 말한다. (웃음)

이희욱 : 외국 플랫폼 종속성을 경계하시는데, 그렇다면 한국 플랫폼에 메시지를 얹는 건 위험이 덜할까?

이동형 : 사업은 돈을 버는 목적도 있지만, 내가 속한 공동체에 뭔가 기여하고픈 마음도 있다. SNS같은 플랫폼 사업자는 좋은 콘텐츠를 적합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목적이다. 걱정스러운 건, 해외에 좋은 콘텐츠가 많고 국내에도 많을 때 플랫폼이 누구를 전달할 지 암암리에 결정할 수 있다. 국내 플랫폼이 이미 시장에서 경쟁을 뺏기면 그 위에 얹는 콘텐츠도 잠재적으로 뺏긴다. 해외 플랫폼이 주류가 되면 해외 콘텐츠도 덩달아 시장을 잠식할 거다. 한국만의 독특한 시장은 존재하지 않게 될 거다. 영화 직배를 막는 것도 다양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다. 그 바탕에는 플랫폼이 있다.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우리가 손댈 수 없는 지경이 된다. 그런 면에서 한국 SNS는 지금이 위기 상황이다.

윤지영 : 저는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 더 많이 들어와서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 트위터에 기대는 게 위험하느냐 아니냐는 측면에서 보면, 트위터든 다른 포털이든 서로 역할을 나눠가지는 거다. 잇글링은 서로 이용자가 생각을 연결하고 그 안에서 네트워크를 만든다면 이를 더 빨리 더 널리 전달하기 위해 트위터에 기댄다. 트위터가 다른 걸 안 하고 그 역할에만 충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플랫폼이 그 역할을 넘어서 카탈로그를 넓혀가면 오히려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신병휘 : 저는 그래서 오히려 외국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맞다고 보는 거다. 한국이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인터넷에서 우위를 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원천기술을 가진 쪽에서 주도권을 잡고, 우리는 그걸 활용하고 이용자 욕구를 접목해 서비스를 잘 하면 된다. 자극을 받아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가서 체험하고 이용해야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면 활용하는 게 맞다. 더 나은 기회를 찾지 못하면 사라지는 거다.

이동형 : 지금 오픈 플랫폼이 시장 경쟁력이 있다는 건 누구나 인정한다. 제 얘기는, 장기적으로 그게 시장에 어떤 영향력이 있는지를 국내 포털이 빨리 깨우치고 대응해야 한다. 벤처가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벤처는 이해관계에 따라 트위터를 선택하지만, 그게 꼭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삼국을 통일한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정윤호 : 저는 꼭 그렇게까지 느껴지지는 않는다. 국내 업체가 리더십을 가진다고 해도 결국은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거 아닐까.

sns_forum_shinbh 신병휘 : 해외 업체라도 그걸 활용해 국내 이용자를 만족시키는 측면이 있다. 예컨대 유튜브가 최근 ‘마이유튜브’란 행사를 열었다. 글로벌 유명 뮤지션들을 모아 한국 이용자에게 보여줬다. 한국 음악 서비스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유튜브가 자기네 플랫폼을 활용해 한국 이용자를 만족시킨 사례다. 반대로 보면, 국내 사업자는 그런 시도를 왜 못했을까. 글로벌 네트워크란 경쟁력 때문에 유튜브가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 가수를 보고 싶어하는 요구가 생겼으면, 한국 서비스도 그런 요구를 채워줘야 한다. 외국과 제휴를 하든 어떻게든.

도안구 : 국내 서비스가 브랜드를 올려놓지 않으면 모두들 해외로 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신병휘 : 저는 반대로 국내 이용자들의 요구를 파악했다면 거꾸로 해외 플랫폼을 활용하고, 이용자는 우리에게 종속되도록 하면 서로 좋은 일이 될 것 같다.

윤지영 : 이미 시장을 가진 서비스가 있다면 경쟁하거나 대체하기 위해 시작하는 건 무모한 일 같다. 네트워크 주변에는 늘 보완할 요소가 있다. 처음엔 보완재로 시작할 수밖에 없고, 결국 이용자가 머무르는 시간 등으로 대체가 가능하다. 저는 작게 시작했을 땐 플랫폼을 오픈 기반으로 시작했다면 당연히 활용해 가는 게 맞다고 본다. 이후에는 네트워크 시장인 만큼 다시 대체할 기회가 올 걸로 본다. 긍정적으로.

신병휘 : 인터넷 서비스는 이용자가 선택하는 측면이 있다. 한국 SNS가 자기네 욕구를 충족시키면 이용자가 외국 서비스를 굳이 이용할까.

이동형 : 우리가 간과하는 게 있다. 우리는 외국 사람이 될 수 없다. 내가 아무리 미국에 살아도 지금 미국 가서 일하기가 쉽지는 않다. 여권과 영주권 등 물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사이버 공간이라 해서 완전히 오픈돼 있지는 않다. 문화적 차이가 존재한다. 플랫폼도 그런 기반으로 돌아간다.

신병휘 : 10년 전도 비슷했다. 인터넷 서비스 하려면 야후나 라이코스를 벤치마킹해야 했다. 그걸 기반으로 더 잘 할 수 있는 국내 서비스가 나왔다. 두 번째 사이클이 도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지영 : 그동안 정체된 측면이 있다. 이제 올 것이 왔다. 미국 서비스만큼 큰 서비스가 없다고 하지만, 불과 4~5년 사이의 얘기다. 업력이 쌓이면 변화도 생기리라 본다. 트위터처럼 중립적으로 유통만 하는 서비스는 예전에 비해 장벽이 많이 없어진 서비스다.

이동형 : 언론 보도도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에서도 트위터 비슷한 서비스가 나왔다고 소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한국 SNS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져줘야 한다. 트위터가 처음 나왔을 때 지금과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 훨씬 복잡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걸 밀고 나간다. 창투사가 밀어주고 이용자가 참여했다. 싸이월드도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제가 생각도 못한 가치가 생겨났다. 한국도 예전 IT붐 때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를 찾기 쉽지 않다. 최근 5년동안 성공한 벤처를 보기 어려운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지금 새로운 경쟁을 해야 하는데, 뭘 바꿔야 성공한 창업자가 나올 수 있을까. 정부가 투자 의지를 분명히 보이고, 플랫폼 비즈니스가 성장해야 한다. 중요한 게 SNS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문제다.

이희욱 : 말씀처럼 쉽지 않은 문제다. 위기를 넘어 기회에 올라탈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여기 모인 분들이 혜안을 보여주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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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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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