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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2010.06.21 04:22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공감대 김수행 교수, 미 NBER 경기분석 가장 신뢰해 2010년 06월 21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경제학의 두 가지 흐름인 주류경제학과 비주류경제학은 똑같이 시장과 그와 관련된 현상들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그중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 한다.

영국의 경제학자 조앤 로빈슨의 정의에 따르면 주류 경제학은 “목적과 한정된 수단들 사이의 관계에 있어서 인간 행태를 연구하는 과학‘이다. 인간 행태를 중심으로 경제 상황을 분석해나가기 때문에 미시적인 면에서 강점을 보인다.

반면 비주류 경제학자들은 인간과 인간 사이의 사회적 관계를 주된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자본주의 사회를 철저히 파헤치고, 그 배후에 있는 역학관계와 모순을 밝혀내려고 노력한다. 개인 중심이 아닌 사회 중심의 경제학이라고 할 수 있다.

▲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주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1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한국연구재단 주최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정치경제학)는 비주류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그동안 세계대공황이 반복해서 발생했는지를 설명했다.

최근 미국 NBER 예측, 충격적일 만큼 옳아

김 교수는 경제가 왜 여러 가지 상이한 국면을 거치면서 순환하고 어떻게 공황이 발생하는지를 연구하는 경기순환에 있어 현재 가장 믿을만한 자료들을 내놓고 있는 곳은 미국의 경제연구단체인 전국경제조사국(NBER)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단체가 경기후퇴의 시작과 끝을 결정할 때, 미래에 관한 예측에 의거하지 않고 ‘현재의 경제상황’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과 현재의 경제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제 전체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경제 활동을 검토해야 하며, 이 전체적인 ‘경제활동’을 검토하는 작업에는 ‘국내 생산’과 ‘실업자’에 관한 지표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충격적이면서도 올바른 시각이라고 평가했다.

NBER은 1920년에 창립된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조직으로 미국 경제에 대한 연구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미국인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31명 중 16명이 이 연구소와 관련된 사람이다. 현 소장인 마틴 펠스타인을 비롯 3명이 미국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김 교수는 경기순환에 관한 NBER의 시각과 관련, 주가조작을 예로 들었다. 주식 가격이 오르면 사람들은 흔히 호황이 왔다고 좋아하는데 , 주식가격은 자금을 많이 가진 투기꾼들의 조작에 의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NBER이 경기순환을 국내 생산과 실업자 증감을 중심으로 설명하려는 것은 경제학의 큰 진보이며, 또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마르크스 ‘공황’과 NBER '경기후퇴‘는 비슷한 개념

NBER 시점확정위원회는 2008년 12월1일 “2007년 12월을 경제활동의 꼭대기로 결정함”으로써, 경기후퇴(recession)가 주가폭락 등에 의거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활동의 전체적인 척도인 ‘국내생산’과 ‘고용’의 현실적인 동향에 의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정치경제학) 
NBER은 경기순환을 밑바닥,확장국면,꼭대기,축소국면,다시 밑바닥의 순환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꼭대기에 이어 나타나는 경기후퇴(축소국면)에 대해 “경제 활동이 2~3개월 이상 계속애서 현저하게 저하하는 것을 가리키며, 생산·고용·실질소득과 기타 지표에서 알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점확정위원회는 경기후퇴가 경제의 한 부문에 국한된 축소가 아니라 경제 전체의 축소이기 때문에, 국내생산과 고용이 경제활동의 가장 중요한 개념적 척도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특히 다수의 고용주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통해 작성하는 지표인 ‘종업원 수(payroll)'가 고용에 관한 가장 믿을 만하고 포괄적인 추계라고 생각한다며, 이 시계열(time series)이 2007년 12월 꼭대기에 도달했으며, 그 이후 매달 감소했다고 말했다.

마르크스 경제학자인 김 교수는 마르크스 역시 ‘자본론’에서 경기순환이 노동자와 자본가 및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경제가 대체로 회복, 번영, 활황(boom), 공황, 침체, 회복의 국면을 거치면서 성장·발전하고 있다고 보았는데, 주기적인 경기순환의 ‘봉우리(또는 꼭대기)’가 곧 공황이며, 이는 미국 NBER의 ‘경기후퇴’와 비슷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가 말한 공황국면이란 대략 이런 것이다. 경기회복과 번영 국면을 지나면 산업과 상업, 그리고 금융 자본가들은 경기가 계속 확장될 것을 전망해 과잉생산, 과잉거래, 과잉대출 등을 시도한다.

그 결과는 활황으로 이어지지만 얼마 안 있어 상품들이 팔리지 않아 재고가 쌓이고, 산업·상업 자본가들은 채무를 갚기 위해 상품들을 헐값에 팔거나 채무를 갚지 못해 도산한다는 것이다. 금융 자본가 역시 기존 대출을 회수 못해 도산하게 되는데 이는 곧 상품가격 폭락과 실업, 소득 감소 등으로 이어지고 이 국면을 ‘공황(crisis)’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금은 경기회복을 목전에 둔 위기국면

마르크스 ‘자본론’의 주요 무대인 1850~1860년대 영국 경제는 금본위제도를 실시하고 있었고, 정부 역시 기업과 은행 도산을 막기 위한 ‘구제금융’ 제도가 없었다. 그런 만큼 마르크스는 활황국면의 과잉생산과 과잉거래, 과잉대출이 반드시 상공업 기업들과 은행들을 도산시켜 경제전체를 공황에 빠뜨린다고 보았다.

그러나 금본위제도는 1930년대 공황에서 폐기됐으며, 그 뒤 각국은 유일한 법화(legar tender)인 중앙은행권(불환지폐) 발행을 경제정책에 따라 조절하는 ‘관리통화제도’를 확립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기업이나 은행이 도산하려고 할 때 이들이 가진 ‘유해한 자산들(toxic assets)'을 매입함으로써 도산을 막을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마르크스의 ‘공황국면’을 ‘위기(crisis) 국면’과 ‘공황(crash)국면’으로 분리하는 것이 지금 현실에 더 적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제의 상황에서 미국 NBER이 확인한 2007년 12월의 꼭대기로부터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까지가 ‘위기국면’이고, 그 이후가 ‘공황국면’인데, 아직도 실질 국내총생산이나 실업률에 있어 의미 있는 개선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공황국면을 벗어나 침체국면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경기순환론에 의하면 지금의 세계경제는 마르크스가 말한 공황국면으로 접어들기는 했으나, 공황국면에 있어 첫 번째 단계인 ‘위기국면’까지 이어졌으며, 공황국면으로 빠져든 것이 아니라 다시 회복국면으로 전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NBER은 경제지표, 민간 전망 등을 종합해 경기후퇴의 개시와 종료를 판정하고 있는데, 2008년 12월1일 경기후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선언한 이후 아직까지 경기후퇴 종료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지표가 계속 좋아짐에 따라 미국 경기가 다시 활황에 돌입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교수의 이날 강의는 서로 반목할 것 같은 NBER의 타당성을 옹호하는 동시에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의 공감대를 말해주고 있어, 이날 청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6.21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마켓 생태계/지식2010.05.17 03:26

나폴레옹이 프랑스 현대문학 탄생시켜 김화영 교수, 프랑스 현대소설 분석 2010년 05월 17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지난 15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불문학)는 ‘프랑스 현대소설의 형성과 전개’란 제하의 강연을 통해 “프랑스 현대문학이 탄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인물은 나폴레옹”이라고 밝혔다.

▲ 김화영 고려대 명예교수 
지중해 코르시카 섬 출신인 나폴레옹(Napoléon Bonaparte, 1769 ~1821)은 프랑스혁명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파리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포병사관으로 지방 연대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1789년 프랑스 혁명이 발생한 후 반란 토벌로 명성을 얻는다.

뛰어난 지략으로 큰 공을 세우면서 프랑스군 국내 사령관에서 이탈리아 원정군 사령관으로, 그 뒤 이집트 등 원정을 가는 곳마다 승리를 거둬 국민들로부터 큰 신망을 얻었다. 1799년에는 쿠데타를 일으켜 통령 정부를 세우고, 선거를 통해 종신 통령(황제)이 됐다.

시골 출신의 열등생이었던 나폴레옹이 프랑스 황제에 오른 사건은 당시 상황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귀족, 천민의 신분을 뛰어넘어 누구나 황제와 같은 지위에 오를 수 있다는 충분한 가능성을 던져주고 있었다.

심리적으로 프랑스 국민들 사이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평민 계층을 통해 나폴레옹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왕족과 귀족, 사제가 지배하던 기존 전통사회에 대한 평민들의 반란이었다. 이 같은 사회풍조는 평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로운 현대문학 양식의 소설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된다.

나폴레옹의 성공은 프랑스 평민들의 희망

▲ 스탕달(Stendhal, 1783~1842) 
대표적인 작품으로 1830년 출간된 스탕달(Stendhal, 1783~1842)의 장편소설 ‘적과 흑(Rouge et le Noir, Le)’, 같은 해 출간된 발자크(Balzac, Honore de, 1799~1850)의 장편소설 ‘고리오 영감(Le Père Goriot)’이 있다.

스탕달의 장편소설 ‘적과 흑’에 등장하는 주인공 줄리앙 소렐은 어린 시절 시골 베리에르에 있는 아버지 제재소에서 일해야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서운 야망을 갖고 있었다. 아버지 사업을 돕고 있던 형들과는 달리 항상 책만 읽었고, 아버지는 그를 무섭게 구박한다.

얼마 후 그는 베리에르 시장 레나르 씨의 라틴어 가정교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레나르 부인을 만난다. 레나르 부인은 줄리앙이 가난한 환경에서 어렵게 자란 것을 측은히 여겨 그를 다정하게 대해주다 사랑이 싹튼다. 줄리앙 역시 레나르 부인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이 불장난은 오래 가지 못한다. 줄리앙을 사랑한 하녀 엘리자의 고자질로 줄리앙은 가정교사를 그만 두고 신학교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한다. 그리고 필라드 신부의 추천츠로 라몰 후작 비서 일을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줄리앙의 야망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라몰 후작의 아름다운 딸 마틸드에게 접근해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라몰 후작은 평범한 목재상의 아들에게 자기 딸을 주어야 한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했으나 마틸드의 진심을 이해한 후 결혼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러던 중 라몰 후작 앞으로 한 통의 편지가 전달된다. 레나르 부인의 편지였다. 줄리앙의 과거 사실을 알게 된 라몰 후작은 마틸드와의 결혼을 백지화한다. 머리 끝까지 화가 난 줄리앙은 즉시 마차를 타고 레나르 부인이 편지를 부친 베리에르 성당으로 찾아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기도를 하고 있던 레나르 부인을 향해 총을 발사한다. 줄리앙의 야망과 사랑이 무참히 깨지는 순간이었다. 얼마 후 재판정에 선 줄리앙에게 배심원들은 계획적인 살인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리고 사형을 언도한다.

소설 ‘고리오 영감’에서도 비슷한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고리오 영감을 중심에 놓고 있지만 작가의 시선은 시골 앙굴렘에서 파리로 올라온 야심찬 법학도 으젠드 라스티냐크를 따라 움직인다. 그는 다른 누구보다 더 새로운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야망을 갖고 있었다.

스탕달과 발자크, 당시 사회상 통렬하게 풍자

그러나 그가 살고 있는 곳은 파리 안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하숙집이었다. 그러던 중 고리오 영감을 만나게 된다. 고리오 영감은 남작 부인인 두 딸이 있었고, 두 딸을 위해 그동안 어렵게 모은 재산을 탕진하고 있었다.

▲ 발자크(Balzac, Honore de, 1799~1850) 
라스티냐크는 먼저 고리오 영감에게 환심을 산 후에 딸들을 소개 받는다. 그리고 사교계 진출을 위해 남작부인들을 마음속으로 경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환심을 사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가 가깝게 지내고 있는 친구 보드렝 역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나는 민중을 위해 부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아닐세. 상류이건 하류이건 중류이건 인간은 다 마찬가지니까”라는 말은 프랑스혁명 후 새로 형성되고 있는 보편적인 사회상을 보여주고 있다.

소설 줄거리 마지막 부분에서는 고리오 영감이 사망한다. 고리오 영감이 죽었지만 두 딸은 얼굴도 안 비친다. 어쩔 수 없이 장례에 참석한 라스티냐크는 장례가 끝난 후 고리오 영감 묘지로부터 파리의 휘황한 등불들을 바라보면서 소리친다.

“파리여, 이제 너와의 승부다!”

김화영 교수는 ‘적과 흑’의 스탕달과 ‘고리오 영감’의 라스티탸크가 닮은 데가 너무나 많다고 말했다. 청년다운 고지식함과 신선함이 그렇고, 파리라는 거친 파도 속에서 그들을 통해 풍겨나는 그 우아한 매력이 그렇다고 말했다. 출세욕도 그렇고, 여성을 이용하려 하는 등 양심을 거부하는 면도 그렇다.

그러나 이 청년 주인공들은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상을 통렬히 풍자하고 있다. 김 교수는 “왕족과 귀족이 세상을 움직이는 것 같지만, 그 배후에 가톨릭 사제들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전통적인 사회에서 시민사회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당시 사회상을 거울처럼 비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5.17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서비스/C-TIPS2010.05.10 01:40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한국의 신화 정재서 교수, ‘바리데기 신화’의 세계화 주장 2010년 05월 10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는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중문학)의 4회 강연을 마무리하는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울산대 전호태 교수(역사문학), 한국중앙연구원 김일권 교수(역사천문학), 성균관대 임태승 교수(중국미학), 그리고 청중들은 정재서 교수 강연 내용과 관련, 다양한 질문을 내놓았다.

▲ 8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종합토론으로 진행됐다. 

특히 한국과 중국신화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야 하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는데, 정재서 교수는 “우리나라의 단군(檀君)신화, 주몽(晝夢)신화의 경우 중국신화의 구조, 모티프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선후 관계를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일단은 중국신화 자체가 다원적인 문화 산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동아시아 문화가 근대 이후 민족, 국가 개념으로 경계를 확정지을 수 없는 총체적, 복합적 실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

한국과 중국신화 공유하는 부분 많아

“따라서 중국신화와 한국신화 사이에는 각자의 고유한 실체도 있고, 공유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며, 과거 동아시아 문화를 근대 이후 국가와 민족 개념으로 재단하려는 시도에 대해 큰 우려를 표명했다.

▲ 고구려 고분 벽화. 중국신화와 겹치는 많은 모티프들을 담고 있다. 
정 교수는 또 한국의 바리데기 신화의 경우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큼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 중국신화와 비교해 단조로운 감이 있다면 그것은 문화적 전통의 차이로 인해 스토리텔링이 활성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 신화의 내용을 보다 많이 발굴하고, 스토리텔링화할 경우 대중적, 국제적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학계와 창작인, 관련 산업계 등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정재서 교수와 질문자들과의 일문일답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Q. 신화를 연구하는 신화학 자체가 서양적이다. 서양신화에서 유추된 신화분류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동양신화에서 서양신화와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면 동양신화를 분석하는 관점을 새롭게 구축할 필요성이 있지 않겠는가.

A. 상당히 중요한 제안이다. 사실 현재의 신화학은 그리스-로마 신화 등 유럽 신화를 표준으로 성립된 혐의가 짙다. 이 때문에 신화의 개념, 분류 등에 유럽 신화 특성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창조신화, 영웅신화 등의 일반적 분류를 무비판적으로 따른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서양신화를 무조건 배척할 이유는 없다. 동양신화, 서양신화 모두 원시 인류의 공통적인 관심사를 담고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형성에 대해 신화형식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창조신화가 대표적인 경우다.

Q. 중국신화의 경우 신화 자체의 속성이 많이 탈각되고 규범신화, 역사신화적인 요소가 많이 삽입됐다. 진시황(秦始皇)의 통일제국 이후의 신화,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를 예로 들 수 있다.

A. 매우 일찍이 인문화된 그리스-로마 신화와는 달리 중국신화는 역사화의 경향이 매우 강하다. 양자 모두 해체를 통해 신화의 실상을 파악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중국신화에 있어서는 역사를 걷어내고 원시적 모습의 신화를 보아야 한다.

Q. 다민족 국가인 중국이 국민통합을 위해 신화를 활용했다고 보아도 되는가.

A. 그렇다. 사마천은 ‘사기’에서 한 제국의 정통성을 마련하기 위해 ‘오제본기(五帝本紀)’를 통해 신화를 역사하, 체계화시켰고, 황제를 중국인의 시도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근대에 이르러 염제(炎帝)가 추가했으며, 최근에는 황제의 적대자인 치우(蚩尤)까지 조상신에 포함시켰다. 이것은 소수민족들을 중국민족이라는 더 큰 단위에 통합시키고자 하는 의도로 볼 수 있다.

Q. 중국신화와 한국신화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나.

▲ 정재서 이화여대 교수 
A.
중요한 문제를 제기했다. 고구려 벽화에 출현하는 수많은 중국신화의 모티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하는 것이 바로 이 문제와 직결된다.

일단은 중국신화 자체가 다원적인 문화 산물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과거 동아시아 문화가 근대 이후 민족, 국가 개념으로 경계를 확정지을 수 없는 총체적, 복합적 실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중국신화와 한국신화 사이에는 각자의 고유한 실체도 있고, 공유하는 부분도 있다. 양국 신화가 공유하고 있는 부분은 고대 이래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것들이다. 

Q. 우리나라의 단군(檀君)신화, 주몽(晝夢)신화, 박혁거세(朴赫居世)신화 등이 중국신화로부터 영향을 받았는지, 받았다면 어떤 영향을 받았나.

A. 영향을 받은 것도 있고, 받지 않은 것도 있다. 단군신화, 주몽신화의 경우에는 중국신화의 구조, 모티프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 그러나 선후 관계를 단정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대표적인 신화집으로는 일연(一然)의 ‘삼국유사(三國遺事)’를 꼽을 수 있다.

Q. 우리나라의 건국신화, 무속신화 등을 보면 스토리 전개가 너무 단조롭다는 느낌을 갖는다. 우리 신화 속에서도 세계인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할 수 있는 가.

A. 발견할 수 있다. 가령 바리데기신화 같은 경우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서구, 국신화와 비교해 단조로운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문화적 전통의 차이로 인해 스토리텔링이 활성화되지 않은 결과다. 한국 신화 자체에 인간성과 감정 요소 등이 풍부하지 않다고 볼 수는 없다.

Q. 신화의 현대적 의미를 다음 세대에게 어떻게 전달해야 하겠나.

A. 학계에서는 우리 신화의 내용을 보다 많이 발굴하고, 그 의미를 연구해야 할 것이다. 산업 분야에서는 게임, 에니메이션, 영화, 만화 등 여러 방면으로 좋은 이야기들을 가공해, 대중적, 국제적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아동, 청소년들이 우리 신화를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동화, 소설 등을 창작해내는 일이 중요하다. 현재 젊은 작가들을 통해 이런 시도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5.10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3.29 05:03

부활하는 중국의 유교·도교 사상 중국정부, 이전의 미신타파 담론 완화 중... 2010년 03월 29일(월)

인문학과 과학이 서로 협력, 미래를 만들어가는 인문강좌 행사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행사는 한국연구재단이 주최하는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세상과 대화를 시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엿보이고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석학들이 진행하는 인문강좌를 연재한다. [편집자 註]

석학 인문강좌 중국인들은 곧잘 공맹지도(孔孟之道)를 언급한다. 그렇다고 해서 유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유교적인 규범을 강조하면서 세속적 욕망, 즉 온포(溫飽, 따뜻이 먹고 배불리 먹기)와 부귀를 성취하고자 다른 신앙이나 사상을 찾아 나선다.

중국인의 가정을 방문하면 유교 경전에서 가져온 구절과 함께 복(福)이라는 글자가 부적처럼 함께 붙어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학자가 되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이 결코 하나가 될 수 없었던 조선조 유교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 중국 찬조우(泉州) 구화산의 노자(老子) 석상. 최근 복구됐다.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에서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는 “바로 이 같은 점이 조선과 구별된다”고 말했다.

조선에서는 유교가 근본적인 성향을 띠면서 그 규범이 철저히 실천되고 있었지만, 중국에서의 유교는 상(商), 도(道) 등 비유교적인 것들과 별다른 갈등 없이 정합(整合)돼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중국인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특성을 말해준다.

‘다양한 꽃들로 만들어진 꽃다발’

어떤 신앙이나 사상이든 중국인의 세계로 들어가면 다양한 세계관이 하나의 체계로 변모한다. 유교, 도교, 불교, 심지어는 기독교와 민간 신앙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사상 체계로 융합된다.

중국인의 사상체계는 다양한 꽃들로 만들어진 꽃다발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진 컴퓨터 회로에 비유될 수 있다. 제자백가(諸子百家)를 비롯해 도교, 외래 종교인 불교, 이슬람과 기독교 등이 오랜 역사를 통해 혼재돼 있다.

1980년대 개혁개방시대, 중국 정부는 이러한 중국인의 사상체계에 대해 개혁을 시도했다. ‘사회주의 쌍문명 건설운동’을 전개했는데, 여기서 쌍문명이란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을 말하는 것이며, 정신문명을 건설한다는 것은 신앙과 민간 전통에 대한 개혁을 의미했다.

▲ 김광억 서울대 교수(인류학) 
그 이전의 마오쩌둥(毛澤東) 역시 무산계급을 주인공으로 하는 인민공화국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매한 백성을 교화, 즉 문화(文化)시키려는 문화혁명을 단행, 중국 전체를 피로 물들였다. 역사를 더 거슬러 올라가 명(明)나라 역시 유교를 국가이념으로 선포하고 도교를 타파하려 했다.

그러나 통치자들의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오랜 세월을 통해 대중의 삶 속에 스며든(saturated) 신앙과 사상들을 타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최근 이러한 혼합주의적인 세계관(사상체계)이 부활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김광억 교수는 마오쩌둥 이후 중국 정부가 시도한 가(家)와 족(族), 신앙과 시장, 그리고 전통 금지 조치가 인민의 생활을 단조롭고 경직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직성은 새로운 시장경제체제를 발전시킬 수 없었다.

초인간적 능력을 발휘한 인물이 곧 ‘神’

최근 많은 기업 경영자들은 유연성과 흐름(流)의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정보, 지식, 상품, 자본, 노동력 등은 유통이 원활해야 하고, 사회의 제도적 장치는 융통성을 갖고 유동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런 세계관은 그동안 역대 통치자들이 억눌러왔던 도교적인 것이라고 김 교수는 말했다.

누구든지 초인간적인 능력을 발휘한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것이 도교적 세계관이다. 군인, 상인, 학자가 대중으로부터 신봉 대상이 된다. 관우(關羽)와 마조(妈祖)가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적 인물의 신상을 만들고, 묘나 사당을 건립해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다.

마오쩌둥은 가부장의 이미지에서 이제 신적인 존재로 바뀌었으며, 뛰어난 장군과 부자, 학자를 배출한 지방에서는 해당 인물을 신으로 모시는 신승 신당(神堂)이 생겨나고 있다. 도(道)의 원리에 의해 디자인됐던 옛 무술이 지금 다시 확산되고 있다.

▲ 27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석학과 함께 하는 인문강좌' 

현실적 실리를 추구함에 있어 도덕적인 규범은 유교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상인들의 신은 관우다. 상업에는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의를 통해 맺어지는 도덕적 인간관계(見利思義)가 생명이다. 관우는 그런 의리의 상징이다.

사회주의 과학은 봉건미신 타파를 요구했다. 그러나 마오쩌둥은 (유교적인) 전통적 가부장의 자리(이미지)를 차지했다. 공산당 간부가 학자관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현실적으로 전통적인 관료의 권위에서 존경을 받고 있다.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많은 자금을 투자해 자녀들이 지식인 반열에 오르기를 원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오랜 역사를 지닌 유교적 전통이 지금의 사회주의 인민공화국 내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금 중국 정부는 유교 부흥운동을 주도하고, 도교 부흥에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문화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치·경제와 더불어 문화 자본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글로벌 시대의 필연적인 자각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와 인민 사이의 긴장, 여전히 존재해

더구나 국가와 국가 사이에 문화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문화는 지금 상품으로서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국내외적으로 정치적인 자원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 과거 사회주의 정부에서 억눌러왔던 유교와 도교 부흥을 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들어 중국 정부는 ‘홍양중화문명(弘揚中華文明)’의 기치를 내걸고, 이전의 미신타파 담론을 완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종교적 전통을 문화 콘텐츠의 자원으로 보려는 국가의 입장과 전통을 내면적인 신앙체계로 삼으려는 인민의 인식 사이에 긴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은폐할 뿐”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자학(孔子學)의 중흥을 내걸고, 도교사원의 개원식에 국가 주석이 참석하며, 묘회(廟會)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등 전통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민간의 전통적인 영역을 국가가 장악하려는 새로운 문화정치(인민과의 문화경쟁)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국가와 인민 사이에 세계관의 실천방식을 놓고 긴장관계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중국연구에 있어 인문학적 사회과학, 혹은 사회과학적 인문학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3.29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