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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중국2010.05.10 00:15

[노트북을 열며] 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중앙일보]

상하이(上海)에서 10여 년째 부동산 관련 분야 일을 하고 있는 김형술 사장. 그는 지난 주말 가족과 함께 엑스포 전시장을 찾았다. 관람객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지만 주요 전시관은 여전히 넘치는 인파로 붐볐다. 그 인파를 헤치고 몇몇 국가관을 돌았다. 그에게 “무엇을 봤느냐”고 물었더니 엉뚱한 답이 돌아온다. “중국 사람들이 줄을 서데요”라는 것이었다. 인기 국가관 앞에는 여지없이 장사진이 연출됐다는 얘기였다. 30도를 육박하는 한낮 더위 속에서도 관람객들은 3~4시간 줄을 서서 기다리더란다.

김 사장은 “작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중국인들의 인상과는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그가 봐 온 중국인들은 줄 서기에 약했다. 질서의식이 없었다. 쇼핑센터나 영화관, 거리의 무질서를 보고는 “중국은 아직 멀었어”라고 혀를 차기도 했다. 엑스포가 그런 이미지를 깨트린 것이다.

줄 서기는 한 나라의 질서의식, 문화 역량의 척도다. 그런 점에서 중국 관람객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는 것은 이번 엑스포를 읽는 핵심 관전 포인트다.

중국은 하드파워(Hard power) 분야에서 이미 세계 1, 2위를 다투는 강국이다. 돈이라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군사력은 자국 방위 수준을 넘는다. 그러나 정신·문화적 역량을 뜻하는 소프트파워(Soft power)는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특히 질서의식은 낙제 수준이었다. 엑스포를 계기로 이 같은 불균형을 바로잡자는 게 중국 당국의 계산이다. 그러기에 중국관은 중국 문화를 과시하는 전시물과 영상물로 채워졌고, 다른 나라의 문화와 비교할 수 있도록 배치됐다. 관람객들은 전시장 한가운데 우뚝 선 중국관의 위용에 자부심을 느꼈을 것이요, 내부 전시물을 보고는 자국 문화의 우수성에 감동했을 터다. 그들은 또 전시장 밖 줄 서기를 통해 질서를 익히고 있다. 엑스포는 소프트파워의 학습장이었던 셈이다.

많은 이가 상하이의 마천루를 보고는 “소프트웨어는 있는 거야?”라며 코웃음 치곤 했다. 엑스포는 그 소프트웨어를 보강하고 있다. 행사가 열리는 184일 동안 하루 평균 약 40만 명이 상하이를 찾는다. 세계 어느 도시도 이같이 긴 시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을 관리해 본 경험이 없다. 그걸 상하이가 하고 있는 것이다. 도시 행정의 소프트파워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하드파워에서 소프트파워로’. 엑스포가 보여 준 중국의 길이다. 중국은 옆에서 누가 뭐라고 하든 자신이 만든 계획에 따라 그 길을 걸을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30년 동안 그랬듯 말이다. 그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들과 어떤 상생의 틀을 짤지 등을 연구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김 사장은 “엑스포에서 표출되는 중국의 위용에 압박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분발해야 할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돈과 군사력으로 무장한 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 차장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10.03.29 06:22

오픈을 위한 리더십

  비전 디자이너 2009. 11. 24 (3) 사람들, 오픈컬처 |

자발적 봉사자들에 의하여 구축된 운영체제(OS)인 ‘리눅스’, 그리고 전통과 권위 그 자체인 브리태니커의 가장 막강한 경쟁자로 등장한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웹이라는 플랫폼을 통한 글로벌 이용자들 간에 시공간을 초월한 협업 방식을 보여준다. 그러나 구심축이 없는 듯이 이루어지는 이 새로운 기술적, 사회적 현상 속에서도 보이지 않게 리더들은 존재한다.

예컨대, 리눅스는 리누스 토발즈라는 핀란드의 괴짜 프로래머가 그 시작에 있었고, 위키피디아는 인터넷에 대한 상상력이 풍부한 지미 웨일즈라는 증권 중개인이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운동과 관련해 각광을 받는 ‘녹색 활동을 하자‘(Do the Green Things) 라는 웹2.0형 그린유저 커뮤니티도 그 뒤에는 인터넷 마케팅 전문가이자 저명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아들인 앤디 홉스봄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은 전통적 조직에서 향유하던 리더십과 다르다. 전통 조직의 리더십이 권위의 기반을 지휘와 통제가 가능한 관료조직의 위엄과 체계에 두고 있다면, 웹2.0형 기반 조직은 그 같은 지휘·통제를 시작부터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네티즌 부족민이 이들 부족장을 따르는 이유는 물리적 힘(force), 정치·경제적 권력(power)이 아니라 심리적 혹은 이상적 영향력(influence)이다.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조셉 나이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하드파워가 아닌 소프트파워가 이들의 리더십을 형성하고 지탱한다.

이 웹2.0 부족장의 리더십 혹은 ‘오픈을 위한 리더십’이 부각되는 까닭은 이제 웹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플랫폼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개발·홍보·판매·소비 등 경영의 모든 활동에 있어서, 나아가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가치 증진을 위한 조직 변화에 있어서 ‘오픈’은 외면할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다.

경영구루 C.K. 프라할라드는 이를 ‘N=1, R=G’(한 명의 소비자의 차별화된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전세계의 자원이 활용되어야 한다)라는 명제로 설명하기도 했다. 오픈은 이제 수용해야만 하는 지난 세기 산업혁명과 같은 대세다.  철학자 데카르트가 오늘 살아 있다면 그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가 아니라 ‘검색된다, 고로 존재한다’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전통 조직에서는 이 같은 ‘오픈’에 대해서 어떻게 수용하고 대처할 것인가. 한 가지 방법은 동도서기론(東道西器論)을 택하는 것이다. 정신과 철학은 오픈을 부정하면서 단순홍보나 기술적 차원에서 오픈을 택할 수 있다.

허나 그러한 오픈 전략은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 오픈을 이끄는 리더십은 앞서 말했듯 심리적 혹은 이상적 영향력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겉만 오픈이고 사실 안은 닫힌 조직을, 그 진정성과 신뢰성이 부재한 리더십을 이용자들은 따르지 않는다. 이용자들의 자발적, 적극적 참여가 없이는 웹2.0형 조직은 생명줄이 끊어지고 만다.

이용자는 쉽게 속지 않는다.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자산인 신뢰를 얻기 위해서 조직은, 리더십은 단순한 몸이 아닌 혼을, 그의 정신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한 혼을 내놓는 과감한 결단이 중요함을 보여준 것이 MIT의 공개강의운동(OCW, Open Course Ware)을 이끈 찰스 M. 베스트 전 총장이다. 변화의 대세에 저항할 수 있는 상아탑의 명분이 있기에  대학조직은 변화에 수동적일 수 있었다. 그러나 찰스 M. 베스트는 방어 자세를 취하는 대신,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수업료를 받는 자기네 강의를 웹으로 대중에 전면 공개하겠다는 OCW 프로젝트를 도입했다. 이 혼이 담긴 전략, 그 불씨는 그리고 이제 MIT 공개강의운동 협의체(OCWC)라는 전세계 OCW 도입·적용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MIT 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로 확산되어가고 있다.

만약 MIT가 지향하는 바가 단순 상술이나 학교홍보 차원이었다면 그 비전이 이만한 지지의 공감대와 참여의 폭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물론 MIT 역시 바로 돈이 들어오는 원격 교육 대신 OCW를 택함으로써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명성과 비전, 그리고 전세계 최고의 인재 확보 경쟁에 우위를 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영향력의 근원지, 리더십의 성격을 정의한 것은 전 총장 찰스 M. 베스트다. 그는 오픈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줬다. 그에게 오픈은 조직 전체의 전략적 차원에서의 핵심 가치이자 핵심 역량이었던 것이다. ‘21세기 MIT 개혁’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UC버클리 국제연구소 헨리 크라이스너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는 지식 진보는 개방에 기초하고, 대학 역할은 그 개방성 확대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9.11 이후 닫힌 미국사회에서 다양한 아이디어, 인재 수용을 위해 장학금 지급기준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연방정부와 법적 투쟁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렇다면 오픈을 위한 리더십의 산 증인 찰스 M. 베스트는 스스로의 리더십을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MIT 총장을 역임하면서 그는 가장 즐거웠던 일이, 서로 다른 관심과 재능을 같이 엮어주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 마법을 통해 예상치 못했던 가능성이 창조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라고 하였다. 사실상 그러한 ‘연결성을 통한 창조’, ‘네트워크를 통한 발전’이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통한 생산물이 중점을 이루는 오픈전략, 웹2.0 조직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는 그 환경 변화를 위한 조직 변화를 오픈의 신념과 행동이 일체한 리더십으로 성사시켰다.

시대는 영웅을 필요로하지 않는다. 탁월한 1인이나 소수 우수 집단의 지도·통제가 아니라 공존하는 다수 집단의 경합하는 이념·사상·아이디어의 힘으로 유지·발전하는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시장 경제 체제에서 영웅신화가 아니라 개인의 자율성과 그 창조성 그리고 이제는 그 상호작용에 의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의 구심점이 될 리더는 필요하다. 민주주의자 없이 민주화가 불가능하고, 창조적 기업가 없이 경제발전이 불가능하 듯이 이용자의, 이용자에 의한, 이용자를 위한 웹2.0 커뮤니티의 발전과 조직의 쇄신도 마찬가지다.

유행하고 있는 오픈 전략도 그렇다. 영웅이 필요한 것은 아니나, 그 실천을 위한 리더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리더란 오픈을 위한 리더십을 자기 혼으로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웹2.0이 유행하면서 ‘2.0′이란 말이 일종의 유행어가 되가고 있는 시대다.  오픈 대세론을 말 뿐만 아니라 실제 결과로 만들길 원한다면 조직은, 리더는 몸 뿐만 아니라 그 영혼까지 개방·공유·창조의 시대를 흡수해야 한다. 그리고 그 한 리더의 변화에서 촉발된 개혁의 기운은 조직에 새로운 연결성을, 그리고 네트워크를 창조해 전통 조직을 새로운 환경 변화에 맞도록 거듭나게 해줄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오픈을 위한 조직은 오픈을 위한 리더십이, 혼이 담긴 그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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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백 : http://www.bloter.net/archives/19668/trackback

비전 디자이너

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학년에 재학 중. 2006년 홍콩 교환학생 시절에 MIT Open Course Ware(공개강의운동)을 알게 되어, 2007년부터 2008년까지 OCW의 고려대를 비롯한 국내 대학에 런칭하는 프로젝트에 참여. 현재는 공익NGO '세계화와 빈곤문제 공공인식 프로젝트'(Globalization and Poverty Public Awareness Project: http://globalizationandpoverty.org/ )에서 자문역으로 돕고 있다. '소셜 웹'(Social Web)이라는 사회와 기술, 인간과 기계가 새롭게 융합하여 발전하는 시대의 방향성과 그를 위한 비전 디자인에 관심이 많다. visiondesigner21@gmail.com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스페셜리포트 - 이건희 회장 ‘위기감’ 진원은 [중앙일보]

2010.03.28 21:33 입력 / 2010.03.29 03:03 수정

애플 아이폰 만들 때 삼성 뭐했나
‘소프트파워 밀리면 끝’ 절박감

“위기다. 글로벌 기업이 무너지고 있다. 삼성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10년 내 삼성의 대표 제품들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 다시 시작하자. 앞만 보고 가자.”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4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임직원들에게 털어놓은 첫 메시지다. 그의 발언은 삼성의 공식 트위터인 ‘삼성인’(http://twitter.com/Samsungin)을 통해 전해졌다. 그가 삼성의 수장으로 복귀하면서 언급한 ‘위기’의 실체가 무엇일까.


주력회사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0조원 돌파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내지 않았는가. 무엇이 문제일까. 업계 전문가들은 “급속히 성장해 정보기술(IT) 산업의 지형도를 새로 쓰고 있는 스마트폰과 3차원(3D) 입체 TV 분야가 위기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소프트파워의 충격파=지난해 말부터 국내에 불어닥친 아이폰 열풍이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계기다. 삼성전자의 강점인 하드웨어(HW)에다 소프트웨어(SW)를 접목한 강력한 비즈니스 모델이 국내 시장을 휘젓는 모습은 불안감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 미국 애플이 다음 달 해외 출시하는 태블릿PC ‘아이패드’에 이어 TV 제품에까지 진출할 경우 세계 최대 TV 회사인 삼성의 ‘수성’이 큰 위협을 받을 것이다. 삼성은 지난달부터 3D TV 분야에서 적극적인 공세를 펴고 있지만 콘텐트 면에서 우위인 소니,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강자인 파나소닉, 두 일본 업체와 사투를 벌여야 한다.

두 달 전 불거진 도요타 리콜 사태는 명망 있는 글로벌 정상업체가 한순간에 고전의 늪에 빠질 수 있음을 보여준 충격적 사건이었다. LG전자의 남용 부회장도 최근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 향후 3년은 우리 회사의 운명을 가를 결정적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임직원의 분발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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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 스마트폰=삼성전자의 담당 임직원들은 지난해 11월 말의 쇼크가 여전히 생생하다. 영하의 날씨에도 아이폰 출시행사를 보려고 서울 잠실실내체육관 앞에서 밤새 줄 서 기다리던 아이폰 매니어들의 모습, 그리고 시판 1주일 만에 10만 대를 돌파한 판매 기록…. 최지성 총괄사장은 공개석상에서 “충격적이고 반성해야 할 일”이라고 되씹었다. “애플이 크는 동안 삼성은 뭐했나”라는 지적이 안팎에서 일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가 컬러 휴대전화 이후 뾰족한 시장 선도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을 올 초 보도했다. 삼성의 지난해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19.9%(2억2710만 대)로 핀란드 노키아에 이어 2위인 데 비해 스마트폰은 3.7%(640만 대)로 부진한 편이다. 애플이 2007년 6월 출시한 아이폰 한 품목으로 3년 만에 스마트폰 시장 세계 3위(14.4% 점유율)에 오르는 동안 삼성은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이야기다.

물론 반도체나 액정화면(LCD)·프리미엄 TV 등 삼성전자 주요 품목의 비교우위는 확고하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부진은 단순히 한 첨단 휴대전화 품목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권기덕 수석연구원은 “미국처럼 통신산업이 비교적 덜 활발한 선진국들이 스마트폰이 득세한 뒤 연관 산업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에 불러 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이하 앱) 시장만 해도 올해 68억 달러에서 2013년에 295억 달러 규모로 급증한다는 전망이다. 권 연구원은 “2013년에는 휴대전화 중 스마트폰 사용자 비중이 4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은 단말기를 잘 만드는 데 온통 힘을 쏟은 나머지 소프트웨어(SW) 분야엔 소홀했다.

애플도 원래는 하드웨어(HW) 업체였지만 ‘아이튠스’ ‘앱스토어’ 같은 온라인사이트를 우수 SW와 콘텐트가 가득한 아이폰 생태계로 일군 것과 대조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김민식 책임연구원은 “플랫폼 개발 등 스마트폰 인프라는 선발 기업보다 일부 분야에선 4년까지 뒤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 정태명(정보통신공학부)교수는 “삼성 내에도 SW 인력이 적지 않지만 조직이 HW 중심 체질에 길들여져 창의적 발상이 잘 먹히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이 1990년대 초반의 한바탕 혁신 바람 덕분에 오늘의 번영을 구가하는 만큼 스마트폰 전쟁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이건희 회장의 지적처럼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업무방식과 조직형태를 바꾸려 한다. SW 개발조직에 좀 더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조직이 개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KT에서 SW 개발 전문가인 강태진 전무를 영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뭔가 허전한 3D TV=삼성전자는 TV와 안경이 주파수로 교신하는 셔터글라스 방식의 풀HD(고화질) 3D LED(발광다이오드) TV를 지난달 세계 처음 출시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줄 오른쪽)은 지난 1월 9일(현지시간) 소비자가전쇼(CES)가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의 삼성 전시관을 찾아 3차원(3D) 입체TV용 안경을 쓰고 3D TV 시연을 지켜봤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앞줄 왼쪽)과 최지성 총괄사장(앞줄 가운데),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뒷줄 오른쪽) 등이 함께 설명을 듣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의 신수종사업 준비는 턱도 없다”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그런데도 허전한 구석이 있다. 3D TV로 즐길 만한 콘텐트 확보가 시장 선점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입체 파워포인트(PPT) 솔루션을 개발한 레드로버의 하회진 사장은 “소니는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제작사 컬럼비아를 소유한 데다 6월 남아공 월드컵 축구 22개 경기를 3D로 제작해 공급하기로 하는 등 3D TV용 콘텐트가 풍부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디지털 TV 시장 주도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이 SW인 앱 경쟁력에 좌우되듯 3D TV 또한 콘텐트 경쟁력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와 제휴해 블루레이 플레이어로 콘텐트를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6월 월드컵 중계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3D 첨단 방송장비 시장을 독점한 소니의 기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 가전전시회 ‘IFA 2009’에서 3D TV를 선보이며 바람몰이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 하워드 스트링어 최고경영자(CEO)는 “2010년까지 3D 브라비아 LCD TV를 비롯해 3D용 하드웨어와 콘텐트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차근차근 준비해 6월 10일 3D TV 4종을 출시, ‘TV 황제’라는 명성 회복에 시동을 걸겠다는 각오다. 소니의 3D TV에는 삼성전자가 보유하고 있는 2D 콘텐트의 3D 전환기술이 포함돼 있다.

심재우·문병주 기자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MB 2년]문화콘텐츠 수출효자로…규제-진흥 조율 관건
'선택과 집중' 전략 추구…세계 수준에는 아직 모자라
김지연기자 hiim29@inews24.com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2012년까지 세계 5대 콘텐츠 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세우면서 '소프트 파워' 키우기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MB정부가 추구한 전략은 이른바 '선택과 집중'이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패가 규모의 경제에 좌우된다는 판단에 따라 세계 시장에 내놔도 손색없는 콘텐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몸집 키우기, 집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방송 진출 문호를 넓혀주고, 신문법 개정으로 신문사의 방송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등 '글로벌 미디어 그룹' 육성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만 봐도 MB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알 수 있다.

문화콘텐츠진흥원과 방송영상산업진흥원, 게임산업진흥원 등 콘텐츠 진흥 관련 5개 기관을 통합해 지난해 5월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이재웅, 이하 한콘진)을 출범시킨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 애니메이션, 게임 등 장르별로 분산돼 있는 콘텐츠 산업 지원체계를 통합시켜 기획-제작-판매-유통 등 기능 중심으로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한콘진은 국내 콘텐츠 산업이 비좁은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역대 해외에 진출해 연관 매출 1억달러 이상 달성한 콘텐츠는 뿌까와 뽀로로(이상 애니메이션 캐릭터), 대장금, 겨울연가(이상 드라마), 메이플스토리, 아이온, 리니지(이상 게임) 등 7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오는 2013년까지 이를 30개까지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MB정부는 지난 2년간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강화했다.

불법 저작물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불법 저작물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은 몰수하는 조치도 도입했다. 또 상습적으로 불법 저작물을 대량으로 업로드하는 '헤비 업로더'를 처벌하기 위한 저작권법 개정(삼진아웃제 도입)도 단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지난해 4월 국제 지적재산권 감시 대상국에서 제외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지난 2년간 게임 분야의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해 콘텐츠 산업의 수출 성적은 30억 달러. 이 중 절반인 15억달러를 게임업체들이 해냈을 정도다.

◆정부, 규제와 진흥 모두 해야 하는 부담

문화콘텐츠 산업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콘텐츠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로 세계 8위 수준이다. 한콘진은 올해 안에 이 비중을 3%대로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에서 맞설 수 있는 자본력의 투입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선순환돼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좁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이 투자하지 않고, 정부 지원 규모 역시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에는 미미했기 때문에 정부의 콘텐츠 육성 의지를 국내 업계가 피부로 느끼지는 못했다.

특히 그중에서도 게임 분야는 문화콘텐츠 수출의 1등 공신을 차지하면서도 사회적으로는 게임 과몰입의 폐해 등이 강조되면서 그간 '비도덕적이고 쓸데없는 것'이라는 서러움을 받고 있기도 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금융위기 속에서도 수출 15억달러를 해내고, 정부가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 있어서도 게임 및 IT 분야가 기여하는 바가 큰데 이런 공은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게임업계의 위상이 올라가려면,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게임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 역시 규제 이슈가 강한 대표적인 분야다.

지금까지는 콘텐츠 산업을 살리기 위해 저작권자 보호 측면이 강조되다보니 공정이용제도와 같은 '이용 활성화'에 대한 정부 활동은 다소 부족했다.

저작권 보호 못지 않게 대중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콘텐츠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콘텐츠 업계는 '생색내기식 진흥, 마구잡이식 규제는 접고 업계와의 소통을 통해 도움이 되는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규제와 진흥을 모두 해야 하는 MB 정부 앞에 '중심잡기'가 커다란 과제로 놓여 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베이비폰-지하철알리미 등 히트작, 한국 ‘소프트 파워’ 기지개… IT산업 지각변동



'지하철에서 자는 나를 누군가 깨워줬으면….'
지난해 여름 지하철 안에서 꾸벅꾸벅 졸던 이민석 씨(27)는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치는 실수를 거듭했다. 학교 시험 기간이라 잠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이동할 때 짬짬이 잠을 잘 수 있도록 자신을 깨워줄 무엇인가가 절실했다. 이 씨는 수도권의 500여 개 지하철역을 오가며 위치정보를 파악한 끝에 3개월 만에 '지하철 알리미'라는 스마트폰용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씨의 프로그램은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첫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공모전'에서 1등을 차지했다. 지하철에서 떠올린 아이디어로 1월 말 현재 39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개발자 혼자 수익을 만들어 내는 '1인 기업'인 셈이다.
회사원 유재현 씨는 어린 딸의 장난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딸이 새 장난감을 사줘도 금방 싫증을 냈기 때문. 그러다가 휴대전화만 있으면 딸이 계속 새로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유 씨는 이렇게 만든 '베이비폰' 콘텐츠로 5000만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 1인 기업의 재발견

잠잠했던 소프트웨어(SW) 시장에서 최근 1인 개발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 1인 개발자의 활약은 한국 SW 시장의 제2막을 열 지각변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은 흔히 덩치는 크지만 두뇌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룡'에 비유된다. 반도체와 휴대전화, 디지털TV 등 하드웨어는 세계 1위 상품이 수두룩할 정도로 크게 성장했는데, '두뇌'라 할 만한 소프트웨어 산업은 기형적으로 작았던 것.
하지만 그것도 조만간 옛 얘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대기업부터 골방의 '1인 컴퓨터 천재'들까지 앞 다퉈 소프트웨어 산업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세계시장의 변방에 있었던 한국 SW 산업의 반격이 조용히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SW 산업의 지각변동은 시장 규모에서 감지된다. 국내 SW 시장 규모는 세계적인 금융위기에도 최근 2년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07년 163억 달러였던 국내 SW 시장은 2009년 186억 달러로 2년 만에 14.1% 증가했다. 세계적 금융위기를 고려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치다. 이에 비해 세계 SW 시장 규모는 2007년 9730억 달러에서 2009년 1조89억 달러로 3.7% 상승하는 데 그쳤다.
SW 인력 시장도 부활하고 있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SW 인력채용 공고건수는 지난해 1월 1015건에서 1년 만인 올해 1월 2016건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베이비폰 개발자 유재현 씨는 "2000년대 초에는 웹 관련 SW가 시장을 이끌었다면 10년이 지난 2010년대에는 모바일 SW 관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개발자들의 한계도 지적된다. 1인 개발자로 삼성전자 애플리케이션 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신석현 형아소프트 대표는 "올해 말이면 애플리케이션 시장도 포화될 것"이라며 "아이디어만으로 승부를 볼 수는 없으니 분명한 콘텐츠와 서비스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SW 사업에 주목하는 전자업계
대기업들도 SW 인력 충원에 나섰다. 특히 스마트폰의 인기를 좌우할 각종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최근 첫 안드로이드폰을 내놓는 자리에서 "2010년의 가장 큰 변화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콘텐츠 애플리케이션 등 SW도 같이 강화해야 하드웨어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LG전자의 남용 부회장도 "비상경영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인력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지난해(1000명 선)보다 많이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신설된 스마트폰사업부의 연구개발(R&D) 인력을 연말까지 전체 휴대전화 R&D 인력의 30%로 늘릴 예정이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지난달 말 SW기업 '이스트소프트'와 모바일 등 신규 사업 개발을 위해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안철수연구소도 올해 초 정보보안기업에서 '종합 SW 기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다.

● 남아있는 한계
스마트폰이 SW 산업을 이끌고 있지만 아직 걸림돌도 있다. 예를 들어 하나은행은 스마트폰, 아이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인터넷뱅킹을 만들었지만 금융감독 당국이 보안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주춤하고 있다. 피해보상 책임이 있는 회사와 피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소비자가 모두 받아들일 만한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정부가 '보안 문제'를 경고하면서 반쪽 서비스에 그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서점 알라딘도 최근 스마트폰용 결제 시스템을 선보였지만 신용카드 회사들이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거론하며 보안 문제를 내세워 결제 서비스를 거부하고 있다.
정부가 장기적인 시각으로 SW 육성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SW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는 정부가 보유한 각종 데이터베이스를 기업과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다"며 "미국처럼 관공서의 위치나 도서관의 장서 정보 등을 공개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민간에서 개발할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조은아기자 achim@donga.com
이홍민 인턴기자 연세대 사회학과 3학년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