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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혁명'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26 스마트폰 혁명이 한국 IT산업에 던지는 질문들
  2. 2010.03.22 스마트폰 '혁명' 이끌 신리더십은?

스마트폰 혁명이 한국 IT산업에 던지는 질문들
[스마트폰 대한민국을 흔들다③] IT산업의 두 가지 문제를 넘어서기 위하여
10.07.25 16:17 ㅣ최종 업데이트 10.07.25 17:48 조성주 (sesayon)

IT산업은 한국의 효자산업이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에 한국의 수출을 주도한 것도 IT산업이었고 2000년대 초반 세계적인 IT버블 붕괴 이후에도 오히려 한국의 IT산업은 세계에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며 한국의 성장을 주도해왔다. 매년 기업들의 분기실적이 발표될 때면 삼성전자가 반도체로 얼마를 벌었는지, 엘지전자가 세계 휴대폰시장에서 얼마를 점유하고 있는지 등이 화제가 되곤 해왔다.

 

그런데 2009년부터 스마트폰 혁명이 시작되고 전세계의 산업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하자 갑자기 한국의 IT산업이 위태롭다느니 지나치게 하드웨어에 집중된 산업구조가 문제라느니 하는 불안감 섞인 이야기들이 줄지어 나오고 있다. 순식간에 변하는 게 여론이고 분석이라지만 잘 나가던 한국 IT산업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아니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한국 IT산업의 고질적인 문제가 스마트폰 혁명으로 재조명된 걸까?

 

스마트폰 혁명이 재조명한 한국 IT산업의 문제점

 

스마트폰 혁명은 앱스토어(Appstore)라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어냈고 이로 인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또한 애플과 대만의 전문 제조업체 팍스콘의 수평분업형 모델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해 주목받게 된 소프트웨어 산업과 새로운 IT제조업 모델은 거꾸로 기존 한국 IT산업의 문제점들을 재조명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지적되어왔던 한국의 IT산업의 문제점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산업에 비해 '소프트웨어' 산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문제다. 일부에서는 IT제조업에서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에 대해서 양극화라는 것이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라서 현재 IT제조업에 있는 중소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되지만 사실 크게 변한 상황은 없다.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는 확대되고 있는 것이 경향이다.

 

  
IT제조업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생산성 추이
ⓒ 새사연
양극화

 

원래 IT산업은 네트워크 효과를 지니고 있다. 네트워크 효과로 초기에는 사용자의 증가 추세가 느리지만 어느 임계점을 넘어서면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산업의 경우 일정 정도 성장하고 나면 산업 내에서 양극화가 심화되게 되는데 이를 적절히 규제하는 것이 정부정책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정부정책이 97년 외환위기 이후 수출에만 지나치게 집중되었다. 이로 인해 대기업에만 자원이 집중되었고 IT 중소기업들은 정부정책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거나 대기업들의 하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더구나 IT중소기업들은 대기업에 비해 자본투입이 절대적으로 낮아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문제가 있다.

 

스마트폰 혁명으로 다시 드러난 IT 제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면 전체 IT 제조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일부 수출 중심의 최종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불균형을 이루고 있다. 또한 수출효자 노릇을 하는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핵심부품에 대한 자립도가 낮은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는 중소기업이 담당하는 부품소재산업이 일본, 대만 등에 비해 취약한 지점도 곧잘 지적되는 문제다. IT제조업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문제는 결국은 경제 주체들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IT제조업 고용의 5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IT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대한 낮은 협상력과 불공정한 거래 관행으로 충분한 설비투자나 연구개발투자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노동에만 의존하는 방식으로 생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다보니 IT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들이 제아무리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을 많이 팔아도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나날이 높아져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더구나 최근 스마트폰 혁명으로 부품소재산업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의 발전 없이는 전통적인 대기업 중심의 성장이 지속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 되면서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 모델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나치게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국의 IT산업 구조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사실 이미 세계의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해오고 있었다. 세계 IT시장은 전체 규모 3.4조 달러('08)에서 정보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46.6%, 소프트웨어 산업이 30.7%에 이르고 있고 하드웨어 산업은 22.7%에 불과한 상황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는 전체 IT산업 생산액 중 하드웨어 산업이 73%를 차지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은 8%에 불과하다.

 

한국의 언론들이 매년 삼성이나 엘지의 반도체, 휴대폰 판매량을 대서특필하는 동안에도 세계 IT산업은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주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한국의 무선인터넷 정책 등을 두고 이동통신사들이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 있었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사실 재벌대기업들의 화려한 판매실적과 이를 마치 국가적 자부심으로 여기게 조장한 언론들의 호들갑 뒤에서 한국 IT산업 전체가 '갈라파고스 신드롬'에 갇혀 있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부문별 IT 생산액 비중(‘09)
ⓒ 새사연
IT생산액

 

이러다보니 스마트폰 혁명이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게 되자 급기야 한국 정부와 대기업들도 하드웨어 산업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산업 중심으로 구조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대기업과 하드웨어산업 중심으로 성장해온 한국의 IT산업이 지금까지 수출 등으로 벌어들인 과실을 대기업만이 독점하다시피 해왔고 더구나 이런 과실이 IT제조업과 콘텐츠 개발 등을 중심으로 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소기업들에게까지 돌아가지 않으면서 IT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와 괴리되는 현상이 심화되어 왔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구나 성장의 과실을 얻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은 오로지 노동을 쥐어짜는 방식으로밖에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자 이로 인해 정작 중소기업 노동자들이나 개발자들은 극심한 노동강도에 시달리게 되었고 IT산업이 신종 3D산업이라는 취급을 받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한국에서 반복되는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

 

이러한 한국 IT산업의 고질적 문제점들이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를 실시간으로 전파한다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개선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국민들의 삶이 그렇게 단순하게 개선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세계적인 산업의 변화가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의 경영전략 등에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은 크다. 아마 한국의 대기업들도 소프트웨어 산업을 중시하게 되고 부품소재산업을 강화하는 등의 적극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개발자들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다.

 

사실 스마트폰 혁명을 세계적 차원에서 주도하고 있는 애플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자사의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대만의 혼하이그룹 자회사인 팍스콘이라는 전문 제조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팍스콘의 노동자들은 유례 없이 열악한 노동시간과 환경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최근 몇 달새 무려 열두 명의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애플 아이폰의 세계적인 성공이 중국의 팍스콘 공장 노동자들의 노동강도와 비례하는 비극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과 팍스콘 노동자들의 관계는 한국의 재벌대기업과 중소기업 하청 노동자들의 관계와 전혀 다르지 않다.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열풍에 동참해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새로운 이윤을 창출하고 부품소재산업 등을 혁신시킨다고 해도 이는 중소기업,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 대한 노동강도를 증가시키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앞서가는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제품단가 하락을 통한 시장지배력 확대를 목표로 중소기업에 단가압력을 넣을 수도 있다. 이미 휴대폰 시장에서 재벌대기업들이 세계 휴대폰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할수록 국내 부품생산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이익률이 하락한 2005년, 2006년의 기존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

 

더구나 '앱스토어'등의 성공으로 주목받고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 콘텐츠 산업 등의 경우도 대기업들이 나서서 이를 단독으로 수직계열화할 경우 자본도 투자여력도 부족한 중소기업들이나 개발자들이 이에 맞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개발이나 콘텐츠 개발도 일정 규모 이상의 데이터의 대량 축적이나 인프라가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거대한 변화라 해도 초창기에는 늘 빛나는 성공을 거둔 개인들이 주목받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재벌대기업들의 위용만 주목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초반 IT중소벤처기업들의 몰락과 대기업들의 독점화 현상도 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진정한 상생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따라서 현재 한국 IT산업의 바람직한 혁신과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의 정부정책과 함께 기업들의 경영방식도 변해야 한다. 정부정책은 그동안 수출효자산업으로 인식해온 IT대기업들의 하드웨어 산업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부품소재산업 강화를 위한 각종 지원이 더 시급하게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하드웨어 중심이 아니라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기업들에게 그냥 맡겨둬서는 안 된다. IT중소기업들이나 콘텐츠 업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이 노력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적극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적재산권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으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이런 정책은 정부가 선도적으로 나서야 하는데 현재 정부가 발주하는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만 해도 87.8%가 공공기관이나 정부가 지적재산권을 소유하는 등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그간 수출주도정책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 대기업들도 이제 변화된 환경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콘텐츠 업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과 공유가 중요하다는 것을 시급히 깨달아야 한다.

 

냉정하게 말해서 스마트폰 혁명, 모바일 웹2.0 혁명이 그대로 대기업, 중소기업의 관계 변화, 개발자 등을 포함해 중소제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애플도 삼성도, 구글도 결국은 새롭게 열리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생산의 고리에서 최종점을 차지하기 위해 플랫폼 전쟁이니 혁신이니 하는 말을 가져다 혈투를 벌이고 있을 뿐이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노동의 문제, 고용의 문제, 국민생활의 변화와 개선 등을 고려하기보다는 이윤추구에 몰두하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재벌대기업들이 단순히 새롭게 열린 시장에서 수직계열화를 통해 기존의 방식대로 중소기업과 개발자들의 노동과 노력을 빼앗아가는 방식을 고수한다면 이것은 스마트폰 혁명이 초래한 변화에 대한 얕은 고민과 시야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모바일 웹2.0 혁명의 근본가치인 '참여, 공유, 개방'은 기업의 변화에 앞서 국민들의 의식에 변화를 낳고 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의 소비자로서 머물지 않고 정치, 사회, 경제적인 문제에 실시간으로 참여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많이 소통하고 더 많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거대기업들의 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이나, 공존을 외면하는 독점과 편법을 예리하게 지적하며 참여와 공존을 거부하는 낡은 질서를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웹2.0 혁명의 '참여, 공유, 개방'의 가치는 국민들의 의식에 이미 자리잡기 시작했다. 어쩌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세계시장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보다 먼저 국민의식의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는 것을 더 심각하게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스마트폰 혁명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가치를 수용하는 국민들의 대중적 요구가 주도하는 것이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10.03.22 18:58

입력 : 2010.03.22 11:16

‘킬러애플리케이션’의 저자 래리 다운즈•춘카 무이는 원래의 사용 목적을 뛰어넘어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킬러앱’으로 정의했다.


중세에 기병이 전투의 핵으로 부각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해 지주계급이 만들어 지고 그를 위해 카톨릭 교회가 소유한 땅을 몰수하여 중세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가 영원히 바뀌게 된 계기를 마련해준  ‘등자(鐙子)’가 이러한 킬러앱의 전형이다. 등자의 등장으로 비로서 말에서 안정되게 활을 쏘고 칼과 창을 보다 강하고 위협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로 인해 당시 전쟁의 개념이 바뀌고 로마가 멸망하고 역사가 뒤바뀌게 된다.


최근 스마트폰도 제품의 용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그 파급효과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종래 기업간 경쟁구도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생활에서 정치적인 역학관계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이고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돼 가히 현대판 ‘등자’라 할 수 있다.


이같이 비연속적이고 파괴적이고 혁명적이며 돌연적인 킬러앱의 출현은 토머스 쿤이 말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생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으며 기업이 이 같은 혁명적 전환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전면적이고 본질적인 이해와 대처가 관건이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리더십 확보가 핵심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 리더십 부재를 한탄하는 이들이 많다. ‘정직’의 리더십은 긴 그림자를 남기고 ‘불도저’의 리더십은 맞서야 할 때 물러서고 ‘미소’의 리더십은 점차 그 따스함을 잃어가고 있다고들 한다. 한때 우리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던 일부 기업인들도 기업과 생사를 같이하지 않고 적당한 때 자기 몫을 챙겨 떠나거나 유명세에 의존 ‘말 빚’으로 살아간다고도 한다.  


스마트폰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얘기 하기 전에 우리는 애플의 경우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언제부터인가 애플에는 인기 연예인 못지 않은 ‘광팬’들이 생겨나게 되었는데 이들이 전세계에 애플 제품을 홍보하고 전파하는 일등공신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다른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기이한(?) 현상일 수 있으나 회계상에도 나타나지 않고 값을 매길 수도 없는 이들이 애플의 진짜 자산이다.

스티브 잡스

그렇다면 애플은 이 같은 귀중한 자산을 어떻게 얻게 되었을까? 많은 이들은 바로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 덕분이라고 얘기한다. 그의 리더십은 간혹 ‘나 홀로’ 늑대의 리더십에 비유되기도 하는데 이는 양자의 경우가 많이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개과에 속하는 무리 동물인 늑대는 철저한 집단 생활을 하는데 그 중 일부는 집단에서 버려진 채 ‘나 홀로’ 생활을 하다 죽어간다. 그런데 버려진 나 홀로 늑대 중 일부는 끈질긴 자기 변화의 과정을 거쳐 살아남아 다른 무리의 우두머리를 제압하고 리더가 되기도 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이 ‘나 홀로’ 늑대 출신의 리더가 있는 무리가 황야 최강의 집단이 된다는 것이다.


‘나 홀로’ 늑대와 유사한 경험을 한 스티브 잡스 리더십의 핵심도‘나 홀로’늑대처럼 사투 끝에 깨달은 처절한 생존의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생존하기 위해 경쟁에서 이기는 법, 그것을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지금까지의 애플의 경영방식을 보면 고객과의 강렬한 소통  그리고 그것을 통해 고객을 환호하게 하고 고객을 춤추게 하는 ‘그 무엇’이 아닌가 싶다.


‘그 무엇’은 집착에 가까운 고객 만족, 고객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보이는 아이팟과 아이튠스 그리고 아이폰과 앱스토어의 비즈니스 모델, 시선을 사로잡는 직관적 UX(User Experience)와 디자인을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으며 특히 통상의 수준을 뛰어넘은 ‘디테일’의 완성도(눈에 잘 뜨이지 않는 부분까지도)는 이른바 ‘명품’이 갖는 품질 요소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애플의 마지막 방점이다. 반면 고객과의 직접 소통을 방해는 요소가 있다면 그것이 업계의 관습이든 권위이든 묵계이든 그에게는 저항의 대상이 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과 품질을 고객의 눈높이에서 철저히 통제하는 마지막 관문인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은 ‘고객의,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리더십이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독한 팔로우십(Followship) 즉 리더 이전에 깐깐한 소비자로 존재하는 스티브 잡스가 있다. 이것이 ‘나 홀로’ 늑대가 깨달은 지혜가 아닌가 하며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이 아닌 생태계(Ecosystem)를 확대하고, 제품이 아닌 생태계를 판매하는 이 시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은 어떤가? (최근 애플을 과대 찬양하고 아무 고민과 대안 없이 우리 기업을 깎아 내리는 일로 자신의 명성과 지가를 올리려는 일부 시류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한다.) 안타깝게도 잡스러운 상술과 무지에 가까운 교만함으로 기업과 고객 사이에 불신과 미움만 가득 키워 놓았다. 사실 애플의 아이폰과 앱스토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대단한 아이디어나 기술은 아니다. 인터넷을 휴대폰에서도 자유롭게 쓰고 싶어하는 대다수 고객의 오래된 바램을 충족시켜주고자 노력한 결과물일 뿐이다. 그러나 그 같은 고객의 절절한 소망에 우리 기업은 어떠했나?


(각설하고 ‘통제된 시장(Walled Garden)‘에서 10년 넘게 희생시켜온 ‘바보’ 고객에게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스마트폰 혁명이라 하면 대단한 것 같지만 사실 출발점은 고객의 눈물 한 방울이다. 우리 기업은 아직도 자신들이 구축한 교묘한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고객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생태계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객 지향적이 아닌 이윤지향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소비시켜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으로 보장된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고객의 아픔과 바램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우리 기업은 아직도 스마트폰과 앱스토어만 쳐다보고 그들의 존재 근거인 ‘진화한 소비자’들에게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있다.


아이폰이 나오고 몇 해가 지나도록  여전히 스마트폰 비즈니스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문제점은 인재가 없어서도 기술이 부족해서도 아이디어가 없어서도 아니며 고객의 마음을 꿰뚫어보지 못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리더십의 부재가 우선이 아닌가 한다.


초고속 승진의 주인공, 미스터 xxx, xxx의 법칙, xxx 전도사, xxx 개발 신화의 주인공은 등은 많아도 고객이 믿고 따르며 마음으로부터 사랑하는 리더십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객은 아파하고 분에 겨워 눈물을 흘려도 그 눈물을 닦아주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의 리더십은 보질 못했다. 고객에게 부정직한 행위를 하여 손해를 끼쳤을 때에도 진심으로 사과하고 잘못을 비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의 리더십도 알지 못한다. 고객의 간절한 바람을 이루어주고자 비도덕적인 상술과 비열한 업계의 관행에 맞서 싸웠다는 시비지심(是非之心)의 리더십도 더더욱 들어본 적이 없다.


연봉 수십억, 수백억을 받아도 고객의 자그마한 사랑 하나 받지 못하는 리더십, 그룹총수의 사랑은 간절해도 고객의 사랑은 필요 없는 리더십은 시장의 권력이 ‘진화한 소비자’의 손으로 넘어간 지금, 종언(終言)을 고해야 할 때이다.


재위 32년에 농업 생산성 400% 증가시키고 15세기 세계 과학기술 성과 62개 중 29개를 차지하는 업적을 이뤄낸 세종은 국가가 존속하려면 충분한 군사력(足兵), 충분한 먹을거리(足食), 백성의 신뢰(民信)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부득이 한가지씩 버려야 한다면 군사, 먹을 것 순으로 버리라 했으며 마지막까지 백성의 신뢰와 마음은 지켜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세종은 백성을 위하는 ‘위민(爲民)’의 단계를 넘어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것을 즐기는 ‘여민(與民)’의 리더십을 몸소 보여주었다.


현대판 ‘등자’인 스마트폰 혁명의 시기, 질풍노도의 변화시기, 신 질서와 구 질서가 시장에서 충돌하는 시기인 작금의 상황이 마치 카오스와 같은 혼돈의 상태처럼 보일 지 모르지만 변혁의 중심에 있는 ‘진화한 소비자’는 그 ‘답’을 알고 있다.  그리고 ‘답’을 가르쳐 주고 싶어 한다. 우리 소비자들이 애플과 아이폰에 열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그간 아쉽고 서운했던, 그래서 미웠던 우리 기업과 제품에 대한 ‘채찍’과 ‘분발’을 촉구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필자는 느낀다. 계산이 깔려있는 스티브 잡스의 ‘위민’의 리더십보다 고객과 동고동락하는 우리 고유의 ‘여민’의 리더십으로, 아직 ‘답’을 가르쳐 주고 싶어하는 우리 고객의 마음에 나아가 세계 고객의 마음에 진실하고 겸허하게 다가서자. 소비자의 마음을 얻으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지 않은가.

K모바일 류지영대표(@jyryu)

chosun.com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