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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C-IP2010.03.21 06:10
(edaily인터뷰)"연아와 한국경제는 닮은 꼴"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뉴욕에서 국가 IR 직후 인터뷰

허 차관 "한국, 상반기중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 확실"
입력 : 2010.03.20 12:15
[뉴욕=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김연아 선수는 엉덩방아도 찧고 눈물도 흘렸지만 금방 털고 일어섰다. 한국경제도 위기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G20 의장국이 되었고, 자신감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 태어났다. 한국경제와 김연아 선수는 공통점이 많다."

▲ 기획재정부가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국가 IR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아래 사진은 허경욱 차관이 프리젠테이션 발표후 질의응답하고 있는 모습.
기획재정부가 19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포시즌 호텔에서 월가의 주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개최한 국가 IR에서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이 밝힌 말이다.

허 차관은 이날 `한국 경제 : 위기를 넘어, 미래를 준비`라는 주제의 `프리젠테이션`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뛰어난 탤런트를 갖고 있는 여성의 `퍼포먼스`를 보자"면서 갑자기 김연아 선수의 경기화면을 보여줬다.

허 차관은 "김연아 선수를 보여주는 것은 한국경제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라며 "김 선수와 한국경제는 행운을 믿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허 차관은 프리젠테이션 마지막 부분에서도 김연아 선수가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김연아 선수가 저렇게 엉덩방아를 찧고 눈물도 흘렸지만 올림픽에서 당당히 연기했다"며 한국경제도 김연아 선수처럼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한국경제 설명회에서는 총 9개의 질문이 나왔다.

중국 관련 질문부터 시작됐다. 질의응답 진행을 맡은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첫 질문에서 한국이 대중국 수출이 많은데, 중국의 성장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물었고, 두번째 질문자는 중국 위안화 절상에 따른 한국경제 영향을 궁금해했다.

한 질문자는 한국이 외국인의 `원화 환전제약` 때문에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않고 있는데, 한국이 원화가 자유롭게 환전(fully convertible) 되도록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는 질문도 던졌다. 이에 대해 허 차관은 제약조건을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또 허 차관이 한국에는 주택시장 버블이 없다고 설명한데 대해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성장률이 높고 고령화도 빨리 진행되고 있고, 주택의 51%가 담보로 잡혀있는데, 과연 한국 주택시장에 거품이 없다고 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에 허 차관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의 규제를 통해 서브프라임 충격이 적었다며, 유동성을 조절해가면서 주택시장이 과열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른 질문자는 한국이 그린 테크놀로지 분야에서 혁신을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 구체적인 예를 보여달라고 주문했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논의가 무엇인지, 한국이 호스트로서 G20의 성공적인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는 질문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기업과 국민연금, 국부펀드 등의 대체투자 경향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허 차관은  국민연금과 한국투자공사(KIC) 등의 투자가 정교해지고 분산투자를 점점 늘려갈 것이라고 대답했다.

상반기중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 확실시  

한편 허 차관은 IR 직후 뉴욕특파원들과 인터뷰를 갖고 한국이 조만간 씨티그룹의 글로벌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상반기중에는 WGBI 편입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WGBI는 미국과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3개 선진국 국채로 구성된 글로벌 국채 인덱스로, 일본 투자자들과 연기금 등이 WGBI 지수를 추정하고 있다.

허 차관은 "WGBI 지수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의 특징이 안정적 자산에 투자하는 장기펀드라는 점"이라며 "한국이 WGBI 지수에 편입될 경우 국채시장에서 금리가 더 하락(국채가격 상승)할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허 차관은 그러나 한국이 주식 인덱스인 MSCI의 선진국 지수에 상반기중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주지 않았다. 그는 "MSCI가 오는 6월에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리뷰(검토)를 한번 한다고 했는데, 또 (편입 결정을) 1년 늦게 할지 모른다"며 "사실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좋다고들 하지만 (한국 정부는) 크게 목을 매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이 WGBI이 지수에 편입되면 MSCI가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언급, 한국이 오는 6월 MSC에 편입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다음은 허 차관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한국 주재 기자가 재정부 대변인에게 욕설을 해 파문이 일었다. 오늘 오후 WSJ을 방문하는데, 욕설 파문 얘기가 나올까.

▲WSJ을 방문하는 것은 한국경제에 대한 백그라운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다. 지금껏 영국에 가면 파이낸셜 타임스(FT)를 만났고 작년에 뉴욕에 왔을 때는 WSJ를 방문했다. 이번에도 한국 경제가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갈지를 설명하는 자리이다. 물론, (욕설파문에 대해 WSJ이) 물어본다면, 당사자인 대변인이 같이 왔기 때문에 (욕설파문에 대해) 분명하게 답변할 수 있을 것이다.

-MSCI는 선진국 지수에 한국을 편입하지 않는 이유로 원화가 자유롭게 환전할 수 있는 통화(fully convertable currency)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통화를 아무런 제한없이 다른 나라 통화로 바꿀 수 있는 것을 `풀리 컨버터블(fully convertible)`이라고 한다. 이는 거주자건 비거주자건 아무 때나 원화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인데, 우리는 투기 우려 때문에 비거주자(외국인)가 원화를 바꾸는 것을 약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MSCI가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이 안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보면 꼭 그 것 때문이 아닌 것 같다. MSCI의 입장에서는 한국이 `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서 빠져나갈 경우 이머징 마켓 지수가 죽어버릴까 봐 자꾸 문제를 삼는 것 같다.

-MSCI와 함께 글로벌 양대 주식 인데스인 FTSE는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켰는데.

▲그렇다 FTSE의 선진국 지수에는 한국이 이미 들어갔다. FTSE에서는 (풀리 컨버터블을) 요구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MSCI도 (풀리 컨버터블을) 요구할 이유가 별로 없다. 그 것(풀리 컨버터블)이 없어도 외국인이 한국의 주식을 30% 갖고 있지 않나. MSCI가 핑계를 대는 것 같다. 우리는 (MSCI 요구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여부는

▲그 전(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전)에 WGBI 본드 인덱스가 먼저 풀릴 것 같다. WGBI 가입이 결정되고 나면 MSCI가 프레스(압력)를 받지, 우리가 프레스(압력)를 받는 것은 아니다. MSCI가 올 6월에 한국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 대해 리뷰(검토)를 또 한번 한다고 했는데, 또 (편입 결정을) 1년 늦게 할지 모른다. 사실 (선진국 지수에) 들어가면 좋다고들 하지만 거기에 (한국 정부가) 크게 목매고 있지 않다.

-WGBI 지수 편입 여부가 먼저 풀린다고 했는데

▲MSCI는 주식시장 인덱스인데 본드(채권) 쪽에는 WGBI 인덱스가 있다. 씨티그룹에서 하는 것인데, 씨티가 곧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오늘 IR 행사장에 씨티 (WGBI) 관계자 2명이 왔는데, 조만간 결정을 한다고 했다. 우리는 (WGBI 가입을 위해) 이미 규칙을 모두 바꾼 상태이다. WGBI는 일본 투자자들과 연금투자자들이 많이 추종한다. 이들 투자자들의 특징은 장기 펀드이고, 안정적인 자산에 투자한다는 점이다. (WGBI에 편입되면) 한국 국채시장에서 좀 더 금리가 떨어질 근거가 된다. WGBI 편입은 시기의 문제이지 예스(Yes), 노우(No)의 문제가 아니다. 방향은 다 된 것이다. 상반기 중에는 틀림없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기획재정부는 19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가진 국가 IR에서 한국경제와 김연아 선수가 닮은 꼴이라고 소개했다. 사진은 프리젠테이션의 한 부분.


 -오늘 아침에 무디스 사람들을 만난 이유는

▲3월24~26일에 무디스 팀이 한국에 들어오는데, 이 팀의 윗 사람들을 오늘 만나서 한국 경제에 대한 `업데이트`를 많이 해줬다. 결국은 이들이 평가팀의 보고서를 보고 (한국의 신용등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우리의 견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후에는 같은 이유로 S&P를 방문한다.

-위기 상황도 아닌데, 국가 IR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아니다. 해야 한다. 금융위기 때 700bp까지 갔던 한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75bp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을 자꾸 알려야 한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제대로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가 터지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분석할 시간이 없고 모르기 때문에 돈부터 빼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알게 해줘야 한다

-오늘 국가 IR에서 김연아 선수를 적극 활용했는데,

▲ 김연아 선수는 부상이 많았고 엉덩방아도 많이 찧고 그러면서 금방 털고 일어나서 경기를 하지 않았나. 어찌 보면 새롭게 글로벌 사회로 나아가는 한국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실패를 하더라도 절대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오뚜기와 같은 모습이 한국경제와 닮았다. 올림픽도 끝난 지 얼마되지 않았기에, 김연아 선수를 (프리젠테이션에) 넣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좋았던 것 같다.
 
◇ 허경욱 기획재정부 1차관 = 올해 55세로 서울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스탠퍼드대 대학원을 거쳤다. 세계은행 영프로페셔널, 재정경제부 국제기구과장, 국제통화기금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기획예산처 산업재정심의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비서실장, 재정부 국제금융국장, 대통령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국책과제 제1비서관·국책과제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데일리 지영한 특파원 yhji@지영한 특파원의 다른 기사/칼럼보기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뉴스/세미나/2010.02.28 13:46

연아에겐 한국춤의 DNA가 흐른다

2010.02.28 11:29 입력

007 주제가의 긴박함과 거슈윈의 장중한 선율을 타고 날다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피겨스케이팅은 스포츠다. 올림픽 메달이 걸린 운동 경기다. 그리고 동시에 예술이다. 음악이 있고, 구성이 있고, 연기가 있고, 감동이 있다. 지난 한 주 우리는 피겨스케이팅의 예술성에 흠뻑 빠져들었다. 꼭 금메달이어서 벅찬 것만은 아니었다. 예술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을 김연아가 만들어줬다. ‘선수’가 아닌 ‘댄서’로서의 김연아. 그 아름다움의 비밀은 뭘까. 현대무용ㆍ한국무용ㆍ발레 등 춤 전문가들에게 들어봤다. 도움말=이지현(무용평론가)ㆍ안성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ㆍ진옥섭(KOUS 예술감독)ㆍ제임스 전(서울발레시어터 상임안무가)




삼분박과 완급…한국무용의 DNA
김연아에게는 우리나라 춤꾼의 DNA가 있다. ‘삼분박’ 감각을 타고났고, 뛰어난 완급 조절 능력을 가졌다. ‘삼분박’은 한 박자가 세 개로 나눠지는 리듬을 말한다. 예를 들어 4박자인 굿거리 장단의 경우, 단순한 ‘하나 둘 셋 넷’이 아니라 ‘하나아 두우울 세에엣 네에엣’ 박자를 따른다. 계단식 디지털 리듬이 아니라 곡선형 아날로그 리듬인 셈이다. 촘촘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의 전통 음악 은 ‘2박’ 리듬이 중심이다. ‘하나 둘 하나 둘’ 식으로 박자가 연결된다. 군무를 맞출 때는 유리하지만 춤꾼 개인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기엔 불리한 박자다.

김연아의 동작에는 삼분박이 들어 있다. 스케이팅이란 서구적인 몸짓을 아날로그 곡선으로 풀어낸다. 그래서 한국춤을 현대화시킨 듯한 독특한 이미지가 만들어졌다.완급 조절도 우리나라 춤의 특징이다. 한국춤의 세계에선 쥐었다 풀었다를 잘해야 뛰어난 춤꾼 소리를 듣는다. 속도의 완급, 강도의 완급이 필요하다.

김연아는 완급 조절 능력을 감각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은 스피디한 동작을 보여줄 때 마냥 속도를 낸다. 팔다리가 정신 없이 바쁘다. 그래서 정확한 느낌의 동작으로 인지시키지 못한 채 막 흘러간다. 조였다 풀었다는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는 관중들이 각 동작의 미세한 맛을 다 느낄 수 있도록 자신이 흘릴 부분과 잡아챌 부분을 호흡 조절을 해 보여준다. 관중들 역시 김연아의 호흡을 따라가면서 동작 하나 하나를 즐길 수 있다. 김연아의 연기는 굉장히 빠르지만 그 속에 여유가 있다. 조였다 풀어주는 부분에서 생기는 여유다.

기둥을 가진 몸+기둥이 필요한 몸
무용수의 몸은 두 종류로 나뉜다. 기둥을 갖고 있는 몸과 기둥이 필요한 몸이다. 김연아는 이 두 가지 몸의 요소를 다 갖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무용수다.기둥을 갖고 있는 몸이란 요추와 골반을 보호해 주는 근육 뭉치가 선천적으로 발달한 몸이다. 이런 몸을 갖고 있는 무용수는 강인한 체력이 뒷받침돼 돌기와 뛰기를 잘할 수 있다. 마치 속이 딱딱하게 차 있는 삶은 달걀이 날달걀보다 훨씬 잘 돌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공중에서 세 바퀴나 돌아야 하는 트리플 러츠ㆍ트리플 플립 등의 점프를 해내려면 어마어마한 힘이 필요하다. 기둥이 있는 몸이라야 점프 도중 허리가 꺾이는 걸 잡아줄 수 있다. 하지만 몸을 늘려 유연한 표현을 하기에 기둥이 있는 몸은 불리하다. 동작이 딱딱해 보이기 십상이다.

반면 기둥이 없는 몸, 그래서 기둥이 필요한 몸은 유연성이 뛰어나다. 뼈와 뼈 사이가 늘어날 여지가 많아서다. 음악과 안무의 조화, 호흡과 몸의 힘 조절 등 무용적인 요소를 제대로 드러내기 위해서는 기둥이 필요한 몸이 유리하다. 김연아가 난도 높은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면서도 가늘고 예쁜 춤사위를 펼칠 수 있는 이유는 몸 자체가 두 요소를 함께 갖고 있기 때문이다.

몸의 선도 무용수로 타고났다. 목부터 손끝까지 하나의 선으로 조화롭게 이어진다. 무용수 중에는 어깨가 약간 봉긋해, 손가락 모양이 눈에 튀어서 등의 이유로 동작이 어색해 보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런 면에서 김연아는 신체적으로 굉장히 좋은 유전자를 갖고 있는 셈이다.

김연아의 유연성을 키우는 데는 발레도 한몫했다. 김연아는 캐나다 출신의 세계적인 발레리나 이블린 하트에게서 발레를 정식으로 배웠다. 그래서인지 김연아 연기 속에는 발레의 흔적도 보인다. 특히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한쪽 다리를 들고 균형을 잡으며 은반 위를 미끄러지는 ‘스파이럴’은 발레의 ‘아라베스크’와 닮은꼴이다. 발레의 우아한 몸사위에 스케이팅의 속도감을 더해 전체적으로 시원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음악을 눈으로 보는 듯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모두 세계신기록을 세운 김연아의 연기는 음악과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마치 음악을 눈으로 보는 듯한 환상을 갖게 한 무대였다. 음악적인 해석이 탁월한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공이다.쇼트 프로그램인 ‘007 제임스 본드 메들리’는 첫 시작부터 김연아의 농염한 연기를 보여줬다. 음악의 절묘한 타이밍에 다리를 열며 미끌어지는 동작을 넣어 시각적인 자극을 이끌어낸 것이다. 또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도 음악의 포인트와 맞춰 했다. 점프를 좀 더 확실하게 보여주고 착지까지 안정되게 만드는 장치다. 악셀 점프의 경우는 착지에서부터 음악이 한 호흡으로 이어져 장면 전환이 세련되게 표현됐다.

춤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음악의 형상화는 쇼트 프로그램, 프리 스케이팅 모두 스파이럴 시퀀스에서 가장 명확히 드러났다. 가장 환상적인 이미지의 음악이 흐를 때 김연아는 스파이럴 시퀀스를 우아하게 보여줬다. 또 각 음악의 메인 주제에서 펼쳐진 스텝 연기는 동작과 동작이 끊기지 않고 연결되는 오버래핑 기법을 사용해 움직임이 세련되고 다이내믹하게 보였다.음악 선택도 탁월했다. 007 본드걸 이미지는 김연아의 귀여운 소녀 이미지에 매혹적인 여성미를 가미시키는 효과를 줬다. 음악의 메들리 구성 자체도 굴곡과 이완과 박진감이 적절히 배치돼 완결성과 통일성을 갖고 있다.

또 프리 스케이팅 음악인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 F장조 역시 곡 하나 안에 다양한 국면이 적절히 배치돼 있어 스케이팅 안무와 결합하기 안성맞춤이었다. 음악 자체의 스케일이 크고 악기 구성도 다양해 김연아의 우아함과 섬세한 음악성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데 효과적인 배경이 됐다.

She Enjoys it!
김연아는 올림픽 무대를 즐겼다. 금메달을 기대하는 국민들에 대한 부담감도, 트리플 악셀을 연방 성공시키며 역전을 장담하는 라이벌의 위협도, 일단 무대에 오른 뒤엔 잊었다. 음악에 도취해 스스로 춤을 즐겼다. 최고 예술의 경지다.편안한 마음은 이완된 몸으로 표현됐다. 특히 상체는 완벽하게 풀렸다. 내면의 연기가 얼굴 표정으로 드러났고, 그 기운이 이완된 어깨와 팔을 따라 확 흘러 동작으로 표현되면서 아름다움이 증폭됐다. 유연한 팔의 움직임은 고난도 점프를 한 직후에도 연기가 끊기지 않고 이어지게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간 무용수에게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기대할 수 없다. 대부분의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상체의 힘을 빼지 못해 답답한 연기를 펼친다.

다양한 표정도 연기 자체를 즐기는 김연아의 내공에서 나왔다. 김연아가 만드는 표정은 그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다. 동작마다 그에 어울리는 표정이 따라왔다. 마치 스틸 사진을 연결시켜 놓은 듯 각각 다른 맛의 표정이다. 이는 보는 사람을 김연아에게 빨려 들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김연아의 기술이나 연기를 보는 게 아니라 김연아 자체를 사랑스럽게 보도록 만드는 힘. 그렇게 김연아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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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