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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2.14 영화감독이 말하는 창의성과 과학 [인터뷰] ‘오리진’의 이현하 감독

영화감독이 말하는 창의성과 과학 [인터뷰] ‘오리진’의 이현하 감독 2011년 02월 14일(월)

종합예술이라고 불리는 영화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각축장이면서 동시에 첨단 과학기술의 경연장이다. 영화 ‘아바타’가 역대흥행 1위의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도 흥미로운 스토리텔링과 3D라는 신기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스토리텔링과 CG기술의 중요성은 영화 종사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부분이지만 사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나 첨단 기술을 영화에 녹여내는 것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해마다 수많은 영화가 제작되고 그에 못지않은 영화가 수입되는 한국 영화계에서 감독들은 어떤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통해 자신만의 스토리를 동시대의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영상미학으로 빚어내는 것일까.

사이언스타임즈는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영화 ‘오리진’ 등을 연출한 이현하 감독을 만나 ‘감독이 말하는 창의성과 과학기술’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주제별 카테고리 분류와 분석 통해 아이디어 구축”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원 유학시절 오페라, 무용, 그림 등의 매체로 논문을 준비하던 선배,  동기생들과는 달리 영화라는 매체에 매료됐던 이 감독은 이를 계기로 영화감독의 길을 걷게 됐다. 그는 자신의 영화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관심’을 꼽았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를 파고들다보면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 사이언스타임즈는 11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영화감독이 말하는 창의성과 과학기술'이란 주제로 이현하 감독을 인터뷰했다 
일례로 ‘멜로’를 주제로 장편영화를 기획 중인 이 감독은 멜로 관련 영화들은 속속들이 다 본다고 말했다. 같은 멜로 영화이지만 주제별로 카테고리를 나눠 분류를 하고 왜 관객들이 이 카테고리의 영화를 좋아했는지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그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소재,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얻을 수 있었다.

비단 ‘아바타’와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뿐만 아니라 실험영화에서도 과학기술은 반드시 필요한 영화제작의 기본요소이다. 제작현장에서 느끼는 과학기술에 대해 이 감독은 과학기술 자체가 영화를 타매체와 구별하는 특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도 중요하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을 어떻게 영화 속에 녹여내는가 하는 점에 있다고 강조했다. 기실 껍데기만 화려한 영상으로 포장한 채 진부한 소재와 현실성 없는 스토리로 일관한 영화들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관객에게서 모두 외면 받았다. 

동 시대의 감독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일정 수준으로 수렴된다. 같은 CG기술로 연출을 해도 어떤 영화는 이만큼 CG기술을 사용했다고 과시하는 영화인 반면 또 다른 영화는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CG를 보조수단으로 활용했다면 관객들은 두 영화의 차이를 예리하게 짚어낸다는 얘기다.

“기술의 향연 아닌 SF을 통한 사회 풍자”

미국 할리우드와는 달리 한국에서 SF영화가 잘 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과학기술 자체의 문제도 문제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영화제작 준비의 부재를  꼽았다. 

SF는 특성상 새로운 행성, 외계생명체, 광할한 우주 등 기존에는 접할 수 없는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새로운 것들이 현실감있게 관객에게 다가오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정작 세계적으로 흥행한 SF영화들을 보면 단순히 새로운 과학기술만을 선보인 것은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또는 미래의 시점을 스크린 속으로 옮겨 현재의 시점에서 말하기 어려운 현 세태를 풍자하고 비판하는 사회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된 SF가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에 대한 통찰이 없는 SF는 껍데기만 요란한 빈 수레란 지적이다.

미국의 경우 영화 제작 시스템도 발전했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와 같은 위대한 SF 장인들이 즐비하다. 이런 문화적 토대를 기반으로 제작된 SF영화는 단순한 볼거리를 떠나 인류, 삶, 우리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관객들은 그런 영화에 눈높이가 맞춰져있다.

반면 한국의 제작 환경은 미국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의 관객 미국의 관객만큼 눈높이는 높아져있다. 높아진 관객의 기대치에 준비되지 못한 영화를 성급히 들고 나와 상영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옥의 티 찾기’, ‘할리우드와의 비교’와 같은 싸늘한 시선뿐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아바타와 같은 SF 대작이 나올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고 이 감독은 지적했다. 

 
▲ 스마트폰으로 촬영환 영화 '오리진'의 한 장면. 이 감독은 스마트폰이 영화제작의 문턱을 낮출 수는 있지만 이에 따른 저질영화의 양산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아이폰으로 단편영화 ‘오리진’을 연출하기도 했던 이 감독은 아이폰 영화촬영에 대해 현직 감독으로서의 충고도 잊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뿐만 아니라 아이폰으로도 영화를 찍을 수 있을만틈 장비가 간소화되면서 1인 미디어 및 영화 문화 저변은 확산되고 있다.

이 감독은 아이폰 등 영화 장비의 간소화 등으로 인한 1인 미디어의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간편해진 촬영도구가 자칫 영화 제작의 문턱이 낮쳐 오리혀 질 낮은 영화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현하 감독은 ‘97년 영화 ‘초록물고기’ 연출부 조감독을 시작으로 ’03년 SF ‘데우스마키나’ , ’10년 단편영화 ‘오리진’ 등의 작품을 연출했다. 현재 장편 멜로영화를 준비 중에 있다.

다음은 이 감독과의 일문일답이다.

Q. 영화감독을 하게 된 특별한 동기가 있다면

A. 유학시절 동기들이 오페라, 그림, 무용 등의 매체를 대상으로 논문을 작성했는데 영화를 매체로 선택해 하는 친구들은 없었다. 그래서 영화를 주제로 공부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고 그게 인연이 돼서 영화감독이 됐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의 연출부로 시작하면서 영화판에 데뷔했다.

Q. 이현하 감독만의 아디이어를 얻는 비법이 있다면

A.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관심이 있어야 아이디어도 떠오른다고 본다. 일례로 멜로 영화를 구상하고 있는데 멜로영화는 거의 다 본다. 영화를 보면서 카테고리별로 영화를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이 카테고리의 영화는 이런 주제의 멜로물어서 이런 이유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구나 라고 분석한다.

카테고리를 분류하다보면 불치병에 걸린 여자의 얘기, 헤어졌다 다시 만난 연인의 애기, 한 남자와 두 여자의 사랑 얘기 등 몇 가지의 주제로 영화가 갈린다. 완전히 새로운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아이디어를 구축한다. 다큐멘터리를 극으로 만드는 데 능하다면 다큐멘터리가 상상력의 보고인 것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 관심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와 영화제작의 현실은

A. 다른 매체와 영화가 다른 점이 무엇이냐에 천착하다 보니깐 영화는 기술을 기반으로 하더라. 상업영화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에서도 CG는 영화의 질적 차이를 만들어낸다. 장편 극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동시대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은 거의 같다.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와 박헌수 감독의 구미호는 모두 같은 CG기술을 적용했다. 같은 기술이지만 은행나무 침대는 성공했고 구미호는 실패했다. 차이는 구미호는 우리는 이만큼 할 수 있다고 과시한 반면 은행나무침대에서는 시나리오 전개를 위해 CG를 보조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에 있다.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는 CG도 훌륭하지만 이야기도 뛰어나다. 심지어 성인 관객들도 울었다고 한다. 이야기가 되니깐 CG도 살아나는 것이다. 요컨대 적재적소에 공감대를 불러올 수 있는 장치로 CG가 사용돼는 것이 중요하다.

Q. 이른바 ‘융합’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

A. 영화자체가 융합이다 아바타는 경제까지 융합했다. 아바타 덕으로 3D TV 등 3D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3D영상혁명이라는 패러다임이 새로운 시장을 연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아직 그러한 영화는 없다.

그런 작품이 아니더라도 영화는 기본적으로 과학을 떠나서 생각할 수 없다. 영화는 처음 스토리가 있고 이미지에 대한 밑그림인 톤이 없으면 만들 수 없다. 뉴욕을 배경으로 촬영을 한다고 할 때 입자 크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편집과정에서 입자를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등은 광학을 기본으로 한다.

Q. 할리우드와 달리 한국에서는 SF영화는 잘 안 되는 이유가 있다면

A. 상업영화의 기본은 몰입이다. 예술영화는 관객과의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지만 상업영화는 그 반대이다. 많은 사람들이 상업영화는 엔터테인먼트로 생각하기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서는 안되고 몰입해야 하는 것이다.

SF영화라는 것은 경험하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몰입이 쉽지 않다. 우주를 새로 만들어야 하고 외계인을 창조해야 한다. 관객이 몰입할 수 있으려면 진짜 같아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이다. 미국의 경우 조지 루카스 감독이 스타워즈로 관객의 몰입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미국인들은 거부감 없이 SF에 빠질 준비가 돼있다.

또 하나는 영화에 대한 철학이다. SF는 현실세계에 대한 또 다른 풍자이다. 우화를 통해 사회를 비판한다. 현 시점이 아닌 과거나 미래 시점을 차용해 현실사회를 조망한다. 아이작 아시모프 같은 저명한 SF작가들이 많다. 한국의 여건은 그렇지 못하다. CG기술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영화 깊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2.14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