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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9, 2010/07/26 10:32, 권경률의 중화탐구/드라마 in 정치]

"이 드라마는 80% 이상이 작가와 제작진이 만들어내는 창작물이다. 지나치게 역사적 사실과 드라마 내용을 합쳐서 볼 필요는 없지 않겠나?"

드라마 “동이”의 이병훈 감독이 어느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렇다. 사극 역시 드라마일 뿐이다. 세세한 역사적 사실에 얽매이다 보면 극적 상상력에 제약을 받기 마련이다. 다만, 사극이기에 견지해야 할 최소한의 원칙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표적으로 주요 캐릭터의 설정이 ‘역사적 대의’를 거슬러서는 곤란하다. ‘역사 속의 개인’으로서 감정이입을 원하는 시청자들이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그립다

사실 드라마 “동이”는 영조의 어머니인 숙빈 최씨를 주인공으로 삼는 순간 조선 후기 당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든 셈이다. 이 여인은 ‘허준’이나 ‘대장금’처럼 정치색이 옅은 인물이 아니다. 천민 출신 후궁의 ‘입지전’이야 주목할 만하지만 함부로 미화하기에는 여러 모로 위험하다. 음모와 거짓말, 그리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갑술환국 이후 수많은 남인 대부와 선비들이 숙빈 최씨의 고변으로 목숨을 잃었다. 물론 이 고변은 권좌에서 밀려나 호시탐탐 복권을 노리던 서인들이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한 결과물이었다. 장희빈이 자신의 힘으로 후궁 자리에 오른 다음 남인과 손을 잡았다면, 숙빈 최씨는 처음부터 서인의 용의주도한 음모 속에서 왕의 여인이 된 것이다.

따라서 숙빈 최씨를 주인공으로 드라마를 끌고 간다는 말은 본의 아니게 이러한 그릇된 결탁을 정당화할 위험성이 있다. 더군다나 왜란과 호란 이후 처참해진 백성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성리학적 이상을 좇던 서인까지 ‘우리 편’으로 삼아야 한다니…. 아무리 창작으로 보려고 해도 생각을 죽이지 않는 이상 심히 부대끼는 드라마가 바로 “동이”다.


최근 “동이”에서는 국경 수비일지인 ‘등록유초’를 청국에 넘기는 문제로 장희빈(이소연)과 동이(한효주)가 한 판 대회전을 치렀다. 결과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던 장희빈의 측근들이 동이와 심운택의 기지에 넘어가 몽땅 잡히고 만다. 바야흐로 장희빈의 몰락이 시작된 것이다. 헌데 이 대목이 찝찝한 이유가 뭘까?

제작진은 그동안 틈 날 때마다 “동이”에 등장하는 장희빈이 예전과 달리 전형적 악녀 이미지를 탈피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렇다면 장희빈은 “선덕여왕”의 미실처럼 명분을 움켜쥐고 카리스마 있게 행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악역 말이다. 그런데 지금 “동이”에 나오는 장희빈은 아들의 왕권계승을 확인받기 위해 군사기밀을 유출하려다가 어설픈 함정에 빠진다. 캐릭터의 격도, 드라마적 개연성도 떨어진다.

‘역사 안목’ 결여된 역사드라마, “동이”

사극은 말 그대로 ‘역사드라마’다. ‘창작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역사에 대한 안목’이 성패를 좌우한다. 드라마 “동이”에 결핍된 요소가 바로 이것이다. 역사드라마로서 ‘앙꼬 없는 찐빵’ 같은 느낌이다. 퓨전사극이라서 그렇다고?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그렇다면 당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숙종 대를 피했어야 옳다.

‘등록유초’를 넘기려다 덜미를 잡히는 대목만 해도 그렇다. 장희빈과 그녀의 오라비, 그리고 남인들이 왜 그래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이 안 되니 덜떨어져 보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을 스스로 반감시켜버렸다. 만약 장희빈의 집안배경과 각 붕당의 정치사상을 제대로 파악했다면 좀 더 개연성 있는 전개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장희빈은 역관집안 출신이다. 그녀의 집안은 청과의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고 이를 남인의 정치자금으로 제공했다. 따라서 장희빈은 이미 멸망해버린 명나라보다는 욱일승천하는 청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고자 했을 것이다. 그것이 전란에 지친 백성들을 위해 국모로서 자신이 해야 할 소임이라 여겼을 것이다.

반면 숙빈 최씨를 앞세운 서인들은 ‘남북 오랑캐(왜와 여진)’에 의해 흔들린 동북아의 중화질서를 (망한 명나라를 대신하여) 조선이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임금에게 삼전도의 치욕을 상기시키며 북벌을 주청하는가 하면(북벌론), 명나라 황제를 기리는 제단을 만들어 동북아 질서의 새로운 중심을 자처했다(존주론).

따라서 ‘등록유초’를 둘러싼 에피소드 역시 단순히 세자고명을 위해 군사기밀을 유출한 문제로 치부해서는 역사드라마의 미덕을 발휘하기 어렵다. ‘등록유초’에는 청나라에 대한 군사적 조치들이 담겨 있다. 청나라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백성의 삶을 돌보자는 초기 개국론과 삼전도의 치욕을 씻고 국가적 자부심을 세우자는 북벌론, 존주론이 대립각을 세울 수 있는 훌륭한 소재 아닌가?

드라마 “동이”가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려면 좀 더 치열한 역사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역사적 사실 이면의 시대정신을 꿰뚫어보는 안목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미실처럼 카리스마 있게 안방극장을 휘어잡는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다. 동이와 장희빈, 지금의 그녀들은 왠지 설득력이 없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동이 얼굴위로 장금이와 송연이가 보이는 이유
공희정 / 한국디지털위성방송 대외협력팀 부장
공희정의 드라마 살롱

이병훈 감독의 드라마는 짜임새가 딴딴하고, 스토리 전개도 조밀하다. 한류 열풍의 핵심인「대장금」(MBC)도 그러했고,「이산」(MBC),「상도」(MBC), 「허준」(MBC),「서동요」(SBS) 등 모든 드라마가 그렇게 명작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동이」(MBC) 또한  ‘이병훈표 사극’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시청률도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이」는 좀 지루하다.


이병훈 감독은 역사 속에 숨어있는 작은 실마리 하나를 끄집어내 보석을 만드는 솜씨가 여간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에 ‘중종의 총애를 받은 천민 출신의 의녀’로 기록되어 있는 장금이를 불우한 자신의 처지에 안주하지 않고 신분을 뛰어넘어 성공한 인간으로 우리에게 각인시켜주었다. 장금이와 달리 동이는 역사 속에 뚜렷이 남아있는 인물이다. 천민 출신 무수리에서 숙종의 후궁이 되고 그 아들인 연인궁은 사도세자의 아버지인 영조가 된다. 이미 우리에게 알려진 인생의 족적을 기본 틀로 숙빈 최씨가 되는 동이의 인생 성공기를 오밀 조밀 그리고 있다.


자수성가한 인물들은 사연이야 다를 지언 정 ‘노력과 도움’이라는 기본적 요인이 그들 인생 속에 동일하게 배치되어 있다. 이병훈표 사극 속 인물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유독「동이」속에서「대장금」의 장금이나 「이산」의 송연이 모습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주인공이 여자이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을 받는 것은 당연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여자가 주인공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 조선이다.「대장금」은 중종 (1506 -1544), 「이산」은 정조 (1752-1800), 「동이」는 숙종(1661-1720)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서인과 남인, 노론과 소론의 소용돌이 속에서 절대 왕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고독한 존재로서의 왕이 존재했던 시대이다. 이 세상 모든 것을 갖고 있는 왕이지만 그는 가문과 명예를 중시하는 자들의 지독한 이기심이 왕권을 거침없이 위협하는 것을 보면서 누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때문에 이 여인들의 백마탄 왕자였던 왕들은 소박한 그녀들에게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동일한 배경을 갖고 있었다.


왕의 눈에 들었던 그녀들의 성격은 하나같이 여린 듯 하지만 모험심이 강했다. 겁 없이 세상을 뛰어 다니고, 모든 사람이 아니라고 할 때 혼자만 옳다 라며 무모하게 도전했다. 위기의 상황에선 그녀들을 도와주는 키다리아저씨 같은 인물 덕분에 지푸라기 한 자락만으로도 벼랑 끝 기사회생이 가능했다. 그녀들에게 영광의 인생을 부여해 준 것은 고독한 왕들이었지만, 어려울 때마다 그녀들에게 현실적 도움은 주었던 것은 민정호, 박대수, 차천수와 같은 평범한 인물들이었다.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그녀의 행복을 기원해 주었던 인물들.


유명한 작가나 감독에게는 ‘사단’이라 이름 붙여진 배우들이 있다. 이병훈 감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최란, 김혜선, 김소이, 이희도, 안여진 등은 이병훈 감독의 작품 곳곳에서 비슷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다. 이들 또한 「동이」가 낯설어 보이지 않게 한 중요 요인 중 하나이다.


김수현 작가는 「인생은 아름다워」(SBS)에서 등장 인물 한 사람씩을 넘어지게 하면서 극을 마감한다. 이병훈 감독은 무언가 놀란 듯 눈을 화등잔 만하게 뜨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주인공을 클로즈업시키고 있다. 그래서 자꾸만 동이가 장금이 같고 송연이 같아 보이나 보다.


제작진들도 무언가 닮아가는 이 흐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 지 고민했을 것이다. 수랏간, 내의원, 도화서, 장악원 등 배경 장소를 바꿔가며 우리가 몰랐던 궁궐의 면면을 통해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보여주려 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좀 부족하다. 조선 여인 성공신화 시리즈를 보고 있는 듯한「동이」에게 확실히 다른 무언가가 있을까. 언제쯤 다른 동이를 볼 수 있을까.


지금 TV에서는 이 세 여인을 모두 만날 수 있다. 「이산」은 CNTV에서, 「대장금」은 MBC드라마넷에서.

Updated : 2010.05.04 19:09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O2/집중분석]‘장금이’와 ‘연생이’ 사이에 놓인 ‘동이’
2010-04-01 15:00 2010-04-01 15:00 여성 | 남성

이병훈 감독의 신작 '동이', '대장금'과 비교하니



이병훈 감독의 신작 '동이'에서 숙빈 최씨(동이) 역을 맡은 한효주. 사진제공 MBC

어린 소녀가 감당하기엔 지나칠 정도로 가혹한 운명이다. 봉건적 신분 질서가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천인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세상 두려울 것 없는 자신감으로 위풍당당하던 소녀. 하지만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항하던 아버지와 오빠를 동시에 잃은 뒤 자신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상황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가혹하다. 하지만 어린 소녀는 자신의 운명과 당당히 맞서 '천인의 딸'에서 '왕비'의 자리에 오르면서 스스로 '빛'이 된다. 평범한 소녀가 감당하기엔 역부족일 듯한 시련을 극복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은 극한 대립과 갈등을 다루는 드라마의 소재로 제법 잘 어울린다.

그러나 아무리 흥미로운 내용이라 할지라도 정형화된 틀을 그대로 답습하는 순간 식상해진다. 천인의 딸이 봉건적 신분 질서의 벽을 뛰어 넘어 왕비가 되었다는 성공 스토리는 매우 흥미로우나 '성공'이라는 예정된 결말을 향한 시련과 위기의 과정이 틀에 박히는 순간 식상한 이야기로 전락한다는 양가성 때문이다. 성공 스토리는 대부분 특유의 영민함을 가지고 태어난 미천한 신분의 인물이 출생의 한계에서 비롯한 시련을 극복하고 타고난 재능과 주변 인물의 도움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천인 출신의 무수리로 훗날 숙종의 후궁이 된 뒤 자기 아들을 왕위에 올린 숙빈 최씨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MBC 창사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김이영 극본, 이병훈 연출)가 흥미로우면서도 식상하게 느껴지는 것은 '성공 스토리'라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새벽 호숫가에서 사헌부 대사헌이 살해당하는 정치적 사건, 천인 마을과 반가 마을의 아이들이 이어달리기 시합을 하는 일상의 모습을 연속적으로 구성한 도입부는 긴박함과 역동성을 담보하면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잘 난 사람들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정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과 별로 상관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분위기에서 사헌부 대사헌의 죽음을 목격하면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어린 소녀 동이(김유정 분)의 모습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 다른 시대를 살다간 같은 운명을 타고난 여성, 장금이와 동이



2003년 방영된 '대장금'에서 장금이는 평민 출신으로 온갖 고초를 겪은 뒤 최초의 여자 어의()가 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지나가는 도인()에 의해 어린 소녀의 운명이 예고되고, 세상에 대한 어린 소녀의 끊임없는 호기심이 부모를 죽음으로 내몰며, 부모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어린 소녀가 특유의 영민함으로 부모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당대 최고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는 동이의 성장 과정과 성공 스토리!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하지 않은가? 만약 '대장금'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장금이(이영애)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 좋은 세상'에서 살고 싶었던 천인들의 비밀 결사체가 세도가들의 권력 쟁탈전에 휘말려 와해되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와 오빠를 잃고 천애고아가 된 동이의 신세는 피비린내 진동하는 정쟁의 희생양이 되어 '군관'과 '수라간 궁녀'라는 신분을 숨기며 살던 부모의 죽음 이후 천애고아가 된 장금이의 신세와 다르지 않다. 어린 소녀의 가혹한 운명은 동이와 장금이의 영특함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출신 성분이나 성공의 종착점의 차이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성공 스토리의 매력은 결과보다 과정에 있다. 그래서 천인 출신의 동이가 공식적으로 숙종의 후궁이 되고, 평민 출신의 장금이가 비공식적으로 중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초의 여자 어의()가 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박감과 역동성을 주목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동이'의 도입부에서 보여준 동이의 시련과 위기가 이미 '대장금'에서 보았던 장금이가 겪었던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다르지 않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유발하면서 드라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아무리 '왕비'와 '여의()'로 차별화된 인생이라 하더라도 동이와 장금이는 다른 시대를 살다간, 같은 운명을 타고난 여성이라 단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주체성 없는 동이, 장금이보다 연생이 떠올라



장금이와 같이 수라간에서 생활한 궁녀 연생은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을 발휘하지 못하고 중종의 후궁이 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연출자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동이'와 '대장금'을 비교하는 것은 아니다. 우연의 일치일지는 모르지만, 동이와 장금이는 역사적으로 어떤 인물이었다는 기록만 남아 있을 뿐 출생과 성장 과정에 대한 기록은 찾기 어려운 여성들이다. '천인'이나 '평민' 출신의 여성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 봉건적 신분 질서가 유지되던 조선 시대의 특징이다. 그런 만큼 단 한 줄로 남겨진 인물의 삶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은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다. 만약 작가와 연출자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아니었다면, '대장금'의 장금이가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2000년대 대한민국 여성의 역할 모델(role model)이 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동이'의 동이는 '대장금'의 장금이와 상황이 다르다. 조선왕조 21대 임금인 영조의 생모 숙빈 최씨에 대한 역사적 기록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영장리 소령원의 비문에 새겨진 "빈의 성은 최씨이고, 그 조상은 해주 사람이다"라는 정보 외에는 이름조차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영조가 천인을 배려하는 정책을 펼친 것이 생모 숙빈 최씨의 영향이었다는 것도 추정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처럼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은 숙빈 최씨에 대한 작가적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숙빈 최씨를 천인들의 비밀 결사체인 '검계' 수장 최효원(천호진)의 딸이자,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해 궁에 들어갔다가 숙종의 승은()을 입는 궁녀로 설정한 것은 작가적 상상력의 결과물이다.

'동이'는 이 지점에서 '대장금'과 근본적으로 다른 출발선상에 놓인다. '대장금'의 장금이가 연생이(박은혜)와 같은 수라간 출신의 궁녀임에도 불구하고 연생이와 달리 주목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음식'과 '의술'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전문직 여성으로서의 자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숙빈 최씨가 숙종의 승은을 입은 무수리 출신이라는 역사적 기록에 근거한 '동이'는 '대장금'에서 중종의 승은을 입은 수라간 궁녀로 설정된 연생이의 이미지와 겹쳐진다. 그래서 '대장금'과 '동이'를 통해 서로 다른 시대를 살다간 같은 운명의 여성으로 설정된 동이가 장금이의 자의식과 주체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연생이와 같은 유형의 인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동이가 장금이처럼 수백 년의 세월을 뛰어 넘어 2000년대의 대한민국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주는 인물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 '동이'는 '대장금'의 그늘을 벗어날 수 있을까

'동이'가 매력적인 새로운 유형의 역사드라마로 자리매김하느냐 여부는 조선시대 음악과 무용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정쟁의 소용돌이에서 동이가 어떻게 자신의 입지를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 형형색색의 풍등과 폭죽이 만들어내는 화려한 영상과 '더 좋은 세상'을 꿈꾸었던 천인들의 결사체인 '검계'의 수장 최효원과 당대 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남인'의 수장 오태석(정동환) 간의 두뇌 싸움을 중심으로 한 박진감 넘치는 사건으로 구성된 도입부는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는데 한계를 보였다.

게다가 봉건적 신분 질서가 엄격한 조선사회에서 시체 부검의 '오작인'이라는 천민 신분으로 가히 혁명적 발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비밀 결사체를 만들어 진두지휘하던 최효원이 한 번만이라도 아름다운 비단 옷을 입고 싶은 마음에 양반가 혼사의 문안비를 자처했다가 위험에 빠진 딸 동이를 구하기 위해 조직을 동원한다는 작위적인 극적 상황도 시청자의 공감대를 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동이의 파란만장한 인생의 서곡을 알리는 이 상황이 만약 딸을 향한 아버지의 마음을 강조한 것이라면 최효원은 비밀 결사체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고, 어린 소녀의 가혹한 운명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계급 갈등을 도구로 활용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동이'의 도입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을 기록한 것은 시청자들이 이미 '동이'의 성공 스토리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인물을 내세우고 있지만, 어린 시절의 시련과 위기 그리고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는 과정이 기존의 성공 스토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을 간파했음을 의미한다. 만약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와 오빠가 꿈꾸었던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동이의 주체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동이'는 '대장금'의 그늘에 가려 빛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동이'를 '대장금'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작가와 연출자에게는 유쾌하지 않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타고난 총명함으로 세상과 맞서지만, 특유의 호기심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갔다가 혈육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운명을 타고난 어린 소녀의 성장담이자 성공 스토리라는 점에서 '동이'는 숙명적으로 '대장금'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아버지와 오빠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해 장악원의 노비가 되어 궁에 들어간 어린 소녀 동이가 아리따운 처녀 동이(한효주)로 성장하기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보여주지 않은 도입부는 동이가 장금이가 아닌 연생이에 가까운 인물로 보이게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드라마 초반이다. '허준' '상도' '대장금' '이산' 등을 연출하며 '이병훈표 사극'을 만들어낸 이 감독이 그릴 동이의 앞날이 궁금하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 드라마평론가 drama@cnu.ac.kr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동이', 빼어난 영상미와 감각적 색감으로 눈길

마이데일리 | 백솔미 | 입력 2010.03.23 06:51

[마이데일리 = 백솔미 기자] '사극의 거장'이라 불리는 이병훈 감독의 신작 '동이'가 드디어 첫 발을 내딛었다.

많은 사람들의 기대 속에 22일 첫 방송된 MBC 창사49주년 특별기획드라마 '동이'(극본 김이영, 연출 이병훈·김상협)는 여성적이고 감각적인 영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천진난만했던 동이의 어린시절을 그렸다. 방영 전 공개된 티저영상에도 붉은 꽃을 중심으로 '동이'의 시작을 정열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이날 첫방송의 첫 장면에서 안개가 자욱한 강가에 빛나는 연등은 밤의 어두컴컴함과 오묘하게 대비돼 색다른 색감을 보였다. 화려한 CG와 웅장한 스케일을 이용하지 않고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했다.

그렇다고 '동이'가 여성적인 감성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요즘 트렌디를 이끌고 있는 웅장하고 남성적인 거친 장면도 방송됐다. 눈이 흩날리는 대나무 밭에서 결투를 펼치며 칼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동이'는 상반된 매력을 동시에 보이며 여성 시청자들과 남성 시청자 공략에 나섰다.

기획의도에서 밝혔듯이 '동이'는 장악원을 무대로 아악, 향악, 당악으로 구분되는 조선의 화려하고 우아한 음악세계를 새로운 볼거리로 시청자들에게 소개한다. 이어 화면상의 신성함과 비주얼적인 강점을 극대화시킬 것이라고 빼놓지 않고 설명했다.

앞으로 펼쳐질 '동이'는 시청자들의 귀를 감동시킴과 동시에 '동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두 눈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동이'는 조선조 제21대 영조임금과 생모이자 19대 숙종임금의 후궁이었던 천민출신 여인 숙빈최씨, 동이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담으며 한효주가 타이틀 롤을 맡았다. 4회까지 한효주의 아역 김유정이 열연을 펼치며 성인 연기자들에게 바통을 넘겨준다.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게시판을 통해 "첫 회가 이 정도인데 앞으로 얼마나 더 흥미진진할까" "역시 이병훈 감독의 작품답다" "감각적인 색감이 매력적이었다" "다른 사극에서 볼 수 없는 연출력과 영상미다" 등의 호평을 보였다.

[22일 첫 방송된 '동이'. 사진 = MBC 캡쳐]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 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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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