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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세계에 심는 '코리아 스탠더드'] [2] 한국형 신도시의 경쟁력은?… 스피드 工期와 첨단 IT기술

  • 입력 : 2010.03.23 02:58
한국형 신도시 건설의 글로벌 경쟁력은 무엇보다 '납기 단축'에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은 통상 신도시 건설에 20~30년 걸리는 반면에 한국 건설업체들이 맡는 신도시 건설 기간은 5~7년에 불과해 공기(工期)를 4~5배나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신도시 건설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는 뜻이다.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 기업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스피드 기술'이다.

한국 업체들의 저비용 사업구조도 해외진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신도시의 인구 수용 규모가 작게는 3만명, 많아도 10만명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우리나라 업체들은 해외에서 인구 30만~50만명의 대규모 신도시를 많이 짓는다. 국내에서 분당, 일산 등 국내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터득한 저비용 사업구조가 해외에서도 강력한 개발비용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첨단 IT기술이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시티(U-city·유비쿼터스 시티·IT기술을 기반으로 시민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제공하는 기반을 갖춘 도시), 친환경 에코-시티(Eco-city) 등을 결합한 첨단 그린도시 등 다양한 형태의 도시개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신도시 수출이 더욱 뻗어가려면 적지 않은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우선, 해외시장 다각화 문제다. 1989년부터 시작된 해외 도시개발사업은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후진국에 치우쳐 있다. 선진국에 비해 불확실성이 높은 이들 국가들의 경우 정치, 재정 문제가 어려워질 경우 자금 회수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새로운 해외수주 발굴, 긴급 금융조달 같은 대응능력을 키우는 것이 건설사들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특집] [세계에 심는 '코리아 스탠더드'] [2] 영하 50도 녹인 ‘온돌난방’… 카자흐에 ‘아파트 韓流’ 돌풍

  • 입력 : 2010.03.23 02:58

지하주차장·헬스장 등 갖춘 주상복합단지 최고 인기
중동·구소련·阿 등 세계에 한국형 신도시 개발 붐
우리 건설노하우 급속 전파

지난달 24일 오후 3시쯤,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수도 아스타나(Astana). 도심의 대통령궁 맞은편 경제특구 부지에 한국형 주상복합단지가 우뚝 서 있었다. 33층짜리 2개 동(棟)은 이미 완공돼 입주가 끝났고, 나머지 4개 동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대낮인데도 바깥 수은주는 영하 25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주상복합빌딩에 입주한 마랏(Marat)씨 집에선 아이들이 거실 바닥에 배를 깔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글로벌 통신회사 에릭슨(Ericsson)의 이곳 현지 법인장인 마랏씨는 "10년간 각국을 돌며 이사를 다녀봤지만 한국식 (온돌 바닥) 난방이 가장 맘에 든다"고 했다. 이 빌딩은 한국의 중견 건설업체인 동일하이빌이 2007년에 지었고, 지금도 계속 다른 빌딩을 짓고 있다. 이곳 겨울 기온은 영하 50도까지 떨어진다. 바닥이 따뜻한 한국식 온돌 바닥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기후다.

이 빌딩 2층에는 헬스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등이 들어서 있었다. 지하 3층이 모두 주차장이고, 지상에는 나무 등 조경시설과 상가 건물이 있었다. 단지 내에는 유치원과 학교 부지도 별도로 마련돼 있었다. 이곳 단지 학생들이 다닐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가 모두 세워질 예정이다. 동일하이빌 관계자는 "제일 나중 건설될 오피스빌딩엔 병원·사무실·학원 등이 입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스타나의 경제특구는 우리나라 수도권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신도시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했다.

한국형 신도시가 세계 곳곳에 수출되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이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쌓은 신도시 건설 노하우를 무기로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진출하고 있다. 특히 한국형 신도시는 공사기간이 짧으면서도 온갖 편의시설까지 갖춰 현지 주민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대통령궁 너머 한국형 주상복합단지…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대통령궁 너머에 한국 건설업체 동일하이빌이 짓고 있는 주상복합단지가 보인다. 한국형 신도시인 이곳은 스위스 대사 등 30개국 대사관 직원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상징이다. /카자흐스탄=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카자흐스탄 건축법을 바꾼 한국형 신도시

카자흐스탄의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07년 동일하이빌 1차 입주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수페르(최고)"를 연발했다. 한국 책임자에게 훈장까지 줬다. 그는 앞으로 카자흐스탄에 건설하는 신도시에 한국처럼 조경시설과 주민공동시설을 의무화시키라는 훈령까지 내렸다. IT가 접목된 CCTV 방범시스템과 중앙제어식 급수·난방 시스템은 카자흐스탄 건설 공무원들의 견학코스가 됐다. 지난달 말엔 카자흐스탄 국영전력회사가 동일하이빌에 30만㎡ 부지에 10층 사옥과 사택 단지 건설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또 다른 한국 건설사인 우림건설도 카자흐스탄 옛 수도 알마티(Almaty)에서 33층짜리 오피스빌딩 2개동과 호텔이 포함된 2500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를 개발하고 있다. 2006년 말 카자흐스탄 건축가협회로부터 최우수설계상을 받았다. 올 들어 현대건설·포스코건설 등도 카자흐스탄에 신도시 사업을 타진하기 위해 지사를 설립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형 신도시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대원건설은 베트남 다낭시에서 간척사업을 벌이고 있다. 3㎞의 해안선이 새로 생기는 간척사업이 끝나면, 2017년까지 인구 4만명이 상주하는 신도시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베트남에선 GS·대우건설 등도 총 50억달러 규모의 신도시 공사를 추진 중이다.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선 한화·태영건설 등 한국의 25개 건설업체가 총 54억달러 규모의 신도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식 바닥 난방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마랏씨 가족. /카자흐스탄=김용국 기자
◆해외 신도시개발 시장 더 커질 듯

개도국의 인구증가와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세계적으로 신도시 개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세계 도시 거주인구는 2007년 33억명에서 2050년 64억명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약 19조달러가 신도시개발에 투자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작년 미국 국내총생산(GDP)인 14조달러보다 5조달러나 많다. 현재 세계적으로 106건, 9400억달러 규모의 도시개발이 진행 중이다. 이 중 오일달러가 풍부한 중동이 7300억달러로 가장 크고, 구(舊)소련(827억달러)·아프리카(731억달러)·아시아(463억달러)가 뒤를 잇는다.

하지만 해외 신도시 건설에 위험 요소도 있다. 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이사는 "예컨대 어떤 나라에선 건설 허가를 받으려면 1~2년 이상 걸려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면서 "현지 건설규제를 파악하는 등 충분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