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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중국2010.12.09 15:09

중국경제 콘서트(35) “그들을 춤추게 하라 !”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12-09 오후 1:20:15

성황이었습니다. 저희 중앙일보와 지식경제부가 공동 제정한 '제1회 한-중 기업경영 대상'시상식 말입니다. 300여 명의 관객들이 참가해 회의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메가드랜드 차이나'의 저자였던 존 나이스비트 초청 강연이 있었고, 이어 수상 업체들이 말하는 중국 비즈니스 성공 사례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사례발표 때에는 열띤 토론이 벌어지도 했지요.

이 상을 제정한 목적은 '바람직한 중국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보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멋진 중국 투자기업을 선정해 시상하고, 또 그들의 성공 사례를 널리 알리자는 것이었지요.

그렇다면 이번 대상 시상식에서는 어떤 성공 사례가 나왔을까요.
오늘 부터 몇 회에 걸쳐 그 성공 코드를 살펴봅니다.

**********

요즘 중국 진출기업에게 가장 큰 골치꺼리는 '노무관리'입니다. 급여는 한 해 20%안팎 씩 높아지고 있고,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도 경영에 부담입니다.

그러나 8개 시상업체 모두 대부분은 노사관계가 매끄러웠지요. 관리 차원을 벗어납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직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패션의류 업체인 베이직하우스가 상하이 중심가 난징루(南京路)의 한 백화점에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은 2004년 12월 24일이었습니다. 그 후 6년여 만에 이 회사 영업매장은 전국에 600개로 늘었습니다. 매년 100개 씩 늘어난 셈입니다. 이같은 급속한 성장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박기성 총경리(아래 사진)는 "사람을 잘 키웠기 때문이지요"라고 답합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6년 동안 한 일은 하나, 중국 직원을 내 회사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거대한 장치산업이던,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가는 유통업체던 사람에게서 부가치를 뽑아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직원의 능력을 얼마나 잘 뽑아내고, 그들을 회사의 비전에 동참시키느냐가 사업 성공의 가장 요소입니다. 베이직하우스는 바로 그런 점에서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속을 들여다볼까요.

이 회사의 조직은 철저히 '경리(팀장)중심 체제'입니다. 팀장에게는 인사권도 주어질 만큼 막강한 힘이 주어집니다. 팀장 250여명 중 자금 및 핵심 관리 요원을 45명을 제외한 205명이 현지인입니다. 박 총경리는 "그들의 애사심과 충성심은 한국 직원 못지 않다"라고 말합니다. 회사와 직원이 서로 믿고, 존중해주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지요.

그들 팀장 대부분은 매장 현장에서 판매경력을 쌓고 승진했습니다. 매장 판매요원에서 해당 점장으로 승진하고, 여러 매장을 관리하는 구역장(50~60명 구성)으로, 또 다시 본부(지역 본부)팀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일 잘하면 승진하고, 급여도 올라가는 시스템이 형성된 겁니다.

"매장이 급속하게 늘어나면서 매장 직원들의 승진 기회도 많아지고 있다. 3~4년 열심히 일해 팀장이 되면 한국의 어진간한 샐러리맨 수준의 봉급을 받을 수 있다. 직원들이 흥이나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준 것이다."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지요. '나도 잘 하면 팀장이 될 수 있다'라는 비전을 제공해주고 있는 겁니다.

굴삭기 제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 옌타이(延台)공장은 부장급 자리를 현지인으로 채워가고 있는 중입니다. 어느 날 총경리와 자금 기획 등의 일부 부서장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인이 공장을 운영하게 될 날이 올 겁니다. 정해익 총경리(아래 사진)는 "돈을 얼마나 줄 것이냐보다는 직원들이 회사를 믿고 따라 올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해야 인재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산의 유통은 대리상(전문 유통업체)가 맡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대리상 사장을 대상으로 CEO과정을 개설하기도 했습니다. 제1기 과정이 지난 10월 끝냈습니다. 졸업식은 3박4일 간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뒤, 한국에서 수료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CEO과정을 만드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업의 파트너인 대리상 사장들을 '장돌배기 장사꾼'에서 '비즈니스맨'으로 만들자는 것이지요. 그들이 어엿한 비즈니스맨으로 성장해야 두산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베이징한미약품 역시 유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106명에 달하는 연구개발(R&D)인력을 정기적으로 한국에 순환 배치하고 있습니다. R&D분야 핵심 간부 50명을 양성하겠다는 게 이 회사 목표입니다. 그들은 중국 시장연구나 하는 로컬 R&D요원이 아닌 전사적 범위의 개발 프로젝트에 동참시키고 있습니다.

업종에 따라, 기업 규모에 따라, 고유의 문화에 따리 현지인 관리는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관통하는 분명한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현지인을 춤추게 하라"는 것입니다.

한우덕 기자
Woody Han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11.08 20:34

[한우덕의 13억 경제학]중국경제 콘서트(32) `100년 동안 경제만 생각하라!`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11-08 오후 3:50:38

중국의 정치 경제 흐름을 알아야 합니다. 중국의 역사를 꿰뚫고 있다면 그 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바쁜 비즈니스 맨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다하더라도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설립이후의 중국 정치 경제 흐름은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큰 그림을 머리속에 그려놓는다면 현재 벌어지는 작은 움직임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흐름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조그마한 정책 변화에도 흔들리게 되는 겁니다.
중국경제 흐름에 대한 통찰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자 그렇다면 지난 60여년 동안 중국은 어떤 길을 걸어왔을 까요?
우선 마오쩌둥시기를 보지요. 제1세대 정치 리더십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아라!'
이 시기 경제정책의 특징은 '영국을 추월하고 미국을 따라잡는다(超英간美)'는 말로 요약됩니다. 대약진 운동이 한창이던 1957년에 제기된 이 슬로건입니다. '15년만에 영국을 추월하고, 다시 20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는다'는 구체적인 시간표도 정했지요. 당시 체제경쟁을 벌이던 옛 소련의 후루시초프가 '15년 만에 미국을 추월하겠다'고 나선 데 자극받아 제기됐습니다.
급진적 성장노선입니다. 이 정책에 따라 중국 곳곳에는 소규모 철강공장이 건설됐고, 중화학 공업이 집중 육성됐습니다. 농민들은 중화학공업 육성을 위해 희생해야 했습니다. 대약진 운동이 그래서 일어났고, 실패로 끝났습니다. 마오는 최고의 자리에서 한 발 내려와야 했고, 그가 권력을 되찾는 과정에서 광풍의 문화대혁명이 일어났던 겁니다.






다음은 덩샤오핑 시대입니다. 제2세대 정치 리더십입니다.
덩은 "나라가 부강해지면 좋은 것이다!"라고 외칩니다.
1978년 개혁개방을 시작한 덩샤오핑 시기의 경제정책은 '3개유리(三個有利)'라는 말로 표현됩니다. 1992년 덩샤오핑의 남순강화(南巡講話·남부도시 순방 연설)에 나왔지요. 이 말은 '생산력·종합 국력·인민의 생활수준 등 3개 요소에 이롭다면 결국 좋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성장우선주의지요. 덩샤오핑은 특히 '먼저 부자가 되어도 좋다(先富起來)!'라고 선언해 불균형 성장을 용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앞을 보고 달려라(向前看)라는 말은 돈을 보고 달려라(向錢看)이라는 말로 바뀌었습니다. 중국인들의 눈에 '돈독'이 올랐습니다. 모두 돈을 향해 움직였지요. 경기는 지나치게 과열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마오의 강권정치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유와 민주에 대한 열망도 높았지요. 그래서 발생한 게 1989년 6월 천안문 사태입니다.
장쩌민 시대입니다. 제3세대 정치 리더십이지요.
그는 "자본가도 이제 우리 편이다!"고 말하지요.
천안문사태 직후 권력에 오른 장쩌민 시기의 노선은 '3개대표(三個代表)'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선진 생산력, 선진 문화,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 등을 대표한다'라는 뜻입니다. '광범위한 인민의 이익을 대표한다'는 마지막 항목이 중요합니다. 공산당 보호해야 할 계급이 기존 농민·노동자에서 자본가 계급으로 확대된 겁니다. 당헌에 '사유재산 보장'조항이 삽입됐고, 많은 사영기업주가 공산당에 가입했습니다. 덩샤오핑 시기보다 자유주의 사조가 더 짙어진 것이다.
특징적인 사건이 바로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가입이었지요. 이로써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나라 중국은 서방세계가 구축해 놓은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편입하게 됩니다. 엄청난 양의 상품이 중국에서 세계 편의점으로 뿌려집니다. 중국을 '세계공장'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게 이때 쯤입니다.






후진타오 시기가 왔습니다. 제4세대 권력이지요.
그는 "성장도 이제 과학적으로 보라!"고 일갈합니다.
후진타오 시기는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으로 특징지워집니다. 성장을 이루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정책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자는 게 핵심입니다. 덩샤오핑 시기와 장쩌민 시기를 지나오면서 추진된 성장 우선주의 정책은 많은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지역간 불균형·빈부격차·환경훼손 등이 대표적이었지요. 이런 문제를 해결하면서 성장을 이루자는 게 과학발전관의 골자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에도 불구하고 후 주석 시기 빈부격차는 더 넓어지고, 부패는 근절되지 않습니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주식시장에는 거품이 더럭더럭 끼기도 했습니다.
이 시기 벌어진 대표적인 사건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입니다. 베이징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은 크게 바뀝니다. '대국굴기', '부흥의 길' 등 중국인들의 자신감이 표출됩니다. 그간 이룬 경제 발전이 자연스럽게 대외정책에서의 힘의 외교로 표출되기 시작하지요. 특히 2007년 가을에 발생했던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쳐오면서 중국은 런민삐 국제화를 추진하는 등 국제 정치경제 무대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G2라는 말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 시대가 시작됩니다. 제5세대 권력이지요.
시진핑은 2012년 가을 당총서기에 오르게 됩니다. 당권을 장악하는 것이지요. 그 이듬해 5월 국가주석에 오르게 되지요. 행정권력을 쥐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는 2~3년 후 군사위원회 주석에 오르게 되면 권력이양 작업이 모두 끝나게 됩니다.
시진핑 체제는 후진타오 주석 체제에서 해결하지 못한 불균형·부패 등의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산업 체질을 고도화할 수 있는 지도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17기5중전회에서 제기됐던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라는 정책을 집권 초기에 실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후진타오의 것이지 시진핑의 것이 아닙니다. 시진핑 역시 자기만의 정치경제적 슬로건을 내걸 것입니다. 그 시기는 중공중앙회 18기 3중전회가 열릴 2014년 가을이 유력해 보입니다.
제5세대 정치권력에 이르기까지 각 권력집단의 노선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현실인식이 조금씩 달랐던 게지요. 그러나 이들에게 공통되는 '철학'이 하나 있습니다. '사회주의 초급 단계론'이라는 것이지요. 덩샤오핑의 유훈입니다. 이 것을 알아야 현재 중국의 갈길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덩샤오핑의 현실인식은 명확했습니다.
/공산주의는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전한 단계에서 내부 모순에 따라 계급투쟁이 발생하여 자본가 계급이 타도됨으로써 성립한다. 그런데 중국은 자본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장 사회주의로 진입했다. 자본주의라는 게 무엇인가. 바로 생산력 발전과 상품경제의 성숙 단계다. 중국이 자본주의를 뛰어넘었다고 해서 그 단계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앞으로 최소한 100년 동안 그 단계를 경험해야 한다. 그 게 바로 사회주의 초급단계이다. 향후 100년 동안 중국은 생산력 발전과 성숙, 상품유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역사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단계, 즉 자본의 고도화 단계를 이루자./
한마디로 말하자면 앞으로 100년 동안 경제만 생각하라는 외침입니다. 경제를 살리는데 자본주의면 어떻고 공산주의면 어떻습니까. 흰고양이던 검은고양이던 쥐만 잘 잡으면 최고 고양이라는 얘깁니다(不理是黑猫或是白猫,捉到老鼠的就是好猫). 이런 철학이 있었기에 중국은 '사회주의 시장경제'라는 전대미문의 체제를 실험하고 있는 겁니다. 중국의 지금도 덩샤오핑이 깔아놓은 발전 노선을 걷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 30년을 원고지 몇 장으로 정리한다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더 많이 공부하세요. 중국경제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이 있습니다. 솔즈베리가 쓴 '새로운 황제들'는 재미있어 좋고, 서강대 전성흥 교수 등이 엮은 '중국모델론'은 딱딱하지만 깊이가 있어 추천할 만 합니다. 저의 졸작 '중국의 13억 경제학(한경BP출판)'은 중국경제의 장점과 단점을 풍성한 사례를 중심으로 풀어내 읽기가 편합니다.
최소한 공산당 치하 중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 쯤은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랑스런 중국비즈니스맨이니까요.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10.25 20:26

[한우덕의 13억 경제학]중국경제 콘서트(31) ‘골 넣을 줄 아는 정치인’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10-25 오전 9:46:42

일반적으로 국가가 있고 그 다음에 당이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한민국이 있고, 그 다음에 한나라당이 생겼듯 말입니다. 국가 안에 당이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중국은 반댑니다. 당이 먼저 생기고 국가가 생겼습니다. 공산당이 생긴게 1921년 이었고, 그 공산당이 혁명을 통해 1949년 세운 나라가 바로 '중화인민공화국'입니다. 공산당이 낳은 자식이 바로 현대 중국이라는 얘깁니다. 당 안에 국가가 있는 것이지요. 그 게 바로 중국 이해의 첫 걸음입니다.

중국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

중국 경제발전은 국가가 주도합니다. 그 국가를 움직이는 게 '파워 하우스' 공산당이지요. 그러기에 그 공산당을 누가 이끌어가고, 또 리더들의 성향이 어떤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중국 공산당 리더십의 성향은 이제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 정세에서도 핵심적인 사안이 됐습니다. G2의 나라이니까요.

크게 볼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 비즈니스에서 '정치'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 지, 그 큰 물결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중국에서 주재하고 계신분들은 이 점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리더십은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지난 5일 저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중국 리더십 분야 권위자인 리청(李成.Cheng, Lee)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썬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을 초청해 강연을 들었습니다. 300여 명이 참석해 강연을 들었는데요,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중국 리더십 분야 까막눈이었던 저가 새로운 눈을 뜨게 만든 계기였습니다.

리청은 2012년 등장할 제5세대 리더십 구성을 크게 2부류로 나눕니다. '대중(Populist)그룹'과 '엘리트(Elite)그룹'이 그것입니다.

리청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두 그룹은 경제를 보는 관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엘리트 그룹은 주로 동부연안 경제개발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둔 정치인이 많다. 시진핑(習近平)등 태자당 출신이 핵심 구성원이다. 그들은 경제발전을 경험했기에 분배보다는 성장에 관심이 많다.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자유주의적 성향의 경제정책을 선호한다.
반면 대중그룹은 내륙에서 성장했거나, 중앙권력 주변에서 맴돈 정치인이 많다. 리커창(李克强)부총리 등 공청단 출신의 '퇀파이(團派)'인사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장일변도 정책 보다는 균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에 방점을 둔다. 후진타오 주석이 그렇듯 이들은 성장을 중시하면서도 조화를 강조하고, 노동자의 복지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중국의 정치구조는 집단지도체제입니다. 9명의 정치국 상임위원들이 나라를 관리하는 구조이지요. 그들은 서로 견재하고, 협조하면서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고위 리더들의 성향 분석이 중요하고, 리청 박사의 '대중그룹 vs.엘리트그룹' 주장은 효용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그룹을 리더는 누굴까요. 지금 대중그룹의 리더는 후진타오입니다. 후 주석은 권력을 '정치적 수제자'인 리커창 부총리에게 주고싶어 했지요. 엘리트 그룹의 리더는 시진핑 부주석입니다. 리청 박사는 둘을 비교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시진핑은 군부와의 연계가 강하고, 정치 캠페인에도 유능하다. 그러나 태자당 출신으로 강력한 추종자가 없다는 게 약점이다. 리커창은 겸손하고 오랫동안 지방(허난성·랴오닝성)에서 근무해 민간의 인기가 높다. 그러나 큰 문제를 해결한 업적이 없고, 외교적 경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

둘은 그동안 권력을 향한 치열한 레이스를 펼쳐왔습니다. 리커창은 후진타오 주석의 후광을 업고 달려왔지요. 공청단 계파의 제5세대 대표 주자입니다. 시진핑은 태자당이자 상하이방의 핵심 인사였던 쩡칭홍(曾慶紅)전 부주석이 적극 밀었습니다. 그 덕택에 9명의 리더그룹인 정치국 상임위원회에 들어올 수 있었지요.

여기에서 재미있는 얘기 한 토막. 시진핑과 리커창이 산에서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호랑이에 잡혀 먹힐 위험한 상황. 그 와중에서 시진핑이 신발끈을 고쳐 맵니다. 이를 보고 리커창이 웃었습니다. '야, 니가 신발끈 조인다고 호랑이보다 빨리 달리 수 있게냐?' 이 말을 들은 시진핑이 한 마디 합니다. '그래도 너보다는 빠를 수 있잖아'

둘의 경쟁관계를 풍자한 말입니다.

그 게임은 이제 끝났습니다. 지난 18일 끝난 17기5중전회에서 시진핑이 군사위원회 부주석으로 승진했기 때문입니다. 군사위원회 부주석 자리는 당 총서기-국가 주석으로 가는 길입니다. 시진핑이 이제 그 길을 걷게 된 겁니다. 별일이 없는 한 시진핑은 2012년 후진타오의 뒤를 이어 제5세대 최고지도자로 등장할 겁니다.

리커창 현 부총리는 총리로의 승진이 유력합니다. 시진핑 국가주석-리커창 총리 체제가 형성되는 것이지요. 엘리트그룹과 대중그룹의 권력 분점입니다. 다만 변수가 없지 않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리커창 대신 왕치산(王岐山)부총리의 총리 승진을 예상하기도 합니다. 두고 볼 일입니다.

그렇다면 시진핑은 어떤 인물일까요? 이미 그의 정치적 배경과 이력, 성향 등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습니다. 저는 경제정책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

스스로 당당하되 자만에 빠지지 않고(自豪不自滿)
드높게 일을 추진하되 떠벌리지 않고(昻揚不張昻)
실질에 힘쓰되 조급해하지 않는다(務實不浮躁)

중국의 차세대 리더 시진핑(習近平·57)부주석의 좌우명이다. '겸손한 태자당(太子黨·고위 관리의 자제)'이라는 별명에 어울린다. 그는 다른 태자당이 권력의 중심을 고집할 때 지방으로 내려갔고, 다른 고위 간부 자제들이 허세를 부릴때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홍콩에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표현도 나온다. G2 중국의 후계자(接班人)시진핑, 그가 펼쳐갈 정책에 세계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골 넣는 정치인'

2006년 9월 19일. 쩌장(浙江)성 당서기 시진핑은 특별 손님을 맞는다. 헨리 폴슨 당시 미국 재무장관이었다. 그 해 골드만 삭스에서 자리를 옮긴 그는 중국을 70여 차례나 드나든 '중국 통'. 장관 취임 후 첫 중국 방문 도시로 베이징이 아닌 항저우를 선택했다. 그들은 항저우의 아름다운 호수 시후(西湖)주변을 거닐며 한담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박장대소를 하는 사진이 미국 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덕택에 여럿 제5세대 지도자 후보에 불과했던 시진핑은 서방 언론의 주목을 받는다.

'도대체 무슨 사이이기에….' 시진핑과 폴슨은 5년 여 전 투자 문제로 만나 관계를 유지해 온 라오펑요(老朋友)였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폴슨이 미국 재무부 관리들에게 차세대 지도자 시진핑을 소개시켜주기 위해 항저우로 달렸다"고 설명했다. 시진핑이 세계 각지에 구축하고 있는 '인맥 쌓기'의 단면을 보여준다. 해외에 폭넓게 구축된 인맥은 G2시대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헨리 폴슨 장관은 시진핑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 질문에 당시 이렇게 답했다.

'골 넣은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The kind of guy who knows how to get things over the goalline)

결정적인 순간에 필요한 일을 적절히 저리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로부터 4년 후. 시진핑은 지난 18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17기 5중전회에서 당중앙군사위 부주석으로 승진했다. 결정적인 순간에 골을 넣는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그는 별 이변이 없는한 2012~2022년 동안 중국을 이끌게 된다. 골드만 삭스가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고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한 바로 그 시기다.

◆'두 마리 새를 키워라'

시진핑 부주석의 경제정책 성향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다만 그의 주 정치무대였던 푸젠과 쩌장성에서의 활동에서 가늠할 수 있다. 그 중 '양조론(兩鳥論·두 마리 새 이론)이라는 게 있다.

"전설상의 불사조(봉황)가 불에 뛰어들어 더 화려하게 재생하듯(鳳凰涅槃 欲火重生), 산업체질을 환골탈태해야 한다. 새 장을 들어 참새를 바꾸듯(騰籠換鳥),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 장수가 독사에 물린 팔뚝을 잘라내듯 과단성있게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가 상하이 당서기로 자리를 옮기기 1년 전인 2006년 3월 중국관영 CCTV의 '중국경제 대강단'프로그램에 나와 한 말이다. 산업 체질 강화와 구조조정이라는 두 마리 새를 키우라는 얘기였다. 중국 언론은 "시 부주석이 겉으로는 온화하고, 신중한 모습이지만 특정 사안과 부딪치면 강단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며 "특히 경제 개혁에 대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시 부주석이 후 주석의 중앙권력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앙 정책을 가장 먼저 이해하고, 추진한 지방 관리로 평가받고 있다. "당의 통치를 유지하고, 당의 단결을 보호하는 것이 내가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게 그의 정치관이다. 그는 2004년 후 주석이 균형성장·빈부격차 축소 등을 핵심으로 한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화해사회(和諧社會)를 주창하자 '절강화해(浙江和諧)'구호로 화답했다. 중앙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후 주석이 시진핑을 상하이 당서기로 끌어올린 것도 이 때문이다.

홍콩의 정치분석가 우밍은 "후 주석이 장쩌민의 지도노선을 충실히 따르며 때를 기다렸듯, 시진핑 역시 시기를 기다릴 줄 아는 정치인"이라며 "남을 적으로 만드는 것은 시 부주석의 생리에 맞지도 않다"고 분석했다.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

17기 5중전회에서는 12차 5개년 계획(2011~2016년)의 밑그림도 제시했다. 시진핑 시대의 경제정책 청사진이다. '국부(國富)에서 민부(民富)로'가 이 계획의 핵심이었다.

중국은 지난 30여년 동안 '부강한 국가 건설'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성장에 촛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국가(정부)-국유기업-국유은행으로 이어지는 '성장의 삼각편대'가 형성됐다. 특히 이번 세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국진민퇴(國進民退·국가의 역할 증대와 민간의 퇴출)현상이 심화됐다. 국가가 자원을 장악하는 구조에서 국유기업은 더욱더 강해졌고,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민영기업은 상대적으로 낙후될 수밖에 없다. 국가는 배부르고 국민은 헐벗은 꼴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가 주도 성장 시스템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당 지도부의 생각이다. '민부(民富)'가 나온 배경이다. 자유주의 성향의 천즈우(陳志武)교수는 "국유체제가 전체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고, 재부의 4분의3을 국가가 관리하는 이 상황은 시장경제에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의 부(富)의 독점은 부패를 낳고, 국가-국유기업-국유은행은 '부패의 트라이앵글'로 변했다.

이제부터는 성장의 혜택을 민간이 누릴 수 있도록 경제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게 민부(民富)의 핵심이다. 성장 동력을 기존의 투자·수출 위주에서 내수시장 중심으로 바꾸고, 친환경·고기술 분야 등의 개발을 통해 지속발전 가능한 체제를 갖추자는 취지다. 노동자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최저 임금도 크게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후 주석의 정치·경제 지도노선인 '과학발전관(科學發展觀)'을 구체화했다.

시진핑 부주석은 '민부'에 대해 이견이 없다. 다만 추진 방법에 미묘한 차이가 발견된다. 그가 주장하는 '민부'는 복지확충이라기 보다는 민간의 자율성 확대를 뜻한다. 민간기업과 민간자본에 대한 규제를 풀어 부의 균형추를 민간 쪽으로 돌리자는 차원이다. 차기 체제로 유력시되면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 총리'는 이 문제로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국 리더십 전문가들은 그러나 "시진핑 부주석은 후진타오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완전히 물려받기 전까지 자신의 색깔을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후 주석이 자신의 지도노선인 과학발전관을 집권 2년이 지나서야 제시했듯 말이다.

후 주석이나 시 부주석 모두 '나무가 수풀보다 빼어나면 반드시 바람에 꺾인다(木秀於林,風必최之)'는 평범한 진리를 잘 알고 있다.

한우덕 기자 woodyhan@joongang.co.kr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9.16 19:40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24) “최고의 중국 투자기업을 찾습니다!”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9-16 오후 2:11:50

최고의 중국 투자기업을 찾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기업, 기업가 여러분. 여러분은 존경받을 자격이 있는 이 땅의 진정한 애국자이십니다. 여러분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 한-중 경협이 있었습니다. 한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저희 중앙일보와 지식경제부가 공동으로 ‘한・중 기업경영 대상’을 제정합니다. 중국에 진출한 우수 투자기업을 발굴해 시상함으로써 한・중 경협의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비즈니스모델의 창신성, 중국과의 상생정도, 재무 성장성 등을 기준으로 선정합니다.
선정된 업체에는 지식경제부장관상, 주한 중국대사상, 중앙일보 사장상 등이 주어집니다. 아울러 12월 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시상식 및 성공사례 발표 세미나가 열립니다. 시상식은 중국진출 기업의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아래 사이트에 들어가셔서 관련 서류를 다운받아 작성해 보내시면 됩니다. 1시간이면 모두 작성할 수 있도록 가급적 서류를 단순화했습니다.
중국 투자사업에 성공한 기업은 자신있게 응모해 주십시요. 주변 성공기업을 추천해 주십시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많은 응모와 참여 기다립니다.
◆신청 자격 : 중국 진출 한국 기업(법인단위)
◆신청 마감 : 10월 7일
◆접수 문의 : ‘한・중 기업경영 대상’사무국(www.kita.net, 02-6000-5394)참조
중앙일보 중국연구소(http://china.joins.com, 02-751-5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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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칼럼을 시작합니다. 앞 칼럼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혹 읽지 않으신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시거 꼭 읽고 오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809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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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
평범한 하루였습니다. 언제나 그랬듯 새벽 근무 출근길 노동자들은 피로에 찌든 모습이었습니다. 그 버스에 탄즈칭도 타고 있었습니다. 평범한 하루, 그러나 그의 인생을 건 하루가 시작된 겁니다.

07:50.

변속기 조립공장의 일이 시작되는 시간입니다. 탄즈칭(譚志淸)역시 생산 라인에 섰습니다. 그가 첫번재 해야할 일은 작업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겁니다. 그러나 이날 그는 비상벨을 눌렀습니다. 싸이렌 소리가 났겠지요. 라인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탄즈칭과 샤오샤오(小宵)가 외칩니다.

"급여가 너무 작다. 모두 일하지 말자."

그들이 외치자 변속기 조립공장의 직원 10여명이 호응했습니다. 모두 같은 후난(湖南)성 출신이었지요. 파업 시위대는 변속기 조립공장 직원 50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옆 압연라인으로 옮겨 파업 구호를 외쳤고, 시위대 규합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호응은 높지 않았습니다. '재들 왜저래?'라는 반응이었지요.

09:00

시위대는 밖으로 나왔습니다. 농구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였지요. 관리자들이 출근하다가 그 광경을 봅니다. 총경리는 작업에 복귀해 문제가 있으면 부서내에서 해결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12:00

100여명으로 불어난 시위대는 식당으로 몰려갔습니다. 회사에서는 '요구가 무엇인지를 적으라'며 화이트보드 6개를 준비했습니다. 시위대 중 일부가 그 곳에 요구사항을 썼습니다. 대략 700개에 달했다고 합니다. 그만큼 노동자들의 조직력이 약했다는 얘기입니다.

15:00

회사 측의 공식 입장이 나왔습니다. 5월21일까지 만족할 만한 답을 줄 테니 시위대는 작업에 복귀하라는 요구였지요. 탄즈칭은 회사측이 성의를 보였다고 생각, 파업을 풀었습니다.

5월20일

노사 협상이 시작됐습니다. 노측은 조립, 주조, 주물 등 5개 과에서 각각 2명씩 대표를 뽑았습니다. 사측은 총경리를 포함해 4명으로 구성했고, 공회측도 협상에 참여했습니다.

노동자 측 요구는 간명했습니다. '기본급 800위안 인상, 향후 매년 15% 인상'이었지요.

5월21일

사측이 임금인상안을 제시합니다. 모든 정식 직원에게 55위안 임금 인상.

이 협상안을 통보받은 노동자측은 분개하게 됩니다. 사측이 무성의한 협상 태도에 반발한 것입니다. 여기에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존재해야할 공회는 협상과정에서 아무런 입장을 발표하지도 않았습니다.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 줄 줄 알았던 공회에 실망한 겁니다. 다시 파업이 시작됐습니다. 탄즈칭의 조직으로 300여 명으로 늘어났습니다.

5월22일

이날 12시 기름에 불을 붙이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회사측이 사내 방송을 통해 탄즈칭과 샤오샤오를 해고한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시위했다고 해고해? 더이상 못참겠다'라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 사원이 파업에 가담하게 됩니다.

회사측은 '작업에 복귀하지 않는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사진촬영을 통한 시위대 가담자 채증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시위대들이 모자와 마스크를 쓴 게 바로 이 때입니다.

파업은 계속됐습니다. 사측은 노동자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2000여 명의 직원 중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실업계공등학교 실습생들을 따로 불러 회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학교 교장이 학생들을 직접 만나 설득했지요. 그러나 실습생들의 불만은 더 높았습니다. 그들의 월급은 900위안에 불과했으니까요. 게다가 이들 대부분 90년대 이후 출생한 '소황제'였던 지라 당당하게 요구하고,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5월 26일

혼다자동차의 중국 내 생산라인이 대부분 멈추게 됩니다. 파업이 장기화되자 사회의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언론에 크게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지식인들의 논평도 많이 나왔구요.

5월28일
인터넷에서 관련 기사와 평론이 사라졌습니다. 정부의 통제가 시작된 겁니다. 경찰은 공장으로 향하는 도로를 봉쇄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매체가 등장합니다. 바로 핸드폰 문자였습니다. 노동자들은 파업, 시위 상황을 문자를 통해 시시각각 외부로 전하게 됩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기들의 요구사항을 제시했습니다. 문화대혁명 때 대자보가 학생들의 뜻을 전하는 매체였다면, 지금 핸드폰 문자가 그 기능을 하고 있는 겁니다.

임금인상에서 시작됐던 파업은 이제 그 정점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이를 촉발한 중요한 사건이 5월31일 벌어집니다.

무엇이었을까요?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한우덕
Woody Han(無敵漢)


저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는 '차이나 인사이트'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주 2회 중국 관련 다양한 뉴스와 이야기, 칼럼 등을 묶어 이메일로 전해드립니다. jci@joongang.co.kr로 신청하시면 보내드립니다. 보내실 때 성함, 하시는 일, 연락처(전화번호) 등을 간단히 보내주세요.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마켓 생태계/지식2010.08.02 16:56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13)‘스무살 청년과의 대화’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8-02 오전 9:19:49

앞의 두 콘서트에서 금융 발전에 대한 중국 지식인들의 관점을 들여다 봤습니다. 무더위만큼이나 뜨겁게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좋습니다. 열기를 잠시 식혀보도록 하지요.

오늘은 재미있는 책을 한 권 보도록 하지요. 중국 자본시장을 얘기한 책입니다.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주제입니다만, 아주 쉽게 썼습니다. '소설보다 재미있는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모든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글쓰기 원칙이라더군요.

자, 연주 시작합니다. 핸드폰 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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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차이나펀드 열풍이 한국을 강타했습니다. 넣었다하면 돈이 됐지요. 상하이 주가가 무작 올랐으니까요. 그 해만 약 130%가 올랐습니다. 지수가 130%라는 얘기지, 개별종목으로 치면 서 너 배 오른 주식도 많았습니다. 중국의 주식투자 붐은 한국에 까지 지어져 '차이나펀드'광풍이 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08년 들면서 상하이 주가가 급락합니다. '악'소리가 나지요. 낙폭은 더 커졌습니다. 더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주가 폭락하고 있는데 국내 증권사들은 '차이나 펀드 펌프질'에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 하락세 끝나면 또 오른다'는 것이지요. 많은 사람들이 증권사의 유혹에 끌려 또 차이나펀드에 가입했습니다.

결과는 여러분들이 다 잘 아십니다. '쪽박이었지요. 대부분 반토막 났고요. 그 쪽박의 아픔은 지금도 완전히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우리가 중국증시 투자에서 놓친 것은 무엇이었을까?

'중국증시 콘서트(한우덕 지음)'는 이런 문제 의식을 갖고 쓰여진 책입니다. 지난 4월 출판됐지요.



저자는 증시 구조에서 그 문제점을 찾습니다. 비(非)유통주였지요. 중국 증권당국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인 비유통주 개혁에 나섰고, 그 여파로 주가가 급락했음을 밝혀 냅니다. 국내에서 비유통주 개혁을 전면적으로 분석한 첫 번째 책이었지요. 독자들은 개혁 과정을 통해 중국증시 구조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2008년 비유통주 굴레에서 해제된 물량은 약 3조 위안(약 417조 원)이 넘는다. 이는 2007년 말 중국 A주 유통주 시가총액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였다. 2009년에는 다시 7조 위안, 2010년에는 9조 위안의 주식이 유통주로 전환된다. 생각해 보자. 아무리 중국경제가 잘 나간다 하더라도 이 물량을 감당할 증시는 없다."

저자는 이 땅의 차이나펀드 운영자들에게 외칩니다.

"그래프를 버려라. 중국증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파워게임, 더 나가 중국경제를 잃을 수 있는 혜안을 길러라."

비유통주 문제는 책의 일부일 뿐입니다. 중국증시의 설립 과정, 부정부패, 증권체제를 둘러싼 지식인들의 논쟁 등이 재미있게 펼쳐집니다. 그런가하면 투자자, 기업, 증권사, 감독기구 등 증시를 구성하는 플레이어들의 활동을 스케치하기도 합니다. 이제 설립 20년에 불과한 중국증시가 어떻게 세계 제2위 규모(시가총액 기준)로 성장했는 지를 설명하지요.

'스무살 청년과의 대화'라고나 할까요.

"1986년 11월 뉴욕증권거래소 펜란 회장이 베이징에서 덩샤오핑을 만난다. 펠란은 자리를 뜨기 전 작은 선물을 하나 내놓는다. 뉴욕증권거래소 입장 허용 명찰과 주식 샘플이었다. 덩도 선물이라며 주섬주섬 무엇을 하나 꺼낸다. 중국의 제1호 주식회사인 '상하이페이러(飛樂)음향'주식이었다.

'중국에도 주식이 있다고?' 펠란 회장은 놀랐다. 믿을 수 없었다. 그는 그 주식을 들고 당시 중국에서 유일하게 증권거래 업무를 처리하고 있던 공상은행신탁투자 상하이영업점을 찾았다. 사실이었다. 현장에서 바로 주식양도 수속을 밟을 수 있었다. 펠란이 '상하이페이러(飛樂)음향'의 주주가 된 것이다.

덩샤오핑이 펠란에게 주었던 그 주식은 지금도 뉴욕증권거래소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저자에게 주식시장은 중국경제를 이해하는 창구입니다. 증시라는 구멍을 통해 중국 거시경제/금융/부동산 등이 다각적으로 봅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놓고는 '봉이 김선달식 비즈니스'라고 했습니다. 베이징대학 린이푸 교수(세계은행 부총재)의 '활(活)-난(亂)'주기 이론을 들이대며 중국경제 사이클을 읽어 냈습니다. 핫머니가 중국증시에 어떤 영향을 주는 지도 봤습니다.

저자는 중국주식 시장에 대해 기본적으로 낙관합니다. 왜냐고요?증시는 어쨌거나 경제상황을 반영하게 될 테니까요. 제조업 생산능력과 내수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산과 내수가 통합되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에서 생산하고, 중국 소비자에게 팔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은 풀셋(Full-set)공업구조를 갖춰가고 있다. 자기 완결형 구조다. 그동안 주변국에 의존했던 부품을 이제 자국 내에서 생산한다. 중국에는 그럴 만한 기술이 없다고? 옛 말이다. 중국은 2000년들어 '자주창신(自主創新)'을 외쳐왔다. 교묘하게 외국 기술을 빼앗아가고 있고, 그래도 안 되는 기술은 기업을 통채로 사들인다."

저자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중국에 진출해서 제품을 생산하는 시대는 갔다. 내수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이제 중국 자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시장에서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 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국내 IB가 중국 IPO/M&A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중국기업을 국내 증권시장에 상장시키는 것도 주요 비즈니스다. 중국진출 기업도 이제 중국증시(홍콩포함)상장을 노려야 한다. 자본시장 교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 가공생산에서 시작한 한중 경협의 패러다임이 상품교류(내수시장 진출)단계를 넘어 자본시장 교류로 확대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흐름을 어떻게 이끌고, 동참하느냐는 이제 우리의 몫이 되었습니다.

Woody Han


저희 중앙일보 중국연구소는 '차이나 인사이트'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매주 2회 중국 관련 다양한 뉴스와 이야기, 칼럼 등을 묶어 이메일로 전해드립니다. jci@joongang.co.kr로 신청하시면 보내드립니다. 보내실 때 성함, 하시는 일, 연락처(전화번호) 등을 간단히 보내주세요.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마켓 생태계/지식2010.07.30 00:58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12)‘중국은 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07-29 오전 10:19:48

이 칼럼은 앞 글에 이어집니다. 혹 읽지 않았다면 다음 사이트에 꼭 들렸다 오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71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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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식의 지평이 '화폐전쟁' 수준에 머물렀다면 그리 놀라지 않았을 겁니다. 화폐전쟁은 오히려 중국을 '패배의 전장'으로 몰고갈 뿐이기 때문이다. '담벼락을 높이 쌓아놓고 서방 금융재벌의 공격에 대응하자'는 주장에는 조소를 보낼 수도 있었습니다. 중국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글로벌 금융/자본시장에서의 퇴보를 자초할 뿐이니까요.

송홍빙이 그리는 중국은 '제조업 근력만 자랑하는 거인'에 불과합니다. 금융이 없으니 치밀하지 않습니다. 힘자랑만 하지 실력은 없어 보입니다.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로보트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었습니다.

화폐전쟁이 맹위를 떨치고 있을 때 새로운 책이 등장합니다. 2009년 8월 발간된 '金融的邏輯(The Logic of Finance)'라는 책이었지요.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인 천즈우(陳志武)가 썼습니다. 국내에서는 '자본의 전략'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번역됐지요.


이 책은 '화폐전쟁'이 궁극적으로 얘기하려 했던 것을 뒤집어 엎습니다. '세상은 그렇게 음모로만 볼 게 아니야'라는 식이었지요.



천즈우는 개인사로 얘기를 풀어갑니다.

"대학 시절 찢어지게 가난했다. 베이징을 떠나 상하이를 한 번 가는 것만도 커다란 영광이었다. 그러나 돈이 없었다. 그 때 은행에서 학자금 융자를 받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여윳 돈이 생겨 상하이에 갔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꿈에 그리던 상하이를 갔으니 그 효용은 최고였을 것이다. 지금은 상하이를 가는 게 고역이지만 말이다."

대학 시절에 학자금 융자를 받는 것, 그게 바로 금융이라고 천즈우는 말합니다. 은행의 학자금 융자는 해당 학생의 미래가치를 담보로 돈을 방출하는 겁니다. 학생은 미래 가치를 끌어당겨 현재에서 돈을 쓰니 풍족해 질 수 있습니다. 금융이 삶을 윤택하게 하는 것이지요.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가는 미래에 걷을 세금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합니다. 국채입니다. 미래 수익을 현재에 당겨 사용하는 것이지요.

"만약 서기 1600년 당시의 국가를 두 팀으로 나눈다면 그 하나는 국고 깊숙이 막대한 양의 보물을 쌓아둔 국가를 들 수 있다. 명나라는 은 1250만냥, 인도는 국고에 금괴 6200만 개를, 투르크 제국은 금괴 1600만 개를 저장해두었다. 다른 한 팀은 부채가 산처럼 쌓인 국가들로 스페인,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이탈리아 도시국가 등이다. 그렇다면 400년 전부터 19~20세기까지 어느 팀에 속한 국가가 더욱 크게 발전했을까?"

답은 나왔습니다. 부채가 많은 나라가 더 발전했습니다. 이들 나라는 '미래 가치'를 현재로 끌어들여 사용한 것이지요. 부채는 많았지만 가동할 수 있는 현금은 더 많았던 겁니다. 금융의 힘이지요. '자본화'라고도 합니다.

여기서 송홍빙과의 중요한 차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는 부채를 악(惡)으로 봤습니다. 특히 미국은 늘어가는 국채로 인해 금융시장에서 주도권을 빼앗길 것으로 단정했습니다. 국고에 1조4000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쌓아놓고 있는 중국이 패권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얘기였지요.

그러나 천즈우는 국가 곳간에 달러가 쌓여있다고 강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입니다. 자본화에 앞서는 나라가 이긴다는 것이지요. 현재에 쓸 돈이 많으니까요. 자본화의 힘입니다. 그러면서 서구 여러나라의 패권이전 과정을 흥미롭게 설명합니다.

국채뿐만 아닙니다. 은행대출, 회사채, 주식,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은 현재 부를 넓혀준다고 했습니다. 결국 자본화에 누가 더 앞서느냐에 따라 위상이 결정되는 겁니다.

저자는 심지어 투기활동에도 호의적입니다. 투기활동을 일반적인 투자행위이자 기술혁신의 원동력이라고 보는 것이지이요. 투기로 인해 미국 사회에는 끊임없이 거품현상이 나타났지만 그에 힘입어 과학기술의 혁신에 저비용의 자본을 대량으로 공급해 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지극히 서구적인 시각입니다.

'자본의 전략'은 더 나가 중국 금융시스템을 공격합니다. 중국 고유의 문화/전통에 의해 '자본화'정도가 떨어졌다는 반성입니다. '주식시장 역시 민간 창의를 고취시키는 등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식입니다. 국유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 주식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지요. 그리고는 말합니다.

'중국은 아직 멀었다'

무서운 말입니다.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알았으니 말이지요.
나의 문제점을 아는 자라야만 발전이 있습니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분명합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과감하게 문턱을 낮추고, 금융/자본시장 시스템을 선진화하라"는 것이지요. 이와함께 중국 자본시장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여러 요인들을 지적하고, 비판합니다. 나의 문제점을 적시하고, 자기변화를 촉구합니다. '중국이 최고다'라며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송홍빙의 '화폐전쟁'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혹 중국 팀장 아니세요?' 일반 제조업체나 금융회사, 행정부, 심지어 대학 등 대부분의 사업장에 '중국 팀'이 있습니다. 중국 팀이라고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지만 중국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지요. 팀이 있으면 팀장이 있고, 부서가 있으면 부서장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은 혹 중국 팀장이 아닌가요? 이 땅의 중국 팀장님들, 한 번 뭉쳐 봅시다. 나와 회사, 그리고 국가의 미래를 얘기합시다. 제가 그 장을 마련하겠습니다. 개봉박두!

'화폐전쟁'과 '자본의 전략'.

두 책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 논쟁을 대변합니다. '미국을 극복해야 한다'는 송홍빙식 사고와 '미국의 선진 금융기법을 더 배워야 한다'가 지금 부딪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두 마리 토끼를 쫓고 있습니다. '화폐전쟁'과 '자본의 전략'을 동시 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미국을 극복하기 위한 화폐전쟁은 분명 시작됐습니다. 아직 국지전이지만 말입니다.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시작됐고,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해야 한다는 대담한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달러 일색으로 구성됐던 외환보유고에서 유로와 일본 엔화가 늘어가고 있고, 금도 사들이고 있고요. 송홍빙이 주장했던 그대로입니다.

그런 한편으로는 천즈우가 제시했던 금융선진화를 위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는 비유통주 개혁 등 과감한 체질개선 작업이 진행중입니다. 최근에는 주가지수선물거래도 시작됐습니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정비되고 있고, 보험 상품도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서구 배우기이지요.

대외적으로는 '화폐전쟁'에 나서면서도 대내적으로는 '자본의 전략'식 금융시장 선진화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이 더 무섭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자본시장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혹 우리가 노릴 수 있는 공간은 없을까요?

다음 주 월요일 칼럼에서 새로운 책을 한 권 소개합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마켓 생태계/지식2010.07.26 18:49

[한우덕의 13억 경제학]중국경제 콘서트(11) ‘지식전쟁의 최후 승자’ [JOINS_디지털뉴스센터]

입력시각 : 2010-07-26 오전 11:01:16

언제부턴가 중국 책이 인기입니다. 중국의 철학이나 역사, 인문 분야라면 수긍이 가는 얘깁니다. 그러나 경제/경영 분야에서도 중국 번역서가 베스트셀러 상위 권에 오르고 있습니다. '화폐전쟁', '자본의 전략' 등이 대표적인 책입니다. 모두 20위 안에 들었더군요. 신기한 일입니다. 우리나라가 사회과학 분야 중국 지식을 받아들이고 있다는 게 말입니다.

중국 지성이 서방의 학문을 접한 게 이제 30년입니다. 대학교에서 '서방경제학'이 교과커리큘럼으로 들어온 게 20년 남짓입니다. 우리와는 비교가 안되죠. 한국의 미국 배우기는 60년 전부터 시작됐습니다.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경제학을 배웠고, 그들이 대학 강당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찌된 일인지 한국 독자들은 중국인들이 쓴 금융/화폐/자본시장 책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의 경제 석학이라는 분들은 접시물에 코박아야 할 일이다.'
'이 땅의 글쟁이들은 챙피한 줄 알아라. 특히 너, 한 기자.'

제가 답합니다.

'아마 서방을 보는 시각이 달랐을 것이다. 중국 저자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밟고 넘을 것인가를 고민했을 것이야. 반면에 우리나라 학자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을 모방할 것인지를 궁리했겠지...그들의 탈(脫)서방 의지가 한국의 독자들을 자극한 게 아닐까?'

어쨌든, 책 읽기를 게을리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인이 쓴 책이건, 중국인이 쓴 책이건 가리지 않고 마구 읽어대는 우리나라 독자들의 학구열은 대단합니다. 우리의 경쟁력입니다. 책을 통해 미국을 이해하고, 중국의 속셈을 간파하고, 우리의 대응책을 고민한다면 우리는 이 '지식의 전쟁'에서 최고의 승자가 될 겁니다.

공부하는 사람 못당하는 법입니다.

저와 함께 최근 서점가를 달구고 있는 '화폐전쟁'과 '자본의 전략'을 읽어보시지요.

****************


화폐전쟁(송홍빙 지음)과 자본의 전략(천즈우 지음)은 서로 대치를 이루는 책입니다. 두 저자가 보는 시각이 극과 극을 이룹니다.

화폐전쟁은 중국인들의 '민족주의'를 자극했습니다. '서방 자본이 중국을 공격한다, 중국은 담을 높이 쌓아놓고 방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지요. '음모'의 시각에서 관찰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테마입니다.

그가 예상한 서방의 공격은 이랬습니다. 국제 금융재벌이 중국에 진출해 신용을 창출하고, 공급합니다. 각종 금융 상품을 중국에서 파는 것이지요. 금융상품의 판매는 곧 유동성 증가로 이어집니다. 버블이 끼죠. 금융재버은 버블이 극에 달했다고 판단되면 일시에 자금을 빼 경제를 초토화시킵니다. 매물이 쏟아지고 자산가격이 폭락하면 돈 되는 것을 훑어 가는 겁니다.

송홍빙은 이를 '양털 깍기'라고 표현했습니다. 1997년에 발생했던 아시아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사례였지요. 그 위기의 당사자 중 하나가 한국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화폐전쟁에 열광한 이유도 거기에 있었을 겁니다. 속 시원했거든요.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이 보기에 이번 위기야 말로 한국 경제의 빗장을 열어젖힐 절호의 기회였다. 그는 구원을 청하는 옛 맹방인 한국을 과거보다 훨씬 더 가혹한 조건으로 대하라고 지시했다...미국의 금융재벌들은 한국 기업에 진작부터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한국이 협의를 체결하기만 하면 당장이라도 물려들어 사냥감을 물어뜯을 판이었다."

송홍빙은 한국 독자를 배려합니다.

"그러나 국제 금융재벌들은 한국의 강한 민족정신을 너무 얕잡아봤다.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진 한국인들은 나라를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너도나도 금오으기 운동에 나서 정부를 도았다"

한국 독자들은 이 대목에서 흐믓합니다.

송홍빙은 서방 금융재벌의 음모를 설명하기 위해 로스차일드 가문에서 시작되는 서방 금융 역사를 거꾸로 봅니다. 금융재벌이 어떻게 세계 정치/경제를 농단했는지를 재미있게 설명합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얘기인데 좀더 자극적으로, 중국인의 시각을 곁들여 놓으니 드라마틱해졌습니다.

그는 화폐의 역사를 얘기하며 "달러 체계가 결국 붕괴로 가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라고 말합니다. 금(金)과의 태환고리가 끊어진, '채무화된 달러'가 더이상 지탱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지요. 미국의 국채 말입니다. 그는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신규채권을 발행해 기존 채권을 교체할 뿐"이라며 "미국인들은 늘어가는 채무에 의지해 영원히 사치스러운 생활을 누릴 수는 없다"고 일갈합니다. 여기에 복잡해진 금융 파생상품으로 인해 창조된 '천문학적 숫자의 유동성'이 경제를 어지럽힌다고 말하지요. 미국 경제가 완연한 망조에 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 다음에 올 화폐전쟁의 패권국은 누구일까요. 송홍빙은 중국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알고있지요.

그는 언젠가 서방 자본이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기축통화 얘기를 부각시킵니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기축통화를 장악하기 위한 화폐전쟁에 들어갔다는 얘기지요. '금(金)'이 주요 해결책입니다. 금보유량을 높여 위안화의 금 태환 화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미국의 패권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작년 3월 저우샤오촨(周小川)중국인민은행장이 제기한 '기축통화 논쟁'과 맞물려 이 책이 크게 각광을 받게 됩니다.

"상상해보라. 달러가 세계화폐에서 물러난 후에도 F22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지위는 여전히 굳건하며, 미국이라는 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발언권을 가지고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까?"

송홍빙은 미국을 끌어내립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끝을 맺지요.

"황금을 기반으로 하는 중국 위안화는 과도한 채무의 욕심으로 무너진 국제 금융의 폐허를 딛고 우뚝 설 것이며 중화문명은 찬란하게 빛날 것이다"

구구절절 중국인들이 환호할 내용이지요. 중국 개혁개방 30년, 휘황찬란한 경제실적이 오늘 '화폐전쟁'을 낳은 겁니다. '오만'하다 느낄 정도입니다. 이 책에서 중화주의의 망령을 떠올리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중국 경제학계 한편에서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새로운 책이 나오지요.
무슨 책일까요?

목요일 이어집니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9 21:55

[한우덕의 13억 경제학] 중국경제 콘서트(9) ‘중국에 호구잡힌 한국’ [중앙일보]

입력시각 : 2010-07-19 오전 9:17:27

여러분, 혹시 '호구잡혔다'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제가 어릴 적 시골(충북 청원)에서 흔히 썼던 말입니다. 사전에는 없으니 사투리겠지요. '남에게 약점 잡혀 질질 끌려다니는 것', 그 게 바로 호구잡힌 겁니다. 팽팽하게 맞서던 두 사람이 결국 한 판 싸움을 벌입니다. 그 중 이긴 사람은 기세가 등등하고, 진 사람은 꼬리를 내리게 되지요. 진 사람이 바로 호구 잡힌 겁니다. 승자의 눈치를 봐야하고, 비실비실 피해다녀야 합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이후 중국과 한국의 역학관계를 보면서 '호구잡혔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북한을 싸고도는 중국의 반발에 막혀 안보리는 어정쩡한 성명을 내야 했고, 중국은 이제 한미 연합훈련도 하지 마라고 위협합니다. 중국 언론은 '한국이 경제는 중국에, 군사력은 미국에 의존하는 전략분열증을 보이고 있다'며 분명한 노선을 선택하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합니다. 중국을 무시할 수도 없게 됐습니다. 심지어 미국도 그들의 눈치를 봅니다. 참으로 역같은 상황입니다.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중국과 수교한 게 1992년입니다. 수교 초기 우리는 '역사 이래 처음으로 우리가 중국을 앞서는 관계'를 만끽했습니다. 기업인들은 중국에 가 돈자랑을 했고, 누구누구 만나고 싶다면 모두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치적으로도 한반도 정세를 우리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었지요(최소한 표면적으로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역전된 상징적인 사건이 이었습니다. 중국에 호구 잡힌 것이지요. 그 '호구'의 기억을 더음어 봅니다.

제가 베이징특파원 생활을 하던 2000년 5월 말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중국 산 마늘에 대해 최고 315%의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을 발동될 것 같으니 중국의 대응을 주시하라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마늘파동'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6월 1일 세이프가드 조치가 내려졌습니다. 중국 농산물 가격이 아무리 싸다고 해도 315%관세를 물고는 한국시장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중국 산 마늘의 수입을 원천적으로 막아버린 것이지요. 당연히 중국이 반발했습니다. 꼭 일 주일 후 중국이 대응조치를 발표합니다. '한국산 폴리에틸렌과 핸드폰 수입을 금지한다'는 것이었지요.

'홧~?'.

한국은 '아뜨거!' 합니다. 당시 중국에서 들여오는 마늘 다 합쳐봐야 1천만 달러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막아버린 시장 규모는 5억 달러를 넘는 규모였지요. 게다가 중국 핸드폰 시장은 'CDMA강국'이라는 한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였습니다. 업계에서 난리가 났지요. 언론에서도 '되로 주고 말로 받았다'다며 정부를 질타했습니다.

정부가 다급해졌습니다. 부랴부랴 중국에 협상을 제안했지요. 6월29일 베이징에서 협상이 시작됩니다. 중국은 급할 게 없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와서 따져보자'는 식이었지요. 한국 협상 대표단만 본국에서 훈령을 받아가며 애가 탈 뿐이었어요. 국내에서는 '산업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며 조속한 타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중국 대표들은 그 분위기를 즐기는 듯 했습니다. 그들은 오늘 합의 해 놓고는 다음 날 '다시 시작하자'라고 말하기도 했지요. 호구잡힌 겁니다. 취재하는 내 스스로가 챙피할 정도로 농락당하고 있었습니다.

7월15일 협상이 끝났습니다. 3만2000t을 50%이하의 저율 관세로 수입해주기로 했지요. 당시 수출입 상황으로 볼 때 중국 수출물량을 소화하고 남을 물량입니다. 핸드폰과 폴리에틸렌에 대한 중국의 수입금지 역시 풀렸지요. 40여일 만에 마늘 세이프가드는 없던 일이 됐던 겁니다. 온 나라를 확 뒤집어 놓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듬해 4월 중국이 한국 외교부에 공식 문서를 한 건 보냅니다. '약속한 마늘을 사가라'는 것이었지요.

'왠 마늘?'
'작년에 너희들이 사가기로 했던 3만2000t에서 덜 수입한 부분 1만t'

협상문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은 '협정문에 명시된 물량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밀어붙였습니다. 한국 측은 '정부가 수입해주기로 한 물량(1만t)은 모두 수입해 줬으니, 나머지는 민간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습니다. '민간이 가격을 이유로 수입하지 않는 것을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는 식이었지요. 제2차 마늘파동이 일어난 겁니다.

협상문문을 놓고 서로 이견이 있다면,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영어 협정서를 보면 됩니다. 당연히 언론에서 '영어 협정문을 보여달라'고 했지요. 그런데 외교부 답이 걸작입니다. '그냥 중국어와 한국어로만 작성했다'.

여론이 들끓습니다.

'세상에 외교협상을 하면서 영문 협정서를 안만들어? 너희들 외교관 맞아?'

결국 한국은 1만t을 다시 사줘야 했습니다. 한번 호구가 잡히면 헤어나기 어려운 겁니다. 2차 마늘파동 역시 한국의 완패였지요.

그게 끝이냐구요?

아닙니다. 다시 이듬해 6월 중국 산 마늘이 다시 언론에 등장합니다. 이번에는 이면합의가 문제였습니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옷을 벗어야 하는 대형 사건이었지요.

다음 얘기는 목요일 콘서트에서 다시 올리겠습니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0 07:02

중국경제 콘서트(5) '중국시장, 그림의 떡?'

 한 독자께서 '콘서트에 어찌 음악이 없느냐?'고 꼬집습니다. 왜 없겠습니까.

 오늘 알아두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될 노래 한 곡으로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친구, '펑요우(朋友)'라는 노랩니다. 저우화젠(周華健)이라는 가수가 노래했고,  우리나라 안재욱 씨가 번안곡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멜로디가 쉽습니다. 가사도 화면에 나옵니다. 묘한 중독성이 있어 흥얼거리게 됩니다. 경기도의 어느 외고 중국어과 학생을 대상으로 가진 특강에서 이 노래를 들려줬더랬습니다. 아이들이 1년 내내 이 노래만 불렀다고 하더군요. 
 
 여기를 클릭 하시어 들어보세요. 뷸륨 업 !
 
http://v.youku.com/v_show/id_XMTgwMzY5NjA4.html

 중국인들과 접촉이 있는 분이라면 이 노래 꼭 자기 것으로 만드세요. '친구'하자며 노래까지 들려주며 접근하는 외국인을 좋아하지 않을 중국인은 없겠지요. 하시는 일도 잘 풀릴 겁니다.

 자, 음악 감상이 끝났으면 오늘 강연 콘서트를 본격 시작합니다. '중국경제 콘서트 (4)'에서 이어집니다.
 *************

 지난 5월 28일 원자바오 총리가 서울에 왔습니다. 천안함 사태가 최대 관심이었지요. 이튿날 이른 아침 그가 신라호텔에서 한국 대기업 총수들을 만납니다. 삼성, 현대기아차, LG, 포스코, STX 등의 그룹 회장급 인사가 참석했습니다. SK가 왜 빠졌냐고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뒷 배경을 알고나면 '깜'도 안되는 얘기 꺼리인데 말입니다.
 
 자리 분위기가 묘했습니다. 각 총수들이 '우리 회사의 중국 투자사업에 선처를 바란다'며 원 총리의 관심 끌기에 안간힘이었지요. LG는 광저우 LCD공장 승인을 요청했습니다. 현대는 베이징 제3공장 건설에 도움을 달라고 했고요. 삼성, 포스코, STX 등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우리 사업 잘 봐달라고 애걸하는 모습이었다"고 코멘트하더군요.

 당연합니다. '비즈니스'의 연장이니까요. 더군다나 총리를 만났으니 사업 돌파구를 뚫는 데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관심을 갖는 것은 그 역학 구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 정치인들은 한국기업을 만나면 '우리 지역에 투자해 달라'며 악수를 청하고, 머리를 숙였습니다. 그런데 그게 바뀐 겁니다. 이제는 돈과 기술을 갖고 중국에 투자한다고 해도 그들은 시큰둥한 반응입니다. '그래, 그러면 조건에 맞는지 심사부터 하고'라 말합니다. 삼성과 LG는 최첨단 LCD공장 설립 신청을 냈으나 중국 당국은 몇 개월 째 '지둘리'라고만 합니다. 속절없이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관계자들은 속이 타들어갑니다.
 
 만일 이들 공장을 다른 나라에 투자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미국조차 신발 벗어던지고 달려왔을 겁니다.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해외직접투자(FDI)유치에 열성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중국이야 가만히 있어도 돈싸들고 오겠다는 기업이 줄을 섰습니다. 콧대가 높을 밖에요. 중국 투자환경이 그 만큼 변한 겁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다시 텐진 에어버스 공장으로 갑니다.

 지난 6월 9일 이곳에서 제작한 A320비행기가 고객에 인도됩니다. 올들어 11번째 비행기였습니다. 이 비행기는 '중국의 날개(中國翼)'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왜 냐구요? 이 비행기의 날개를 중국 기업이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당초 중국과 에어버스는 부품 100%를 유럽에서 가져와 중국에서 조립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11번째 비행기부터는 중국산 부품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그들의 계약이 바뀌었는지, 아니면 경비절감 차원에서 중국산을 썼는지는 정확히 알 길 없습니다. 다만 날개 부분을 통째로 중국기업이 만들었다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날개는 비행기에서도 매우 복잡한 부품입니다. 그만큼 높은 기술력이 요구됩니다. 그걸 중국기업이 만든 겁니다. 에어버스가 요구하는 기술수준을 모두 충촉시켰기에 납품할 수 있었습니다. 이미 텐진 에어버스 공장 부근에는 20여개 항공기 부품 제작업체들이 들어섰습니다. 텐진 빈하이(濱海)에 중국 항공산업의 싹이 트고 있는 겁니다.

 텐진 에어버스 공장의 미래는 어떨까요?
 베이징 쑨이(順義)에 있는 베이징현대자동차 공장으로 갑니다.
 
현대자동차.jpg

 현대자동차가 베이징에서 승용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게 2003년 초였습니다. 특파원 시절 그 현장을 지켜봤었지요. 공장 가동 초기부터 생산했던 쏘나타는 아직도 베이징현대의 주종 모델입니다. 그러나 바뀐 게 하나 있습니다. 생산방식이지요. 2003년만 하더라도 베이징 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 부품 중 중국 내 조달 비율은 40%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60%부품은 모두 한국에서 가져와야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기술요구 수준을 맞춘 부품이 그만큼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다름니다. 전체 부품 중 90%이상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중국의 자동차 부품 기술이 높아졌다는 얘기입니다. 중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완제품을 중국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진정한 의미의 ‘현지화’가 이뤄지고 있는 겁니다. 중국화가 되고 있는 것이지요.
 
 텐진 에어버스도 베이징현대의 전철을 밟게 될 것입니다. 언젠가 에어버스도 중국기업이 되겠지요.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이것을 가능케 했던 게 바로 '기술(Technology)'입니다. 중국 내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해외기업을 품을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쯤해서 중국경제 30년 기술발전 전략을 '휙~' 집어보겠습니다.

 1978년 말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시작합니다. 돈도, 기술도 없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지천에 깔린 사람뿐이었지요. 화교자본을 대상으로 'Cosilation'이 시작됩니다. 여기 저임 노동력이 넘쳐나고 있으니 와서 공장을 세우라고 꼬셨지요. 그렇게 화교 자본이 중국 땅으로 갔고, 일본이 갔고, 그리고 한국이 갔습니다. 80년대 얘기입니다.

 그러나 재봉틀 공장(소규모 임가공 공장)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된 굴뚝을 끌어와야 했지요. 그래서 80년대 말부터 유행한 말이 '시장으로 기술을 바꾼다(以市場換技術)'라는 겁니다. '시장 줄테니 기술 다오'라는 식이죠. 특히 자동차가 그랬습니다. 자동차 회사를 유치해서, 그들을 통해 기술을 배우자는 것이었지요. 1986년 폭스바겐이 중국으로 갑니다. 1990년대 들어 자동차, 가전, 정보기기, 화공, 철강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서방 기업이 그 뒤를 따릅니다. 시장을 준다니까요. 그 과정에서 일부 기술이 중국으로 이전되게 됩니다.

 2000년대 들어 학계를 중심으로 '기술과 시장을 바꾼다'는 전략에 비판적 시각이 제기됩니다. '외국기업이 시장은 다 먹었을 뿐 핵심 기술은 이전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자동차가 특히 그러했습니다. 엔진 등 핵심 기술은 모두 해외 본사에서 개발하고, 중국에는 하급 기술만 넘겼습니다. 모델도 '구닥따리'가져다 쓰고요.
 
 '이제 믿을 것은 우리 뿐'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후진타오 주석이 2003년 새 정부를 구성하자마자 내놓은 게 바로 '자주창신(自主創新)'입니다. 독자적으로 기술을 개발하자는 것이지요. 정부와 기업이 대대적으로 기술개발에 투자하게 됩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연구개발(R&D)투자는 매년 20% 안팎 증가했습니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0.9%에 그쳤던 R&D 투자는 지금 1.5%까지 높아졌습니다. 5년 내 선진국 수준인 2.3%까지 끌어올린다는 게 중국 정부의 계획입니다.
 
 지난 주 언급했던 C919는 바로 그 '자주창신'을 상징하는 개발 품이었던 겁니다. 항공기는 첨단기기의 집합체입니다. 그 항공기를 자국 기술로 개발할 정도의 자주기술을 중국은 확보해가고 있는 겁니다.

노재만.jpg노재만 베이징현대 사장. 지난 2002년 현대자동차 중국사업 담당(상무)로 발령받아 베이징으로 간 이후 7년 넘게 현대자동차의 중국사업을 현장에서 이끌어왔다. 성균관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 CEO다. 베이징 부임 초기 중국에 대해 거의 백지상태였던 노 사장은 지금 중국 내 생산과 유통, 판매 등을 꿰뚫고 있는 최고 비즈니스 전문가가 됐다. 
 그가 이끌고 있는 베이징현대는 작년 중국에서 57만대 승용차를 판매 시장점유율 6.9%를 기록했다. 상하이VW, 상하이GM, 이치VW에 이은 제4위다. 현대는 베이징에 제3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역시 중국정부의 비준이 사업 확장의 열쇠다. 

 그렇다고 '시장과 기술을 바꾼다'는 전략이 완전 폐기된 것은 아닙니다. 성격이 바뀌었을 뿐이지요. 옛날 시장은 기술 이전에 대한 보답으로 서방기업에 넘겨주어야 할 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가전제품 IT기기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한 지금은 다릅니다. 이제는 '무기'가 됐습니다. 시장을 무기로 구미에 맞는 서방 기업을 골라 받아들이고 있는 겁니다. '중국 시장에 들어오려면 기술을 가져와라'는 식입니다. 기술없는 기업은 아예 중국 갈 생각도 못하는 시대입니다.
 
 그래도 텐진 에어버스는 행복한 편입니다. 중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이 있기에 중국에서 환영받고, 시장을 먹을 수 있는 겁니다. 현대자동차 역시 즐겁습니다. 비교적 일찍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기에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습니다. 합류한 겁니다. 호랑이 등에 올라 탄 것이지요.
 
 그러나 기술력이 없는 기업에게 중국시장은 점점 장벽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합류의 기회도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큰 규모의 투자라도 '우선 우리 경제에 적합한지 심사부터 하고'랍니다. '너희들 아니어도 오겠다는 데는 많다'는 식이지요. 그들을 압도할만한 기술이 없으면 중국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기술력이 없는 기업에게,
 그 크다는 중국시장은 도화지에 그려진 '그림의 떡'인 게지요.

 우디
 Woody Han(無敵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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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ody Han님의 추천 포스트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0 06:53

중국경제 콘서트(3)'에어버스,자석에 끌리다'

 이 콘서트는 '유럽 재정 위기의 저변에 중국이 있다'는 다소 도발적인 문제를 던져놓고 시작했습니다. 중국인들이 유럽의 일자리를 빼앗고, 그래서 유럽의 실업이 늘어났고, 실업수당이 많아졌고, 정부 재정부담이 커졌고, 결국 위기가 빚어졌다는 '여행자의 이야기'였지요.

 물론 비약이 심한 논리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단순하고요. 혹자는 '엉터리 논리로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고 비난합니다. 
 
 자 여기 또 다른 얘기를 보내드립니다. '뚱단지 논리'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를 제시합니다. '중국경제 콘서트(1)'과 '중국경제콘서트(2)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혹 읽지 않으셨다면 다음의 사이트를 읽고 오세요. 
 http://blog.joins.com/media/folderListSlide.asp?uid=woodyhan&folder=1&list_id=11641134 

 자, 그러면 오늘의 콘서트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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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에어버스 공장이 어떻게 텐진 빈하이(濱海)신구로 오게 되었냐고요?
 그 내력은 이렇습니다.

 2006년 10월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합니다. 기업인들을 대거 대동하지요. 이 때 에어버스 회장도 옵니다. 그리고는 계약을 체결하지요. 텐진에 에어버스 조립공장을 지어 2009년부터 양산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이 계약 체결과 함께 또다른 뉴스가 타전됩니다. '중국은 에어버스 항공기 170대를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는 겁니다. 조립공장 댓가로 한 턱 크게 쏜 것이지요. 그렇게 에어버스는 텐진 행(行)루트를 타게됐습니다.
 

에어버스.png

 신문에 보도된 관련 뉴스는 길어야 원고지 5장, TV보도는 길어야 2분입니다. 그러나 그 뉴스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엄청난 작업이 물 밑에서 진행되지요. 에어버스의 텐진행에도 엄청난 '백(back)작업'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한 해 항공여객 수요가 약 8~9% 속도로 증가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니 당연한 얘기지요. 문제는 비행기입니다. 이 속도로 가면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은 한 해 평균 약 145대의 비행기를 새로 투입해야 합니다. 저의 억측이 아닙니다. 보잉이 지난 2007년 발표한 통계입니다. 이 통계는 2008년부터 2017년까지 20년 동안 중국은 2880대의 항공기를 새로 사와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홍콩 마카오를 포함하면 3700대로 늘어납니다. 중국은 실제로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150대 안팎의 비행기를 사들였습니다.
 
 비행기는 누가 팔지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잖아요. 둘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 두 회사 한 테 찾아가 비행기를 사야합니다.

 비행기 한 대에 약 1억달러 잡습니다. 쩌장성의 아가씨 근로자들이 재봉틀을 돌려 만든 셔츠 1억 벌을 팔아야 나오는 액숩니다. '비행기 한 대 사려고 셔츠 1억 벌을 팔아야 한다'라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어쨌든 대충 잡아도 한 해 150억 달러가 이들 두 회사로 흘러드는 겁니다.

 보잉과 에어버스에게 중국은 회사의 미래가 달린 땅이 됐습니다. 중국시장에서 이기는 회사가 두 회사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땅 따먹기 경쟁'에서 이기는 겁니다. 두 회사는 중국시장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지요.

 칼자루를 쥔 쪽은 중국입니다. 중국은 두 나라를 때로는 경쟁시키기도 하고, 고의로 배척하기도 합니다. 영도자가 미국에 갈 때 보잉 비행기를 몇 대 더 사주고, 유럽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하면 에어버스 주문을 취소하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요. 시장의 힘입니다.

 중국이 이들 두 민간항공기 제작회사를 놓고 더 큰 딜을 시도합니다. '중국에 와 조립 생산을 하라'는 제안이었지요. '임금 싼 중국이야말로 조립생산의 천국아니냐'는 식입니다. 압력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많이 벌어가는데 뭔가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압박이지요. 간청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장 줄테니 기술다오'라는 식입니다.

 두 회사는 거부합니다. '니들 우리 기술 빼가려고 그러지? 그 시커먼 속셈을 모를 줄 알고'라는 반응이었습니다. 기술유출을 우려했던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중국시장의 힘을 부정할 수 없었습니다. 말굽자석에 철가루 끌리듯 끌려갈 수 밖에 없었지요. 에어버스가 먼저 손을 들었습니다. 보잉을 이길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긴 겁니다(보잉은 미국정부의 엄격한 대중국 첨단기술 유출 억제 정책으로 인해 중국으로 가기가 어려웠다는 요인도 있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었습니다. 모든 부품을 유럽에서 가져와 중국에서는 100% 조립만 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렇게 에어버스는 중국으로 가게 된 겁니다. 상하이로 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원자바오 총리가 '시내루'를 줬습니다. 고향 텐진으로 오라는 것이지요. 그렇게 2006년 10월 조인식이 이뤄졌던 겁니다. 꼭 1년 전인 2009년 6월 텐진공장에서 중단거리 모델인 A320 항공기가 첫 선을 보였습니다. 지금도 에어버스 공장에서는 조립작업이 한창입니다.

지식.jpg자본시장 교류가 한중 경협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저자의 관점에 동의한다. '중국증시 콘서트'는 중국 자본시장을 노리는 금융인과 일반 투자자들에게 '적진'의 상황을 간명하면서도 빠짐없이, 생생하게 전달해주고 있다.
 중국이라는 미지의 땅을 개척하기 위해 지금도 수많은 사업가들, 직장인들이 뛰고 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법, 비즈니스맨들이여 새롭게 다가오고 있는 중국 자본시장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회장

  에어버스는 유럽의 자존심입니다. 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이 합작으로 만든 회사지요. 조립공장은 툴루즈(프), 함부르크(독), 세빌리에(스페인)등에 있습니다. 그런 에어버스가 처음으로 공장을 비(非)유럽지역에 설립했고, 그 곳이 바로 텐진이었던 겁니다. 공장이 왔습니다. 당연히 일자리도 따라옵니다.
 
 에어버스 텐진공장은 작년 22대의 A320을 제작해 전량 중국항공사에 공급했습니다. 올해에는 26대를 생산할 계획이랍니다. 내년부터는 한 달 4대 생산 체제를 구축한다고 하더군요. 1년 50대 정도가 만들어져 중국 하늘을 날게 되는 것입니다. 이 비행기는 원래 유럽의 노동자가 만들어야 했었을 비행기였습니다. 그들은 조립공장이 중국으로 옮겨지면서 일자리를 위협받게 됩니다. 텐진 노동자가 에어버스에서 일자리를 찾는 그 순간 유럽 하늘 아래 어느 노동자의 밥그릇이 날아가는 구조입니다.
 
 중국이 유럽의 일자리를 빼앗아 유럽의 위기를 조장했다는 말, 아직도 '혹세무민의 논리'라고 치부하시나요?

 우디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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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0 06:48

중국경제 콘서트(2) '개도 돌아보지 않는 맛'

 지난 월요일 '중국경제학 콘서트' 첫 회(결국 중국탓인가?)를 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와 주셨네요. 감사합니다. 핸드폰 소음(악플)이 울리기도 했습니다. 공연장에서는 핸드폰 꼭 꺼주세요.

 독자께서 '비교우위'를 언급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비교우위는 국제무역 이론의 핵심입니다. 당연히 유럽이나 중국 모두 비교우위를 가진 쪽으로 특화해야지요. 문제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비교우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 텐진(天津)이야기의 주제가 바로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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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고뿌리(狗不理)'라고 아세요? 텐진에 있는 유명한 만두집입니다. '不理'라는 중국어의 뜻은 '쳐다보지도 않는다','무시한다'라는 뜻입니다. '狗'가 '개(멍멍이)'니까, 결국 '狗不理'는 '강아지도 돌아보지 않는다'라는 뜻이네요. '얼마나 맛있기에 강아지도 돌아보지 않고 먹나'라는 말이 나옵니다. 정말 독특하고 맛있습니다.
 

고부리.jpg

 1858년 청(淸)나라 함풍제 시절, 텐진 근교에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아버지 나이 40살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습니다. 애지중지, 얼마나 이뻤겠습니까. 가오궤이요우(高貴友)라는 이름을 붙여줬습니다. 그리고는 아호를 '狗子'라고 했습니다. '강아지'라는 뜻이지요. 우리나라 어른들도 이쁜 아이를 보면 '아이구 내 강아지'라고 하잖아요. 중국 사람들 에게도 '狗子'는 애칭이었나봅니다. 아니면 탈없이 크라고 속된 이름을 붙여줬는지도 모르지요.

 어쨌든 녀석이 잘 큽니다. 14살 때 그가 텐진으로 나옵니다. 만두집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손재주가 좋았답니다. 만두 만드는 데 흥미를 느꼈고요. 그는 어깨너머로 만두 만드는 것을 훔쳐 배웠습니다. 혼자 남아 연습도 해보고요. 만두공부 3년, 그가 자기만의 독특한 맛의 만두를 개발합니다. 만두 속 고기와 야채의 비율을 달리한 겁니다. 

 독립합니다. '德聚號'라는 만두집을 냈습니다. 대박이었답니다. '狗子'가 만든 만두가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쏟아지는 손님으로 '狗子'는 눈 코 뜰 사이가 없었답니다. 손님들이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군요.

 '狗子賣包子, 不理人'('狗子'가 만두를 만들 때에는 사람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 말에서 '狗不理'가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원래 상호보다는 '狗不理'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아예 상호를 '狗不理'로 바꿨지요.

 청나라 말기 텐진에서 꿍꿍이 속을 키우던 원세개(袁世凯)가 그 맛에 반합니다. 서태후에게 고뿌리 만두를 바치지요. 미식을 즐기던 서태후는 만두맛을 보고는 '야, 세상에 이렇게 맛있는 만두 처음 봤다'며 대 놓고 먹게 되지요. 고뿌리 만두가 베이징, 화북지역, 그리고 전국적으로 유명해지는 계기였습니다. 
 
 고뿌리는 지금 식당 체인그룹이 됐습니다. 국제화에도 적극적이어 해외에도 점포를 냈다는군요. 강남 어딘가에 고뿌리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시는 분 위치가 어딘지, 맛이 어떤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스토리텔링의 시대입니다. 모든 서비스업체들은 내 상품에 스토리를 만들어 팔아야 합니다. 특히 관광분야는 더 그렇습니다. 무릇 모든 관광상품은 스토리가 있어야 살아나는 법입니다. 고뿌리가 그랬듯 말입니다. 
 
 아이구, 너무 서론이 길었어네요.
 고뿌리 만두 실컷 먹었으니 이제 취재 가야할 시간입니다.

 텐진 빈하이(濱海)신구라는 곳이 있습니다. 경제개발구입니다. 텐진시정부는 '상하이에 푸둥(浦東)이 있다면 텐진에는 빈하이가 있다'라며 빈하이신취를 띄웁니다. 제눈에는 푸둥을 잡으려면 '하세월'이겠지만 말입니다.

 그곳에 '에어버스'공장이 있습니다. 일반인의 투어도 허용합니다. 

 에어버스 공장이 어떻게 이곳에? 그 내력은 이렇습니다.

 중국은 한 해 항공여객 수요가 약 9% 속도로 증가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니 당연한 얘기지요. 문제는 비행기입니다. 이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 해 비행기 약 148대를 사들여야 합니다. 제 추산이 아닙니다. 미국 보잉사의 통계입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10여년 동안 매년 130~150대의 비행기를 사들였습니다. 

 글이 길어집니다.
 본격적인 주제는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네요.
 돌아오는 월요일 글을 이어 올리겠습니다. 

 우디
 Woody Han

 졸저 '중국증시 콘서트'가 잘 팔려나가고 있답니다. 독자여러분의 성원이 있기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한 독자께서 댓글을 통해 양치(央企)관련주 리스트를 찾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이 사이트(http://wenku.baidu.com/view/3c564a8102d276a200292e60.html)에 들어가시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AH프리미엄지수 찾는 법도 요구하셨습니다. 이 사이트(http://hkquote.stock.hexun.com/urwh/gglb/4.shtml)에서 확인하면 됩니다. 계산방법이 달라 책 내용과는 거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책을 읽으시다가 댓글로 문의를 하시면 기꺼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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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0 06:43

중국경제 콘서트(1) '결국 중국 탓인가?'

 지난 주말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이야기가 있는 이루마 콘서트'였습니다. 피아노를 즐기는 아들과 함께 갔지요. 손범수 아나운서 부부가 사회를 보고,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이루마씨가 연주했습니다. 잔잔했습니다. 마치 내 가슴 속에 강물이 흐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콘서트 내내 '나도 저런 콘서트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중국경제 콘서트'를 열고자 합니다. 중국경제를 주제로 사이버 콘서트를 열겠습니다. '중국 경제와 관련된 에세이'정도가 되겠네요. 쉽게 쓸테니, 부담없이 읽어 주세요. 인터넷 공간에 열린 작은 음악당이라고 생각하시고 들어주세요. 중국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든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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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한 휴가를 얻어 아내와 함께 로마에 다녀왔습니다. 매달 20만 원 씩, 2년 간 부었던 '계 돈'을 타서 갔더랬지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유럽 경제가 불안하다고 하잖아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선입견이 있어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되, '왠지 축 늘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명품점에 들러봤습니다. 중국인이 많이 눈에 띄더군요. '맛이 쪼금 가는 유럽, 떠오르는 아시아'라는 생각도 했지요.

 '왜 유럽의 여러 나라가 재정위기에 휩싸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런 얘기를 아내에게 하면 '놀러온 거야, 취재 온 거야?'라고 핀잔합니다. '지독한 직업병'인 것을 어쩌겠습니까.

 기차를 타려고 뒷 골목을 지나는데 한자 광고판이 눈에 띄었습니다. 옷가게였지요. 화교들이 운영하는 숍이었습니다.

로마화교.jpg

 "이 물건 파는 거냐?"
 "우리는 도매만 한다. 중간 상인들이 와서 볼 샘플이다."
 "어디서 오는 물건이냐?"
 "쩌장(浙江)성 이우(義烏)에서 온다."
 "화교냐?
 "그렇다. 부모님이 원저우(溫州)출신이다."

 말로만 듣던 원저우 화교를 유럽에서 만나게 된 겁니다. 그 골목으로 접어드니 긴 거리 양변이 모두 중국 상품 도매시장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이탈리아 전역으로 중국상품이 퍼져나간다고 하더군요.

 로마 시내 쇼핑센터에 들렀습니다. 명품의 나라라 역시 달랐습니다. 수 십만 원 짜리 구두와 핸드백이 고객을 유혹했습니다. 그러나 호화 쇼핑센터 뒷편에는 역시 중국산 제품이 즐비했습니다. 원저우 화교들이 공급했던 바로 그런 종류의 옷이었습니다. 고급백화점보다 사람도 많고, 훨씬 잘 팔리는 듯 보였습니다. 경기가 안 좋을 수록 더 잘 팔린다는군요.

 이탈리아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있는 나라입니다. 그들의 천재성은 인류사에 거대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이탈리아인들의 예술성은 오늘에도 이어져 명품 부국이 됐습니다. '프라다' '페라가모' '구찌'…. 명품 제국입니다.  그런 나라에 지금 중국산 저가 제품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겁니다. 쌀벌레 쌀 파먹듯 말입니다.

 지금 이탈리아에서 팔리는 중국산 제품은 중국의 쩌장성의 한 시골에서 만들었을 겁니다. 옛날이라면 달랐겠지요. 모두 이탈리아인들이 만들었을 겁니다. 맵시있게 제품을 만들었던 이탈리아의 수공업자들은 저임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막강한 생산력에 밀려 일감이 점점 떨어지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이탈리아는 중국에게 일자리를 빼앗긴 것이겠지요. 실업이 늘어났을 겁니다.

 유럽은 사회보장제도가 잘 된 나라입니다. 실업자가 생기면 국가에서 돈을 들여 보살펴줍니다. 실업이 늘어난 만큼 국가재정은 어려워질 겁니다. 이탈리아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크게 다르지 않겠지요. 중국에서 싸구려 제품이 수입되는 것 만큼 이탈리아의 실업이 늘어나고, 국가 재정이 어려워집니다. 세계공장 중국의 등장이 명품 제국 이탈리아를 타격한 것입니다.

 그래서 일부 유럽국가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했다는 논리가 가능합니다. 지금 유럽이 겪고 있는 재정위기의 저 밑바닥에는 '중국'이 있는 겁니다. 중국 탓이라는 얘기가 나올 법하지요.

  지나치게 단순화한 논리의 오류라고요?
  맞습니다. 여행자의 엉성한 얘기이지요.

  자 그렇다면 이런 이야기는 어떨까요?
  다음 회에는 텐진(天津)으로 가보겠습니다.

 
  우디

  Wo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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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글로컬 /중국2010.07.10 06:31

중국경제 콘서트(6)"디오르 여인이 상하이로 간 까닭"

 4월 로마 휴가 얘기를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공항을 빠져나올 때였습니다. 큼지막한 광고판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디오르' 광고판이었지요.
 
 바로 이 사진입니다.

다빈치1.jpg
 
 꼼꼼히 보도록 하지요. 한 여인이 핸드백을 들고 있습니다. 물론 '디오르'핸드백일 겁니다. 여인은 어디론가 떠나려는 모습입니다. 옆 신사가 여인의 팔을 잡습니다. '가긴 어딜, 보낼 수 없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배경은 상하이 푸둥(浦東)입니다. 이탈리아 광고판에 웬 상하이….

 광고판 앞에서 상념에 빠지게 됩니다. 무릇 모든 그림에는 스토리가 있는 법, 이 광고에도 스토리가 있을 듯 싶었습니다. 배경 푸둥이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듯 합니다. '뭐, 느끼는 것 없어?'라고 아내에게 물어봅니다. 아내는 '바티칸에서 그림을 많이 보더니 별걸 다 생각하네'라고 핀잔입니다.

 여행은 끝났습니다. 다빈치 공항의 광고판은 내 머리에서 사라지는 듯 했지요. 그러나 '디오르 여인'은 전혀 다른 곳에서 다시 내 앞에 나타납니다.

 4월 말 엑스포 취재를 위해 상하이에 갔습니다. 베이징을 거쳐 홍차오(紅橋)공항에 도착하니 공항에서 낮익은 여인이 저를 맞이합니다. 벽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이었지요. 이 사진입니다.(함께 취재 갔던 중앙일보 김형수 기자 촬영)

다빈치2.jpg

 '아니, 이 여인이 여길 어떻게….' 그 핸드백, 그 표정 그대로였습니다. 반가웠습니다. 1개월 만에 아름다운 여인을 재회했으니 말입니다. 그 매혹에 빠져들 수밖에요.

 그랬습니다. 로마에서 신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했던 그 여인은 상하이로 온 것입니다. 다빈치 공항 사진의 뒷 배경은 그 여인이 꿈꿨던 곳이 어디 였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지요. 그게 바로 다빈치 공항 디오르 광고의 비밀이었습니다. '다빈치 코드'였던 게지요.  
 
 저에게 다빈치공항의 광고판이 던지는 의미는 분명해 보였습니다. 세계 명품 브랜드가 지금 중국 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겁니다. 디오르 여인이 상하이로 왔듯 말입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팔린 보석·화장품 등 명품 브랜드 제품은 약 94억 달러에 달했습니다. 전 세계 명품 소비액의 27.5%입니다. 일본에 이은 세계 2위지요. 통계를 집계한 세계사치품협회(WLA)는 “중국의 명품 소비액은 2015년 146억 달러에 달해 일본을 누르고 세계 최대 럭셔리 소비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소비시장의 꽃이라는 명품브랜드 시장에서 조차 중국이 세계 최대 규모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이지요.

 
 항저우(杭州)에 들렀습니다. 시내 중심가 쇼핑센터인 완샹청(萬象城). 이곳 1층에 루이뷔통 매장이 엑스포를 앞두고 오픈했습니다. 매장 면적 1800㎡. 루이뷔통의 단일 매장으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입니다. 꼭 이렇게 넓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매장 관계자는 "쾌적한 쇼핑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웃습니다. 명품브랜드 소비 붐이 상하이 베이징 등 대도시를 건너 이웃 2급도시로 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명품브랜드의 움직임은 글로벌 소비시장의 트랜드를 보여줍니다. '세계 공장'이라던 중국이 이제는 '세계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지요. 루이뷔통이건 디오르건, 프라다건, 명품 브랜드는 이제 이 시장에서 운명을 건 한 판 시장쟁탈전을 벌여야 할 판입니다. 
 
 '디오르 여인'인 상하이로 온 이유,
 이제야 그 궁금증이 풀렸습니다.

 우디한
 Wood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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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