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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2011.07.28 05:16

창의적 성취물을 얻는 조직의 비밀

LG경제연구원 보고서…아이디어 발굴되고 창의가 꽃피는 조직

2011년 07월 28일(목)

> 창의·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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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브루클린 다저스(현 LA 다저스)의 개막전에 흑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인 재키 로빈슨이 출전했다. 1루수로 출전한 로빈슨은 “우리 야구장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너는 죽음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위협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로빈슨은 강인한 정신력과 자긍심으로 모든 역경을 헤쳐 나갔다. 다저스에서 뛴 10년간 그는 통산 타율 3할 1푼 1리, 도루 197회, 올스타 선정 6회 등 메이저리그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그의 출현은 미국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으며,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바꾸어 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창의적 산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런데 로빈슨이 이런 족적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은 숨은 공로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당시 다저스의 구단주였던 브랜치 리키였다. 평소 야구계에서 인종의 벽을 허물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던 리키는 풋볼과 육상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던 로빈슨을 그 적임자로 점찍었다.

그리고 로빈슨에게 1년간의 마이너리그 경험을 거치게 한 후 ‘흑인과 함께 야구를 할 수 없다’던 주전 선수들에게 트레이드 압박까지 가하며 메이저리그에 데뷔시켰다. 만약 리키가 없었다면 로빈슨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칠 기회를 잡지 못했을 것이고, 흑인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되는 시점도 상당히 늦춰졌을 것이다.

LG경제연구원 김범열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창의적 성취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위의 사례처럼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개인뿐만 아니라 아이디어를 평가하고 선택하는 평가자, 차후 창의적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데 디딤돌로 활용이 가능한 축적된 결과물 등 세 가지 요소의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은 주로 어떻게 하면 창의적 아이디어가 풍부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만 관심을 가져왔다. 하지만 아무리 개인의 아이디어가 탁월하다고 할지라도 이러한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하고 선택할 수 있는 조직 역량이 없다면 지속적으로 창의적 산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김 수석연구위원은 지적했다.

특히 구성원들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선택하여 이를 창의적 산출물로 연결시키려면, 리더가 ‘자신이 가장 많이 알고 있다’는 과신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의 다양한 창의적 아이디어가 마음껏 발현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조직 시스템과 리더 역량 중요해

애플이나 구글은 개인들의 창의적 아이디어와 열정을 바탕으로 미약했던 존재에서 오늘날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한 대표적 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창업자들이 가진 아이디어의 잠재적 가치를 알아보고 뒷받침을 해준 매콜라나 슈리람 같은 이가 없었다면 어쩌면 이들 기업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지 모른다.

김범열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도출된 아이디어를 제대로 평가하고 지원할 수 있는 조직과 리더 역량의 중요성에 대한 좋은 예로 소니사의 게임 사업 진출을 들었다.

1980년대 말 소니는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슈퍼 패미콤’에 자사의 컴퓨터 디스크 기억장치를 장착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탁월한 연구개발 능력을 보유한 소니가 기술 개발의 주도권을 잡을 경우 게임 사업을 소니에 헌납하는 일이 생길까봐 우려한 닌텐도는 소니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필립스와 제휴했다.

이제 소니는 단독으로 가정용 게임기 시장에 진출할지의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당시 합작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구타라기 켄은 소니가 개발하고 있는 3D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하는 새로운 포맷을 활용할 경우 닌텐도가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놀라운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제안하며 게임사업 참여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런데 구타라기는 재능이 많지만 고집이 세고 상사 및 직원들과의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는 너무 많은 사람과 충돌을 일으켜 사내에는 그를 비난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임원들은 게임기 시장에 단독으로 진출하자는 그의 의견을 지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소니 CEO였던 오가 노리오는 구타라기의 아이디어에서 가능성을 보고 사업 추진을 승인했다. 구타라기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노리오는 한 부품업체의 반도체 주문량 보장에 대해 ‘회사가 보장해줄 수는 없으나 개인적으로 내가 보장해주겠다’고 말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구타라기의 창의력 역량이 아무리 뛰어났다고 해도 오나 노리오의 지원이 없었더라면 게임 산업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스 스테이션’은 시장에 출시되지 못했을 거라고 김 수석연구위원은 지적했다.

그런데 창의적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데는 필연적으로 위험이 수반되고 실패가 발생한다. 이런 실패를 두려워해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그 조직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실패를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돼야

2002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일본 시마즈제작소의 다나카 고이치의 사례를 보면 실패를 새로운 도전의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 실패를 새로운 도전의 귀중한 자산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다나카는 시마즈제작소에서 레이저 광선을 쬐어 단백질을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다나카가 맡은 부분은 레이저 광선의 힘을 약화시키는 완충제를 연구하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완충제 실험을 하던 다나카는 실험 용기를 착각해 글리세린과 코발트를 우연히 섞게 되었다. 코발트 미세 분말은 매우 값이 비쌌으므로, 그는 잘못 혼합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에 버리지 못하고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완충제를 비타민 B에 섞어 레이저 광선을 쏘이자 글리세린의 양과 코발트 분말의 양이 최적 상태가 된 지점에서 단백질이 이온화하여 분리되었다. 세기의 대발견은 이렇게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의 발견은 결코 단순한 우연만은 아니었다. 회사는 다나카에게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주었고, 이를 발판으로 그는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실험을 했기 때문에 이 우연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게 김 수석연구위원의 지적이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들의 성공 철학을 연구한 나폴레인 힐은 그의 저서 ‘부의 비밀’에서 “인생에서 성공을 만나려면 숱한 일시적 좌절과 실패를 맞닥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500명 이상의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실패가 자신을 사로잡은 그 지점에서 바로 한 발짝 너머에 인생 최대의 성공이 있었다고 말했다는 것.

김 수석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실패가 바람직할 수는 없지만, 실패를 거울삼아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획기적인 혁신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 2noel@paran.com

저작권자 2011.07.28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