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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11 카이스트 학생 자살과 한국의 이공대생
2011.04.11 03:22

카이스트 학생 자살과 한국의 이공대생자살로 내 몬 기성세대, 사회도 책임져야2011년 04월 11일(월)

카이스트 재학생이 올해로 4명 자살해 꽃다운 삶을 마감했다. 

이번 자살사고로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 취임 이래 실시된 이른바 카이스트 개혁 드라이브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카이스트는 개교 이래 이공계 우수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등록금 전액을 국비로 지원했다. 현 서남표 총장은 면학분위기 조성을 위해 2007년부터 일정 학점 이하의 학생의 경우 차등적으로 등록금은 납부하는 ‘징벌적 수업료제’를 시행했다.

카이스트 재학생, 올해 4명 자살

평점 3.0 이상이면 수업료가 면제되지만 평점 2.0~3.0 미만이면 0.01점당 약 6만원씩을 본인이 내야 한다. 평점 2.0 미만이면 수업료 600만원과 기성회비 150만원을 전부 내야 한다.

이전까지 전액 수업료 면제를 받았던 학생들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주는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해마다 재적인원(학부기준 약 5천명)의 10% 내외 정도가 등록금 부담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국비로 학교를 다니는 소위 ‘무임승차’를 방지하는 것과 애초의 목표대로 면학분위기 조성이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세간의 비판처럼 학생들을 무리한 경쟁으로 내몬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번 자살사건을 계기로 카이스트는 징벌적 수업료제를 폐지키로 하는 등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자살한 학생이 어떤 이유로 자살했는지는 본인 이외에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단언할 수는 없지만 지금 세간에서 회자되는 입학사정관제도, 영어 수업, 징벌적 수업료제 등이 총체적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들만으로 올해에만 4명 자살이라는 충격적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흔히 대한민국 공과대학 빅3라고 하면 서울대 공대, 카이스트, 포항공대를 꼽는다. 이들 3 학교는 고등학교 이공계열에서 수석, 차석을 앞 다투는 영재들이 진학하는 학교이다. 이렇게 진학한 학생들 가운데에는 정말 이공계 공부가 재미있고 이 분야에서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내겠다는 야무진 꿈을 갖고 입학한 학생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도 있다.

대한민국 공대 빅 3의 현실은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 대학입시는 서열화 돼있다. 각 학교 이공계열 1등은 거의 예외가 없이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의학전문대학의 도입으로 지금은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이전에는 거의 정설로 굳어진 현상이다. 

의대에 입학하지 않고 공대에 입학해서 공학도로서 착실히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우리나라 주요대학 공과대학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서울대는 재학생의 절반 이상이 고시공부를 한다. 법대생뿐만 아니라 공대생들도 사법시험 공부를 한다. 사법시험뿐만 아니라 행정공시, 외무고시, CPA 등 각종 시험에 문과, 이과 가릴 것 없이 준비한다. 

서울대 공대생들이 사법고시를 공부하는 이유는 공학보다 법학을 특별히 더 좋아해서만은 아니다. 공대를 졸업해 회사원으로 취직하는 것보다 고시공부를 해서 법조인으로 진출하는 것이 장래 자신의 미래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학전문대학원 도입으로 법학전문대학원을 진학하거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의학전문대학원과 연관성이 높은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과, 생물학과, 생화학과의 경우 과 수석은 관례적으로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한다.

조금 과장해서 애기하면 과 톱은 전문대학원으로 진학한다. 상위 우수학생들은 각종 고시시험이나 자격증 시험에 매달린다. 중상위권 학생들은 일반 회사에 취직한다. 전문대학원진학도 회사 취직도 애매한 상황에 처한 학생들에게는 대학원이라는 ‘비상구’가 있다. 대학원 공부가 좋아서 향학열에 불타서 순수한 열정으로 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물론 있지만 현실이 그렇다는 얘기다. 

문·이과를 가리지 않고 주요대학 주간 석사과정 모집은 경쟁률이 2대 1을 넘기가 힘들다고 한다. 박사과정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서울대 공대 박사과정 모집에 미달이 발생했다는 뉴스는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뉴스다. 자교 자과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은 석사부터 해외 유학 등으로 유출된다. 

이공대학 대학원 실험실에는 동남아에서 온 국비장학생들을 더러 볼 수 있다. 이들 학생들을 국내 대학원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것은 인재유출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물론 국비장학생으로 온 이들 외국인 학생들 역시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며 또한 열심히 공부한다. 

▲ 지난 7일 서남표 총장이 긴급 기자간담회장에서 기자회견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자 이제 다시 카이스트로 돌아가 보자. 카이스트 재학생이라고 이러한 국내 이공계의 현실을 모를 리가 없으며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만도 없다. 고교 친구, 선배, 후배 등과 한 두 번 전화통화만 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카이스트 학생들이라고 본 학업에만 전념할 수는 없다. 이를테면 내 의지는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 환경이 나를 그렇게 몰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이공계 위기는 어제오늘 얘기는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이공계 학생들은 주간에는 학점관리, 야간에는 고시공부 등 이중생활에 시달리고 있다. 본인이 고시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야 누구 뭐라고 탓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들을 이렇게 내몬 기성세대와 우리사회에도 분명 책임은 있다.

기성세대와 한국사회 일정 부분 책임

학생이 공부에 열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필요한 요건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이론 중에 내재적 동기이론이라는 것이 있다. 내재적 동기이론은 공부하는 것 그 자체가 즐거워서 즉 본인 스스로의 내재된 동기로 공부를 해야 뛰어난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공대생들 중 과연 몇 명이나 내재적 동기를 갖고 공부하고 있을까.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진학을 할 때 한국사회에서 부모의 영향은 거의 절대적이다. 부모가 정해진 대학, 정해준 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대학에 진학하면 다시 부모가 정해주는 회사, 정해주는 직업을 얻기 위해 공부를 한다. 그 것이 고시공부든 학과 공부이든 무엇이든 대개의 경우 그렇다. 자식의 장래를 걱정하는 부모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학생의 입장에서 이는 이만저만 스트레스가 아니다. 탁 터놓고 얘기할 친구나 선생님도 마땅히 없다. 저마다 자신의 일로 바쁘기 때문이다.

탈출구 없이 숨통을 꽉 조이는 학교에서 무엇을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지, 뭘 공부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을 때 이제 막 스물 살을 넘긴 어린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몇 가지나 있을까.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이 카이스트라는 한 명문대생의 자살이 아니라 2011년 대한민국을 살고 있는 슬픈 이공계생의 자화상인 이유이다.

이성규 객원기자 | henry95@daum.net

저작권자 2011.04.11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