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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영화 2010.05.18 01:45

[조선데스크] 칸서 '한국' 하면 '영화'였다

  •  입력 : 2010.05.17 22:59
한현우 엔터테인먼트부 차장대우
칸의 레드 카펫은 부직포(不織布)였다. 길과 계단을 덮은 이 빨간색 부직포 자체는 볼품없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최대의 영화축제가 각국에서 온 영화인들에게 보내는 존경은 실크나 벨벳으로도 포장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14일 밤(현지시각) '하녀'의 시사회가 열린 프랑스 의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는 턱시도와 원피스 차림의 남녀들이 가득했다. 평소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상영관을 오가던 각국 기자들도 다들 양복에 보타이를 매고 모였다. 양복에 검은색 스니커즈를 신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기자도 있었다.

이들이 2000여석 규모 뤼미에르 대극장을 메우자, 초대형 스크린에 임상수 감독과 전도연·이정재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이 레드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올라 극장 현관에 닿자, 티에리 프리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그들을 맞았다. 그는 전도연에게 "웰컴 백(다시 오신 걸 환영합니다)"이라고 인사했다.

첫번째로 입장한 사람은 임상수 감독이었다. 전세계에서 모인 영화인들과 평론가, 기자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로 그를 맞았다. '하녀' 제작진은 극장 좌석 한가운데 가장 좋은 자리로 안내됐다. 이곳에서도 한동안 카메라가 그들의 모습을 비췄고, 기립박수는 끊이지 않았다.

잠시 후 뤼미에르 대극장의 조명이 모두 꺼지고 '하녀' 상영이 시작됐다. 지구상 거의 모든 인종과 피부색의 사람들이 정장을 갖춰입고 어둠 속에서 숨죽여 한국 영화를 보는 장면은, 실로 뭉클한 느낌을 주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사람들은 자리를 지켰다. 천장에 불이 다시 켜지자, 또 모든 사람들이 일어나 손뼉을 쳤다. 소리가 잦아들 것 같으면 누군가가 박수를 더 크게 쳐 다시 박수를 유도했다. 3분가량 이어진 박수는 곧 4분의 4박자에 맞춘 '응원 박수'로 바뀌었다. 임상수 전도연 이정재 윤여정 채희승(영화사 대표) 다섯 명은 손을 흔들거나 고개를 숙여 인사하다가, 결국 가슴 벅찬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은 칸의 기립박수를 두고 '몇 분 동안 계속됐느냐'를 재거나 '예의상의 박수냐, 정말 감동한 거냐'를 따진다. 그러나 현장에서 보니 그런 해석은 아무 의미 없었다. '하녀'를 재미있게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졸다가 일어난 사람들까지 모두, 칸 무대에 오른 이 다섯 명의 한국인들에게 진심을 다해 손뼉을 쳤다.

칸의 비평가주간에 진출한 신예 장철수 감독의 첫 장편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상영회에서 니콜라스 리시크(40)라는 프랑스 남자를 만났다. 그는 칸 인근 도시 니스에서 극장 영사기사로 일한다고 했다. "봉준호의 '괴물'은 제 인생 최고의 영화예요. 임권택 감독과 김기덕 감독도 정말 좋아합니다. 파리와는 달리 니스에서는 한국 영화를 보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칸 영화제에는 매년 빠지지 않고 옵니다. 새로운 한국 영화들을 볼 수 있으니까요." 삼성이 한국 브랜드인 줄도 모르는 그에게 한국 하면 단연 '영화'였다.

한국 영화를 시장규모(1조원 안팎)로 따지면 국가브랜드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문화 자긍심이 높기로 이름난 프랑스인들이 한국 영화에 보내는 존경을 현장에서 확인하니, 생각이 확실히 달라졌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영화를 창작하는 나라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문화콘텐츠 /영화 2010.05.16 14:31

“재미있다” “강렬하다” … 상영 뒤 3분간 박수 세례

2010.05.16 09:42 입력

15일 칸 관객 앞에 선 임상수 감독의 ‘하녀’

"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영화 ‘하녀’의 한 장면.
“여배우(전도연)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비극적인 결말을 비롯해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저 감독(임상수)은 한국에서 잘 알려진 감독이냐”.

15일 밤 0시30분(이하 현지시간) 제63회 칸 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하녀’ 갈라 스크리닝이 끝나자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박수는 다시 짧게 끊어 치는 식으로 바뀌면서 약 3분간 이어졌다. 주연배우 전도연·이정재·윤여정, 임상수 감독, 제작자인 미로비젼 채희승 대표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세계 최고의 영화 축제에 한국 영화의 위상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관객들은 상영장인 뤼미에르 대극장을 떠나면서 영화에 대한 감상을 주고 받느라 분주했다. 2007년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전도연이 은이 역을 맡았다는 사실에도 흥미로워했다. ‘하녀’는 상류층 가정에 하녀로 들어간 여성이 주인과 육체 관계를 맺고 나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는 내용. 고 김기영 감독(1919~98년)이 60년 연출한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했다. 올해 칸 경쟁 부문에 오른 19편 중 세 번째로 선을 보였다.

전도연 와인색 페라가모 드레스 입고 등장
‘하녀’의 주연 배우 전도연이 14일 밤 레드카펫을 밟으며 공식 상영장에 들어가다 사진기자들에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는 이번의 두 번째 칸 영화제 나들이에서는 한결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AP=연합뉴스]
갈라 스크리닝은 저녁시간대에 열리는 공식 상영이다. 관객들도 남자는 턱시도, 여자는 드레스라는 드레스 코드(복장 규정)를 지키지 않으면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다. 상영작의 배우와 감독은 메인 행사장인 팔레 드 페스티벌 앞에 깔린 레드 카펫을 밟으며 화려하게 입장한다. 이날 전도연은 금빛이 도는 옅은 와인색 페라가모 드레스를 입은 우아한 모습으로 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왼쪽 다리와 가슴이 깊게 파인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밀양’에 이어 두 번째 칸 방문이어서인지 미소는 한결 여유로워 보였다.

영화가 상영되는 1시간40여 분간 웃음이 간간이 터져 나왔다. 특히 속옷 차림으로 술에 취해 “아더메치(아니꼽고 더럽고 메스껍고 치사하다)”를 외치는 나이 든 하녀 병식(윤여정)이 등장하는 장면, 훈(이정재)이 뻔뻔스러운 표정으로 코믹하게 대사를 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들렸다. 임신한 은이가 훈의 아내 해라(서우)의 음모로 유산한 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결말에서는 상당수 관객들이 충격을 받은 듯했다.

임상수 감독은 이달 초 국내 시사회 후 “칸 경쟁작 중 가장 지루하지 않은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스로 “‘하녀’는 명품 막장 드라마”라고까지 했다. 예술영화지만 대중성도 결코 부족하지 않을 거라는 그의 자신감은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이날 영화를 본 관객들은 대체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베니스 영화제 조직위 직원인 레나타 산토로는 “아직 영화제 초반이긴 하지만 눈에 띄는 강렬한 작품”이라고 칭찬했다. 박사 과정 중인 영화학도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프랑스 여성은 “뛰어난 작품이다. 처음 1시간은 흡인력이 대단하다. 나머지 1시간은 감독이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한 것 같아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한 이탈리아 여성은 전도연의 연기를 칭찬하다 “‘시크릿 선샤인(‘밀양’의 영문 제목)’의 그 배우”라는 얘기를 듣자 “정말이냐. 전혀 다른 사람 같다”며 놀라기도 했다.

기자 회견선 “원작과 전혀 다른 재해석”
김기영 감독의 ‘하녀’는 한국 영화사에서 전설적인 작품으로 불린다. 김 감독은 ‘하녀’를 ‘화녀’ ‘충녀’ 등으로 이름을 바꿔 리메이크할 정도로 애착을 보였다. 병식 역을 맡은 윤여정은 ‘화녀’와 ‘충녀’에 출연했다. 이런 인연에서 그는 칸에 오기 전 “칸에 김기영 감독님 대신 간다고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원작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줄거리와 독특한 세트 촬영 등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방직공장 음악교사(김진규)의 집에 들어온 하녀(이은심)가 그를 유혹해 파멸로 이끄는 과정을 그렸다. 원작의 하녀는 평온한 중산층 가정을 몰락시키는 요부지만, 2010년작의 하녀 은이는 ‘백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순진무구한 영혼이자 천민자본주의의 피해자로 그려졌다.

원작은 칸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2008년 마틴 스코세이지가 이끄는 세계영화재단(WCF)이 ‘하녀’를 디지털 복원해 칸 클래식 부문에서 공개했기 때문이다. ‘하녀’의 경쟁 부문 진출에 대해 일각에서 “원작의 후광과 ‘칸의 여왕’ 전도연 덕분”이라고 분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리메이크로서의 후광을 입는 건 여기까지다. ‘하녀’에 대해 칸에 온 기자들이나 평론가들은 대체로 “50년 전 원작에 비해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의견이다. 13일 기자시사회 반응은 일반 관객이 훨씬 많은 갈라 스크리닝보다는 열기가 덜했다. 칸 데일리(영화제 소식을 전하는 일간지)를 만드는 영화 전문지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똑똑하지만 깊이가 부족하다(smart but shallow)”고 다소 박한 평가를 내렸다. 별점은 4개 만점에 2개를 줬다. ‘보통(average)’이라는 뜻이다. 이보다 먼저 상영된 경쟁작 2편의 별점과 비슷했다.

14일 오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리메이크가 아니라 원작의 완전한 재해석”이라는 얘기가 여러 차례 나왔다. 한 프랑스 기자는 “원작은 폐쇄공포증이 느껴질 정도로 작은 2층 양옥집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었는데, 그새 한국 사회가 이렇게 급격하게 변했나 놀랐다”고 말했다. “서스펜스 스릴러라기보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었다. 임 감독은 “한국은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할 정도로 전 세계에서도 빠르게 변화가 일어나는 나라”라면서 “경제적인 배경은 달라졌더라도 주인과 하녀가 불륜을 맺은 사건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과연 50년 전에 비해 달라졌는지는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앨프리드 히치콕의 서스펜스를 비틀어 더 깊이 들어가되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임 감독은 이날 “(칸 경쟁 부문에) 늘 가던 감독(이창동)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거기에 내가 끼어들었다는 사실이 고소하게 느껴졌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칸(프랑스)=기선민 기자 murp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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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