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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생태계/지식2011.12.22 05:59

"세종대왕은 융합과 혁신의 선구자"

[뿌리깊은나무(상)] 카이스트 시정곤 교수 인터뷰

2011년 12월 22일(목)

> 기획 >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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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세종대왕과 한글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사이언스타임즈는 한글과 관련 다수의 저서를 집필한 시정곤 교수, 한글 디자인을 해오고 있는 이용제 교수와 훈민정음 제정에 대해 차례로 인터뷰를 가졌다. [편집자 註]

“(강채윤)도대체 전하의 글자는 몇이나 됩니까? 오천 자요? 아님 삼천 자, 천 자입니까?”
“(광평대군)스물여덟 자.”
“(강채윤)천스물여덟 자요?”
“(광평대군)아니, 그냥 스물 여덟 자.”
“(강채윤)그게 말이 됩니까? 이 헛간 안에 물건 만도 스물여덟 개가 넘습니다. 헌데 글자는 세상을 다 담아야 되는 거 아닙니까? 고작 스물여덟 자로 만 가지, 이만 가지를 다 담을 수 있다 이 말입니까?”
“(광평대군)만 가지 이 만 가지가 아니다. 십만 가지, 백만 가지도 담을 수 있다.”

-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15화 중에서

한글 이야기보따리라 칭할 수 있는 시정곤 교수를 만나기 위해 20일(화) 대전 카이스트(KAIST)를 찾았다.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과 시정곤 교수는 대중들이 우리말을 제대로 알도록 동료 교수들과 뜻을 모아 ‘우리말의 수수께끼’, ‘한국어가 사라진다면’, ‘역사가 새겨진 우리말 이야기’,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조선언문실록’ 등의 한글 대중서를 발간해왔다.

▲ 자질문자로서 한글에 대해 설명 중인 KAIST 시정곤 교수  ⓒScienceTimes

- 한글이 정말 우수한 글자가 맞는지, 우리 민족만이 가지는 자부심에 불과한 건지 궁금합니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이 얼마나 우수한 글자냐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서양의 비저블 스피치(Visible speech)와 비교하곤 해요. 비저블 스피치는 벨이 1867년에 만든 글자로 발음기관을 본떠 만들었죠. 기본자를 중심으로 이를 조금씩 변형시켰다는 점에서 한글 ‘가획의 원리(加畫原理, 가령 기본글자 ㄱ에 획을 더해 ㄲ, ㅋ으로 변형시키는 것)’와 유사한 점이 많아요.
 
서양에서는 발음기관을 본 떠 만든 최초의 문자는 비저블 스피치라고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한글이 소개되면서 이것이 비저블 스피치와 원리는 같은데 420년이나 먼저 나온 문자라는 걸 알게 된 거죠. 하지만 벨의 문자는 상용화가 10년 조금 넘게 이루어지다가 사라졌어요."

- 왜 더 이상 쓰지 않았을까요?

"불편하니까 쓰지 않았겠죠. 한글과 같은 원리인데 한글은 왜 몇 백년 넘게 번성하고 있고, 벨의 문자는 왜 겨우 몇 십년만 사용되었을까. 제 생각에는 벨의 글자가 100자가 넘기 때문이에요. 한글은 겨우 스물여덟 자, 현재는 스물네 자잖아요. 벨의 글자는 좋게 표현하면 아주 치밀하게 만든 글자예요. 하지만 일상에서 상용하려면 힘든 거죠. 둘 중에 어느 문자가 더 우수한 문자냐 그런 질문도 받았어요. 제가 다른 문자에 대해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벨의 글자는 사라졌고, 한글은 현재 전 세계에서 1억 명 가까운 이들이 쓰고 있는 문자예요. 그런 면에서 글자의 수도 굉장히 중요해요."

- 알파벳도 한글과 비슷한 개수인 스물여섯 자인데 그러고 보면 인간이 소화할 수 있는 글자의 개수가 그 정도네요.

"그 숫자가 우연의 일치가 아니죠. 인간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글자 수는 대략 그 정도인 거예요. 만약 한글이나 알파벳이 50개 또는 100개로 이루어졌다면 운명이 달라졌을 거예요. 하지만 알파벳과 한글은 같은 수준의 문자가 아니에요. 영어도 훌륭한 문자라고 하지만 영어사전에 보면 발음기호가 있어요. 그 말은 그 글자대로 읽으면 안된다는 뜻이거든요. 글자와 소리가 일대일로 대응이 안 되잖아요. 국어사전은 발음기호가 필요 없어요. 표기 자체가 발음기호니까. 다양한 소리가 아니라 하나의 소리만 나죠.

대중들은 영어와 한글을 똑같이 소리를 표현한 음소문자 정도로 생각하지만, 학자들은 한글에 대해 이렇게 말하죠. 차원이 다른 문자, 자질문자(Feature System)라고.

우리 학자들이 이것을 먼저 생각해냈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는 당연하다고 여겼던 걸 영국의 언어학자 제프리 샘슨이 ‘문자체계’라는 책에서 자질문자라고 말했어요.

한글은 음성적으로 같은 계열에 속하는 글자들이 그 모양에서도 동질성을 유지하면서 기본자에 획을 더함으로써 새로운 문자를 파생시키잖아요. 속에 들어있는 속성(자질)까지도 비슷하니 ‘자질문자’라고 불러야한다는 거죠. 영어는 ‘t’와 ‘d’, ‘k’와 ‘g’가 소리가 비슷하지만 모양에서는 하나도 공통점이 없잖아요. 한글은 모양도 비슷한데, 소리도 비슷한 거예요. 현재 쓰이는 문자 중에는 한글만 그래요. 사실 비저블 스피치도 자질문자였지만 글자가 많았죠. 우리는 단순하면서도 배우기 쉽고, 자질까지 반영한 문자죠.

이런 한글의 성질을 우리는 다 알고 있지만 외국 학자 눈에는 놀라웠던 거죠. 우리는 그런 성질 덕분에 휴대폰도 천지인으로 쓰고, 문자생활이 편리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그동안 이론적으로는 이야기를 못했죠."

-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에 최만리가 반대상소를 올렸잖아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최만리를 나쁘게 보는 사람도 있는데 당시 그는 그럴 수 있어요. 당시 신하 중에 가장 학식이 높은 사람이 최만리였거든요. 집현전은 왕립연구소인 셈이고, 거기 최고 우두머리가 최만리예요. 대제학 정승은 겸임을 했기 때문에 상징적인 위치였고, 실제 집현전 우두머리는 부제학 최만리였어요. 최만리 입장에서는 이제 조선왕조가 막 들어섰으니, 중국의 눈치를 봐야하고, 중국의 성리학 이념을 펼쳐야하는데 왕이 새로운 글자를 만드니까 엉뚱한 짓으로 보였겠지요. 

중국은 초창기 조선에 대해 견제를 많이 해요. 조선을 바라보는 관점이 별로 안 좋았어요.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지 않았다면 요동 땅을 정벌했을 거잖아요. 그래서 중국 입장에서는 이성계가 세운 조선이 곱지 않았죠. 정도전은 이성계의 핵심 브레인 역할이었잖아요. 중국입장에서는 정도전도 굉장히 위험인물로 봐요. 정도전을 꺾으려고 하죠. 정도전이 중국에 보낸 표문에 트집을 잡아요. 당대 최고 문필가인 정도전이 쓴 표문 어휘가 불경하다는 식으로 말하면서, 이거 쓴 사람을 당장 소환하라고 요구하죠. 조선에서는 정도전을 안 보내려고 몸이 아파서 못 보낸다고 핑계를 대다가 결국 다른 사람을 보내요.

그런 위험한 때를 지나 이제 겨우 틀이 다져졌는데 아주 이상한 글자를 만들어서 중국이 오해하게 만들 일을 왜 지금 해야 하느냐하는 거죠. 그동안 썼던 이두나 향찰은 한자와 관련이 있는 문자잖아요. 한글과는 다르죠.

그러고 보면 세종은 이상주의자예요. 최만리의 상소는 그 당시 입장에서는 당연한 거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만들어서 밀어붙였다는 게 세종의 대단한 점이죠."

▲ 우리말의 일화를 소개해주는 KAIST 시정곤 교수  ⓒScienceTimes

- 그럼 세종이 한글을 만들어서 나라 정세를 위험하게 했나요?

"세종이 한글을 만들면서 ‘내일부터 한자 쓰지 말고 모조리 한글만 써’ 이러지는 않았어요. 그는 이상주의자였지만 비현실적인 사람은 아니었죠. 실제로 한글이 우리나라 국문이 된 건 1894년 갑오경장 때였죠."

- 그런 반대 세력이 있는데도 궁극적으로 세종대왕은 왜 한글을 창제했을까요?

"왜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한글을 만들고 난 후에 했던 일을 보면 대략 짐작할 수 있겠죠. 일단 훈민정음에 쓴 것처럼 어리석은 백성을 위해서 만들었겠죠.

이 외에 정치적으로 해석하자면 한글 창제하기 전에 경상도 진주에서 아들이 자기 아버지를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요. 유교사상을 국가의 이념으로 삼고 있는 조선에서 이런 패륜 범죄가 일어났으니 당시 충격이 컸겠죠. 그래서 세종은 백성들에게 충과 효에 대한 사상이 제대로 뿌리 깊게 자리잡아야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유교의 기본적인 개념인 충과 효에 대해 배우면 해괴망측한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지 않을까.
 
이 사건 후에 세종은 삼강행실도를 간행해요. 행실도라는 명칭처럼 그림책이었죠. 왜 그림책을 만들었느냐하면 백성들이 아직 문자를 모르니까 그림으로 유교사상을 표현한 거예요. 삼강행실도를 만들고 난 후에 훈민정음이 나와요. 그 다음에 세종은 기존 삼강행실도에 한글로 말풍선 같은 걸 넣은 삼강행실도언해를 만들어요. 백성들이 충과 효에 대한 사상을 잘 받아들여야 사회가 안정도 되고 유교의 이상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는 게 아니겠어요.

▲ 세종이 한글 창제 후 처음으로 간행한 동국정운 - 한자표준발음사전에 해당한다  ⓒScienceTimes
그리고 동국정운이라는 책을 만들었어요. 동국은 우리나라, 정운은 바른 소리라는 뜻이니까 오늘날로 말하면 한자의 표준발음사전이에요. 수많은 한자가 있는데 그 발음은 우리나라 동네마다 다르고, 중국과도 다르고 하니 한글로 써서 소리를 통일시킨 거예요. 발음기호로 필요했던 거죠. 세종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이거예요. 세종대왕 시절에 사역원이라고 지금으로 따지면 통역사를 교육하는 곳이 있었어요. 그곳 교재를 보면 외국어 밑에 한글로 써서 학습을 했어요. 그런 걸 통해보면 한글이 발음기호로서 충실한 역할을 했구나 하는 걸 알 수 있죠.
 
이 두 가지를 합치면 전 국민을 유교사상으로 똘똘 뭉치게 하고, 지금의 맞춤법 통일안처럼 한자발음통일안을 만들어서 정치 체계를 바로잡고 조선왕조의 기틀을 확립하는데 기여하고자 한글을 만든 거라 볼 수 있어요."

- 그럼 한글 창제의 원래 목적은 유교적인 목적도 있었는데 창제 후 석보상절 같은 불교서적을 간행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건 전적으로 제 생각입니다만 그런 책들은 부인인 소헌왕후를 위해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부인이 불교에 의지를 많이 했거든요."

- 세종대왕의 장인이 태종의 손에 죽었잖아요, 그런 영향이 있었을까요?

"네, 그렇죠. 세종대왕 아버지 태종 입장에서는 왕권을 튼튼히 하려면 외척세력을 견제하는 게 필요했어요. 세종의 장인도 정승으로 높은 직책이었는데 결국은 반역죄로 몰아서 죽이죠. 나중에 신하들이 반역자의 딸이 왕비인 건 문제가 있으니 폐비를 시키자고 주장을 해요. 세종이 아버지를 설득해서 그것만은 막았죠. 세종 입장에서는 부인에게 평생의 빚을 지고 사는 것이죠.

제 생각으로는 세종이 부인을 굉장히 사랑해서, 부인이 쉽게 알 수 있는 말로 불경을 간행한 것 같아요. 부인이 죽고 난 뒤에도 아들에게 엄마를 위해서 불경을 만들라고 지시하고, 죽어서도 부인과 합장을 하잖아요."

- 합장이 드문 경우인가요?

"그렇죠, 왕릉에서 합장하는 경우가 있긴 했지만 조선시대 최초의 일이었죠."

- 스물여덟 자를 창제했지만 점차 네 글자가 사라졌어요. 앞으로 한글에 또 다른 변화가 있을까요?

"글로벌 시대라 다른 나라 글자들이 들어오고, 이들 표기를 해야 하니까 사라진 네 글자를 복원하자는 움직임도 있어요. 하지만 글자수가 늘어났을 때 오는 불편함이 분명 있을 거예요. 국립국어원에서도 기존대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디지털 시대라서 문자가 달라지기도 해요. 실제로, 독일어 같은 경우에는 베타(β) 글자가 있었거든요. 이것이 컴퓨터에서는 치기가 불편해서 β를 없애고 비슷한 발음인 ss로 바꿔버렸어요. 중국도 꼭 컴퓨터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한자를 2,238자의 간체자로 줄였고요.

이런 면에서 보면 한글은 마치 디지털시대를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적응을 잘 하고 있어요. 마치 세종대왕이 이 시대를 예견한 것처럼. 간결성, 가획의 원리, 천지인 조합 방법, 활용력 등은 컴퓨터와 잘 맞아요. 영어에 기본 글자와 활용글자가 있는 건 아니잖아요. 한글은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훨씬 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거죠.

▲ 한글 원리를 이용한 시각장애인용 어플  ⓒKAIST 한글공학연구소
저는 얼마 전에 다른 교수님들과 KT와 협력하여 이곳 카이스트에 한글공학연구소를 만들었어요. 현재 한글 원리를 응용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쉬운 한글문자판을 만들고 있어요. 어플로 만들어서 테스트를 해봤는데 반응이 좋아요. 한글 원리가 쉬우니까 가능한 일이에요."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세종의 가장 창의적인 면은 무엇인가요?

"한글처럼 우수한 글자를 만들었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가장 놀라운 건 세종이 시대상황을 무릅쓰고 한글을 추진했다는 사실이에요. 최만리처럼 가장 훌륭했던 학자가 한글 반대상소를 올렸던 그러한 시대에 세종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죠.

신기전, 측우기, 농사직설 등. 과학, 농업, 의학, 음악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의 독자적이고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고 그것을 정착하려고 시도를 했죠. 그것이 굉장히 혁신적이죠.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는 다른 우리 스타일에 맞는 표준을 만들었어요. 당시 중국의 눈치도 봐야했을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추진했다는 게 대단한 거죠.

그는 동양의 레오나르도 다빈치죠. 하지만 다빈치는 정치는 못했잖아요, 그런데 세종은 모든 분야에서 새롭고 창의적인 생각으로 시도했죠. 옆 연구소에 신기전을 복원하시는 분이 계세요. 그 분과 이야기하다보니 그 분도 새로운 패러다임과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때가 바로 세종의 시대라고 하더라고요. 이 뿐만이 아니에요. 장영실, 새로운 과학자잖아요. 그 시대가 어느 시대인가요? 세종 시대예요. 모든 혁신이 세종으로 귀결돼요. 그 모든 게 세종이기 때문에 가능했구나 그걸 알게 돼요. 그는 모든 학문을 섭렵한 것 같아요. 융합의 가장 선구자는 세종이었죠."

김수현 객원기자 | writingeye@daum.net

저작권자 2011.12.22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뛰어난 제품인데 안 팔린다? 뼈아픈 실패 경험한 혁신제품들의 문제점 2010년 10월 15일(금)

창의성의 현장을 가다 2009년 5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10년간 기술적으로 실패한 10대 제품’을 선정해 보도했다. 이 제품들은 글로벌 대기업이 개발을 시도했고 많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사라져버린 아쉬운 제품들이었다.   

그중 하나가 ‘세그웨이(Segway)’다.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는 도시의 출퇴근 광경을 바꿀 가장 혁신적인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다. 더구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사람들의 투자를 이끌어낼 만큼 이 제품은 출시 전에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세그웨이’는 기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제품이었다. 스스로 균형을 잡는 지능적인 메커니즘을 이용, 탑승자가 넘어지지 않도록 했으며, 몸을 앞뒤로 기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아가거나 방향전환이 되고 정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기대를 모은 제품의 판매량은 참담하기만 했다. 18개월 동안 판매량이 고작 6천 대 정도에 불과했다.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구매할 것이다?  

LG경제연구원은 그동안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혁신제품들을 열거하면서 이들의 실패 원인을 ‘더 나은 쥐덫의 오류(Better Mousetrap Fallacy)’라는 말로 설명했다. 품질이 더 좋은 쥐덫을 만들어 팔면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제품을 구매할 것이라는 기업들의 제품 중심적 사고를 꼬집는 표현이다.  

▲ 1인용 운송수단인 '세그웨이(segway)'. 큰 기대를 모았으나 마케팅 실패로 쓴 잔을 맛보아야 했다. 
‘세그웨이’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입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제품을 개발한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이 제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속도 문제에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구입해 사용해본 후 “인도에서는 너무 빠르고 차도에서는 너무 느리다”는 불만을 터뜨렸다. 도심 출퇴근 광경을 바꿀 것으로 예상했지만, 멋진 정장을 차려 입은 사람이 ‘세그웨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은 어딘가 어색하기만 했다.

더구나 1천만원이 넘는 가격과 1회 충전으로 39km까지만 주행할 수밖에 없었던 배터리 문제 등은 스티브 잡스 등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창조적 혁신 제품을 ‘나홀로 제품’으로 전락시키기에 충분했다.

웹밴, 8억 달러 투자 후 2년 만에 파산

미국 전역에 걸쳐 26개 지역에 물류 센터를 설립하고, 주문 받은 물건을 소비자 집 앞까지 신속하게 배달해 주는 서비스를 시도한 온라인 수퍼마켓 ‘웹밴(Webvan)’은 1999년 미국은 물론 세계 유통업계 관계자들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웹밴은 수퍼마켓에서 계산하기 위해 줄 설 필요도 없고, 힘들게 물건을 들고 다닐 필요도 없으며, 가격 비교 사이트에서 가장 싼 가격을 찾을 수 있다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상품평을 보고 물건을 고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으로 꼽혔다.

웹밴은 소프트뱅크, 세쿼이어 캐피털, CBS 등으로부터 8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끌어 모으면서 업계 전문가들로부터 수년 안에 온라인에서 가장 각광 받는 식료품 소매상이 될 것이라는 찬사를 들었다.

▲ 온라인 수퍼마켓 '웹밴(Webvan)' 물류센터. 큰 성공을 기대했으나 2년 만에 문을 닫았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업을 시작한 지 2년 만에 자금난 등의 원인으로 파산한 것. 웹밴은 현재 사용자의 행동이나 습관 등의 변화를 유도하지 못해 실패한 대표적인 혁신사례로 꼽히고 있다.

웹밴이 실패한 이유는 너무 간단했다. 그동안 소비자들이 보여온 쇼핑 습관을 쉽게 바꿀 것이라는 지나치게 앞서 간 믿음 때문이었다.

소비자들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의 쇼핑 습관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들은 온라인으로 주문을 해놓고 배달을 기다리는 것보다 슈퍼마켓의 번잡함을 더 좋아했다. 웹밴 직원이 과일을 골라 주는 것보다는 소비자 스스로 과일을 확인하면서 보다 더 맛있고, 신선한 과일을 고르는 것을 더 좋아했다.

애플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 역사에 큰 획을 그을 수 있었던 획기적인 제품을 실패작으로 만든 뼈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지금은 PC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지만, 이 컴퓨터가 첫 선을 보인 것은 1983년이었다.

애플의 신제품 ‘LISA(Local Integrated Software Architecture)’는 그야말로 미래 세계를 바꿔놓을 확고부동한 혁신제품이었다.

‘LISA’의 기능은 당시 상황에서 화려함의 극치였다. 사상 최초로 마우스를 장착했으며, 현재 모든 컴퓨터의 표준이 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동시에 두 가지 이상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운영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애플, 최초 개인용 PC 제품 2년 만에 단종

그러나 애플은 이 놀라운 제품을 출시 2년 만인 1985년 단종해야 했다. 이유는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LISA’의 성능을 높이기 위한 통합 오피스 시스템 운영에는 대용량의 저장장치가 필요했다.

당시 최대 용량인 1MB의 메인 메모리, 그리고 양면 860K 5.25인치 플로피 드라이브 두 대를 내장했는데, 이로 인해 LISA 가격은 1만 달러로 뛰어 올랐다. 소비자들은 PC 성능에는 관심을 보였지만, 높은 가격을 매우 부담스러워 했다. 소비자들이 LISA로부터 눈을 돌렸고 애플이 자랑스럽게 내놓은 놀라운 혁신제품은 고작 2만 여대 판매량을 기록한 채 단종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했다.

▲ 세계 최초의 PC 제품인 애플의 'LISA'. 성공을 확신했지만 2만 여대를 팔고 사라졌다. 
컴퓨터 네트워크의 선구자인 밥 메트칼프는 “발명은 꽃이고, 혁신은 잡초”라고 말했다. 발명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꽃과 같은 존재라면 혁신은 일시적인 흥분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강한 생명력을 가지고 퍼져가는 잡초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다.

한마디로 혁신은 잡초처럼 널리 퍼지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신제품은 단지 새롭다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고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돼야 한다.  

LG경제연구원 정재영 책임연구원은 “혁신적인 신제품이 대중들에게 널리 수용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몇 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그 중 하나가 ‘캐즘(Chasm)’인데 이는 제품이 출시돼 직면하는 초기 시장(Early market)과 그 이후에 전개되는 주류 시장(Mainstream market) 사이의 간극을 말한다.

제프리 무어가 발견한 이 간극은 초기 시장의 성공이 항상 주류 시장의 성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주류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기도 한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10.15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마켓 생태계/지식2010.04.26 20:48

"네덜란드 농업강국 비결은 골든 트라이앵글"
발케넨데 총리 매경인터뷰

"농업에도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합니다. 네덜란드는 기업가적 농민이 있었기 때문에 농업강국이 됐습니다."

새만금 사업 협력 등을 논의하기 위해 28일 방한하는 얀 페테르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54)는 26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네덜란드 농업 강국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발케넨데 총리는 "네덜란드가 남한의 절반밖에 안 되는 국토와 남한의 7분의 1에 불과한 농업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 2위 농산물 수출국이 된 것은 농업에서 기업가 정신과 지식이 합쳐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민은 기업가로서 시장이 요구하는 것, 소비자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생산하고 이를 위해 혁신을 한다"며 "기업가 정신을 교육과 연구가 뒷받침하는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이 네덜란드의 농업과 식품산업을 발전시킨다"고 설명했다.

발케넨데 총리는 "한국은 주변국에 큰 시장을 두고 있어 농민의 기업가 정신을 자극하고 시장을 개방하면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정부는 농민들의 기업가 정신을 뒷받침하는 지식 개발과 확산을 자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 대해 "G20 정상회의는 교착에 빠진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협상에 확실한 추진력을 줘야 하고 보호무역의 억제를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한 후 "도하라운드 협상은 이런 장벽을 제거할 기회"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10.03.23 07:04

오세훈 "당심, 더블 스코어 이상 압도적 우세"
[창간10주년 특별대담]"견습 시장에게 맡겨서는 안돼"
대담 정종오 경제시사부장, 정리 채송무기자, 사진 정소희기자


6.2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당심과 민심을 통틀어 앞서가고 있다는 대세론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원희룡, 나경원, 김충환 의원의 4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은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일반 지지율과 한나라당 당원의 지지율을 묻는 조사의 차이가 커 경선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 시장은 이에 대해 "당내에서도 결코 불리하지 않다. 당내 여론조사에는 어느 쪽에서 여론조사를 했는가에 따라 자기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당내에서도 거의 '더불 스코어' 이상 차이가 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특정 계파의 지원으로 경선을 뚫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 말은 범정파적으로 저를 지지한다는 말"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함께 오 시장은 "서울을 초일류 도시로 바꾸기 위한 시기에 서울 시정을 '견습시장'에게 맡길 수는 없다"며 지난 4년 동안의 서울 시정 경험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그는 "지금 서울 시장에 나서겠다는 분들은 앞으로 견습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밥을 한 번 짓더라도 지어보던 사람이 짓는 밥이 맛있다. 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시 행정을 보는 철학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대담은 지난 18일 오전 11시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진행됐다.



-오세훈 시장하면 디자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디자인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창조, 혁신, 경쟁력을 통해 일자리로 이어질 수도 있겠죠. 디자인측면에서 4년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일단 먼저 전임시장님이 청계천으로 유명하다 해서 청계천만 하신 것 아니죠. 버스중앙차선이 유명하다 해서 그것만 한 것은 아닙니다. 대중들에게는 그런 착각이 있는 거죠. 먼저 그점을 확실히 해야 할 것 같구요.

또 기존에 없던 행정의 패러다임이었기 때문에 그런 평가가 나오는 거죠. 묘하게도 선거 때가 되면 전시 행정과 연결시키기 편하니까 경쟁자들은 전략적으로 흡짐내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경쟁후보들이 이를 두고 '이미지 정치'라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과거로 되돌아가 봅시다. 10년 전의 서울을 되돌아보면 우리 스스로 회색도시라고 했습니다. 아파트 전부 똑같이 생겼습니다. 전 세계 이런 도시 없어요.

서울이라는 도시에 정이 갔었습니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자부심이 느껴졌습니까? 거기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발견하는 겁니다. 이제 성냥갑 아파트들이 퇴출되고 있죠. 또 도시 거리 풍경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워지고 있다는 겁니다.

많은 서울시민들이 얘기합니다. 예전에는 외국같다 오면서 속상했는데, 이제는 갔다오면 오히려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디자인은 삶의 질과 도시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전체적으로 서울이 안전해지고 쾌적해지고, 왠지 멋스러워졌다...그것이 디자인 시정의 결과물입니다. 도시행정에 있어 디자인 행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전 세계 모든 도시가 디자인 행정을 하고 있어요. 그 도시들은 진작부터 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구호화하지 않을 뿐이지...좋은 디자인 없이 좋은 도시 없습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 또한 많습니다. 어느 시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출산율이 낮습니다. 시민들은 내가 살 집을 구하기 참 힘든 것 같고, 이런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 같은데요.

"출산율이 낮은 것, 국가적인 문제죠. 젊은 층이 경제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아이들을 마음 놓고 낳을 수 있는데...아시다시피 청년 실업, 전체적 실업률이 높은 경제위기의 상황이라는 점도 한 몫을 하고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회 경제적 원인이 바탕에 깔려있죠.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해야죠. 열심히. 그래서 서울형 어린이집에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양육환경을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 정부가 할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정책이죠.

점점 더 양육환경은 좋아질 겁니다. 양육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 분들의 숫자가 많고...이런 점에서 정부는 충분히 양육, 보육의 지원책을 계속해서 늘여갈 수 밖에 없어요.

양육, 보육, 지원에 들어가는 사업들이 민선 5기 공약의 중요한 한 축입니다."

-용산참사 사건은 정말 안타까운 사태였는데, 아무래도 이런 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대책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용산사건을 비롯해서 재개발 재건축 현장에서 크고 작은 충돌들이 있어 왔어요. 그러나 기존의 재개발, 재건축, 뉴타운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이 망설였지만, 용산사태를 계기로 공공관리자 제도를 적용하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죠.

그동안 주택 재건축, 재개발, 뉴타운 사업은 기존의 주택이나 건물을 가지고 있는 분들의 재산증식수단으로 활용된 측면이 컸습니다. 민간 자본이 들어가서 기존 지주들과 주택 소유자들과 이해관계가 결합한 것이죠.

공공에서 그런 일이 반복되다 용산참사 사건이 계기가 돼서 더 이상 그런 큰 틀에서의 구조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 겁니다. 그 결단의 결과 나오게 된 것이 공공관리자 제도죠.

그동안 민간 업자와 조합 손에 의해 주도되던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이제 공공에서 일부 권한을 회수해 온 겁니다.

단계별로 구청장을 비롯한 공공이 개입해 지나치게 수익구조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던 프로세스들을 투명화하했습니다. 부풀려져 있는 원가를 절감해서 그 절감된 원가의 혜택이 저소득층, 다시 말해서 세입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이 공공관리자 제도의 본래의 취지입니다."

-시장께서는 당권이나 대권보다는 재선에 도전하시겠다고 하셨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일하는 게 좋아요. '일에 미쳐 있었다'는 이런 표현을 하는데, 저는 일 하려고 정치합니다. 뭐가 되려고 정치하는 게 아니라 일하려고 정치해요. 지난 4년 동안 안 바꾼 것이 없어요. 주거, 복지, 환경, 교통, 도시경쟁력 안 바꿔놓은 게 없습니다.

이 거대도시 서울을 초일류도시 서울, 글로벌 톱10 서울로 바꿔 놓으려면 지금까지 만들었던 변화를 적어도 한 텀 정도 더 지속을 시켜야 글로벌 도시의 반열에 올려 놓을 수 있습니다.

그런 책임감의 발로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군다나 지금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모두다 앞으로 견습시장이 될 수밖에 없는 분들이에요. 당내 경쟁자들도 그렇고, 당 밖에서 하겠다는 분들도 그렇고 도시행정에 관한한 다 견습생들입니다.

4년 동안 시정을 펼치면서 닦은 경험이, 정말 소중한 이 경험을 시민들에게 재선시장으로서 돌려드리는 것이 서울시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책임입니다. 그렇게 할 겁니다."

-여론조사가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지만 당내 경선 추세는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여론조사에 차이가 좀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여론조사는 하나의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지, 그것을 가지고 일희일비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전반적인 추세를 보면, 일반 시민 상대로 한 조사를 보면, 아시다시피 많은 차이가 나죠.

지난 몇 달동안의 트랜드를 보면 조금씩 오르락내리락 하긴 하지만 많이 차이 납니다. 차이가 나도 많이 납니다. 당내 여론조사의 경우는 어디에서 하느냐에 따라서 자기 한테 유리한 결과가 나오곤 하는데, 저희가 파악하기로는 당내에서도 거의 더블 스코어 이상 차이가 나요. 그 정도의 트랜드로 보고 있는 거죠."

-특히 당에서 지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당 기반이 약하다는 것인데요.

"당심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아까도 잠깐 말했지만 자신 없는 후보가 자꾸 사람을 팝니다. 나는 누구누구가 등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려 하는 뉘앙스가 많더군요. 자기 스스로에 대해 자신 없을 때 다른 사람에게 기대서 뭔가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특정 계파의 지원으로 경선을 뚫을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뒤집으면 범 정파적으로 저를 지지한다는 말입니다. 정치권적 분류 방식에 따르면 친이가 있고, 친박도 있고, 친이도 또 몇 개로 세분화됐습니다.

직계부터 시작해서 대리인이 중간에 몇 분이 있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내 뒤에는 누가 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모든 계파에 골고루 분포돼 있습니다."

-지난 4년 동안 해왔던 서울시정의 큰 틀이 민선 5기에도 그대로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죠. 아마 집에서 밥을 지어도, 밥을 지어본 사람이 더 잘 지을 것예요. 제가 앞서 말씀드렸지만 서울시 조직은 그렇게 만만한 조직이 아닙니다. 소정부라고 하잖아요. 국방 빼고 다 있다고 하잖아요.

4년 해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도시 행정을 바라보는 관이 다릅니다. 4년 정도 하면 관이 생기거든요. 서울시민들이 이 중대한 서울시의 미래를 늘 견습시장에게만 맡길 것이냐, 경험이 풍부한 경륜있는 시장에게 맡길 것이냐 그 의사표시를 여론조사에서 표현하고 계시는 거죠.

지금 여론조사 결과는 선호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 대한 고려를 바탕에 깔고 답변을 하시는 거죠. 늘 서울시를 연습의 대상에게, 실험의 대상에게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것이 여론으로 표출되는 거죠."

-민선 5기에는 어떤 정책에 중점을 둘 것입니까.

"일자리 창출이죠. 그 앞에 붙어야 할 말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흔히 말하는 공공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는 겁니다. 세금으로 억지로 창출하는 그런 퍼주기식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안정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는 그런 의미의 일자리 창출, 그런 의미의 일자리창출이 진정한 복지입니다."



-아이뉴스24 창간 10주년을 맞아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면

"축하드립니다. 아이뉴스24가 인터넷 매체에서 상당히 상위를 차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 10년동안 공정하게, 일부 매체의 경우에는 상당히 성향을 드러내는 매체가 있는데, 색깔을 드러내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에 설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결국 그러한 좋은 결과로 나타난 것 아닌가 생각하구요.

저 역시 마찬가지로 끊임없이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시정의 좋은 의견을 수혈 받을 수 있는 창구로 아이뉴스24를 활용하겠습니다. 보다 바람직하게 형성된 여론들이 정치권을 통해서 서울시 행정으로 잘 흡입될 수 있도록 객관적 통로 역할을 계속 수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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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놀아야 산다!
 
업무 중 개인연구 보장, 회사 돈으로 배낭여행 하기도
호모루덴스, 창조경영과 놀이는 하나
 
‘창조와 혁신이 미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경영학계에서 이론으로 통하는 이 명제가 이미 현실에서 증명됐다. 구글과 애플이 대표적이지만 이 외에도 많은 기업이 새로운 일을 만들어 번성하고 있다. 그런 기업의 특징은 직원들에게 놀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것이다. 일만 열심히 해서는 창조가 불가능하다. 소위 호모루덴스(Homo Ludens·유희하는 인간)라고 하지 않는가? 놀이와 일이 구분되지 않는 이유다. 놀면서 일하지 않으면 일하면서 놀 시간도 없어지는 것이 21세기 경영환경이다.

“차장님! 거기서 두 칸 가서 행성카드를 획득해야죠. 그전에 영어 문제를 맞히셔야 해요. 이제 다음 차례는 과장님이네요. 이번에 6이 나오면 스페이스 칩을 얻을 수 있어요.” 보드게임 카페에서나 들릴 법한 대화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한 기업의 업무시간 중에 벌어지는 광경이다.

웅진씽크빅의 모든 직원은 매주 수요일 오후가 되면 놀 준비를 한다. 보드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가지고 논다. 그렇게 놀면서 상상하고 토론하며 연구한다. 영어학습이 가능한 보드게임, 스마트폰을 활용한 새 서비스 등 자신의 현 업무를 제외한 모든 것이 탐구 대상이다.

웅진씽크빅은 지난 2월 10일부터 업무시간 중 직원들의 창의적 아이디어 활동을 보장하는 혁신 프로그램 ‘이노홀릭(Inno-Holic)’을 시행하고 있다. 전 임직원이 자신의 업무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해 자유롭게 체험하고 연구하는 개인 혁신 활동이다. 웅진씽크빅은 매주 수요일을 ‘홀릭데이(Holic Day)’로 정해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전 직원에게 이노홀릭 활동을 보장하고 있다.

웅진씽크빅 공미선 경영혁신팀장은 “직원들이 자유롭고 창조적으로 사고할수록 직원들 스스로가 회사의 변화와 혁신을 이끈다고 믿는다”며 이 프로그램을 도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노홀릭은 가급적 다른 소속 팀 직원들과 구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전문성과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때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칠 수 있다는 취지다. 연구의 주제와 범위는 완전 자유이며, 현재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를 제외한 모든 주제가 가능하다. 사실상 동아리 활동 같은 셈이다.

업무와 무관해야 여행 지원

우수작에는 포상금을 주고, 사내 벤처 심의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사내 벤처’로 채택될 수 있으며, 그 경우 최대 10억원까지 사업 지원금이 제공된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직원 3명은 지난 2월 8박9일 일정으로 유럽을 다녀왔다. 회사에서 이들에게 지원한 금액은 총 1200만원.

여기에 여행기간은 휴가가 아니라 근무시간으로 처리됐다. 그렇다고 출장은 아니다. 이들은 이 회사에서 2003년부터 실시한 글로벌 배낭여행 프로그램에 당선돼 행운을 누린 것이다. 이들의 여행 주제는 기업의 사회공헌. 회사 측은 “금융산업이나 카드, 캐피털 회사 관련 주제만 아니라면 어떤 여행 주제라도 상관없다”고 했다.

지금까지 57기를 보낸 글로벌 배낭여행의 주제는 클래식 음악과의 만남, 유럽 자전거 문화체험, 실크로드 탐방에서 미국 테마파크 기행, 와인 기행, 온천 탐방, 북유럽 대학 탐방 등 실로 다양하다. 글로벌 배낭여행은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매달 여행 계획서를 공모해 그 가운데 여행의 취지가 분명하고 열정이 뛰어난 한 팀을 뽑아 지원한다.

최소 2명에서 최다 4명까지 한 팀이 될 수 있다. 선발팀은 최장 9일, 최고 1200만원의 여행 경비를 지원받지만 모든 일정은 자율적으로 정한다. 이 회사 김훈태 기업문화팀장은 “글로벌 배낭여행은 업무와 무관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보고 새로운 시각을 얻은 직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새로운 일을 만들기 때문에 회사에도 활력을 준다”고 설명했다.

딱딱한 철강회사도 사고는 “유연하게”

이 밖에 현대카드·현대캐피탈은 각종 사내 동호회 활동 지원을 비롯해 직원과 배우자를 위한 다양한 여가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직원과 배우자를 대상으로 요가 및 명상, 자연체험을 하게 하는 ‘힐링 프로그램’,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이해하고 깊이를 더하기 위한 ‘컬처 콘서트’ 프로그램이 이에 속한다.

지난해 12월 10일 포스코센터 동관 4층에 위치한 창의 놀이방 ‘포레카(POREKA)’에서는 오픈 100일을 축하하는 ‘POREKA Film Award’ 행사가 열렸다. 이날 포레카에서는 지난 11월 한 달간 포스코 임직원들이 창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한 단편영화들이 상영되었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이날 직접 행사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함께 영화를 본 후 심사에 참가해 우수작 3편을 선정해 시상했다. 포레카는 ‘포스코(POSCO)’와 아르키메데스가 외친 ‘유레카(EUREKA)’를 합친 말로 지난해 9월 임직원들의 창의력 향상과 창의문화 조성을 위해 만든 포스코의 사내 놀이공간이다.

놀아야 산다!
업무 중 개인연구 보장, 회사 돈으로 배낭여행 하기도
호모루덴스, 창조경영과 놀이는 하나
이석호 기자·lukoo@joongang.co.kr

1. 웅진씽크빅 직원들이 업무시간 중 ‘이노홀릭’ 활동을 하고 있다.2. 포스코의 놀이방 ‘포레카’의 정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직원들.

이 공간은 공기업적인 기업문화와 중후장대한 산업의 특성상 창의성보다 상명하복에 익숙한 포스코에 새로운 시도였다. 포스코센터 동관 4층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이 공간은 1190㎡(약 360평) 규모로 직원들에게 휴식과 놀이, 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여기엔 정원도 있으며, 1000여 권의 책을 비치한 ‘북카페’, 방바닥에 드러누워 쉬거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한 ‘사랑방’과 ‘다락방’도 마련되어 있다.

포스코는 직원들이 눈치 보지 않고 이 놀이방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별도 이용시간을 부여, 하루 300여 명의 직원이 창의놀이방을 이용하고 있다. 주말에는 임직원뿐 아니라 가족도 이용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해 주말에도 평균 200여 명이 찾는다.

이런 변화는 정 회장이 ‘잘 노는 포스코인’을 강조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1년 365일 일만 한다고 해서 업무 효율이 올라가지 않는다”면서 휴가와 여가를 적극적으로 즐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 사이에 ‘놀아야 산다’는 분위기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세계적인 철강기업인 포스코의 CEO마저 ‘잘 놀아야 일도 잘한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말하고 있다. 중후장대의 대표 격인 장치산업인 철강회사마저 효율이나 생산성 못지않게 놀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기업 외에도 많은 기업이 사원 복지를 늘리고 여가를 지원하며 일의 연장선상에서 놀이를 장려하고 있다.

보수적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전자에서도 지난해부터 심심찮게 출근시간대에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지난해부터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 ‘비즈니스 캐주얼’도 도입됐다.

밖에서 보기엔 별것 아니지만 삼성전자에서는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미 벤처기업 중에는 리프레시 휴가 명목으로 배낭여행을 다녀오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고, 사내에 카페테리아나 게임공간 같은 직원 휴게실도 적잖이 있다.

“창의성은 재미있게 놀아야 나와”

한때 상사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부하에게 “회사가 노는 곳이야?”라고 쏘아붙였다. 적어도 위의 기업에 다니는 직원이라면 “그럴 수도 있죠”라는 대답이 가능하다. 여기에는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경영환경이 작용했다. CEO들이 인심이 좋아서 직원들을 놀게 해 줄 리는 없다. 그럼 왜 ‘놀아야 산다’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할까?

신동엽(경영학) 연세대 교수는 “열심히, 잘 만들면 성공하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이제는 새 시장을 창조하는 기업만 성공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놀이와 일이 혼합되는 것은 새로운 생각,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만이 창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운(문화심리학) 명지대 교수는 “심리학적으로 재미와 창의성은 동의어”라며 “재미있게 노는 가운데서 창의적인 생각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굳이 학자들의 이런 이론적 설명이 없어도 이미 실증적인 증거가 있다. 세계 최고 IT기업인 구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각 직원들의 자리에 다양한 게임기, 미니 농구대, 로봇 등이 놓여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만다.

게다가 전동 안마의자와 마사지 프로그램까지 기본적으로 제공되고 있으며, 이 모든 장난스러워 보이는 것들이 회사가 보조금까지 지급해 가며 장려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적 의약품 개발회사인 제넨테크(Genentech) 역시 창의력 넘치는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연구원들이 탈진하지 않도록 6년마다 안식휴가를 주고 있고, 업무시간의 20%를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120년 역사의 닌텐도 역시 직원들에게 변함없이 요구하는 것은 바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것이다. 닌텐도는 자유로운 발상에 의한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윤을 창출하는 전통을 매우 중시했다. 이처럼 무언가 새로운 물건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하는 기업은 기업문화가 창의적이고 자율적이다.

여기에 다른 의견과 실패에 관대하다. 물론 애플처럼 편집광적인 천재 한 명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기업도 있다. 스티브 잡스 같은 독단적인 천재형에 기댈 수 있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조직문화를 창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이런 추세를 간파한 한국 기업들도 창의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놀이’는 아직까지 사원 복지 차원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있다. 놀이가 일과 절묘하게 섞여야 창조적인 활동의 촉매로 작용하는데 한국 기업은 일과 놀이가 엄격히 구분돼 있다는 것이다.

업무 환경 자체가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구글, 실패에 대해 관대하고 개인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하는 닌텐도, 업무시간의 일부를 개인적 관심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제넨텍 등은 일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절묘하게 섞여 있다. 놀듯이 일하고 일하듯이 놀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여전히 ‘놀 땐 놀고, 일할 땐 일하자’는 주의다. 신 교수는 “한국 기업이 단순히 노는 겉모습만 도입한다면 창의적인 기업문화는 불가능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놀아야 산다’는 말은 직원들이 일 안 하고 놀기 위해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경제 전쟁 최전선에 서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는 경영방식이다.

한국에서도 상대적으로 앞선 기업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이제 막 도입하고 있다. 호화시설이나 고급 요리사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노는 행위가 아니고 그런 것을 용인하는 관대함과 자율성, 다양성이다. 이런 문화를 갖춘 기업이 21세기에 혜성처럼 떠 오르는 건 세계적 추세다.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