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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중국 R&D 투자 미국 앞질러   2010년대 키워드는 ‘개방형 네트워크 R&D’

2010년 04월 06일(화)

지금까지 R&D(연구개발)를 주도해 온 세력은 선진국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일본, 유럽의 R&D 투자액은 전 세계 R&D 투자비의 71.9%를 차지했다.
UN 산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 등록된 특허출원 수에 있어서도 2008년 기준 미국, 일본, 유럽이 77.5%를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탄탄했던 선진국 중심의 R&D 구도에 변화가 일고 있다.

5일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유럽의 경우 지난 2007년 전 세계 R&D 지출의 25.9%를 점유했으나 지난해 투자 비율은 24.0%로 떨어졌다. 일본 역시 2007년 13.5%에서 지난해 12.9%로 줄어들었다. 반면 신흥 개도국 및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인도 R&D 투자증가율 중국보다 더 높아

중국의 경우 2007년 일본의 69%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일본의 86% 수준까지 상승했다. 관계자들은 중국 경제규모가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R&D 투자의 연평균 증가율이 11%가 넘는 점을 감안했을 때 2010년을 기점으로 일본을 앞지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지역별 R&D 투자현황(단위 %) 
인도 역시 R&D 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경우다. 2009년 투자 규모에 있어 중국의 23% 수준에 그치고 있으나 최근 3년 간 R&D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16.8%에 이르고 있다. 중국의 11.2%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주목할 점은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3개국의 최근 3년간 R&D 투자 연평균 증가율이 모두 7% 대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유럽과 일본, 그리고 3.5%의 증가율을 기록한 미국을 훨씬 앞서고 있다. 특히 한국은 지난해 프랑스를 제치고 전 세계 5위 규모의 R&D 투자국가로 부상했다.

이에 따라 중국, 인도 등 신흥개도국과 한국, 대만, 싱가포르를 포함한 아시아 5개국의 2009년 R&D 투자액은 세계 R&D 투자액의 20.6%를 기록했다. 이들 국가들이 지금과 같은 투자를 계속한다면 오는 2020년 전체 투자액은 선진국 그롭(미국, 유럽, 일본) R&D 투자액의 절반 수준이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텔... 특히 중국을 주목하라

R&D 전문연구기관 바텔(Battelle)은 특히 중국에 주목하고 있다. 바텔이 작성한 최근 자료에 따르면 중국은 R&D 투자지출 규모에 있어 오는 2018년 유럽을 따라잡고, 2022년경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R&D 투자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세계경기 침체다. 2009년 세계적으로 1조9천억 달러의 경기부양 지출이 이루어짐에 따라 일부 국가에서 R&D투자 규모가 줄어들고, 기존 구도에 변화가 발생했다.

2000년대 들어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몇몇 신흥국가들과 한국을 비롯한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의 적극적인 R&D 투자확대도 세계 R&D 투자판도에 변화를 주고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판도변화는 연구 인력에 있어 중국을 필두로 한 아시아 각국의 강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 2009년 주요 국가의 R&D 투자현황 

유네스코(UNESCO) 발표에 따르면 과학자와 엔지니어(Scientist &Engineer) 수를 기준으로 본 전 세계 연구인력 중에서 아시아 국가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2년 35.7%에서 2007년 41.4%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은 같은 기간 동안 14%에서 20.1%로 증가했다. 반면 미국은 2.9%, 유럽 2.5%, 일본 1.2%가 각각 감소했다.  

R&D투자 내용에 있어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OECD와 EU 내 총 37개 회원국들의 주요 산업별 민간부문 R&D 투자 증가율을 보면 같은 기간 동안 오일 및 가스, 전력 등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증가율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고유가에 따른 각국의 에너지 자원 확보 경쟁이 본격화 되면서 해당 산업분야에 속한 기업들의 투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세계경기 침체를 맞아 각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 지출이 사회간접자본 등 인프라 부문에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헬스케어, 제약/바이오, IT소프트웨어, 산업엔지니어링과 금속산업 등의 R&D 투자도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유형의 산업들은 바이오테크놀로지(BT), 나노테크놀로지(NT) 등 첨단기술 분야와 연계해 미래 신 성장산업으로 부상 중에 있어 관련 기업들은 이 분야 R&D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다.

이 밖에 하이테크 장비와 우주항공 등 원천기술이 중요한 산업분야에 대한 투자도 증가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부 국가들을 제외한 OECD 회원국 대부분의 경우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R&D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다 개방된 연구개발 생태계 절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들어 나타나고 있는 미래 기술경쟁이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 원천기술(Basic Technology), 응용기술(Applied Technology), 상품화기술(Development Technology) 등 기술의 분야별 우위를 선점하기 위한 R&D 경쟁이다.

둘째는 과거처럼 국가와 기업이 폐쇄적 연구개발(Closed Silo형) 방식이 아닌 개방형 혁신차원에서 오픈 R&D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은 자체 연구개발(R&D)의 차원을 넘어 외부 지식과 역량을 내재화(In-sourcing)하기 위한 연결개발(Connect &Development), 인수개발(Acquisition &Development) 등의 방식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 신성장 분야 글로벌 R&D 지출 현황(2009년) 

대부분의 R&D 전문연구기관들은 2010년대 글로벌 R&D 환경을 분석하면서 전통적인 선진국의 투자지출 회복과 더불어 아시아 등 신흥 강국들의 등장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버클리대학교의 헨리 체스브로우(H.Chesbrough) 교수 등은 2010년대 R&D 분야의 키워드를 ‘글로벌화 된 개방형 네트워크 R&D’로 보았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 R&D 분야의 발전 추동력이 ICT 기술의 발달, 글로벌화, 비본질적 기능의 아웃소싱 등이었다면 2010년대 성장동력은 본질적 기능까지도 고려한 R&D 허브의 지역별 다중 네트워크화에 달려 있다는 것.   

LG경제연구원 홍석빈 책임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외부의 핵심 R&D역량을 유인할 수 있도록 보다 개방된 연구개발 생태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 역시 R&D 네트워크 글로벌화를 통한 개방형 혁신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4.06 ⓒ ScienceTimes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칼럼, 인터뷰2010.02.22 03:34

[칼럼] LG경제연구원 ‘애플과 소니의 갈림길’
종합취재팀, 2010-02-21 오후 11:54:33  
애플과 소니는 기기 간의 연결을 통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겠다는 같은 꿈을 가졌지만 과거 10년간의 성과는 대조적이다. 양사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본다. 또한 최근 들어 기기간의 연결, 플랫폼 경쟁이 다시 논의되고 있는 데 과거 소니와 애플의 엇갈림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같은 꿈을 꾸다

2001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 맥월드. 스티브잡스는 그의 명연설 중 하나로 꼽히는 ‘디지털허브 전략’을 공개했다. “컴퓨터는 생산성의 시대, 인터넷의 시대를 넘어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의 시대로 가고 있습니다. 맥은 모든 디지털 기기를 아우르는 디지털 허브가 될 것입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 후, 2001년 11월 12일 라스베거스 컴덱스. 소니의 CEO인 안도구니다케 회장 역시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Ubiquitous Value Network)’ 전략을 발표했다. “다가오는 브로드밴드 네트워킹은 점점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 소니는 기기와 컨텐츠가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유비쿼터스밸류 네트워크를 만들 것입니다.”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애플과 소니의 꿈은 같았다. 모든 기기와 컨텐츠가 자유롭게 연결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만 9년. 애플과 소니는 그 꿈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을까?
 
소니와 애플의 엇갈린 10년

지난 9년 동안 애플은 컴퓨터와 셋톱박스, MP3 플레이어와 휴대전화, 그리고 태블릿 PC에 이르는 기기 포트폴리오와 음악, 영상, 서적을 아우르는 가장 강력한 컨텐츠 유통력을 갖춘 회사로 성장했다. 2009년(당해 9월 결산기준) 매출은 365억불로 2001년 대비 6배가 넘게 성장했고 2001년 0.5% 적자였던 영업이익률은 2009년 21%로 급증했다. 반면 소니는 고전의 연속이었다. 주력 제품이었던 TV 제품의 선두 지위는 한국 업체에 넘겨주었고, 플레이스테이션 3는 플레이스테이션 2의 영광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12월 소니의 시가총액은 2001년 1월 시가총액의 35%에 불과하다. 지난 9년 간 매출증가율은 6%에 불과하며, 2009년 0.3% 적자(당해 3월 결산 기준)를 기록했다.

양사의 엇갈림에서 얻는 교훈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할 때 애플은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회사였다. 브랜드 가치는 높았지만 시장 점유율이 너무 낮았다. 컴퓨터 제품, 맥 OS와 몇 가지 어플리케이션이 애플이 가진 것의 전부였다. 반면 소니는 음악과 영화 컨텐츠를 직접 제작했고, TV와 PC, 게임기, 휴대전화에 이르는 모든 기기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맥컴퓨터가 디지털 허브가 될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해야 했던 잡스에 비해 안도 회장의 연설은 소니가 가진 것들을 연결하겠다는 말 자체로 명료했다. 그럼에도 양사의 명암이 이렇게 갈린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다. 이 아이러니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① 미래는 예측되지 않는다

소니는 시장을 예측하려 했고, 애플은 시장을 읽으려 했다. 소니는 기기 간의 연결이 반드시 올 것이라 전제하고 그것을 자신이 제일 먼저 이루려 했다. 반면 애플은 눈에 보이는 소비자의 니즈를 하나씩 이뤄가며 점진적으로 디지털 허브의 꿈으로 다가갔다.

어느 쪽이 옳다, 그르다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시장을 예측하는 쪽에는 위험이 따른다. 미래를 그릴 수는 있으되, 지식과 상상력의 한계로 인해 과거의 관점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니의 미래 시나리오는 이랬다. 모든 기기는 인터넷과 저장 매체로 연결되고, 디지털TV나 게임기가 여러 기기를 통제하는 허브가 된다. 컨텐츠는 인터넷과 저장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고, 홈 네트워킹과 원격 제어와 같은 서비스도 이 플랫폼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특히, 비디오와 시디롬 표준 전쟁을 경험한 소니에게 메모리카드와 차세대 DVD는또 한번 거쳐야 하는 전장으로 여겨졌다. 다양한 기기를 중앙에서 통제하기 위해서 멀티코어를 가진 반도체인 셀 개발에도 착수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인터넷의 발달과 컨텐츠의 디지털화로 저장매체의 중요성은 크게 감소했으며, 셀 반도체가 완성된 시점에도 기기 간의 연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기간 연결을 통해 할 일들이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소비자들은 기기를 연결하는 일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저장 매체는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졌지만, 셀 반도체는 또 너무 앞서 갔다.

반면 애플은 처음부터 큰 그림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디지털 허브 전략을 발표하면서 애플이 소개한 제품은 고작 뮤직 플레이어인 아이튠스 였다. 그러나 아이튠스는 좋은 출발이 되었다. 아이튠스를 계기로 아이팟이 나왔고, 뮤직 스토어도 열게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휴대전화가 아이팟을 대체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애플을 휴대전화 시장으로 이끌었다. 이러한 과정은 우연적인 필연인 동시에 필연적인 우연이었다. 어찌 보면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 졸업식에서 말했던 ‘점을 잇기(Connecting the dots)’와 유사하기도 하다.

② 지키려하는 순간 잃는다

모든 것을 소니 안에서 이루려는 폐쇄적인 태도를 취했던 소니는 이 전략에 발목을 잡혔고, 애플은 개방적인 전략을 통해 새로운 도약기를 맞았다.

소니는 경쟁사와 분명히 구분되는 차별화요소가 필요했다. 때문에 다른 제품보다 우월한 독자 표준 기술을 통해 소니가 가진 하드웨어와 컨텐츠의 울타리를 치고, 소니 안에서 편리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러나 소니만 지원하는 메모리스틱은 소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불필요한 낭비였고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M P 3 대신 ATRAC(디지털 음악 포맷)만을 지원하여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반면 애플은 소니처럼 다양한 기기를 만들 형편이 못 되었다. 때문에 다른 기기들과의 호환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어찌보면 애플의 문화가 개방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없는 당시의 상황이 애플을 개방적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이팟은 첫 제품이 소개된 지 3년 만인 2004년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이것은 2003년 말 윈도우용 아이튠스가 공개된 직후였다. 2003년 뮤직스토어를 오픈한 애플은 좀 더 많은 기기 사용자가 필요했고 윈도우 PC를 쓰는 소비자에게도 아이튠스를 열어주었어야 했을 것이다. 맥을 위해 만들어진 아이팟은 맥에서 벗어나면서 급성장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도 마찬가지다. 아이폰 1.0 버전은 매력적이지만 큰 혁신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다음 버전인 아이폰 3G가 개방형의 앱스토어를 열면서 돌풍이 시작되었다.

③ 조직 내부의 편견을 경계하라

그러나 좀 더 생각해 보자. 10년의 세월동안그간의 부진을 만회하고, 전세를 역전시킬 만한 기회와 역량이 소니에게 없었을까? 결과적으로만 생각한다면 최소한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애플의 아이폰과 같은 제품이 나왔다면 말이다. 그것이 아이폰처럼 개방적인 브라우징과 어플리케이션 사용 경험을 제공했다면, 우리는 아마 지금쯤 소니의 새로운 부상을 지켜보고 있을 지도 모른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사실 컴퓨터다. 리눅스 기반의 소니 자체 OS로 작동하며, 게임 업체들은 소니가 제공한 개발 키트를 바탕으로 게임을 만든다. 아이폰의 에코 시스템과유사한 점이 많은 것이다. 소니가 만약 플레이스테이션과 유사한 운영 체계로 작동하는 휴대전화를 내놓았다면 소비자들은 좀 더 많은 게임을 이용하고자 OS 해킹을 시작했을 것이다.

소니는 (애플이 그랬던 것처럼 할 수 없이)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오픈하고 앱스토어를 열게 되었을 것이고, 이 제품은 아이폰의 좋은 대항마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플레이스테이션의 DNA를 물려받은 모바일 기기는 PSP, 그저 게임기였다.

왜 PSP는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이 되지 못했을까? 장담은 어렵지만 두 가지의 추측이 가능하다. 첫째는 플레이스테이션을 담당한 게임 사업부가 게임 이외의 다른 시장의가능성을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다. 보았다 하더라도 게임기로서의 기능 제약, 컨텐츠의 유출 등 게임 사업의 방식과 휴대전화 사업의 특성이 맞지 않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플레이스테이션 기반의 휴대전화가 소니 내부에서 기획되었지만, 소니 내부의 이견으로 무산되었을 가능성이다. 사실 소니가 PSP폰을 낼 것이라는 루머는 꽤 여러 차례 있었는데, 소니 에릭슨의 워크맨폰이나 사이버샷폰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출시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고, 비슷한 시기에 소니와 에릭슨의 결별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PSP를 휴대전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소니 내부 조직 간의 사업 영역 문제와 갈등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애플은 이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웠다. 애플은 모든 기기 시장을 편견 없는 눈으로 볼 수 있었고, 내부 잡음으로 인한 실행력의 분산도 없었다. 컴퓨터 회사였던 애플이 음악 시장으로, 휴대전화 시장으로 거침없이 사업 영역을 이동하면서 부가가치를 창출했던 배경으로 이러한 조직적 강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④ 눈앞의 경쟁이 전부는 아니다

지난 10년 간 애플의 행보를 우리는 창의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 창의성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왜 소니는 창의적이지 못했을까?10년의 세월 동안 애플이 했던 생각을 소니가 전혀 못한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 자료들을 보면 소니도 애플처럼 기기를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나 유려한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의 창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소니는 피 흘리는 경쟁 속에서 새로운 방식을 시도할 여유를 잃었고, 애플은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소비자와 대화했다. 애플은 조용히 때를 기다릴 수 있었지만, 소니는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전화 개발을 최초로 생각한 것은 2002년이었다 한다. 그러나 아이폰은 2007년에서야 나왔다. 터치스크린 기술, 휴대전화 용으로 개발된 맥 OS, 이것을 구동할 수 있는 칩셋, 통신 사업자와의 원만한 협의 등 애플은 자신이 시장에 진입할 경우 풀어야 할 과제들을 해결하고 시장성을 검증하는데 5년의 시간을 썼다. 5년의 기다림과 테스트. 하루하루가 숨 가쁜 경쟁의 연속인 기업들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시간과 준비다.

반면에 소니는 사업의 크기만큼 많은 경쟁자들이 있었다. 저장매체 시장에서는 마쓰시다와 도시바, 게임 시장의 마이크로소프트와 닌텐도, TV 시장의 LG와 삼성, PC 시장의HP와 델까지, 이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니를 압박했다.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니는 저장매체 시장에서의 다툼이 디지털 시대에 유효한지, 게임을 넘어서는 다른 시장의 가능성이 얼마나 큰 지 생각할 틈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경쟁사의 추격 속에서 셀 반도체와 같은 제품은 뚜렷한 사용처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시급한 과제로 여겨졌을 것이다.

소니의 경쟁사들은 소니의 시장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시야와 사고의 폭을 좁히고, 과욕과 모험을 유도하면서 소니의 미래를 잠식했다.

⑤ 진짜 플랫폼은 소비자다

소니는 ‘기술적 연결’은 만들었으나, 애플은 ‘연결의 경험’을 만들면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로 인해 승기를 잡았다.

소니가 하려던 것은 일종의 세력 싸움이었다. 대부분의 기기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므로 표준을 선점하기 유리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고의 세력을 가진 소니지만, 그들의 폐쇄성이 불편을 초래하자 소비자는 소니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튠스라는 보잘 것 없는 소프트웨어로 시작했을 뿐이다. 하지만 10년의 세월 동안 기능보완을 거듭한 아이튠스는 기기 간 연결의 원형을 보여준다. 애플의 모든 컨텐츠는 아이튠스를 거쳐 제공되며, 애플의 모든 기기는 아이튠스를 중심으로 연결되며, 동일한 인터페이스를 갖는다. 이러한 차이는 한번 만들어 출시하면 그만인 하드웨어와 업데이트의 연속인 소프트웨어의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인 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무언가를 선택하여 이것을 플랫폼으로 키워 나가는 소비자의 힘이다.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주체가소비자이고, 이러한 선택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한, 지금 가지고 있는 경쟁 지위나 기술력은 부차적인 문제인지도 모른다. 소비자와의 관계를 어느 지점에서 만들어,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의 고민이 항상 먼저다.

소니는 그들의 힘으로 인위적인 연결을 만들려 했으나 실패했다. 하지만 애플은 소비자에게 실마리를 던졌고, 소비자가 연결의 그림을완성해 나갔다. 애플의 진짜 플랫폼은 하드웨어도, 소프트웨어도 아닌 애플의 소비자였다.

디지털 허브, 로망과 오만 사이의 줄타기

이제 마지막 질문을 던져보자. 디지털 허브, 혹은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란 이름으로 표현된 애플과 소니의 꿈은 과연 옳았던 것일까?

모든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에 대한 꿈은 2000년대 초반 전자 업계의 선두 주자들은모두 갖고 있던 꿈, 이른바 업계의 로망이었다. 플랫폼 장악에서 오는 독점적인 수익에 대한 기대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이란 묘한 것이다. 그것이 하드웨어든, 소프트웨어든, 혹은 양자의 결합이든 간에 플랫폼이 갖는 본질적 속성은 ‘그안에서의 자유’다. 플랫폼 안에서 소비자들은 자유를 누리지만, 플랫폼 바깥의 것들과는 차단된다. 혹자는 모든 것이 개방된 플랫폼을 이야기하지만, 자신의 우위를 경쟁사로부터 지키고 싶은 것은 경쟁 속에서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라면 버리기 힘든 천성이다.

앞서 소니와 애플의 차이로 폐쇄성과 개방성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면, 소니의 유비쿼터스 밸류 네트워크 전략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다. 소니가 가진 자산이 경쟁사를 위해 사용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애플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이제 애플은 2001년의 소니와 비슷한 위치에 도달했다. 물론 수익률도 높고, 개별 컨텐츠가 아니라 유통망 자체를 잡고 있다는 점에서 당시의 소니보다 더 강력하다. 하지만 애플 안에서 충분히 여러 기기와 컨텐츠를 연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2001년의 소니와 다르지 않다. 또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사업 영역이 정면으로 부딪히기 시작한 이상 경쟁이 없는 게임을 해왔던 지난 10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이제 애플은 무엇을 꿈꾸게 될까? 아이튠스의 개방성이 맥 OS의 폐쇄성으로 대치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이후에도 애플이 지금까지 누렸던 건전한 행운을 지속할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플랫폼 위에서 기기와 컨텐츠가 연결된다면 ‘편리함’이라는 소비자 가치는 분명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위해 다른 기기나 서비스를 선택할 권리가 제한된다면 소비자들은 얻는 것이 많은 걸까, 잃는 것이 많은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우리의 브랜드와 제공 가치를 생각할 때 얻는 것이 더 많다’라고 단언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2001년의 소니가 그랬듯, 애플의 디지털 허브 전략은 로망과 오만의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다시, 소니와 애플의 갈림길에서

최근 IT 업계는 새로운 플랫폼 경쟁에 돌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수많은 컨텐츠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다종의 기기가하나의 플랫폼, 또는 서비스로 연결되는 멀티스크린 전략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킬러 서비스와 컨텐츠의 무기화, 배타적인 플랫폼 구축 등의 시나리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마치 10년을 돌아 소니와 애플이 섰던 출발점에 다시 선 것 같은 기분이다. 때문에 소니와 애플의 과거 행보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급변하는 시장일수록, 무리한 시장 예측과 배팅이 나오기 쉽다. 경쟁자들은 급박하게 움직이고,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한 순간에 변할 것 같은 조급함에 사로잡히기도 쉽다. 제한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미래 예측으로 섣부른 전략을 만들고, 경쟁 우위를 지키고자 소비자 가치를 저버리고, 조직 논리에 빠져 새로운 기회를 보지 못하며, 경쟁의 압박으로 경영의 리듬을 잃는 것은 누구나 빠질 수 있는 함정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답은 소비자에게서 구해야 한다.

일례로, 독자 플랫폼으로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고, 경쟁사가 줄 수 없는 차별화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접근 방식은 위험할 수도 있다. 오히려 어떤 소비자 가치를 위해 기기를 연결해야 하며, 그것을 구현하기에 가장 적합한방식이 무엇인지를 거꾸로 질문해야 한다. 소니의 저장매체 전략이 인터넷으로 인해 빛을 잃었듯, 미래는 예측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이기 마련이고, 생각지 못한 대안적 기술과 서비스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금 해야 되며 할 수 있는 것을 통해 소비자와 대화하고, 시장을 읽어가는 자세다. 그러다 보면 새로운 영역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잡을 수 있는 기회들이 떠오를 것이다. 경쟁자들이 스스로 만든 전장에서헤어나지 못하는 동안, 그들이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기회를 찾은 것이야 말로 애플의 진정한 저력이 아니었던가 한다.[LG경제연구원 손민선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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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