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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인터뷰2010.04.19 05:56



기사등록일 2010.04.19     담당(팀장)·심규호·권상희·정지연·이진호·장동준·장지영기자 mirae@etnews.co.kr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된다. 세상은 빠르게 바뀌는데 우리만 머뭇거린다. 지난 10여년간 세계적인 디지털 강국 신화를 쓴 주인공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아이폰 쇼크’가 우리에게 갑작스럽게 닥쳐온 것이 아니다. 제조업과 하드웨어(HW)적 산업 구조에 집중하면서 우리의 ‘생각’을 키우고 ‘창의’적인 산업에 눈을 돌리지 않은 결과다. 소프트한 생각의 값어치가, 화려한 단말기의 가격을 훨씬 뛰어넘는 시대다. 미래 기술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새로운 융합시장을 형성하는 급변하는 질서에 누구 하나 책임감 있게 도전할 이가 없는 게 현실이다. 미래를 위한 전략적인 준비가 시급하다. 선도가 아닌 따라가는 전략으론 국민소득 4만달러의 시대는 요원하다. 미래에 대한 도전이 사라진 우리의 현 주소를 파악하고, 발전적 대안을 함께 모색하는 대장정을 시작하는 이유다.

특별취재팀=주상돈 담당(팀장)·심규호·권상희·정지연·이진호·장동준·장지영기자 mirae@etnews.co.kr 

“참여정부 때에는 부처 간 치열한 영역 다툼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조직 구도여서 방관하기 일쑤입니다. 미래산업 정책을 주도할 주체가 뚜렷하지 않다 보니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입니다.”

정부 한 고위 관료가 최근 사석에서 허심탄회하게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는 일에 대한 압박이 줄어들면서 사실 옛날보다 일하기 좀 편해졌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아이폰 충격’으로 야기된 한국 미래산업 위기론의 핵심은 전략과 정책의 부재라고 입을 모은다. 각 부처는 저마다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열심히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미래 비전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한발 먼저 치고 나갈 주체가 없다 보니 특정 영역에 치우친 단편적인 접근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말 어렵게 빛을 본 ‘범정부 클라우드 컴퓨팅 산업 육성책’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2의 디지털 혁명’으로 불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미 2년 전부터 시장에서 활성화 대책 요구가 쏟아졌다. 하지만 리더십을 가진 주력부처가 없어 2년여간 허송세월을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서비스 중심의 정책을, 지식경제부와 행정안전부는 각각 연구개발(R&D), 공공 분야 정책을 내놓고 신경전만 벌였다.

그 사이 미국에선 구글, 아마존, 세일즈포스닷컴 등이 수천억원의 시장을 창출했다. 일본 정부도 작년 상반기 ‘가스미가세키 클라우드’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하고 2015년까지 모든 정부 정보기술(IT)시스템을 단일 클라우드 인프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우리 정부도 산업계와 언론의 비판에 밀려 부랴부랴 작년 말 범정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지경부·방통위·행안부로 흩어진 정책을 한데 묶은 백화점식 나열에 그쳤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은 네트워크·서비스·R&D·공공 등에 걸친 대표적인 융합산업인 만큼 전략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지만, 리더십 부재로 무색무취의 정책만 탄생했다”고 지적했다.

‘아이폰 충격’ 이후 보여 준 정부의 움직임도 마찬가지다. 방통위는 통신서비스 중심의 무선인터넷 활성화 대책을, 지경부는 단말기와 SW 중심의 육성책을, 문화부가 모바일 콘텐츠 전략을 제각각 내놓았다. 그렇지만 통신서비스, 단말기, SW, 콘텐츠로 연결된 산업 생태계를 한눈에 조망해 비전을 세우고 이에 맞춰 각론을 만들었다기보다 각 부처가 당장 할 수 있는 정책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쳤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 식’이다. 각 부처 공무원조차 숲보다 나무만 보는 정책을 만들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할 정도다.

김성조 한국정보통신학술단체협의회장(중앙대 교수)은 “‘아이폰’에 뒤진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이후 역전할 ‘포스트 아이폰’ 전략이 없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미래 산업은 IT산업간은 물론이고 제조·건설 등 전통산업과 융합이 불가피한데 이를 총괄 기획할 조직이 없어 만년 후발주자가 될 처지”라고 꼬집었다.

u시티처럼 세계 첫 상용화로 시장을 선점하고도 방향성을 잃는 사례도 있다. 국토해양부와 지경부가 영역다툼 끝에 각각 ‘u시티 플랫폼’을 나눠 개발하기로 했으나 최근 지경부가 R&D사업을 중도 포기하면서 국토부 R&D도 타격을 받게 됐다. 앞선 기술 리더십과 비즈니스 모델로 다른 나라와 격차를 더욱 벌여야 하는 시점에 발목이 잡힌 셈이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대학원장은 “이명박정부는 ‘융합’을 키워드로 각 부처 속으로 IT 관련 조직을 흩어놓았지만, 각 부처가 여전히 전통산업에 무게를 두면서 미래 융합 산업은 후순위로 밀리는 일이 허다하다”며 “미래 산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조율해나 갈 새로운 구심점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Posted by 전충헌 전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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