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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아침] `갑의 문화` 를 깨라
"감정적 대기업 때리기론 근본적 변화 못 이뤄"
"우월적 지위 남용해 군림하는 행태 바꾸도록 CEO가 앞장서야"
기사입력 2010.08.01 20:32:44 | 최종수정 2010.08.01 20:35:03 트위터 미투데이 블로그 스크랩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인사들이 대기업을 겨냥한 쓴소리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22일, 23일, 26일, 27일, 29일에 이어 여름휴가를 떠나기 전날인 30일에도 쓴소리를 계속했다. 주로 투자, 고용, 중소기업과의 상생에서 대기업이 책임의식을 가질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대기업들이 은행보다 돈이 많다"며 고용이나 투자 확대보다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행태를 꼬집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까지 가세해 "올해 2분기 삼성전자가 5조원이라는 사상 최고 이익을 냈다는 언론 보도를 보고 (상대적 빈곤감을 느낄 사람이 많을 듯해) 가슴이 아팠다"고 밝혔을 정도다.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는 말로 그치지 않고 지경부의 하도급 실태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현장조사 등 행동으로 연결될 조짐이다. 국세청도 세무조사라는 전가의 보도를 빼어들 기세고, 대검 중수부까지 나서 대기업 비리를 뒤질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어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대기업들이 환율 효과의 최대 수혜자면서도 투자와 고용을 적극 늘리지 않고 중소기업과의 과실 나누기에도 인색하다는 게 정부의 불만이다. 대기업들로서는 세계시장에서 분투하며 경제회생을 이끌었는데 칭찬은커녕 정부가 느닷없이 이런 공세를 펴니 당혹스럽고 섭섭할 것이다.

대기업 행태에 못마땅한 점이 있다고 해도 정부가 마치 군사작전하듯 전방위적으로 공세를 펴는 것은 볼썽사나울뿐더러 상황을 나아지게 하는 데 별로 효과가 없음은 과거 숱하게 경험했던 바다. 공정위가 하도급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겠다고 나선 게 어디 한두 번인가. 대기업들은 잠시 움찔하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폭풍이 지나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과거의 행태로 돌아갈 게 뻔하다.

결국 대기업 스스로 의식구조와 행동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는 뿌리내리기 어렵다. "자발적 상생이 중요하며 강제 상생은 의미가 없다" "법과 규제만으로는 안 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옳다. 정부는 다분히 감정이 엿보이는 포퓰리즘적 공세를 자제해야 마땅하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납품 기회를 주면서 마치 큰 시혜인 양 큰소리 치는 행태를 겸허히 되돌아보아야 한다.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굴욕적인 계약조건을 강요하기 일쑤고 아예 구두로 발주했다 뒤집거나 중소기업 기술을 훔치는 일까지 다반사로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갑의 문화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협력업체를 명실공히 대등한 동반자로 인정하고 품질 향상에 열정을 바치도록 의욕을 북돋는 일은 모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된 사안이다. 일부 기업은 갑의 문화를 청산하겠다며 계약서에서 `갑`과 `을`이라는 표현을 없애기도 했지만 형식의 문제가 아니다. 임직원들의 사고와 일상적인 행태에서 갑의 개념을 지워 버리도록 CEO가 앞장서야 한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재설정하는 일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아무리 강력한 챔피언도 언젠가는 도전자에게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우리 내부에서 도전자를 키우지 않으면 물러난 챔피언의 자리는 외국 기업의 몫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제대로 경영성과를 내고 성장할 수 있도록 산업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국가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고용의 88%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젊은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주는 길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도 대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이 대통령이 밝혔듯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강제로 되는 것이 아니라면 대기업 스스로 변화를 추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는 게 온당한 일이다.

[성철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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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