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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영화 2010.08.20 04:32

[인터뷰] 최재훈 감독 "파란만장 주인공 인생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영화 '걸파이브' 감독이자 'HnB 픽쳐스' 대표
[유니온프레스=손지수 기자] 어떤 사람의 삶을 빗대 '참 영화 같은 삶'이라고 표현한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평탄치 만은 않았음을 의미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잘 살다가도 원하지 않은 장애물이 앞을 턱턱 가로막고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들은 배신을 하고 떠나버리는 스펙터클한 인생을 살아간다. 영화같이 스펙터클한 인생은 스크린 속 주인공의 몫이지 관람석 우리의 몫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영화같이 스펙터클한 인생... 재밌지 않나요? 다음에 또 어떤 페이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아주 익사이팅한걸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영화감독이자 제작사 ‘HnB 픽쳐스’의 대표 최재훈(49) 감독이다. 영화 <걸파이브>(각본/감독 최재훈)는 지난 6월 제작발표회를 통해 세상에 공개됐고 오는 9월 크랭크인을 앞두고 있다. 영화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이며 제작사 대표로서 홍보마케팅까지 담당하는 멀티플레이어 최재훈 감독. 영화 제작에 정신없을 그는 요즘 외부 강연까지 하며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다닌다고 하는데.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HnB 픽쳐스’ 사무실에서 최재훈 감독을 만나 그가 살아온 인생의 페이지를 한 장씩 넘겨봤다.

ⓒ유니온프레스 전성규 기자

가난한 집안형편에 초졸 졸업장만 남아...
그래도 원망하지는 않았다


최재훈 감독은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초졸이에요”라며 네이버 프로필에 나온 학사표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입학했지만 집안형편 상 1학년 때 자퇴를 하게 됐다. 가난했지만 욕심 많고 열정 있는 소년은 독학을 해 중학교와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이후 공부에 매달려 강원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2학년 때 군입대를 했고 제대를 했을 때 돈이 없어 복학을 하지 못했고 대학 역시 중퇴를 했다. 결국 그에겐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다. 가난 때문에 배움을 다 끝마치지 못했던 그는 “신을 원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삶의 우여곡절을 거치며 그는 “Why me?”보다는 “Why not?”쪽이 인생에 있어 더 유리한 자세라는 것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영화감독이 되겠다던 나를 버리고 떠난 그 사람
두 아들 위해 일에 미쳤던 시절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해 열심히 일을 하다 99년 온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자유와 기회의 땅’이라 불리 운 이곳에서 최재훈 감독은 어릴 때부터 꾸던 영화감독을 향한 꿈이 더욱 간절해짐을 느꼈다. 그래서 아내를 붙잡고 “여보, 나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소. 그리고 우리 큰 아들은 영화배우로 키우고 싶소”라고 말했다. 자신의 가슴 속 오랜 꿈과 비전을 털어놓았을 때 놀랍게도 아내의 반응은 “이 사람 함께 못살겠다”였다. 얼마 뒤 아내는 자신과 두 아들을 남겨두고 사라져 버렸다.

“난 그저 내 꿈을 말했을 뿐인데...나 만큼 아내를 사랑한 사람은 없다고 자신했었거든요. 아내가 없어지고 난 뒤 3개월 간 미친 사람처럼 살았죠. 아무도 없는 미국 땅에서 한 동안 완전히 거지처럼 살았어요.”

그렇지만 떠난 사람은 떠난 것이고 남겨진 사람은 남겨진 대로 살아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 최감독에게는 토끼 같은 두 어린 아들이 있었고 아들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었다. 수중에 남은 돈을 탈탈 털어 남은 3달러로 다시 시작했다. 밑천도 없고 영어도 안 되는 완전히 바닥에서부터 시작한 세일즈맨 일이었다. 한국에서 해병대 출신으로 정신력 하나는 최고라고 자신하는 그에게 못할 건 없었다. 미국 고객들을 상대로 있는 속 없는 속 다 내보이며 열심히 달렸더니 3개월 후에는 월급 3만 달러를 챙기게 됐다.

“아내를 잃고 3개월 간 정신을 잃었고 정신을 차린 뒤 3개월간은 일에 미쳤었죠. 윌 스미스 주연의 영화 <행복을 찾아서>를 보면 부자(父子)가 엄청나게 고생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잖아요. 힘든 미국에서의 시절을 보내고 난 뒤 그 영화를 보는데 야 저건 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여유 생기자 영화감독 꿈 다시 피어올라
영화감독 실현시키고자 한국 귀국
단편영화로 시작해 영화드라마 제작사 ‘HnB 픽쳐스’ 차려


당시 자신을 워크홀릭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미친 듯이 일해 미국 사회에 정착한 최재훈 감독. 최감독은 자신이 뭐 하나에 미치면 혼을 뺄 정도로 빠져 버리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공부에 미쳤고, 사랑에 미쳤고, 일에 미쳤고, 레저스포츠에 미쳤었다고. 오프로드(off-road)한 삶을 즐기는 그는 패러글라이딩, 산행 등 레저스포츠 광이었다. 그렇지만 가장 미쳤던 것은 당연 영화였다.

“미국에서 어느 정도 기반이 닦이고 여유가 생기자 내 꿈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말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할리우드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찾았어요. 집에는 60인치 빅스크린을 설치해 틈만 나면 영화를 보고 영화에 빠져 살았죠.” 미국에서 영화감독 꿈을 한창 키우던 그였지만 동양인이라는 미국사회의 마이너로서 미국영화시장의 진입은 힘들었다. 그는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귀국했다.

미국에서도 계속 소설작업을 해오고 있던 그는 한국에서 아는 감독 지망생 친구로부터 시나리오 제작에 대한 제의를 받는다. 시중에 나와 있는 시나리오 작법 책을 몽땅 사 독파했고 3개월 안에 장편 영화 시나리오 하나를 써낸다. 그랬더니 감독 지망생 친구가 본인 돈으로 시나리오 교육을 시켜주겠다 해 2003년도에 한국시나리오교육에서 전문교육을 받았다. 그렇게 제대로 된 시나리오 교육을 받고 시나리오를 쓰다 보니 영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시작은 단편영화였다. 총 7편을 찍다보니 뭔가 아쉽고 허전한 면이 있었다. 영상매체를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단편영화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단편영화에 그치기보다는 파급력이 높은 상업영화나 드라마 같은 문화콘텐츠 제작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영화와 드라마를 제작하는 프로덕션 ‘HnB 픽쳐스’를 차리게 됐다. 제작사가 있는 건물의 위층에는 드라마 프로덕션이, 아래층에는 영화 프로덕션이 자리하고 있다. 최재훈 감독과 손을 잡은 드라마 제작자는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의 김동삼 PD다.

ⓒ유니온프레스 전성규 기자

‘HnB 픽쳐스’는 Holy&Bless란 뜻에서 볼 수 있듯이 크리스천인 최감독에 따라 기독교 정신이 기반이 돼 만들어졌다. 영화사 직원들이 모두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영화사를 이끄는 헤드급은 모두 크리스천이다. 최감독은 자신이 골수 예수쟁이라고 했지만 자신은 철저히 상업주의적 관점을 갖고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그는 “영화 속에 기독교적 메시지가 직설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일반인들에게 거부감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영화는 기독교의 직설적인 메시지를 전하지는 않는다. 대신 희망, 용서, 사랑과 같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기독교적 가치를 메타포 형식으로 불어넣는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그저 재밌는 영화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 이게 그 얘기구나” 싶을 거라고.

“미국에서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마케팅을 체득했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잘 하게 됐어요. 크리스천으로서 영화를 만들기에 종교적 가치를 놓칠 순 없죠. 그렇지만 상업영화를 만들기에 기존의 기독영화와는 다른 방법론을 갖고 접근을 해야죠. 나의 몫은 영화 속에 기독교적 내용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거예요. 보기 좋게 당의정을 입히고 먹기 좋게 초코시럽을 입혀서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죠.”

불량청소년 아이돌그룹 꿈 이뤄 나가는 <걸파이브>
문제청소년들 향한 희망과 용서의 메시지 풀어내


영화 <걸파이브>는 최재훈 감독의 두 번째 상업영화다. 영화는 꿈도 목표도 없이 방황하는 다섯 명의 불량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걸그룹이 되기 위해 도전하는 내용을 다룬다.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이 결국 꿈을 이뤄낸다는 설정은 감독 자신의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에서 비롯됐다.

“내가 영화감독이 되고 싶고 아들을 영화배우로 만들겠다고 말했을 때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하지만 결국 지금 나는 감독이 됐고 우리 큰아들은 배우가 됐어요(최감독의 큰 아들은 이번 영화 <걸파이브>가 두 번째 작품인 배우다). 저마다 가슴 속에 들어있는 열망과 꿈이 있을 텐데 낙인이 찍혀 제대로 가능성도 펴보지 못한 청소년들이 많잖아요. 그 친구들에게도, 낙인을 찍은 이 사회와 어른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꿈을 이뤄나가는 데 도움을 줘야 하지 않겠냐고요.”

흔히 말하는 문제청소년들을 향한 최감독의 애정은 그가 교회 주일학교 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생겨났다. 당시 그를 유난히 잘 따르던 한 아이가 알고 보니 소문난 일진 날라리였다는 것. 그 아이와 직접 얘기도 많이 나눠보고 이메일로 설득도 해가며 알게 된 것은 사실 아이의 속은 굉장히 말랑말랑하다는 것이었다. 주변 사람들의 섣부른 판단으로 아이는 상처받고 있었고. 이후 그는 소위 낙오된 청소년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어른으로서 그들의 가슴 속 열망과 꿈을 피워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유니온프레스 전성규 기자

어린나이에 주홍글씨가 따라 다니는 것은 너무 가혹해
캐스팅 논란 한예린,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이런 그의 생각은 <걸파이브>의 배우 캐스팅에도 강한 영향을 미쳤다. 아역배우 출신으로서 동급생 폭행으로 물의를 빚으며 인터넷상에 그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던 한예린을 캐스팅 한 것이 그 예다. 사실 최감독은 연출부가 데리고 왔을 때 반항기 있는 한예린의 느낌이 좋았지 그에 대한 배경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후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한예린에게 주홍글씨가 찍혀 있는 것을 알게 됐지만 이 아이를 빼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예린이 사건을 보면서 예전에 나를 따르던 일진청소년이 떠올랐어요. 내가 예린이를 빼 버리면 나 역시 그에게 차가운 낙인을 찍는 사람과 똑같아지는 거잖아요. 예린이가 변하지 말란 법도 없는 데 평생 주홍글씨가 따라 다니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예린이를 개과천선 시키겠다는 마음을 먹고 그 아이를 보다듬었어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과 용서의 가치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최감독은 요즘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최감독은 한예린을 본인이 다니는 교회 고등부에 데리고 다니고 있고 때밀이 봉사활동에도 참석시키고 있는데 조금씩 변화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다고.

“때론 누군가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가 있다고 봐요.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분명히 변하거든요. 조금씩 변화하는 예린이가 영화를 찍으면서 더욱 변화할 것이라고 봐요. 이런 예린이의 모습은 좋은 롤 모델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는 제작사의 대표, 사회적 약자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며 재미와 감동까지 전달하는 영화 감독, 해병대 출신 두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최재훈 감독. 그 목록에 하나 더 추가 될 것이 있다면 작년에 재혼한 아내의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남편이 되는 것이다. 최감독은 자기 눈에는 아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말하는데 그 순간 아내에게 걸려오는 전화. “음, 여보 난 지금 인터뷰 중이야. 이따 봐요.” 최재훈 감독은 이제 막 해피엔딩으로 끝나가는 인생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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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전충헌 전충헌